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사회 조장하는 여론조사
불신사회 조장하는 여론조사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5.20 17: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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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놀음에 춤추는 여론조사, 신뢰 회복부터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한 여론조사전문기관 조사결과의 신뢰성 문제로 정치권과 언론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꾸준히 따라붙으며 더불어민주당과 격차를 간발의 차까지 좁히던 한 여론조사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불쑥 한 마디 한 이후 10% 이상, 정확히 13.1% 도로 벌어지는 ‘이상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여론조사전문기관은 리얼미터로 지난 한 두주 사이의 여론조사 결과는 누가 봐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를 받아 5월 13~15일 전국 유권자 1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9일보다 4.6%포인트 오른 43.3%, 한국당 지지율은 4.1%포인트 내린 30.2%로 집계됐다. 지난 9일 발표한 조사 때는 민주당 36.4%, 한국당 34.8%였다.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인 1.6%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가장 작았던 결과가 일주일 만에 13.1%로 다시 벌어졌으니 여론조사 결과에 민감한 정치권과 언론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리얼미터는 이런 결과를 △나 원내대표의 문 대통령 지지자 혐오표현 논란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 논란 △황 대표의 부처님 오신 날 봉축식 예법 논란 등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리얼미터의 분석이 100% 맞다 하더라도 야당 원내대표 말 한마디나 야당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 봉축식 예법 논란과 같은 것이 한 주 만에 무려 13% 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인 원인이라는 데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5·18 기념식 참석의 경우는 야당 쪽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야당 대표가 기념식에 참석하려다가 ‘때려죽이라’는 욕설을 듣고 물컵 등 오물 투척을 당하는 등 핍박을 받은 경우다. 이렇게 해서 벌어진 논란이 어떻게 야당 지지율 폭락의 원인이 될 수 있나. 역대 리얼미터 조사를 보더라도 이번 경우는 매우 보기 드문 사례가 아닐까. 이렇게 리얼미터 측이 밝힌 근거나 설득력이 부족하니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의 문제의 발언이 나온 날짜는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여론조사를 한창 진행할 때인 14일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2주년을 기념해 여러 여론조사 기관이 (정당 지지율을) 조사했는데, 1곳만 이상한 결과를 보도했다”며 굳은 표정으로 당 공보실 관계자에게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기자들에게 배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현재 리얼미터와 정치권과 언론사 사이에 오가는 공방을 보면 이 대표가 ‘이상한 결과를 발표한 곳’이라고 가리킨 여론조사기관이 바로 리얼미터를 지칭한 것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한국당이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납득이 잘 안 된다” “이 대표가 ‘이상한 여론조사’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니 ‘더 이상한 여론조사'로 뒤바뀌었다’”고 하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이 문제를 제기한 뒤 리얼미터 대표가 명예훼손이라며 법적대응 의사를 밝히면서 수위 높은 공방은 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치권 탓 이전에 자정노력이 우선

이 글은 리얼미터의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따지고자 함이 아니다. 일부 언론이 제기한 패널 조사 등의 조사방법의 문제나, 반대로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폄훼의 의도성을 지적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어느 때보다 여론을 불신하는 시대조류 중심에 서 있는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이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책임감 있는 태도의 문제를 말하고 싶다. 리얼미터는 ‘보수정권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있었다’와 같은 말로 조사방식이나 결과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변명이 될 수 없다.

누구 널뛰듯 어제와 오늘이 달라도 너무 다른 극심하게 널뛰는 여론조사 결과는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은 물론 언론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넘어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리얼미터 정도 되는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기관이라면 여론조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오차를 수정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언론사 상대로 소송을 언급하거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스스로 찾지 않고 남탓을 하는 정치인들이 잘될 리 만무하지만, 실제가 그렇다. 민심은 천심이다.”라고 정치권을 꾸짖은 리얼미터 대표 인터뷰 기사에 달린 포털 댓글이 비판 일색인 것이 반증이라 할 것이다.

몇 개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리얼대표 이택수 씨 조선 중앙을 탓할 게 아니라 먼저 자신부터 돌아보시길. 인터넷 댓글 여론 보면은 리얼을 불신하고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댓글들이 넘쳐나는데 그런 원인을 제공하고 의심받을만한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봄. 여론조사는 문구 한 글자라도 여야 치우침 없이 네 편 내편 상관없이 오직 공명정대하게 공정하게” “정권 바뀌면 리얼미터부터 특검해야 한다. 저건 국민을 우롱하는 것” “정권 바뀌면 보자” “여론주작질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국민들은 사실을 말하고 있다. 조사방법을 바꿔 보라” “OOO이 심기 불편한 티 내자마자 바로 지지율이 10% 넘게 오르는 기적”

미국의 지난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 소위 진보좌파 언론사들이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대부분 힐러리 당선을 예측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그런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의 정파성이 미국 국민 4명 중 3명이 주류언론을 불신하는 현상의 원인이 된 것이다. 작년 1월 미국 유명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2017 봄, 글로벌 의식 조사(spring 2017, Global Attitude Survey)’에 의하면 정치적 이슈에 대한 공정성 및 뉴스 정확도 면에서 한국 언론이 잘 보도하고 있다는 응답이 조사 대상 38개국 가운데 37위로, 꼴찌인 그리스보다 한 단계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설문에 참가한 대한민국 국민이 국내 언론에 갖는 불신이 이미 세계 최악의 수준에 달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언론이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를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 보도하는 현실을 볼 때 신뢰성과 공정성을 의심받는 국내 여론조사기관들도 이러한 결과에 책임 있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기관들도 정치권을 탓하기보다 먼저 스스로 투명성,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힘써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전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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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삿갓 2019-05-20 22:56:12
경제 무능,
외교 무능,
안보 무능... 3관왕
지지율이 높아지니, 더 무능하지겠군...

통계조작
여론조작...
정책은 말아먹어도 여론을 조작하면...
선거 결과는 어떻게 조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