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미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앞을 내다보는 선택을 하는 법
[서평] 미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앞을 내다보는 선택을 하는 법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14 0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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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다. 일상적인 선택은 감정과 기호에 따라 단 몇초면 결정할 수 있지만, 어떤 선택들은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된다. 예를 들면 도시에서 교외로 이사를 갈 것인가,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어떤 분야로 창업을 할 것인가 같은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전쟁을 끝낼 것인가 같은 국가적 선택, 무엇을 지지해야 공동체에 도움이 될 것인가 등의 사회적 선택까지 이른바 장기적인 전망이 필요한 경우다. 장기적인 만큼 우리가 택한 미래가 맞을지 틀릴지 확신할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결론을 내려야 할 때, 우리는 어떻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베스트셀러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와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에서 전 세계의 많은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혁신에 대해 생각하는 새로운 방향을 알려주고, 《원더랜드》를 통해 재미와 놀이가 기술 진보의 원천임을 밝혔던 스티븐 존슨은 그에 대한 힌트를 찾은 듯하다. 
 

그는 앞을 내다보는 현명한 결정은 개인의 직관을 벗어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의사결정 모델을 설계했다. 첫 단계는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모든 변수와 가능한 모든 방향에 대한 ‘마음의 지도를 작성’하는 것(mapping)이다. 둘째는 관련된 변수들을 고려하며 각각의 방향이 지향하는 결과를 ‘예측’하는 단계(prediction), 셋째는 궁극적인 목표를 기준으로 다양한 결과를 비교하고 검토하여 방향을 ‘결정’하는 단계다(decision making). 오사마 빈 라덴 습격작전, 미국의 독립전쟁, 200년 전 뉴욕의 콜렉트 폰드 매립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선택들도 위의 3단계를 어떻게 거쳤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 있었다. 

지금까지《블링크》와《탁월한 결정의 비밀》처럼 의사결정과 관련된 대중서는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결정의 다양한 종류나 순간적인 판단, 직관적 느낌을 다뤘었다. 그에 비해 스티븐 존슨의 이번 《미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는 ‘결정’ 그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를 통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느린 선택의 합리성’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고 있다. 

우리가 합리적인 결정일까 아닐까 고민하는 이유는 언제나 고정된 현재에서는 알 수 없는 미래의 변수들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무수히 산재한 ‘불확실성’ 때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인간은 ‘예측’하고 ‘상상’하는 능력을 개발시킬 수 있었다. 뇌과학자들의 용어를 빌리면 ‘디폴트 네트워크(default network)라고 불리는 인간만의 사고 패턴인데, 우리의 정신은 기억 속의 정보를 검색하고, 심상과 생각의 형태로 정보를 자각하며, 여러 문제를 고민하고 미래를 위한 전략을 꾸미는 상태에 빠져든다는 뜻이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이를 두고 인간을 다른 종과 구분하는 가장 뚜렷한 특징, 즉 ‘미래를 숙고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런 점에서 호모 프로스펙투스(Homo prospectus)가 인간에게 더욱 합당한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도록 진화했다고 해서 그 예측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정치학과 교수 필립 테틀록은 각계각층의 ‘전문가’ 284명을 대상으로 28,000가지에 이르는 ‘예측’을 하도록 한 뒤 분석했는데, 그 결과는 참담했다. 특히 장기적인 추세 분석일수록 일반인이 무작정 찍는 것보다 더 나을 것도 없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장기적인 관점으로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어렵고 복잡한 결정일수록 우리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단계별로 예측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일기예보’다. 사람들은 아직도 기상청의 예보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사실 기상예보의 정확도는 수십 년 동안 꾸준히 높아졌다. ‘의학’도 마찬가지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의학이나 기상에 비해 사회 전반에 걸친 예측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딱히 사회 체제가 더 복잡해서라기보다 제대로 된 ‘시뮬레이션(simulation)’이 없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 수천만 가지 변수를 포함하더라도 대조를 통해 예측하기 더 쉬우므로 더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복잡한 의사 결정에 방향을 제시하는 ‘워 게임(war game)’은 역사적으로 군사 작전에 많이 활용됐으나 광범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게임방식을 통해 시뮬레이션 한 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짜서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나 해결 가능성을 찾는 것이 제한적이고 개인적인 의사 결정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생각하며 예측하는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을 할 수도 있다. 

불확실한 미래 예측을 보다 실행 가능한 그림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자기 자신이 될 때가 많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 ‘답’이라고 결론지어 버리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치우쳐 자신의 결정을 과신한다. 이런 확증편향의 위험을 피하려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나 추정이 필요하다. 이럴 때 ‘사전부검(premortem)’이나 ‘레드팀(red team)’방식을 활용하면 실행하려는 계획이 실패했다고 가정해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방안을 찾아볼 수 있다. 

이토록 다양한 도구들 중에서도 최근 우리가 가장 놀라워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도구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라고 불리는 초지능적 기술이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크나큰 위협이 될지 아닐지 섣부른 판정은 내리지 않는다. 다만 인공지능이 아인슈타인의 수준을 넘어가기 전에 인류가 위험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기술을 찾아낼 것이며, 그동안 쌓아온 인간의 결정 능력(심적 지도, 예측과 시뮬레이션, 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그 바탕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저자가 ‘결정’이라는 주제에 대해 쓰게 된 것은 ‘이사’라는 다분히 개인적인 사유에서 출발했다. 20년을 살아온 뉴욕에서 서부의 캘리포니아로 온 가족이 이사 가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택한 도구는 ‘소설’이었다.

그는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거듭 인용하고 언급하면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개인의 인생과 연결된 선택들에서 얼마나 전방위적인 전망을 제시하는지 강조한다. 쉽게 말해 ‘스토리텔링’으로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이야기 꾸미듯 꾸며보는 것이다. 비록 허구지만,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어려운 선택을 두고 씨름하는 그들을 내부자적 시각에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소설 또한 결정의 테크놀로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경우에야말로, 우리 안의 디폴트 네트워크와 깊게 연결될 수 있는 기회다. 

<뉴욕타임스> 북리뷰에서 애덤 그랜트가 말했듯, 이 책은 ‘아이디어북(idea book)’이다. 여타의 자기계발서나 비즈니스서에서처럼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라, 당신이 옳다’ 같은 동기부여나 확답의 공식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저자는 한 가지 확신을 남겨준다. ‘100% 훌륭한 결정이란 없다. 다만 그 결정이 훌륭해지게 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란 절대 충분해질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우리가 한 선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게 요점일지 모른다. 하나의 종으로서, 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시야는 ‘근시안적’이다. 먼 곳까지 나아가려면 분명히 우리 안의 ‘디폴트 네트워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 ‘얼마나 근시인가’를 아는 명확한 진단만큼 좋은 교정 렌즈는 없다. 만약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그것이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지, 내 생각의 사각지대는 어디쯤일지 인지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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