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지난 달 문재인 정부의 김연철 통일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 강행을 ‘악한 정치·독한 정치’라고 규정하며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 후 황 대표의 본격적인 민생투쟁 대장정이 이어지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5월 7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 출정식을 열고 부산·경남(PK) 지역부터 순회 행보를 시작했다. 부산은 2017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전체의 38.71%를 얻으며 31.98%를 득표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따돌렸던 지역이다.
2012년 대선에서는 한국당 전신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59.8%를 얻으며 민주통합당 후보였던 문 대통령(39.9%)을 약 20%포인트 차이로 압승했다. 부산이 대선 승리를 가른 주요 승부처로 작용한 점을 감안하면, 한국당 입장에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최우선 고지인 셈이다.
부울경 ‘민생투쟁 대장정’ 호응 높아
현 정권 출범 후 탈원전 정책에 의해 PK에 밀집된 원전 기업들의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속출하면서 이번 장외투쟁에서는 기존 한국당 지지층이 결집되는 분위기를 보였다. 황 대표는 시민과의 접촉면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택시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했다. 백팩에 운동화 차림으로 부산 사상구 덕포시장을 방문하고, 부산의 한 임대아파트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행보를 이어갔다
황 대표는 이틀째인 8일에도 부산·경남(PK) 지역에서 ‘민생투쟁 대장정’을 이어갔다. 전날 경남 거제 하청면 신동마을회관에서 잠을 청한 황 대표는 이날 거제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방문을 시작으로 통영, 창원, 양산을 훑었다. 이날 하루 경남 안에서만 180km가량을 이동했다.
‘민생투쟁 대장정’ 3일째인 9일에는 울산과 경주를 방문했다. 이날 오전 10시 울산매곡단지 내 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와 문정부경제실정백서특위와 연석회의를 열고, 매곡산단업체 시찰에 이어 오후에는 울산 울주군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원전 관련 정책 간담회를 하고 한수원 노동조합원들과 만나 현장의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황 대표는 10,11일 이틀간은 대구경북(TK) ‘민생투쟁 대장정’을 이어갔다. TK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치·경제·안보 난맥상을 강하게 비판함과 동시에 농민·중소기업인·대학생·시장상인 등과의 만남을 통해 민생경제를 책임지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황 대표는 10일 지역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들과 생산라인을 일일이 둘러보고 최저임금 등 중소기업 운영의 어려움과 건의사항을 듣고 근로자들의 근로여건과 기술개발 문제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11일에도 민심잡기에 올인했다. 대구 수성구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청소작업을 한 뒤 중구에 있는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동구의 반야월시장으로 이동해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펼쳤다. TK 방문의 정점은 이날 열린 ‘문재인 정부 장외규탄대회’였다. 지지자들은 황 대표가 연단에 올라 문재인 정부의 정치·경제·안보 실정에 대한 비판을 할 때마다 연신 “황교안”을 외쳤다. 다만 황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에 대해 일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좀 더 강하게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많이 아쉽다”며 “박근혜 언급 없는 연설은 다소 공허하게 들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민생투쟁 대장정’ 6일째인 12일엔 오전 경북 경산에 있는 한 교회에서 열린 예배에 참석한 후 오후 불기 2563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경북 영천시 청통면 대한불교조계종 10교구 본사 은해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했다. 일부 언론은 황 대표가 불교식 예법을 지키지 않아 불교계 비난을 사고 있다고 보도해 찬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생투쟁 대장정 7일째인 13일을 맞아 황 대표는 경북 구미보 현장을 찾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보 해체 작업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회의도 보 현장을 배경으로 스탠딩 방식으로 진행했다.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최고위원 등과 함께 1시간 10분 동안 구미보 둘레길을 걸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안동으로 자리를 옮겨 유교문화회관에서 퇴계의 종손인 이근필 씨를 비롯해 박원갑 경북향교재단 이사장, 김종길 도산서원 선비수련원장 등 유림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유림 간담회가 열린 안동 유교문화회관 안에는 200여 명의 시민이 몰리면서 좌석이 없어 서 있거나 바닥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건물 밖에도 간담회 시작 2시간 전부터 시민 500여 명이 운집했다.
충청권 민심 확보가 관건
황 대표는 중원 싸움이 치열한 충청권의 민심을 얻기 위한 민생투쟁 대장정을 14일에도 이어갔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충북 제천 송학면 무도리에 있는 한 농가의 고추밭에서 지주대 설치 작업을 돕고 농민들의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오후에는 청주로 옮겨 청주시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협의회 관계자들과 교육정책을 논의하는 간담회로 민생투쟁을 대신했으나,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노조원 20여 명은 간담회가 열린 청주 상당구의 한 카페 앞에서 “적폐세력 처벌하라” “황교안을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민생투쟁 대장정’의 9일째인 15일에는 대전 유성구 국가핵융합연구소를 방문했다. 오후에는 스승의 날을 맞아 대전의 한 식당서 퇴임한 교장 선생님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한 뒤 천안으로 자리를 옮겨 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한편 황 대표는 지난 7일 부산을 시작으로 약 400㎞에 걸친 ‘국민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을 시작했다. 영남→충청→호남→수도권·강원을 권역별로 순차적으로 이동하는 일정으로, 15일 반환점을 돈 가운데, 휴일 없는 강행군을 통해 황 대표는 대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보수층 결집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도를 껴안는 외연 확장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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