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중국의 선택, 시진핑의 결단만 남았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중국의 선택, 시진핑의 결단만 남았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9.06.0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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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간 무역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겉으로는 경제전쟁이지만 그 본질은 슈퍼파워 자리를 놓고 두 강대국이 벌이는 패권경쟁이라는데 이의를 가진 전문가들은 없다. 따라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간 갈등은 장기적일 수 밖에 없고, 그 결과도 쉽게 예단하기도 어렵다. 결국 중국의 21세기 황제에 오른 시진핑 주석의 결단만 남았다고 진단하는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올해는 중국 5·4운동 100주년이고, 천안문 사태 30주년입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거북할 수도 있겠고, 미국이나 서방의 입장에서는 올해가 중국이 다른 길을 선택하는 기회가 돼주길 바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보기에 중국이 이전과는 다르게 자유화나 민주화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일단 9자로 끝나는 해는 중국에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징적인 사건으로 1919년 5·4운동이 있었고, 1949년도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됐고 1959년에는 대약진운동, 1969년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중소분쟁이 있었습니다. 1989년에는 천안문 사건도 있었고요. 9자 일 때 난(亂)이 많았는데, 올해 2019년도 미중 간의 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난은 중국이 사활을 걸고 해결해야 된다고 보는 것이죠. 미중 간 무역전쟁이기 때문에 중국의 민주화 가능성이 과거보다는 좀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미중 승패가 어떻게 결론날 것 같으냐는 예측에 대해서는 제가 다른 우리나라 중국 전문가들과는 좀 다른 의견일 것 같은데, 저는 미국이 최종적으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이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미국은 자기들이 이길 것 같다고 보고 시작한 전쟁이고 타이밍도 자기들이 잡았습니다.

미국은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우리가 중국 컨트롤하기 힘들어진다, 지금 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이 게임에서 중국이 미국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중국이 이기기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영어로 Path dependency, 경로의존성(經路依存性)이라고 하죠. 과거에 해왔던 일은 잘 합니다만, 새로운 일에 대해서는 잘 하는 게 없다는 겁니다. 트럼프 시대에 들어와 모든 게 새롭다 보니 중국은 일 터질 때마다 쫓아만 갑니다.

바로 앞에 닥친 일부터 대충대충 막고 쫓아가는 식이지, 근본적으로 계획을 세워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면 시진핑 주석에게는 두 가지 옵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하든지 다른 길을 선택하든지요. 저는 시진핑 주석이 궁극적으로 민주화 방향으로 가는 길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패권경쟁

- 말씀하신대로 미중무역 전쟁이 한창입니다. 얼마 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는 경제 정책 문제로 당 내부 갈등도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고 또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일단 우리가 무역전쟁이라고 부르는 부분을 규정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말로는 무역전쟁이라고 했지만 실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전쟁이라고 봐야 하겠죠. 패권전쟁의 특징은 마지막에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무역전쟁이란 이름으로 시작됐지만 무역전쟁, 경제전쟁, 기술전쟁 이렇게 종목을 바꿔가며 대결이 이뤄지지만 종국엔 승자가 결정지어져야 끝날 수 있는 전쟁이라는 것입니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몽은 공정거래를 요구하는 트럼프의 미국에 발목이 잡혔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몽은 공정거래를 요구하는 트럼프의 미국에 발목이 잡혔다.

- 그러면 그 전쟁이 끝날 시기는 언제가 될는지요?

언제쯤 전쟁이 끝난다고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트럼프가 시작한 전쟁이지만 그 문제는 시진핑 주석에 달려 있다고 봐야겠죠. 시기를 전망하기 어려운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중국공산당 19차 전당대회(전대) 때 시진핑 주석이 개인권력을 강화하는 등의 모습을 통해 미국은 중국이 경제가 성장해 살만해지니 민주화로 나가는 게 아니라 권위주의 체제를 굳혀가는 모습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사실 지난 40년 동안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도운 측면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이유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면 민주화가 이뤄지리라는 어떤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그동안의 과정에서도 그 믿음을 의심할 만한 일이 많이 있긴 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기 때문에 지켜봐 오다가 지난 19차 전당대회를 통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또 시진핑이 여러 측면에서 도전해오고 있으니까 그것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이른바, ‘키신저 컨센서스’가 사라졌다는 겁니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에 가면서 시작된 키신저의 컨센서스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명분은 러시아의 팽창을 막기 위해서였지만, 사실 그것과 상관없이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이른바 키신저의 컨센서스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협력보다 중국의 팽창을 막는 데 노력해야한다는 것이죠. 세 번째는 1960년대 러시아 미사일 기술 발전에 미국이 놀라움과 충격을 받았던 것처럼 이번엔 중국 기술 발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과 중국 간 벌어지는 요즘 현상이 바로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무역전쟁에서 출발해 패권전쟁을 시작한 것이고, 시작을 트럼프가 했기 때문에 끝도 트럼프가 맺어야 하지만 트럼프가 끝을 맺도록 해주는 것은 시진핑의 역할이라는 것이죠. 또 이렇게 시작한 전쟁이 끝났을 때 그때까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일지 아니면 다른 사람일지 모르겠지만 중국은 체질상 시진핑 주석이 계속 집권할 것이니, 시 주석이 결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 현재 갈등의 미중의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대통령이 되더라고 계속 가겠죠?

미국 여야, 민주당과 공화당의 공통된 컨센서스로 움직이는 것이고 트럼프가 시작하긴 했지만 이 전쟁은 미국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사람들의 생각과 엉뚱하게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중국, 스스로 혼란 느끼고 있어

- 반면 중국은 내부에서부터 경제 발전의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국가주의, 사회주의 경제를 하면서도 자본주의를 차용해 줄타기를 해왔는데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습니다.

한계는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만일 이 무역전쟁이 없었으면 중국은 계속 현상 유지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자기들이 변화하려고 노력했겠지만 그 모멘텀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무역전쟁을 맞게 된 중국은 이를 통해 고질적인 문제를 고치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이 원해 2001년 WTO 가입할 때도 미국은 ‘중국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여러 조건을 달았고, 중국은 그것을 고친 후 굉장히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중국 사람들은 이번이 또 한 번 도약의 기회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정치적인 레토릭이라고 봐야죠. 실질적으로는 굉장히 힘든 상황입니다.
 

- 중국은 일대일로 등을 통해 미국과 다른 주변 유럽이나 제3세계 국가 다자간에 별도로 협력을 구축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부분에서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쉽지 않겠죠. 첫째 그건 영역싸움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 싸움을 하기에는 미국이 너무 튼튼합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오바마 임기 끝날 때쯤 거의 금융위기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다시 상승 분위기를 탔던 반면, 중국은 그 사이 좀 가라앉는 분위기여서 일대일로로 치고 나가기에는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국제사회의 반응입니다. 일단 미국과 크게 관련 없는 나라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동남아나 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해 뻗어나갔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그 나라 인프라가 모자라니 건설해주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관계를 좋게 해나가겠다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세부적인 방식에서 문제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중국은 경제원조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움을 주면서 해나갔어야 했는데 다 꿔주는 형식이었죠.

또 정말 그 나라에 필요한 것을 건설해줘야 하는데, 보여주기식 건설을 하다 보니 구멍이 나고 그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볼 때는 중국 정부에서 일대일로 선전하는 것과 현실과는 괴리가 큰 것 같습니다. 중국 관변학자들은 굉장히 잘 되고 있고 미국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고 하는데 현실은 그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중국 지도부가 판단할 때 좀 혼란스러울 듯도 합니다.
 

- 이번 전인대에서도 경제정책 분야를 보면 시진핑 주석은 대외개방을 좀 더 하겠다, 공기업 민영화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공산당 간부들은 기업들을 장악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해관계 면에서 양측 갈등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내부 권력 투쟁이 벌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전망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내외적인 갈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적으로는 말씀하신 그런 문제들이 있고, 거기다 미국이 계속해서 치고 들어오고 있어서 굉장히 정신없는 상태입니다. 중국이 계속해서 개방해나가겠다고 얘기했던 4월에는 미국이 걸어온 무역전쟁을 좀 피해보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만, 전선이 지금처럼 계속 나가니까 (내부 투쟁을)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고요. 두 번째로 내부에서 권력을 공유하거나 투쟁하거나 하기 이전에 경제 문제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중국에 분기별로 가서 분위기를 살핍니다. 중국은 작년 1~2분기까지만 해도 미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한 것에 대한 굉장한 분노와 그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투쟁의식이 강했는데 3~4분기에는 자신들이 조금 톤 다운해서 미국과 협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좀 더 (투쟁 분위기가) 약화된 것 같습니다. 미국에 대한 태도 변화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세 번째로는 무역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봉합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강하게 나오고 있는데, 그게 잘 안 되니까 답답한 심정인 것 같습니다.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확보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만의 기준을 고수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사진은 2018년 11월 미중회담의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 연합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확보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만의 기준을 고수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사진은 2018년 11월 미중회담의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 연합

불평등 커지는 ‘중국식 사회주의’

중국 경제가 가장 힘들었던 때가 작년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 다시 돈을 풀어 조금 안정이 되기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힘들죠. 중국이 지금 얘기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자기들이 손해 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간을 끌면 결국 이긴다는 겁니다만, 저는 그 관점에도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거든요. 이건 리스크가 더 커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죠.

- 최근에는 화웨이를 대표로 해서 미중간에 첨단 기술 전쟁도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계속 조준, 격퇴하려는 것은 기술입니다. 기술은 미래의 먹거리인데요, 중국이 지금 기술을 공격당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죠. 중국은 기술면에서 심각한 것이 일단 원천 기술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지금껏 중국 기술을 과대평가한 면도 있다고 봅니다. 중국 특허 기술이 많이 올라왔다는 점에서 그렇게 평가한 것인데, 실제 그 내용을 보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원천기술이 되는 창조적 특허는 거의 없고 어떤 기술에 부가적인 내용으로 특허 개수만 늘려온 게 아닌가 싶거든요. 원천기술이 봉쇄당한 입장에서 중국 경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작년 초 중국의 핵심 그룹인 ZTE가 철퇴를 맞았습니다.

미국의 자국 첨단 기술 제공 금지 조치로 거의 망하다시피 됐죠. 그렇다면 화웨이가 과연 ZTE를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처음엔 화웨이가 덩치도 크기 때문에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지켜보니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5G 기본 설비에 백도어 존재 여부는 어느 누구도 증명하지 못하지만, 어느 누구도 무시하고 갈 수 없습니다.

백도어 문제에서 일본, 호주, 뉴질랜드는 미국 쪽 의견으로 가고 영국, 독일 이런 나라들도 백도어 존재를 의심받는 상황에서 없다는 사실이 확실히 증명되지 않는 이상 화웨이 물건을 산다는 게 쉽진 않을 겁니다. 화웨이로 갔다가 몇 년 뒤 백도어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그동안 투자한 것이 다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쉽지 않죠. 지금 논란이 되는 것은 5G를 선택하는 선택지에 화웨이를 집어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의 얘기지, 화웨이를 택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미국, 일본, 호주 등 이런 나라들은 5G를 선택함에 있어 화웨이는 아예 제외한다, 못 들어온다는 얘기고, 유럽은 ‘그래도 민주적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집어넣는 것까지는 하겠다는 건데, 그 이유는 중국한테 욕 얻어먹기 싫어서겠죠. 하지만 화웨이를 선택지에 일단 넣고 나중에 봐서 안 해도 되는 것이고, 또 시간 끌다 백도어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도 있을 테고요. 두 번째로는 휴대폰 문제입니다. 안드로이드 못 쓰게 하고 구글도 안 되고 여러 회사 제품 다 안 된다고 하면 화웨이 휴대폰은 중국 이외의 나라에 세일즈가 안 된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 국내 마켓 하나 가지고 가야 하는데, 그것도 안드로이드가 안 되는 상태에서 자체적인 OS 프로그램으로 만든다면 중국 사람들은 갈라파고스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것도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봅니다. 영국 ARM과 각국 기업들이 거래 안한다고 하니까 화웨이 자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개인 생각이지만 아마 지금 이 분위기로 가면 시간을 좀 끈다 뿐이지 화웨이도 아마 ZTE의 결과처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중국은 공산당이 사회주의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평등주의를 따르는 것인데, 이와 달리 중국은 빈부격차가 오히려 갈수록 커졌습니다. 중국 국민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포함해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바라볼지, 또 중국 공산당은 자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합니다.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인데 중국적 사회주의라는 것이죠. 다시 말해 지금은 과도기라는 것입니다. 공산주의로 가는 데 있어서 초급단계 고급단계가 있는데 우리는 아직 완성된 게 아니다, 과정에 있다고 설명할 수 있겠죠. 초급단계에서는 자본주의 요소를 도입해 일단 잘 살고 보자, 그 다음 점점 공산주의로 나아간다, 단계별로 간다고 이론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중국 사회에서는 이 내용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계속 잘 살아가니까요.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사람들의 불만은 별로 없다고 봐야죠. 성장하는 중이니까요. 그런데 이번 무역전쟁을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경제성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해 보이고, 그렇다면 인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죠.
 

중국, 북한 망하게 할 수는 있지만 컨트롤 할 수는 없어…한국, 중국에 때로 항전의지 가져야
 

- 이제 대화의 주제를 우리와 중국과의 관계로 넘어가 보고 싶습니다. 중국은 근본적으로 북핵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은 없어야 하고 경제 발전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은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핵을 없애는 과정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것처럼 ‘다 내놔’ 이건 안 된다는 것이죠. 미국과 중국 북한이 협의해서 단계별로, 평화적으로 가야 한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라고 봐야 합니다.

- 우리 국민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북핵 문제는 사실 중국이 컨트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면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논란이 된 게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데요. 제가 정리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은 북한에 대해 영향력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을 망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조금씩 끌고 가면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은 없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원조를 안 해줘 무너뜨리게 할 수는 있지만, 조금씩 줘서 말 듣게 하는 것은 힘듭니다. 북한 김정은도 그동안 중국을 대하는 측면에서 몇 십 년 쌓은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죠. 북한은 중국이 왜 자신들이 그냥 망하도록 두지 않는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원조를 받으면서도 중국 말 안 듣고 가는 건 너무나 잘한다는 겁니다.

- 중국은 한국에 대해 일방주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한미동맹에 대해 거부하는 입장이 나올 수도 있을까요?

그것은 중국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면 중국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무슨 말을 하든 우리가 한미동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 길로 가야 하는데, 자꾸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니까 중국도 계속 말로 흔드는데 저는 그건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중국이 어떻게 나오든 우리는 한미동맹으로 가야 한다고 해야 하는 것이죠. 사드 문제도 그렇게 처리할 것이 아니었다고 봅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어차피 중국의 경제 제재를 피할 수 없었다면 차라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뒤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화웨이 문제로 중국이 또 한 번 엄포를 놓고 있는 것 같고, 화웨이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제2의 사드 사태를 맞을 수 있다면서 우리가 이번에 잘못 대처한다면 사드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안 좋을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저는 그 말은 어폐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 나름대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지난 번 중국이 사드 보복할 때 전력질주를 안 했느냐는 말이죠. 중국은 전력질주 안 했다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전력질주했습니다. 사드 보복 초기 중국이 원한 것은 약 1주일 내로 한국이 두 손 들고 나오기를 바랐던 겁니다.

과거 마늘 파동 때도 그렇고 2011년 일본과의 센카쿠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희토류 문제로 바로 사흘 만에 두 손 들고 나왔으니 중국은 그 결과를 상정하고 푸시했는데 한국이 오히려 잘 버텼던 것이죠.

우리는 사드 보복으로 수치로 8.5조 정도 손해 봤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우리 전체 GDP의 1%도 안 될 겁니다. 굉장히 약한 부분이죠. 그럼 중국이 왜 그렇게 약하게 했느냐, 그 정도 밖에 할 수 없었던 겁니다. 중국이 원했던 것은 한국에 경제 제재를 하되, 중국에 영향을 안 주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니까 그런 범위에서 하다 보니 화장품, 관광, 엔터테인먼트, 소비재 이 정도에서 보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 결국 강대국에 대해 고슴도치와 여우의 전략을 함께 구사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마지막으로 여쭤보겠습니다. 우리는 중국의 경제적 위협 또는 보복에 대해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합니까?

우리는 중국의 경제재재에 굉장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데미지가 없지는 않았지만 사실은 중국의 보복에 잘 견뎌냈다는 말입니다. 지금도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지만 큰 문제없이 가고 있다는 면에서 본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중국을 다루는 데 있어 차라리 지금 상황에서 버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신이 경제를 아느냐, 무슨 말이냐’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국가 전체 차원에서 볼 때 우리가 중국과 계속 경제적 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면 지금만큼 중국과 맞설 수 있는 좋은 기회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이 지금 미국의 제재로 인해 굉장히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먼저 자신들이 공격한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화웨이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미국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을 때,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너무 유약하게 나가면 중국에 절대 못 이깁니다. 항전의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중국 사람들한테 물으면 제일 다루기 힘든 사람이 북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제일 쉬운 상대는 남한이라고 말해요. 똑같은 민족인데 왜 그런가, 북한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결사항전의 의지가 있고 우리는 없고 그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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