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화웨이, 파산할 수도
[심층분석] 화웨이, 파산할 수도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9.06.07 10: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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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매출 1071억 달러, 당기순이익 85억 7300만 달러, 종업원 8만 7500여 명, 세계 2위의 스마트폰 판매 업체. 중국 화웨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미국 정부의 제재 명령에 전 세계 기업들이 속속 동참하고 있어서다.

지난 5월 19일(현지시간) 구글은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한 기술지원과 협력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세계 금융계와 IT업계를 뒤흔들었다. 현재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계(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석권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그룹’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세계 스마트폰 OS의 85.9%가 구글 안드로이드, 14%가 애플의 iOS, 나머지 0.1%가 기타 OS다. 이 가운데 iOS는 애플의 아이폰만이 사용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유럽 스마트폰 업체들은 구글 안드로이드를 OS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구글이 ‘기술 지원’을 중단한다는 말은 안드로이드 OS 업데이트가 안 되는 것은 물론 새로 개발한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수 없고, 안드로이드 OS용 어플리케이션 시장인 ‘구글 플레이’, 영상통신 앱 ‘듀오’, 지메일, 유튜브 등을 쓸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쉽게 말하면 윈도우를 설치할 수 없는 PC라고 보면 된다.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CFO 체포돼도 꿈쩍 않던 화웨이

이튿날 구글은 “화웨이에 대한 기술지원 중단을 90일 유예한다”고 밝혔지만,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밝힌 업체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스마트폰의 중앙연산장치(CPU)에 해당하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업체 인텔과 퀄컴이 화웨이와 더 이상 거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화웨이가 생산하는 다양한 네트워크 장비, 노트북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만드는 자일리스와 브로드컴도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화웨이는 세계 IT대기업들의 거래 중단 선언에도 “우리는 이미 10년 전부터 이날을 대비해 왔다”며 의연한 척했다. 중국공산당은 화웨이의 대응을 찬양했다. 중국 관영 CCTV는 19일 “화웨이, 막다른 길에서 반격한다”는 논평을 통해 화웨이 측의 ‘플랜 B(대안계획)’를 극찬했다.

화웨이의 플랜 B는 지난 3월부터 윤곽을 드러냈다. 당시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사업부 최고경영자는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자체 스마트폰용 OS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화웨이 계열사 하이실리콘의 허팅보 총재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우리가 극한생존을 가정해 준비해온 비상 타이어가 하루아침에 정규 타이어가 됐다”면서 “수 년 동안의 노력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허 총재는 이날 화웨이가 자체개발한 AP 칩과 OS를 통해 미국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최고경영자도 지난 18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조치를 예상하고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핵심 부품 수급을 준비해왔다”면서 “퀄컴 등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우리에게 반도체를 안 팔아도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튿날 화웨이의 목줄을 조르는 소식이 나왔다. 영국 반도체 설계 및 라이선스 업체 ARM이 화웨이에 기술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세계 금융계와 IT업계는 이걸로 화웨이의 명이 다했다고 평가했다.

ARM, 세계 스마트 기기 대부분 설계

화웨이는 핵심 부품인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컴퓨터의 CPU 역할을 함)와 통신 모듈 등을 자체 생산한다. 화웨이는 2017년 6월 ‘기린 970’을 시작으로 2018년 ‘기린 980’ ‘기린 1020’ 등의 AP를 선보였다. 2019년 초에는 올해 AP 자급률이 60%를 넘길 것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독자개발’은 화웨이의 주장에 불과하다.

화웨이가 자체개발했다는 AP ‘기린’은 ARM이 설계한 것이다. 화웨이의 5G 통신망 장비에 들어가는 핵심 칩셋 거의 대부분 ARM이 설계한 제품으로 밝혀졌다. 실제 지난 1월 화웨이는 “미국과 무역분쟁 장기화에 대비해 ARM과 손잡고 반도체를 자체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이때 ‘쿤펑 920’이라는 자체 개발 서버도 선보였다. 이것도 ARM의 설계를 바탕으로 만든 제품이다.

대체 ARM이라는 업체가 어떤 곳이기에 화웨이의 목줄을 쥐고 있을까. 쉽게 말하면 모바일 기기 AP업계의 절대강자다. ARM 측에 따르면 2016년 이들의 설계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AP와 CPU를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는 167억 개나 된다.

ARM은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ARM은 1990년 11월 영국 에이콘컴퓨터·VLSI테크놀러지·애플이 함께 만든 ‘조인트벤처’다. 이들은 1990년대 PDA(개인용 단말기)에 들어갈 CPU를 개발했다. 이때 저전력 칩셋을 목표로 매진했다. 그러나 이후 ‘윈도우 OS’의 등장으로 개인용 PC 시장이 거대하게 형성되면서 출자한 기업들마저 관심을 끊었다. ARM은 생존을 위해 반도체 자체 생산을 포기하고 설계에만 주력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ARM의 비즈니스 모델은 CPU와 AP의 설계를 다른 기업에 라이선스로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사가 요구하면 해당 업체의 환경에 맞게 설계를 변경, 대량생산이 가능토록 도왔다. PC 시장에 이어 노트북, PDA 시장이 커지고 이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IT업계의 핵심 관심사는 전력 소모가 됐다. ARM이 설계한 CPU와 AP의 전력 효율은 타 기업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수했다. 이렇게 인기를 얻은 ARM은 1998년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 상장에 성공하면서 급속히 성장했다.

창립 때부터 저전력 CPU 개발에 집중했던 ARM의 기술력은 세계 어떤 반도체업체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때문에 배터리 사용시간이 관건이 된 이후 삼성전자·퀄컴·애플 등이 ARM의 라이선스를 구입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AP ‘엑시노스’, 퀄컴의 ‘스냅드래곤’, 애플의 ‘A시리즈’가 모두 ARM의 설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그렇게 ARM은 2013년 모바일 기기 CPU 업계 최강자가 됐다. ARM의 기술혁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칩셋 설계의 절대강자인 ARM이 화웨이와의 관계를 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외의 친중 기업들까지도 “게임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칩셋 설계의 절대강자인 ARM이 화웨이와의 관계를 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외의 친중 기업들까지도 “게임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ARM의 주인 일 소프트뱅크, 결국 화웨이 손 놓다

그런데 이 ARM의 주인이 일본인,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다. 2016년 7월 일본 소프트뱅크는 ARM을 234억 파운드(약 35조 3000억 원)에 인수했다. 일본 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다. 연매출 1조 8000억 원, 당기순이익 3000억 원대, 부채 100조 원대인 회사를 이 가격에 사들이자 소프트뱅크 주가는 당장 20% 넘게 추락했다. 그럼에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렇게 좋은 기업을 싸게 사서 기분 좋다”고 발표했다. 일본 여론은 손정의 회장에 대한 비난으로 들끓었다.

손정의 회장은 매출이나 유동성 때문에 ARM을 사들인 게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업체였기 때문이다. 손정의 회장은 ARM이 저전력 AP뿐만 아니라 자율 주행차에 들어갈 ‘말리-C71 영상처리장치(ISP)’ 개발, 기존의 AP보다 연산처리능력이 50배에 달해 인공지능 분야와 5G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 낼 ‘다이내믹’ 기술, ‘사물인터넷(IoT)’ 분야 등의 기술력이 독보적인 점을 높게 평가했다.

손정의 회장의 생각은 맞았다. 2019년 5월 현재 5G 통신과 이를 활용한 사물인터넷용 기기에 들어갈 AP를 만들 수 있는 곳은 ARM밖에 없다. 자율주행차량용 ISP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후 세계 각국 정부와 학계, 대기업, 언론들이 5G 통신망과 사물인터넷 체계 구축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소프트뱅크 주가는 ARM을 인수하기 직전보다 40% 가량 상승했다.

이런 ARM이 화웨이와 계속 거래를 하게 되면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과거 중국 ‘알리바바’ 투자로 50배 이익을 올리는 등 중국공산당 관련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손 회장도 ARM의 운명을 ‘중국과의 의리’에 걸 수는 없었다. 결국 ARM도 화웨이와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ARM이 지난 16일 화웨이와 모든 거래·협력을 끊기로 했다는 내부 지침을 발표한 사실이 보도됐다. ARM이 화웨이와의 협력 관계를 끝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래도 화웨이 정도면 미국의 압력을 견딜 것”이라고 했던, 해외의 친중 기업들까지도 “게임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화웨이에게 마지막 남은 우군 TSMC도 거래 중단 가능성

ARM의 거래 중단 소식이 전해진 뒤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일본 아마존과 KDDI, 소프트뱅크 등이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고, 대만 통신업체들도 화웨이 제품 판매를 중단할 계획임을 공개했다. 반면 언론들이 ‘화웨이와의 거래중단 선언’ 업체로 지목한 일본 파나소닉, 독일 인피니온, 대만 TSMC 등은 “언론들의 보도는 잘못된 것으로,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언론과 금융계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구글의 OS·소프트웨어와 ARM, 퀄컴, 인텔의 AP가 없는 상황에서 화웨이가 언제까지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었다. 대만 반도체 위탁제조업체 TSMC도 화웨이와 거래를 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TSMC 측은 24일 “반도체 장비는 미국의 제재 조치에서 제외된다”며 “TSMC가 만든 제품도 미국 원천기술 등의 시장 가치가 제품 전체의 25%를 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와서 화웨이와 계속 거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독일 인피니온도 이날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TSMC이든 인피니온이든 화웨이가 제공하는 설계도에 따라 AP 등 각종 칩셋을 제작하기 때문에 거래를 계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언론과 IT업계의 지적이다. 영국 ARM이 제공하는 설계도 없이 반도체를 생산했다가는 소송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TSMC 입장에서는 화웨이를 위해 거액의 소송을 부담 질 이유가 없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일본 언론은 미 실리콘 밸리에 본사를 둔 스마트폰 납품업체 ‘플렉스’ 또한 중국 공장에서 화웨이 납품 부품 생산 일부를 중단했다며 현재 상황이 계속되면 화웨이는 궤멸적 타격을 입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 23일 마이크로소프트가 화웨이에 윈도우 OS 공급을 중단하고 노트북 판매와 서버 관련 계약까지 끝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같은 예측은 더 힘을 얻고 있다.
 

美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에 관한 행정명령’

이처럼 세계 대부분의 기업이 화웨이에 등을 돌리게 된 것은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때문이다. 이 행정명령의 이름은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에 관한 행정명령’이다. 상무장관은 행정명령에 따라 다른 정부기관과 함께 5개월 이내에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위협에 대응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국의 국가안보와 미국인의 보안·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거래를 금지할 권한을 상무장관에게 위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IT 인프라와 서비스에 취약점을 만드는 외국의 적들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고, 안전과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 일할 것이라고 분명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기업이 화웨이 등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라고 설명했고, 영 로이터통신은 “해당 행정명령에 특정 국가나 기업이 지목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위협으로 지목하고 동맹국들에게 5G 장비를 도입하지 않도록 적극 요청해 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물론 영국, 일본, 대만 업체들까지 적극 동참하는 이유는 이번 행정명령의 근거 법률이 ‘국제긴급경제제한법’이라서다. 이 법안은 50년 가까이 유명무실한 것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되살아났다. 미국 대통령에게 ‘국가안보 및 국가 이익을 침해하는 기업 간 거래를 제재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이 법안의 적용을 받아 제재를 받은 나라는 러시아, 리비아, 북한, 베네수엘라, 시리아, 예멘, 중국, 콜롬비아 등이다. 소위 말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유관 3자 제재)’이 적용되는 법이기도 하다. 즉 제3국 기업이라 하더라도 이번 행정명령을 무시하고 화웨이와 거래를 했다가는 미국으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을 당할 수 있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한국에도 화웨이 퇴출 전선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중국몽’에 함께 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문재인 정부는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등에 업고 친중적 행태를 보였던 언론과 기업들은 입을 닫고 있다. 미국의 비위를 맞춘답시고 ‘화웨이 퇴출’을 외쳤다가는 중국으로부터 보복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외신들은 미국의 화웨이 퇴출이 ‘시작’이라고 평가한다. 화웨이 외에도 중국 국영은행, 철도회사, 샤오미나 오포와 같은 다른 거대 IT 기업들도 지금 미국의 제재 조준선 안에 들어와 있다고 한다. 미국이 한국에 “화웨이 퇴출 전선에 동참하라”고 촉구한 것은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누구 편에 설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와 언론이 여기서 선택을 잘못할 경우 동맹과의 관계 악화 정도가 아니라 경제 자체가 붕괴하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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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9-06-10 23:46:45
좋은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