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의 폭력 범죄율, 일반인에 비해 낮을까? 높을까?
조현병 환자의 폭력 범죄율, 일반인에 비해 낮을까? 높을까?
  •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 승인 2019.05.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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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의 범죄율과 의사들의 PC(정치적 올바름)

얼마 전, 경남 진주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던 환자가 방화를 하고 5명의 목숨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오늘, 또 부산에서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살인사건이 보도됐다. 자신을 돌봐 주러 온 누이를 흉기로 살해한 것이다.

필자는 3년 전인 2016년 5월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신건강복지법 전부개정안에 의해 전국에 입원해 있는 정신질환자들 중 수 만 명이 2017년 5월 30일까지 한꺼번에 퇴원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들어 2년 전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범죄가 증가할 것을 경고한 바 있다. 2016년 법안 통과 당시 정신건강의학학회에서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었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의 입원요건 및 입원 유지요건을 대폭 까다롭게 만든 이 개정안은 재석의원 213명 중 210명의 절대적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었고, 결국 2017년 봄, 입원 치료중이던 정신질환자들이 대거 퇴원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즈음해서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오히려 낮다는 뉴스들이 돌기 시작했다.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의 범죄는 이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의 범죄는 이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정신질환자 강력범죄율 일반인 10배?… 일반인 절반도 안 돼”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율이 일반인의 7?10배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통계 해석의 오류다.” (2017. 4. 5 동아일보),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등 일부 강력 범죄의 범인들이 조현병 환자로 알려지면서 정신질환자의 범죄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일었으나,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오히려 낮은 편이다.

또 조현병 환자 중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는 극소수다.” (2017. 5. 22 연합뉴스) 등이다. 그리고 같은 내용의 주장을 담은 뉴스는 다음 해까지도 이어졌다. “조현병, 잠재적 범죄 논란…강력 범죄자 중 0.04%”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낮은 편” (2018. 4. 5 아시아경제) 등이다.

과연 그럴까? 기사들의 내용대로 정신질환자, 특히 조현병 환자들은 일반인들에 의해 덜 폭력적인 것일까? 의학 논문을 검색하면 내용이 달라진다. 특정 질환을 가진 자의 범죄율을 일반인과 비교하는 것은 단순비교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의 경과기간을 두고 면밀히 분석해야 정확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조현병 환자의 폭력성 범죄율을 일반인과 비교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자. 2006년 영국에서 발표된 보고에 의하면 살인을 저지른 1594명을 분석한 결과 34%가 정신질환을 갖고 있었고 살인범의 5%(85명)는 조현병 환자였다.

일반 인구집단에서 조현병의 유병률이 1% 정도인데 반해 살인자의 5%가 조현병 환자였다는 것을 들어 이 연구자들은 조현병 환자들의 살인범죄율이 일반인에 비해 높다고 결론지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1년 동안 폭력행동을 저지르는 발생률이 정신장애가 없는 사람에게서는 2.1%에 불과한 반면 조현병 환자에서는 8.4%였다고 보고했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와 일반인의 폭력성을 비교한 20개의 연구를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한 결과도 발표되었는데 총 1만 8423명의 조현병 및 기타 정신질환자 중에서는 9.9%(1832명)가 폭력행동을 한 반면, 171만 4904명의 일반인들 중에서 폭력행위를 한 비율은 1.6%(2만 7185명)에 불과했다. 스웨덴의 어느 연구자들은 1973년부터 2006년까지의 기간 동안 조현병으로 진단을 받은 사람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폭력행위의 빈도를 조사했다.

최소 1번 이상 공격적인 폭력행위의 발생이 8003명의 조현병 환자 중에서는 1054명(13.2%)에서 있었던 반면, 8만 25명의 일반인 중에서는 4276명(5.3%)만이 공격적인 폭력행위가 나타났다. 1992년 스웨덴에서 보고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출생 코호트(Birth Cohort)를 이용하여 출생시부터 30년간의 범죄기록을 검토하여 중증정신질환자와 일반인구의 범죄율을 비교하였는데, 중증정신질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공격범죄 발생률이 2.5배, 폭력적 공격행위 발생률은 4배 높았고, 여성의 경우 그 비율은 각각 5배와 27배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1964년부터 1984년까지 20년간 영국 런던에서 조현병으로 진단을 받은 53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조현병 환자 538명 중 폭력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빈도가 일반인 대조군에 비해 남자환자의 경우 3.9배, 여자환자의 경우 5.3배로 나타났다.
 

“조현병 환자의 폭력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 높다”

수십년간의 장기간 동안 많은 수의 조현병 환자들과 일반인의 폭력 범죄율 비교한 연구들은 대부분 조현병 환자들의 폭력성이 일반인들에 비해 높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물론 조현병 환자들의 대다수는 폭력행동의 위험성이 높지 않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의 폭력행동의 위험성이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분명히 높은 것은 의학적으로 명확한 사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언론에서는 조현병 환자들의 폭력행동의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발표하고 있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있다. 전문가 집단에서 조현병 환자들의 폭력행동 위험성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다.

2018년 여름 경북 포항에서 조현병 환자의 흉기 난동으로 1명이 숨지는 일과 경북 영양에서 조현병 환자가 경찰을 흉기로 살해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그러자 당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최근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로 인해 강력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는 일반인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학회는 “전체 범죄 중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율은 0.04%이며, 치료와 관리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범죄 가능성은 일반인의 강력범죄 가능성보다 현저하게 낮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힌 것이다. 대한정신의학회는 왜 학술적 결론을 무시하고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일반인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발표를 했을까.

그것은 어쩌면 정치적 올바름(PC : Political Correctness)으로 설명될 수 있을지 모른다. 2016년 대한의사협회지에 실린 ‘조현병 환자에서의 폭력행동’이라는 제하의 연구 논문에서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소속의 안석균 교수는 아래와 같이 기술했다. “1980년대까지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에서 폭력행동의 위험성이 특별히 더 높지 않다는 견해를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20년에 걸친 대단위 인구집단 기반 연구 결과, 폭력과 조현병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된다.

그러나 많은 정신보건 전문가들이 이 보고를 공유하고 있지는 않다. 조현병 환자에 의한 폭력범죄가 발생한 경우 미디어에서는 자극적인 보도가 잇따르는 반면, 정신보건 관련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가 폭력적이지 않으며 폭력행동을 하더라도 매우 이례적이고 폭력과 조현병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조현병 환자가 위험하다는 견해로 인하여 이 병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에서의 폭력행동에 대한 이슈는 주요 사회적 관심사가 된다는 점, 정책 방향 설정에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과학적이어야 하는 의학이란 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연구결과에 따른 사안의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제라도 조현병을 비롯한 중증 정신질환자들의 폭력행위에 대한 위험성을 국민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진주 살인  방화범 안인득.
정신과 의사들은 이제라도 조현병을 비롯한 중증 정신질환자들의 폭력행위에 대한 위험성을 국민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진주 살인 방화범 안인득.

정신과의사들의 PC가 부른 정책의 실패, 이제라도 바른 목소리를 내야

조현병 환자들의 폭력행동의 빈도가 일반인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이 있다. 조현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경우 폭력행동의 빈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신경정신과학회는 “조현병 환자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기보다 “조현병 환자들은 치료를 받는 경우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을 명확히 했어야 했다. 그러나 신경정신과학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 2017년 중증 정신질환자의 폭력행동의 위험성은 간과된 채 인권만 부각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그 분위기 속에서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절차와 입원유지요건을 까다롭게 함으로써 정신질환자의 대거 치료이탈을 불러 일으킨 정신건강복지법 전부개정안의 통과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법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부랴부랴 정신과학회와 의사회가 나섰지만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또 다시 개정되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폭력행위는 앞으로 더 증가할 전망이다. 그 피해자들에 대한 1차적 가해자는 정신질환자들이지만, 근본적인 가해자들은 국회의원들이고 더 나아가 전문가 집단인 정신과의사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제라도 조현병을 비롯한 중증 정신질환자들의 폭력행위에 대한 위험성을 국민에게 명확히 전달하고, 그 후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PC는 근본적으로 정치적 아젠다다. 의료에는 그 어떤 PC도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 PC가 의료분야에 들어올 때, 그것은 필연적으로 의료정책의 실패로 이어진다. 오늘도 조현병 환자가 자신을 돌보러 온 누나를 살해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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