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장사의 기본... 백년 가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신간] 장사의 기본... 백년 가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28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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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도 없다. 홍보도 하지 않는다. 입구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일본 시즈오카현 시즈에를 중심으로 영업하는 이자카야 그룹 <오카무라 로만> 이야기다. 대표 오카무라 요시아키는 이렇게 하면서도 손님의 행렬이 이어지는 대박 가게를 이루어 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차별화를 실천에 옮기고 성공으로 이끈 오카무라 사장에게 이는 단순한 사업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 거기에는 가게의 존재 방식과 의미에 대한 오카무라 사장의 가치관 또는 장사하는 사람으로서의 신념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홍보하지 않는다. 간판을 걸지 않는다. 입구를 모르게 한다는 시도는, 오늘 온 손님들을 기쁘고 즐겁게 해 드리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는 없다는 우리의 의지다. 손님을 어떻게 하면 기쁘게 해 드릴까, 온 힘을 다해 고민하고 행동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이는 60년 동안 가게를 운영한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다른 가게들이 화려한 간판을 세우고 홍보에 열을 올릴 때 어머니는 그런 쪽으로 관심도 두지 않았다. 경쟁에 떠밀려 가격을 좀 내려 볼까 하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대신 장사를 시작하고 60년간 단 한 번도 장아찌 담그기를 거른 적이 없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매일 재료 손질을 하고, 그렇게 담근 장아찌를 “이런 거 좋아하시면 좀 드셔 봐요” 하면서 손님 앞에 내어놓았다. 그걸 손님이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쁨과 보람을 느꼈고, 그 결과 손님이 끊이지 않는 백년 가게의 초석이 마련된 것이다.

오카무라 사장은 이런 어머니의 뜻을 잇고자 했다. 어머니의 말처럼 손님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 생겨야 장사가 잘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간판, 홍보, 할인이 대박 가게의 절대 조건이 아니라는 것은 그의 어머니가, 그리고 그가 현재 운영하는 <오카무라 로만>의 동료들이 몸소 증명한 사실이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자영업 폐업률 87.9%, 외식업 5년 생존율 17.9%. 이렇듯 시장은 과열 경쟁에 돌입한 지 오래이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체인점이 경영진에 허덕인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거리에 나서면 호객을 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이고, 가격 할인을 홍보하는 간판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모든 가게가 필사적으로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오카무라 사장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장사에 성공하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말한다. 단골손님은 상품이 아니라 감동을 찾는다. 동료 직원은 지도가 아니라 응원을 원한다. 백년 가게는 사장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 메뉴와 서비스, 이벤트를 궁리하기 전에 원칙을 세우고, 손님을 위하고, 동료를 챙기는 태도, 즉 장사의 기본이 바로 서야 하는 것이다. 

“장사란 ‘어떻게 오게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돌아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손님을 오게 하기 위해 광고를 하고 큼지막한 간판을 달고 가격 할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머니는 ‘저 손님을 어떤 마음으로 돌아가게 할까’ 오로지 그것만 생각하셨다.” 

오카무라 사장이 보기에, 가게의 매력은 흘러가는 ‘인기’가 아니라 두터워지는 ‘인망’에서 나온다. 인망이란 사람들로부터 신뢰와 존경, 기대를 받는 것이다. 인기는 어느 특정 시기에, 어떤 개성을 가진 사람이 시의적절하게 나타났을 때 누릴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일과성이다. 그에 반해 인망은 ‘당신이기 때문에 꼭 사고 싶다’라는 말을 듣게 되는 매력 그 자체다. 그렇다면 인망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오카무라 사장은 언뜻 보면 당연한 일을 마음을 담아 실행에 옮기라고 조언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누구도 할 수 없을 만큼 해내는 것’, 이런 숨은 노력이 인망을 얻는 최상의 길이기 때문이다. 6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밑반찬을 만든 그의 어머니를, 이와 반대로 대박 아이템만 좇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수많은 창업자를 떠올려 보자. 테크닉이 좋으면 그 시대의 수요를 간파해서 사람이든 가게든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인기는 한순간이다. 인망은 한순간이 아닌 평생 지속된다.

오카무라 사장이 보기에, 지금 우리는 ‘물질의 시대’가 아니라 ‘마음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음식점의 요리가 맛있는 것은 당연하고, 미용실이 커트를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제는 손님에게 마음을 얼마나 줄 수 있는가, 그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손님은 ‘자신을 기억해 주는 마음’ ‘비가 오는데도 문밖까지 나와 배웅해 주는 마음’에 기쁨을 느낀다. 

오카무라 사장은 문 닫을 시간이 임박해서 온 손님을 더욱 소중히 대한다. 늦은 시간에도 자신을 만나러 와 준 눈앞의 손님에게 더욱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 상대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감동을 느낀다. 손님에게 감동을 주려면 그에게 마음을 전하는 길밖에 없다. 이것이 진정한 ‘접대’다. 손님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그 가게는 필연적으로 발전한다.

오카무라 사장이 보기에, 정상에서 지휘봉을 잡고 팀원들을 끌어올리는 사장의 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리더란 ‘주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원하는 사람’이다. 중요한 역할은 각자에게 맡기고 리더는 그들의 목표 달성을 도와야 한다. 리더가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하면 스태프들은 자기 소신대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다. 

오카무라 사장은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이렇게 해 저렇게 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다. 리더는 앞에 나서지 않는 사람이다. 앞에 나서지 않으므로 누구를 업신여기는 일도 없다. 아래에서 힘껏 팀원들을 밀러 올려 주면 된다. 리더가 그런 역할을 자처할 때 그 가게는 발전하고 번창한다. 

백년 가게라고 해서 처음부터 장사의 기본을 갖추었던 것은 아니다. 오카무라 사장도 스물세 살 때부터 서른다섯까지 부모님을 돕는 척하면서 서핑에 열을 올리며 살았다. 정신을 차린 이후에도 이렇다 할 요리 지식도 기술도 노하우도 없어 한동안은 대박 가게를 견학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그는 열정을 쏟을 무언가를 찾기 전까지 자신을 채근하거나 자포자기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살아 있는 한, 진정으로 어떤 일에 매진할 기회는 있으며 그때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사는 인내심, 즉 기다림이 필요하다. 장사가 안 된다고 금세 투덜거리거나, 접객의 ‘접’자도 모르면서 손님이 많아질 날만 기다리거나, 식자재를 속여 이윤을 남기려는 사람이라면, 장사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 즉 장사하면 안 되는 사람이다. 홍은동 홍탁집 아들, 청파동 피자집 사장 등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문제의 인물들을 떠올려 보자. 오카무라 사장이 보기에 장사의 핵심은 ‘자기 발전’에 있다. 장사만 잘하려고 궁리하기 전에, 자신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백년 가게 사장은 매일 초심으로 돌아간다. 인생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진다. 장사도 마찬가지다. ‘받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일하는가, 아니면 ‘주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일하는가. 어떤 생각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고 궁극적으로 사업의 성패가 결정된다. 오카무라 사장은 장사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60년 동안 운영한 가게를 아들에게 물려주면서 오카무라 사장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에 오카무라 사장이 말하는 ‘백년 가게 만들기’의 핵심이 있다. 

“가게는 집과 같단다. 친구 집에 놀러가는 마음으로 우리 이자카야에 와야 하는 거야. 싫어하는 사람 집에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니? 사람들이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너를 만나고 싶어서 놀러 오려고 하겠지. 그분들이 바로 손님인 거다. 일부러 너를 보러 와 주셨으니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고, 즐겁고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도 열어 드려야지. 손님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만 맛있는 음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깜짝 놀라게만 하기 위한 것도 아니야. 그 차이는 정말 엄청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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