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조선’ 체포 배경 두 가지說
‘자유조선’ 체포 배경 두 가지說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9.05.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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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요원들이 한 가정집에 들이닥쳤다. 연방요원들은 이곳에서 한 동양인 남성을 체포했다. 이름은 ‘크리스토퍼 안’, 해병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그리고 ‘자유조선’의 회원이었다.

로이터·AP 등 주요 외신들은 이튿날 “미국 정부가 ‘자유조선’ 회원 체포 작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검찰은 체포한 크리스토퍼 안을 기소했고, 그는 지난 4월 23일 LA 연방법원에 나와 첫 재판을 받았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들도 “미 정부가 반북단체인 ‘자유조선’ 회원을 체포한 배경이 미스테리”라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자유조선의 리더로 알려진 ‘애드리언 홍 창’은 잡히지 않았다. FBI를 비롯해 연방요원들이 자택에 들이닥쳤을 때 없었던 것이다. 자유조선의 대리인을 자처한 리 월로스키 변호사는 며칠 후 CNN과의 인터뷰에서 “애드리언은 북한 암살조를 피해 은신 중”이라고 밝혔다.
 

당황한 ‘자유조선’, 강경한 미 정부

자유조선은 적잖이 당황한 모양새였다. 이들은 지난 4월 19일 홈페이지에 리 월로스키 변호사가 발표한 성명을 게재했다. 성명은 “미 법무부가 북한 정권이 고소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에 당황스럽다”면서 “김정은 정권이 억류했던 마지막 미국인은 고문당해 불구가 된 채 귀국했고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현재 미국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인의 안전에 대해 그 어떤 보장도 받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자유조선은 미국 정부가 스페인 법원의 요청에 따라 회원들의 신병을 인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우려했다. 이들은 “미국이 자유조선 회원을 스페인 당국에 넘길 경우 그 중 탈북자는 북한 측에 신병이 인도될 수 있는데, 이는 사실상 살인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은 단호했다. 크리스토퍼 안이 연방요원에 체포, 검찰에 기소된 뒤 언론들은 “자유조선 회원을 체포·기소한 혐의가 무엇인가” 물었다. 그러나 FBI와 법무부, 국무부 등은 “그 사건에 관련해서는 특별히 해줄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적지 않은 언론들이 기소장 내용을 물어도 답해주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안을 기소한 혐의는 23일 LA 지방법원에서의 재판을 통해 알려졌다. 이때도 미 연방법원은 자유조선에 상당히 단호하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크리스토퍼 안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신변 안전에 필요하다”며 비공개 재판, 기소장 봉인, 보석 허가를 법원에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을 맡은 진 P. 로젠부르스 판다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로젠부르스 판사는 “안 씨에게 보석을 허락해야 할 특별한 정황이 없고, 혐의의 중대성과 도주 위험성 등 측면에서 볼 때 풀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도주할 위험이 있고, 혐의의 심각성과 폭력성으로 볼 때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예상되는 중범죄를 저질렀고, 해병대에서 군사기술을 배운 크리스토퍼 안의 경험 등을 고려할 때 감금상태로 둬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미국이 자유조선 회원을 기소·체포한 표면적 이유

결국 이날 LA 연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을 통해 미국이 크리스토퍼 안을 비롯한 자유조선 회원들을 체포하려 한 이유가 밝혀졌다.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과 관련해 현지 법원이 발부한 국제체포영장을 인정한 것이다. 미 연방검찰은 “1996년 체결된 미·스페인 범죄인 인도청구조약, 2003년 미·EU 범죄인 인도청구조약에 따라 크리스토퍼 안에 대한 인도 청구 사건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었다.

LA 연방법원은 이날 크리스토퍼 안에 대한 검찰 기소장도 공개했다. 미 연방검찰은 스페인 법원이 적용한 불법침입, 위협, 폭력과 협박을 사용한 강도, 범죄조직 가담 등 6건의 혐의를 그대로 적용했다. 기소장을 보면 크리스토퍼 안은 북한대사관을 찾아가 “소윤석 경제참사를 만나러 왔다”고 밝혔다. 북한대사관 직원이 소 참사를 부르러 간 사이 애드리언 홍 창이 담을 넘어 문을 열어줬다. 이에 크리스토퍼 안 등 자유조선 일행 6명이 대사관에 침입했다.

크리스토퍼 안 등 7명은 ‘마체테’라 부르는 정글도, 쇠파이프, 모조 권총, 결박용 케이블 타이, 호신용 스프레이를 들고 북한대사관에 들어가 직원 3명을 포박해 회의실로 끌고 갔다. 이어 소 참사를 위협하며 탈북을 요구했다. 자유조선 일행이 침입한 뒤 직원들이 감금되자 대사관 꼭대기 층에 있던 직원의 부인은 위기감을 느끼고, 담을 넘어 도망쳐 현지 경찰에게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다리를 다쳤다.

스페인 경찰이 대사관에 도착하자 애드리언 홍 창은 김씨 부자 배지를 단 채 나와 “아무 일 없다”며 대사관 직원 행세를 했다. 이후 자유조선 일행은 대사권 직원들을 묶어 감금한 뒤 USB 10여 개, 컴퓨터 2대, 하드 드라이브 2개를 탈취해 사라졌다. 애드리언 홍 창은 달아나면서 ‘오스왈드 트럼프’라는 가명을 쓴 사실도 드러났다.

미 연방검찰과 연방법원은 이런 스페인 법원의 기소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크리스토퍼 안을 구속한 것이다. 크리스토퍼 안은 현재 공개 재판을 받고 있다. 만에 하나 북한 암살조 또는 북한의 사주를 받은 중국 조직폭력배가 법원에 접근한다면 그의 신변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된 미 해병대원 출신 크리스토퍼 안이 4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법 재판에 출두하고 있는 모습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된 미 해병대원 출신 크리스토퍼 안이 4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법 재판에 출두하고 있는 모습

자유조선 체포한 이유 첫째 : 미국의 위장 사법처리

아무튼 미 당국이 크리스토퍼 안을 체포, 구금하자 탈북자와 북한전문가 사이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미국이 그저 스페인 법원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 같지가 않다”는 의혹이 추측을 낳은 배경이었다. 이런 추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미국의 ‘위장 사법처리’, 다른 하나는 ‘미북 비핵화 회담에서의 잡음 제거’였다.

확인 결과 자유조선의 주장과 달리 애드리언 홍 창은 탈북자 사회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북한인권단체 지도부 가운데 그를 만나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였다.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 또한 “미국이 왜 자유조선 회원들을 붙잡으려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다 한 가지 추측이 도출됐다.

전 세계의 이목을 끌어 모으며 김정은 정권을 곤혹스럽게 만든 자유조선은 북한의 척살대상 0순위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을 하면서도 북한인권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자유조선 측의 활동이 성공한 뒤 북한 측이 이들을 납치·암살할 수 있다는 징후를 발견한 것이다.

미 정보기관들이 자유조선 측에 경고를 하고 주의를 당부했지만, 이들이 활동을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자 안전을 위해 강제 구금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조선 회원들 가운데 한국계 미국인이나 탈북자 출신 인사들의 신분을 세탁해 안전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추정이다.

이런 현실로 볼 때 미 정보기관들이 스페인 당국과 비공식 거래를 통해 표면적으로는 자유조선 회원들을 넘겨주는 것처럼 재판을 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이들을 보호구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자유조선 체포한 이유 둘째 :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의 잡음 제거

두 번째는 지난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 성과를 얻지 못한 트럼프 정부가 자유조선의 행태를 문제 삼아 이들의 활동을 중단시키려 본보기로 크리스토퍼 안을 체포, 스페인 법원에 넘기려 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전략 일원화 기조를 바탕으로 했다. 트럼프 정부는 대통령부터 국무장관, 국가안보보좌관, 중앙정보국(CIA) 국장까지 세계 어디를 가든 “북한 비핵화 전략에 있어 동맹국 사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는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DV)’를 목표로 해야 하고, 그 대상은 북한의 핵무기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핵물질 생산 및 보관시설 전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시하고 국제사회의 검증을 마치기 전까지는 최대의 압박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요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이후에는 더 강력해졌다.

이 같은 주장은 한국은 물론 일본, ‘파이브 아이즈’에 속하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EU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일본 규슈 사세보 항을 거점으로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와 항공자위대가 북한의 석유 불법환적을 합동 단속하는 것도 미국의 이 같은 ‘북한 비핵화 전략 일원화’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2차 미북정상회담이 열리기 닷새 전, 자유조선이 스페인 북한대사관을 털어버린 것이다. 동시에 김정은 체제를 전복하겠다고 호언했다. 트럼프 정부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인 북한 비핵화를 무력 없이 이뤄내려면 먼저 김정은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첫 번째로 약속해줘야 하는 것이 바로 체제 보장이다. 자유조선은 김한솔 구출 이후부터 줄곧 김정은 체제 전복을 주장해 왔다. ‘천리마 민방위’에서 ‘자유조선’으로 이름을 바꾸면서는 아예 임시정부를 자처했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자유조선의 배후에 미국 정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은 단호히 부인했지만 언론부터 안보 전문가들까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다. 결정적인 사건은 지난 3월 26일에 일어났다. 자유조선이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북한대사관에서 탈취한 중요 정보를 FBI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후 자유조선의 배후에 CIA가 있다는 주장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틈날 때마다 “김정은과의 관계가 좋다”며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유조선은 현재 미국의 비핵화 전략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다. 미국은 자유조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먼저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과 접촉해 자유조선 관계자들에 대한 평판을 청취한다. 문제는 애드리언 창 홍의 평판이 좋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틈날 때마다 한국에 와서 탈북자 단체장들과 만나며 북한 정보를 공유하고, “미 정보기관이 내 뒤에 있다”는 뉘앙스의 말과 행동을 보인 애드리언 홍 창이 자유조선을 통해서는 “우리는 한국에 있는 탈북자 또는 북한인권단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히며 북한인권단체와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버린 게 결정적이었다.

이런 의견을 모두 청취한 미국은 정보기관을 보내 ‘처리’하기보다는 사법기관을 앞세워 법대로 처리하는 식으로 자유조선에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기로 했다는 주장이다. LA 연방법원과 연방검찰이 크리스토퍼 안에게 보여준 모습은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전한 미스테리: 트럼프 정부, 김정은을 어찌 보나?

이런 설외에도 다양한 주장이 있지만, 미국이 갑자기 연방요원을 보내 자유조선 회원을 체포·구속한 데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김정은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 눈에는 자유조선 회원들을 체포·기소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2017년부터 줄곧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만 이룬다면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말하지만, 미 의회에서는 “핵무기로 체제를 유지하는 북한 정권이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며 “북한 비핵화 방안은 김정은 체제의 붕괴 밖에 없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김정은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큰 게 문제다. 그렇다고 ‘이란 핵합의’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도 없다. 이는 곧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패배를 의미한다. 자유조선에 대한 미국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결국 미북 비핵화 협상이 한계에 다다를 때에야 밝혀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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