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은 광주만의 것일 수 없습니다
5·18은 광주만의 것일 수 없습니다
  • 주동식 제3의 길 편집인
  • 승인 2019.05.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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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에 대한 논쟁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5·18에 대한 기억과 해석은 저마다 다르지만, 5·18을 국민통합의 차원으로 승화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대대로 전남에서 살아왔고 고향이 광주인 주동식 <제3의 길> 인터넷뉴스 편집장은 ‘광주와 호남이 5·18 정신으로 북한 김씨조선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5·18은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것’이 된다고 강조한다. 최근 광주에서 있었던 한 토론회에서 강연한 주동식 대표의 육성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부산 벡스코 앞에서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회원들은 5·18 모독발언과 관련한 한국당 의원들을 벌레로 묘사하면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연합
부산 벡스코 앞에서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회원들은 5·18 모독발언과 관련한 한국당 의원들을 벌레로 묘사하면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연합

5·18 당시 북한군 침투설 때문에 요즘 많이 시끄러웠습니다. 저는 평소 우파적 발언을 많이 하지만, 이 사안에서는 다른 우파들과 견해가 달라서 비판도 많이 받았습니다. 비판을 받는 거야 감수할 일이지만, 역시 저의 출신지 갖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절라디언 어쩌구 하는 시비입니다.

저는 고향이 광주이고, 부모님 모두 대대로 전남에서 살아온 집안입니다. 지금도 일가친척이 광주에 많이 계십니다. 또 5·18 당시 저는 막 논산훈련소 나와 해안초소에 배치된 전투경찰이었습니다. 그래서 전투경찰 선후배 그리고 직업 경찰들로부터 그분들이 직접 겪은 5·18에 대한 이야기를 꽤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1980년 5월 광주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 현장을 직접 체험한 분들로부터는 누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만원 등의 광수 짝대기 놀음이나 북한군 침투설 등을 믿지 않습니다. 황장엽 선생도 북한군 침투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증언을 하신 바 있습니다.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은 태극기를 들고 싸웠습니다. 거동이 수상한 자를 계엄군에 넘기기도 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일부 우파들이 5·18을 북한과 연계시키려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시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5·18은 광주만의 것이 아닌, 대한민국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군 침투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광주와 5·18을 북한의 영향력과 연계하는 주장이 상당수 다른 지역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호남의 고립이 심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37주년 5·18 광주민중항쟁 전야제 모습 /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37주년 5·18 광주민중항쟁 전야제 모습 /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합니다. 현재의 모습이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광주와 호남이 보이고 있는 태도가 5·18을 두고 대한민국에 대한 반란이니, 북한 김씨조선의 공작이니 하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는 소재가 되고 있다고 봅니다.

국가 존립은 대한민국의 가장 우선적인 과제이자 도덕적 가치입니다. 이런 점에서 광주와 호남이 김씨조선을 옹호하는 태도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옹호와 지지를 받기 어렵습니다. 이대로 가면 5·18의 피값으로 얻은 호남의 민주화 투쟁 정통성도 심각하게 훼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광주시교육청이 김씨조선으로 수학여행단을 보내겠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중국의 팔로군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의 이름을 딴 도로가 광주에 있습니다. 반면 작곡가 이흥렬 선생이 친일파라는 이유로 그분이 작곡한 광주일고 교가를 바꾼다고 합니다. 좌파 시민단체 활동가 중에 광주호남 출신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에서도 광주와 호남은 독야청청 굳건하게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광주의 태도가 5·18의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광수 짝대기니, 5·18 북한군 침투설이니 하는 왜곡을 광주가 조장하는 셈입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라면 5·18 북한군 침투설이 터져나왔을 때 북한을 지지하는 일부 광주 시민들은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주동식 제3의 길 편집인
주동식 제3의 길 편집인

5·18이 호남의 고립 자초해서는 안 돼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고립은 호남의 오랜 고민이자 숙제였습니다. 경제적 낙후는 오히려 부차적일 수도 있습니다. 5·18은 그 엄청난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호남의 고립을 상징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광주와 호남에 주사파 세력이 강하고 친중종북 분위기 그리고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반대한민국 정서가 강한 것도 이런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대한민국이 아닌,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에 대한 요구가 그런 식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친중종북이 그런 대안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건 오히려 호남의 고립을 부추기고, 5·18의 피값을 모욕할 뿐입니다. 호남이 지지하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은 세계적으로 왕따를 당하는 정책입니다. 호남의 노선이 대한민국을 점령할 때 그 결과는 호남이 고립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자체를 세계적인 고립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씨조선은 인류사의 소중한 교훈인 자유, 공화,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체제가 아닙니다. 즉, 그들은 역사적 시공간에서도, 현재 전 세계의 지리적 공간에서도 고립되고 배척된 존재들입니다. 그건 왕따나 혐오가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나 노선이 인류가 오랫동안 피땀 흘려 확보한 가치와 철저히 대립되기 때문입니다. 호남이 그들과 함께 해야 하겠습니까? 5·18이 이런 결과를 원해서 그렇게 피를 흘린 것입니까?

과거 나폴레옹이 대륙봉쇄령을 내렸을 때 영국 정치인들이 한 얘기가 있습니다.

“도버해협의 풍랑이 거세지면 대륙은 고립된다.”

그건 영국이 세계시장과 근대화라는 보다 큰 가치에 닿아 있었기 때문에 영국을 고립시키려는 대륙이 결과적으로 역사적 진보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1980년 5월에 호남은 고립됐지만, 민주화라는 더 큰 가치에 닿아 있었기 때문에 결국 도덕적 우위와 함께 정치적 승리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요?

저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호남 문제로 고민하고, 발언도 해왔습니다. 특히 호남의 고립과 호남 혐오의 해결이 가장 절실한 과제였습니다. 현재 호남 혐오 현상에는 정치적 비판과 말 그대로의 혐오가 뒤섞여 있습니다. 이것을 분리해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호남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긍정하되, 말 그대로 혐오를 위한 혐오를 하는 사람들은 분리해 고립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호남의 현재와 같은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반일반미 반대한민국 정서는 극복해야 한다고 봅니다. 호남의 반미반일 정서가 심하지만 사실 김대중 대통령은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일본과의 관계가 좋았고 일본대중문화 개방이라는 엄청난 결단을 내린 분입니다. 80년대 반정부투쟁이 격화될 때 3비 노선(비반미, 비폭력, 비용공)을 강조해 좌파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은 분입니다.

그런데 정작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자산을 이어받은 호남은 왜 이렇게 반미반일 좌파 옹호가 강할까요? 저는 호남의 상징자산이 좌파의 불순한 정치적 음모에 악용되고 있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권은 인재 등용 등에 있어서 호남을 많이 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5.18 등 호남의 상징자산을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써먹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호남이 뒤집어쓰게 됩니다. 비유하자면 호남은 집문서나 땅문서 대대로 물려받은 선산까지 좌파에게 넘겨주고 그 대가로 짜장면 몇 그릇 얻어먹는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문재인 정권의 종북 노선이 대한민국의 적화로까지 이어진다면 호남이 그 역사적 책임을 모면할 수 있겠습니까? 호남의 지성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5.18이 광주만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소중한 역사적 경험으로 남고 영남이나 호남이 아닌 대한민국이 승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 얘기가 광주에 계신 분들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자리가 마련되는 대로 대구나 부산에 가서도 그분들이 불편해할 이야기, 호남에 대한 인종주의적 혐오를 버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메시지도 말씀드리겠다는 점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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