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하반기 부동산 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경매시장이 앞으로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은 경기 부진과 함께 가계부채 비율의 급격한 상승 때문이다.
2018년 12월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중 가계신용’ 자료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신용은 1514조 4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한 올 1월 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 가계부채비율 상승 속도는 세계 2위로, 국내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또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12.4%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들의 빚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제는 그러한 개인들의 가장 많은 수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인들이라는 점이다.
사업을 위해 저당 잡힌 담보물건이 많기 때문이다.올해 경매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려되는 것은 금융기관들이 경매 브로커들과 짜고 벌이는 부당한 내부거래들이다. 대부분 외형적으로는 합법성을 갖춘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규제와 법을 악용한 기업형 범죄나 다름없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한 사례를 보자. 이 사건은 본지 <미래한국>이 제보를 받아 추적 보도했던 실제 사건이다.
J신협의 기상천외한 갑질
성남에서 2대째 물류기업을 경영해 온 J씨는 시내 중심가에 시세로 130억 원이 나가는 부동산(감정평가 기준)을 금융기관에담보로 해서 50억 원을 빌려 사업을 했고 3년간 꼬박꼬박 이자를 냈다. J씨는 50억 원에 대한 이자를 자신의 건물에 입주한 한 벤처기업의 임차료로 지불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J씨에게 임차료를 지급하지 못했고, 결국 J씨도 돈을 빌린 신협에 이자를 연체하고 말았다.
그렇게 3개월 이자가 연체되자, 신협측은 담보물건을 경매에 부치겠다고 J씨에게 통보했다. BIS 8%를 유지해야 하는 금융규제가 이유였다. 하지만 J씨의 경우 임차인과 임대료 연체 시 임대차 계약이 해제되고 건물을 명도받기로 계약이 되어 있었기에 임차인을 교체하면 정상적으로 이자를 낼 수 있었다. 담보 건물이 성남시 교통 요지에 있었던 터에 다른 임차인을 구하는 문제는 어렵지 않았다.
신협도 그 점을 인정했다. 그런데 기상천외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도를 낸 임차인에게 신협이 건물의 잔존가치로 14억 원을 지불하면서 J씨가 건물의 명도권과 처분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임차인의 기업이 J씨와 약속을 깨고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기 때문.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신협의 임직원들이 개입했다는 점이었다.
J씨는 자신이 임차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14억 원의 돈을 신협에게 빼앗긴 셈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J씨는 시가 130억 원의 건물을 담보로 50억 원을 빌렸다가 이자를 3개월 밀렸다는 이유로 충분히 변제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J씨가 금융당국과 청와대 등에 신협의 과도한 채권확보 갑질 행태를 호소하자 신협은 경매를 진행하는 가운데 130억 원 평가 담보물건을 부실채권 인수회사(NPL)에 원리금 58억 원에 넘겼고 인수받은 회사는 또 다른 J신협과 H신협으로부터 대출 받은 이들에게 그날로 땡처리에 넘겨졌던 것.
이 과정에서 건물의 사용가치를 알아 본 A사가 이 담보물건을 J은행으로부터 80억 원을 대출 받아 92억에 낙찰 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신협 내부자들과 브로커, 그리고 이들과 공모한 투기꾼들간의 합작이 아니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사건이었다. J씨는 너무나 억울한 나머지 법원에 경매수익배분금지가처분소송을 냈다. 민사소송상 처음 있는 소송이었다. 이 소송은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져 현재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더 괴이한 실체들이 드러났다.경매물건 투자자가 사실상 확정 수익을 보장하고 개인들을 끌어들였다는 것인데 이는 전형적인 불법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했다. 문제는 해당 신협이 경매권을 중간에 ‘땡처리’로 넘긴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 이들로부터 대금 수수를 직접했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불법 유사수신 행위자들 경매 참여 막아야
결국 문제가 된 J신협, H신협 등과 브로커, 불법 유사수신 행위자들이 짜고 친 경매사기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투자 수익 분배가 J씨의 소송으로 이뤄지지 않자 내부 갈등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와 불법적 수수료를 둘러싼 고소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J씨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소송을 하면서 알아보니 저와 같은 케이스의 사업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놀랐습니다. 금융기관들은 법대로 했다고 나오지만, 도대체 그 법이 정의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저는 이 부당한 신협들의 금융 갑질에 대해 끝까지 가려고 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문제점을 인식한 판사님들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헌법소원을 해서라도 반드시 바로 잡으려 합니다. 더 이상 저 같은 피해자들이 나와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J씨의 상황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깝게 만든다.
이 사건은 본지 <미래한국>이 지난 해부터 면밀하게 추적 관찰하고 있다. 경기 불황이 심화되면서 중소기업인들은 문턱이 높아진 제도권 1금융권과 저축은행과 같은 2금융권에서 소외되어 마을금고나 신협과 같은 서민 금융기관으로 몰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중소기업인들의 다급함을 이용한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부정과 비리, 그리고 이들과 결탁한 불법 투기꾼들은 반드시 지금 척결되지 않으면 수많은 중소기업인들이 J씨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문제는 금융 관련 규제들과 법들이 오히려 이런 금융기관들의 부정과 비리를 합법화시켜 주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잃어버린 재산을 되찾자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이런 신협의 갑질과 법의 허점을 이용한 내부자 공모로 저와 같은 억울한 중소기업인들이 얼마나 더 나오게 될지, 그것에 화가 나고 그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정치인들과 사법부, 그리고 금융당국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고 이를 개선할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이 싸움은 저에게 더 의미가 있습니다.”J씨는 문제가 된 신협의 출자 회원이었다. 그러한 J씨에게 신협은 담보 대출을 해주고 부당하게 J씨의 재산권에 간섭해서 담보 물건을 땡처리하는 과정에서 신협의 다른 회원들에게 이 물건의 가치를 담보로 자금을 다시 대출해 줬다.
합리적인 사고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신협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처리하는 것보다 차라리 J씨에게 임차인을 교체해서 보증금과 임대료로 이자를 받았다면 그 이익이 더 큰 케이스였다. 당연히 출자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배분도 더 크기 마련이다.
금융권의 규제를 이용해 조합원들의 기회이익을 손해 보는 이러한 신협의 태도는 둘 중에 하나일 수 밖에 없다. 규제가 잘못되었든지, 아니면 신협 내부자들간에 부당한 이익을 위한 브로커-불법 투기자들 3자 공모 외에는 없다. 검찰과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개시해야 할 사건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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