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운동 100주년 천안문 30주년....중국 공산당의 경제노선 갈등, 민주화 촉발할까?
5·4운동 100주년 천안문 30주년....중국 공산당의 경제노선 갈등, 민주화 촉발할까?
  • 이홍규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부소장
  • 승인 2019.05.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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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새로운 기로에 선 중국공산당의 개혁노선

2019년 올해는 5·4운동 100주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개혁개방 시작 및 미중 수교 40주년, 천안문 민주화운동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19년 5.4운동에 참여했던 사회주의자들이 2년 후 창당한 중국공산당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해 사회주의 체제를 구축했다.

중국공산당은 1979년부터 개혁개방의 길 즉 기존의 사회주의 체제를 시장화의 방향으로 개혁해 나갔으며 미중 수교는 이를 가능하게 했던 외교적 보장이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의 시장화 개혁은 정치개혁 요구로 이어졌고 이는 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으로 발화된다.

천안문 민주화운동에 대한 무력 진압에도 불구하고 중국공산당은 개혁개방을 멈추지 않고 지속해온 지 이제 40년이 넘었다. 지난 100년 가까운 역사에서 중국공산당이라는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 건국에까지 이르렀고 다양한 얼굴로 노선을 바꿨고 위기를 겪으면서도 결국 여전히 중국 대륙의 지배자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중국공산당은 이러한 ‘조직화된 황제(organized emperor)’의 지위로 계속 존립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전적으로 중국공산당의 개혁 노선의 향방 그리고 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정치적 상황 전개에 달려 있을 것이다.
 

시진핑(좌)과 리커창(우) 사이에서 중국공산당의 정책노선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면밀히 분석해야 할 시점이다.
시진핑(좌)과 리커창(우) 사이에서 중국공산당의 정책노선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면밀히 분석해야 할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최근 정국에서 주목해야 할 현상이 있다. 2018년 가을 이래 최근까지 사이에서 응당 열릴 것으로 예상되던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은 사실이다. 중국공산당은 개혁개방 이후 당 대표 대회가 열린 해의 다음 해에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개혁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해왔다. 따라서 2017년 열린 19차 당대회 이후 그 다음 해인 2018년에 열릴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주목되어 왔다.

더욱이 2018년은 개혁개방 선언 40주년이 되는 시점이었기에 시진핑 집권 2기의 경제개혁의 새로운 결정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관례를 깨고 2018년 2월 조기에 열린 19기3중전회는 국가주석 임기제한 철폐와 ‘시진핑 신시대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의 명기 등 헌법 수정으로 시진핑의 권력 강화만 가시화됐을 뿐, 경제개혁과 관련된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자연스레 2018년 가을에 19기 4중전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역시 열리지 않았다. 2019년 초 지방의 각급 인민대표대회와 지방 정협의 개최 일정이 돌연 변경되는 상황이 발생되면서 2019년 3월 중앙의 양회 직전에라도 19기4중전회가 열릴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있었지만 또 역시 실현되지 않았다.
 

합의되지 못한 중국공산당 경제노선

양회 개최 이전에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고 경제개혁에 관한 결정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 현상이다. 이는 중국 정치체제의 내재적 논리에서 본다면 양회에 대한 ‘당의 영도’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양회 개최 6개월 즈음 전에 열렸던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그 결과 시진핑 중심의 5세대 지도부 집권 2기에서는 핵심적 경제개혁 결정도 당이 제시하지 못한 셈이 되었다. 나아가 이는 중국공산당의 경제개혁 노선과 관련해 중국공산당 지도부 사이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최근 중국공산당 당내에서 개혁 방향을 둘러싼 좌우 노선투쟁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2019년 3월 개최된 양회(兩會)에서도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2019년 3월의 양회에서 시진핑과 리커창의 강조점이 확연히 차이가 났다는 점이 그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정협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인민을 중심으로 인민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인민’을 대변할 것을 주문하는 등 ‘인민’을 키워드로 강조한 반면, 리커창 총리는 전국인대의 <정부업무보고>에서 ‘시장화’를 통해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자면서 ‘시장화’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리커창 총리는 ‘감세’와 각종 경비의 절감, 융자 지원 강화 등을 친기업적인 태도를 분명히 하고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 조성, 혁신 능력 향상, 강대한 내수시장 형성 등을 2019년 정부 업무로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2018년 정부 업무보고에서 사실상 시진핑이 주도하던 ‘공급 측 개혁’이 정부 업무보고에서 제일 먼저 그리고 상당히 중시되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2019년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공급 측 개혁’에 대한 강조를 찾아볼 수 없고 대신 ‘시장화’ 개혁이 두드러지게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국영기업 민영화를 둘러싼 갈등 어떻게?

특히 이번 2019년 정부 업무보고에서 주목되는 점은 전력, 석유 및 가스, 철로 등 국유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자연독점 업종에서 경쟁성 업무를 떼어 시장에 넘기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동안 시장경쟁이 배제된 채 독점 상태로 단일 국유기업이 장악하고 있던 영업 업무를 시장경쟁으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핵심 국유기업의 영업 분야를 ‘민영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활력 있고 효율 높은 국유기업의 시장화 운영 기제 구축을 가속화하자는 추상적인 표현에 그쳤던 2018년 정부업무보고와 비교하면, 이는 1년 만에 국유기업 업무의 ‘민영화’를 구체화한 것이다. 2019년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민영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천명했다.

2018년 정부 업무보고에서 단순히 ‘민영기업 발전을 지지한다’는 표현에서 2019년 정부 업무보고는 ‘민영경제 발전환경 개선을 대대적으로 힘쓰겠다’ 는 것으로 바뀌었고, ‘재산권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에서 ‘재산권 보호는 반드시 확고부동하게 하고 재산권 침범을 처벌할 것이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習近平)과 리커창(李克强)을 중심으로 하는 제5세대 지도부의 집권이 막 시작되기 직전인 2012년 초 이후의 상황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상무 부총리였던 리커창의 승인 하에서 세계은행과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 중심의 공동 보고서였던 이 발표됐는데 이 보고서는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국유기업의 민영화(privatization)를 적극적으로 권고한 바 있었다.

1989년 6월 5일 천안문 사태 상징과도 같은 사진. 올해로 30주년이다.
1989년 6월 5일 천안문 사태 상징과도 같은 사진. 올해로 30주년이다.

따라서 당시 국유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민영화가 임박했다는 예측이 우세했다. 자유시장주의의 본산인 세계은행과 중국의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의 집결지인 국무원 발전연구 중심은 리커창 총리의 지지 하에 국유기업 민영화를 시사하는 보고서를 선제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국유기업 개혁 문제 특히 국유기업의 민영화 여부는 항상 중국 내 첨예한 이념적 대립의 핵심 이슈였다. 국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국유기업을 관료 부패의 온상으로 보고 민영화만이 정답이라고 보는 우파의 견해에 대해, 신좌파 등 중국 내 좌파세력은 중국 국유기업의 민영화는 민간 기업가의 국유자산 침탈과 신자유주의화를 야기했다고 비판해왔다.

실제 당시에도 재야의 좌파 지식인인 두지앤궈(杜建國)가 발표 기자회견장 단상에 뛰어올라 ‘미국에서 시작된 민영화 정책이 세계 경제 위기를 야기했다’고 비판하며 중국 국유기업 민영화 주장에 거세게 반발했던 것이 그 상징적인 사건이다. 당시 좌파 지식인들과 네티즌들은 국유기업 민영화를 주장해온 우파 경제학자들을 매국노로 규정해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18기3중전회에서 드러나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국유기업 개혁 방향은 민영화가 아닌 혼합 소유제 개혁(mixed ownership reform) 였다. 사회주의 공유제의 주체적 지위를 견지하고 국유경제의 주도적 작용을 발휘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국유 부문과 민간부문의 상호 지분 소유 체제를 구축하여 국유 부문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치였다. 즉, 국유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민영화를 억제하겠다는 것으로 국유자산의 유실을 방지하고 국유자본의 영향력 확대도 가능한 것이라 중국 내에서 좌파의 환영을 받았다.

더욱이 시진핑 주석이 리커창 총리가 맡을 것으로 예상되던 경제개혁의 총괄 권한까지 가져오면서 시진핑 주석으로 권력이 집중되었고 이후 중국공산당의 경제개혁 노선의 무게 중심은 상대적으로 왼쪽으로 기울어졌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2019년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가 ‘시장화’를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민영화’를 구체화시킨 것은 그동안 시진핑 중심의 경제개혁 노선 대신에 리커창의 경제개혁 노선이 대두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중국공산당의 개혁 노선을 둘러싸고 좌우 노선투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양회 개최 이전에 당의 경제개혁 비전을 제시해야 할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개최되지 않은 것은 이러한 노선투쟁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묘하게도 최근 중국 내 노동운동가와 이들을 지원했던 좌파 학생 그룹들이 당국에 의해 대거 구금되고 있는 현상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이홍규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부소장
이홍규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부소장

분명한 것은 국유기업 민영화 문제는 중국 내 좌우 논쟁의 최대 쟁점이었던 만큼 국유기업 민영화 문제 등 민감한 경제개혁 노선을 둘러싸고 중국 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면은 쉽게 변화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 국면은 그동안 권력을 강화하면서 좌파의 노선에 비교적 부합했던 시진핑의 경제개혁 노선에 대응하며,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 침체라는 위기 국면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 리커창의 우파적 경제개혁 노선이 새롭게 대두되는 좌우 경합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현 국면이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할 정도로 좌우 노선 사이의 합의가 쉽지 않은 것이라면, 이제 중국공산당의 정책노선이 좌우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또한 이에 대한 중국공산당 당내 갈등 구조나 사회적 여론은 어떻게 형성될 것이며 정치적 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은 없는지 이제 꼼꼼히 분석해봐야 할 시점이 다가온 듯하다.

※ 본 내용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2019. 5. 9.자 공공누리 제1형 저작물로서 저작권자의 승인을 득해 원문 변경 없이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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