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지금 논의되는 공수처는 통제받지 않는 괴물”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지금 논의되는 공수처는 통제받지 않는 괴물”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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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 설치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이들 범여 4당은 29~30일 국회 사법개혁특위와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선거제 개편안,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함께 공수처 신설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에는 빠루와 망치 등이 등장하고 식물국회가 동물국회로 회귀했다는 비아냥까지 샀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왜 그렇게 공수처법안에 집착할까?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의 만능키일까? <미래한국>은 최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완규 변호사(56·사법연수원 23기·전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지청장)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 변호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평검사와의 대화’에 참가했던 인물로 검찰 재직 당시 법이론 전문가로 유명했다.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 여야가 합의한 공수처법안 어떻게 보십니까?

공수처를 왜 만드느냐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서 검찰의 힘을 뺀다든가 공직비리에 대한 대처라는 관점에서 공수처 논의가 됐던 건 노무현 정부 때예요. 그때 부패방지위원회도 만들면서 공직자들 부패에 중점을 둬서 논의가 됐었죠.

그때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었어요. 일반 공무원들까지 전체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인원도 많고 큰 조직이 필요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게 되면 일거리가 있으니까 기구가 돼서 상시적으로 돌아가게 된단 말이죠. 다만 그때의 공수처는 수사기구였습니다. 지금처럼 기소까지 하는 검찰기구가 아니라 경찰 수사만 하게 돼 있었어요. 지금의 경찰 수사기구가 아닌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수사기구죠. 기소는 검사가 하는 것이고요.

저는 그렇게 만들면 공수처 설치가 의미는 있다고 봅니다. 몇 천 명 정도의 경찰조직을 만들어야 할 텐데, 그 정도로 만든다면 자기편 기구를 만드는 건 아니니까요. 자기들 사람들로 다 채우지는 못할 테니까요.

다음으로, 검사의 기능에 대해서도 설명해볼게요. 아무리 공직수사라 해도 검사는 가능하면 1차 수사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요. 초동수사에서 검사가 나서 사람 불러 조사하고 압수수색도 하고 추궁하고 이런 일을 하는 건 검사의 본래 기능과 약간 충돌의 우려가 있습니다. 검사는 사건에 있어서 객관성을 띠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현장에서 약간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검찰이 공직수사라든지 경제사범이라든지 너무 많이 나서요. 그러면 객관성을 잃을 가능성이 높게 되죠. 그게 우리나라 검찰의 문제예요. 검찰이 공직수사에서 좀 벗어나게 되면 수사를 담당할 기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적절치 않습니다.

원래 경찰, 폴리스는 치안을 담당하는 기관이에요. 예를 들면 절도나 폭력 살인, 강간 등 민생과 관련된 수사가 경찰이 하는 일이죠. 공직비리 수사나 경제사범 수사 등 이런 건 경찰이 할 일이 아니에요. 외국에서도 다른 기구를 두지 이런 수사는 경찰이 하지 않아요.

따라서 우리나라도 미래를 위해 공직비리에 관한 수사기구를 두는 것도 제가 보기에는 적절합니다. 그러면 남는 문제는 이 수사기구를 어떻게 편성해야 할 것인가 입니다. 그 동안의 공수처 논의에서 사람들이 이 부분을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것 같은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조직논리인데요, 결국 그 문제도 민주주의라는 구조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겁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기구를 만들 때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민주적 정당성이란 민주국가에서 국가권력 행사가 국민 뜻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죠. 때문에 국가권력 행사를 하는 기구는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사람에게 끈이 이어져야 합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야 하는 측면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함에 있어 상시적으로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를 반드시 갖춰야 하죠. 우리는 이것을 민주적 정당성이라고 부릅니다.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 드러누워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 드러누워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

감시와 견제 없는 공수처는 ‘괴물’

- 그렇군요. 지금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가 강행처리하려는 공수처법은 민주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우리 헌법에서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선거를 하는 거예요. 선출된 권력과 절차에 따라 임명된 공무원이 연결돼야 합니다. 말하자면 수사권과 공소권을 가진 검사를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는 것처럼 말이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것이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 연결되는 것이죠. 두 번째가 중요합니다. 그렇게 임명된 사람이 권력을 행사할 때는 국민이 통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 헌법 아래에서는 의회민주주의이므로 국회에서 통제해야 하는 것이죠. 국회에 의해 통제를 받는 장치가 만들어져야 우리 헌법에 맞는 겁니다. 공수처 뿐 아니라 원래 기구는 구조가 핵심이거든요. 그러면 국회가 어떻게 권력을 통제하느냐를 보죠. 국회는 상시적으로 국무위원을 출석시켜 국정에 대해 질의답변을 합니다. 만일 국무위원이 국정을 잘 못할 경우 국회가 국무위원에 대해 해임요구(결의)를 할 수 있죠. 물론 대통령이 안 따라도 되지만 그러나 정치는 책임을 묻는 것이잖아요.

이게 중요한 겁니다. 그러면 공수처란 국가권력도 국회가 통제하고 책임을 묻는 그런 구조로 편성돼야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국무위원이 각부 장관입니다. 국가권력은 원칙적으로 국회 통제를 받는 장관 밑으로 편성되는 것이 우리나라 헌법에 따른 국가구조 원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청도 감찰도 법무부 장관 밑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죠. 만일 검찰이 잘못하는 경우에 법무부 장관이 통제를 하고 그럼에도 뭔가 잘못됐을 때는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책임을 지는 구조란 말이죠. 행안부 장관 아래에 두고 있는 경찰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안부 장관 밑으로 들어가 있잖아요. 기구가 장관 밑으로 편성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러면 공수처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조직을 편성해야 하겠네요.

당연합니다. 공수처가 행사하는 수사권은 중요한 국가권력이므로 공수처도 국가권력을 잘못 사용했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구조 아래로 들어가야 해요. 그럼 공수처가 아니라 공수부가 돼서 그 수장이 장관이 돼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면 그 부가 잘못할 경우 장관을 해임 건의하든가 또는 국회에 출석시켜 책임을 추궁하는 방식으로 만들면 국가권력 행사를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에 놓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아니면 두 번째 방법으로 공수처가 장관 밑으로 들어가게끔 만들면 됩니다. 마치 검찰이 법무부 장관 밑으로 들어가는 것처럼요. 공수처도 수사를 담당하는 장관 밑이어야 하니까 법무부 장관 밑으로 만들면 되겠죠. 노무현 정부 때 논의되었던 공수처도 결국 이런 조직 문제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어요. 지금 공수처법 논리는 독립성 부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임명절차에 따라 임명하면 임기 3년 내지 몇 년 동안은 아무도 컨트롤을 못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렇게 되면 굉장히 위험하죠. 그야말로 괴물을 만들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국가권력을 만들면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 와 닿습니다.

소위 표적수사를 한다든가 봐주기 수사를 한다든가 이럴 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장치가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임명절차에 있어서만 공수처장추천위원회를 통해 국회에서 몇 명 임명한다는 식으로 대통령의 입김이 덜 가도록 한다, 중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여러 장치를 만들고 있죠. 이렇게 만든다는 것은 그렇게 해서 임명한 공수처장이 임기 동안 정말 잘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은 그렇지 않거든요. 어떤 기구든 만들 때 완벽하게 잘할 것이라는 예상을 상정하고 만들지 않아요.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상정해서 컨트롤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논의에는 그런 게 전혀 없다는 게 문제죠. 그야말로 괴물 같은 조직을 만드는 결과가 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위헌이란 거예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독립기구를 만들려면 국회를 통해 통제받는 원리로 해야 하는데 그런 구조원리에서 벗어난 독립기구를 만들려면 헌법에 따로 규정이 있어야 합니다.

법원이나 헌법재판소, 감사원 같은 독립기구에 대한 근거원리와 규정이 헌법에 있어야 하는데, 그것 없이 독립기구를 만드는 것은 위헌이고 굉장히 위험하다는 겁니다. 제가 토론회에 나가서 “공수처가 잘못하면 누가 컨트롤 하느냐” 그러면 어떤 사람들은 “검찰에서 수사하면 될 것 아니냐” 그래요. 그런데 그건 정말 바보 같은 얘기죠. 왜냐하면 수사는 범죄를 저질러야 시작되는 것인데, 예를 들어 누굴 좀 봐준다든가, 아니면 세게 수사한다든가 하는 게 범죄는 아니잖아요. 이걸 어떻게 수사합니까, 아무도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반대합니다.

물론 정치적 상징성은 있죠. 아마 이것 때문에 지금 정부에서는 자기들 공적으로 밀어붙이려는 것 같아요. 현실성이 어떻게 떨어지느냐, 이렇습니다. 지금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해요. 친인척 비리나 장차관급, 판사 검사 또는 넓게 잡으면 3급 이상 공직자들이죠. 그런데 범죄통계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들 고위공직자는 직무상 감찰 조사받은 그런 것 말고, 범죄행위로서 문제가 돼 수사를 받는 일이 통상적인 경우에 1년에 많아야 2~3건을 넘지 않아요.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죠. 어느 해는 아예 없을 때도 있어요. 그러면 이 조직은 평시에 놀 겁니다. 할 일이 없어요.
 

2003년 3월 9일 전국에 생중계된 ‘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검사와의 대화’에서 평검사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격적인 질문 공세를 펴던 모습. ‘평검사 10인방’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완규 전 부천지청장(맨 왼쪽)은 2017년 7월 검사장 승진에서 제외되자 사표를 쓰고 나왔다.
2003년 3월 9일 전국에 생중계된 ‘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검사와의 대화’에서 평검사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격적인 질문 공세를 펴던 모습.
‘평검사 10인방’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완규 전 부천지청장(맨 왼쪽)은 2017년 7월 검사장 승진에서 제외되자 사표를 쓰고 나왔다.

공수처 곳곳에 도사린 위헌성

- 그럼 딴 일을 하겠군요.

딴 일을 하겠죠. 아마 정보 수집한다고 뒷조사하고 다닐 거예요. 그럼 그건 뭐죠?
 

- 개인사찰이겠죠.

사찰이죠. 사찰기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거예요. 그래서 위험하다는 거예요. 평소에 할 일이 많지 않으니까 기구를 크게 만들 수는 없는 거예요. 공수처 조직을 보면 조직이 몇 명 안 돼요. 검사가 25명 정도 되는 안(案)도 있고, 검사 몇 명 두고 파견 받는다는 안도 있고요.

어떻든 규모가 얼마 안 되죠. 소규모인 이 기구는 평소 사찰기구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직상으로도 자기편 사람을 심을 가능성이 많죠. 그게 또 위험하다는 거예요. 제가 공수처와 관련된 토론회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제대로 된 공수처 말고 지금 소규모 공수처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현재의 검찰을 자기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예요. 현재의 검찰이 고위공직자 사건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수사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검찰을 중립적으로 만들어주면 될 것 아니겠어요? 검찰 문제가 뭡니까? 청와대가 인사권을 가지고 검찰을 휘두르니까 문제잖아요.

청와대가 검찰 인사권을 독립시켜주면 되거든요. 청와대가 자기 사람 발탁하는 등 불공정한 그런 인사를 안 하면 된다는 말이에요. 그 생각은 안 하고 새로운 기구를 만들려고 하죠. 새로운 권력기구가 생기면 상대편에 위협도 될 수 있었고 자기편은 있으니까 그런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닌가, 그런 점에서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다음 영구청구권을 주는 건 헌법 위반이에요. 영장청구권을 검사가 행사하느냐, 사법경찰관도 행사하느냐 이건 입법정책의 문제입니다. 미국, 영국, 일본 같은 경우는 체포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이나 다 경찰이 직접 청구하지만 우리나라는 그와 달리 헌법에 검사가 하도록 규정돼 있어요. 1961년 헌법이 개정되면서 이 내용이 들어갔는데, 그때는 검사가 검찰청에 있는 검사밖에 없었어요.

헌법에 나와 있는 검사는 검찰청에 있는 검사만 상정한 거예요. 검사 이외의 기관은 영장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한 구조입니다. 공수처를 만들어도 공수처가 영장을 청구할 수 없어야 맞는 것이죠. 그러니까 편법으로 공수처에 검사를 둔다, 아니면 공수처의 수사관이나 과장 등 이런 사람들이 검사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식으로 규정을 둔다거나 만들려고 하겠죠. 그러면 그건 헌법에 위배되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한다면 경찰에도 검사를 두면 되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경찰청에 검사를 둔다는 식으로 말이죠. 경찰청 검사가 영장청구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되면 검사 외에 다른 수사기관이 영장청구하지 못하게끔 만든 헌법구조가 무너지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위헌이라는 것이죠.
 

- 여러모로 위헌적인 요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영장청구권이 위헌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때로 특검이 영장청구하지 않느냐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특검은 극히 예외적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아주 극히 예외적인 경우는 헌법이 허용하기도 하는데 특검은 개별적인 사건에서 한번 발동되면 이후 없어지는 조직이기 때문에 예외를 인정해주지만 공수처와 같은 상설조직이 되면 그건 헌법에서 예외로 인정될 수 없어요. 셋째로, 재정신청권의 문제입니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게 하는 것이잖아요?

만일 공수처가 수사를 해서 송치했는데, 검사가 죄가 안 된다고 판단해 불기소 한다고 칩시다. 그럼 이걸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서 법원에 보내 다툴 수 있게 만든다는 겁니다. 재정신청이라는 제도와 행정부의 권한행사 즉 국가권력 행사의 기본원리를 착각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무식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재정신청권을 준다는 것은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예요. 재정신청이란 기본적으로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이 국가에 구제해달라는 권리를 행사하는 겁니다.

우리는 범죄피해자가 고소했을 때 국가기관이 수사해 피해자 대신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공소제도를 취하고 있는데, 만일 국가가 불기소 판단해서 기소를 안 해준다고 쳐요. 그럼 범죄피해자가 법원에다 다시 물어보는 제도란 말이죠. 또 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행정부 밖 독립기관들이 고발했을 때 그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가 불기소하면 고발자가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행정부 밖 기관이 수사해 처벌해달라고 정부에 고발했을 때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때 법원으로 끌고 가는 구조로 이뤄지는 게 재정신청인데 공수처는 행정부 안에 있는 정부기관이란 말이죠. 그런데 검찰도 마찬가지로 행정부 안의 기관이잖습니까. 어떤 범죄를 기소할지 말지 판단은 정부의 판단인데, 국가권력 행사에 있어서 정부의 판단은 하나로 통일돼 나타나야 합니다.

지금 말하는 공수처 구조는 검사를 공소권자로 하는데 또 정부기관에서 다투도록 한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그것을 법원으로 끌고 가도록 하고요. 결과적으로 정부권력 행사를 법원에 맡기는 게 됩니다. 기소 여부에 대한 정부권력 행사를 두고 자기들끼리 다퉈 법원을 끌어들이는 게 되니까 행정부를 망치는 짓이죠

. 저는 묻고 싶어요. 만약 검사가 불기소 결정을 내려 공수처에서 재정신청을 했는데 법원에서 검사 말이 맞다고 하면 공수처에서 재정신청한 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이겁니다. 행정부 내 기관끼리 서로 자기네가 맞네 틀리네 다투면 행정부에 대한 불신만 조장하는 꼴이 됩니다. 국가권력행사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게 됩니다.
 

- 사실 고위공직자 부패비리 수사는 그동안 기구가 없어서 못한 건 아니잖습니까? 특검이나 특별감찰관도 있고요. 그런데도 공수처를 유독 고집하네요.

공수처를 만들어서 자기 사람이 장악한 자기 조직을 만들고 싶은 거겠죠. 소위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합리적인 방안이라면 저는 오히려 특별감찰관이 맞는다고 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평시에는 비위에 관한 정보수집과 감찰활동이 필요하니까요.

다만 지금 특별감찰관법에는 감찰 대상이 너무 좁기 때문에 공수처 수사대상인 3급 이상으로 확대하는 식으로 하면 되겠죠. 특별감찰관의 감찰범위를 확대하고 감찰을 해서 어떤 범죄혐의가 드러나면 특별감찰관이 특검을 요청하면 됩니다. 수사거리가 생기면 수사하고 없어지고 다시 감찰활동으로 돌아가면 되니까요. 그런 식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현실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말씀하신 대로 기존제도를 잘 이용하는 것이 본래 내건 명분에도 맞지 않을까 싶어요.

정치적인 상징성은 있겠죠. 말하자면 개혁을 이뤘다는 상징성이요. 공수처가 전가의보도가 됐어요. 공수처만 만들면 다 해결될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공수처 만들어봐야 별로 해결될 것은 없을 것 같아요. 그냥 폼 잡는 기관 하나 만드는 것이죠. 처음에는 이런 저런 수사를 하겠지만 공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될지도 의문이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적절하지 않은 수사를 했을 때 통제도 안 되는 괴물 같은 조직이 될 위험도 크고요. 말하자면 대책 없는 겁니다.

그냥 일반적인 법안도 아니고 공수처법이라는 아주 중요한 법안을 야당 한쪽이 반대하는데도 밀어붙이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충분히 고민하고 문제점을 충분히 토론해서 비교적 무난한 법안을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켜야 맞는 겁니다. 패스트트랙에 얹어서 자유한국당 빼고 자기들이 만든 법안으로 간다는 거잖아요. 굉장히 위험한 것이죠. 국가 운영을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됩니다.
 

민주주의는 절차적 정당성이 핵심, 환상 심어주면 안 돼

- 국민 입장에서 보면 속셈이야 어떻든 표면적인 공수처 명분이 근사하기 때문에 야당으로서는 쉽지 않습니다.

공수처는 국민에게 환상을 심어주면서 약간 속이는 면이 있어요. 국민들은 뇌물 받은 고위공직자를 처벌하는 기구를 만드는 게 맞느냐 틀리느냐 물으면 당연히 맞다고 합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고위공직자 비리를 처벌하기 위해 공수처를 만드는 데 찬성하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찬성이죠. 그런데 고위공직자 비리를 처벌하기 위해 공수처를 만드는 게 유일한 방법은 아니거든요. 논리 비약이잖아요. 마치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비리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만능키라는 걸 전제하고 연결시켜버리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죠. 검찰을 조금만 독립시켜 주면 지금도 고위공직자 비리 다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어요. 최근에 검찰이 수사를 함에 있어 못하는 게 어디 있습니까. 지난 정권에서도 무죄가 나기는 했지만 현직 총리인 이완구 총리를 기소했잖습니까. 양승태 대법원장도 기소해서 구속했어요. 뭘 못하죠? 딱 하나 문제라면 검사를 처벌하는 것이 있겠죠. 고위직 검사를 수사할 때는 더 혹독하게 해야 하는데, 이건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면 돼요.

부장검사가 뇌물을 받았다는 등 비리사건이 생기면 자동으로 특검을 하게 만들든가 하는 식으로 하면 됩니다. 지금 공수처가 하려는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는 현재의 제도를 보완하면 더 효과를 볼 수 있어요.
 

- 마지막으로 공수처 논란에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독일 나치에서 보듯 민주주의가 독재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죠. ‘민주적 독재’를 경험한 사람들이 보다 인권을 보호하고 인간 중심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또 하나 만든 원리가 법치주의입니다. 다수결도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소수를 위해서는 헌법에 의한 기본 규정이나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절차의 정당성이죠. 결과가 좋냐, 나쁘냐가 아니라 결론에 이르기까지 절차가 올바른가, 맞는가, 즉 절차를 똑바로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거예요. 그게 적법절차라는 거거든요.

법치주의의 큰 기둥 중 하나가 바로 적법절차입니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를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화의 공이에요. 배가 불러야 민주주의도 가능해요. 민주화 운동을 한 분들도 훌륭하지만 그런 운동을 하지 않았어도 산업 역군으로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위해 열심히 일한 분들도 훌륭한 분들이에요. 이렇게 해서 일군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면 법치주의를 발전시켜야 하고, 특히 그 중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중점을 두는 마인드를 갖춰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아직 이 부분에서 약해요. 결과만 좋으면 나머지는 괜찮다는 식은 곤란합니다. 절차를 따지는 사람이 있으면 “너 안 하려는 것 아냐?” “넌 개혁에 반대하는 놈이야” 이렇게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현 정부는 절차적 정당성을 중요시하는 마인드가 부족하다,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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