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100세 시대의 메가트렌드, 신탁의 시대가 온다
[서평] 100세 시대의 메가트렌드, 신탁의 시대가 온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6.1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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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유엔 ‘세계인구고령화 보고서’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세에 근접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를 예고했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는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나이인 최빈 사망연령이 2016년에 86세를 넘어섰고, 2020년에 90세를 돌파할 전망이다. 비유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100세 시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금융 트렌드인 ‘신탁’을 소개하고 상황별 맞춤 활용법을 제안하는 책 《신탁의 시대가 온다》가 출간되었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에서는 신탁이 이미 중요한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신탁이 일찍 발전한 미국은 리빙트러스트(유언대용신탁)가 상속 방법으로 일상화되어 있고, 세계 최장수국인 일본은 고령화로 인한 여러 사회문제를 겪으며 그에 대한 대처로 다양한 형태의 신탁제도를 발전시켜가고 있다. 

신탁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탁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자산관리 및 상속방식을 미리 ‘설계’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품위 있는 노후,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현명하게 물려주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치매나 노인성 질환 등으로 자기 결정권이 사라진 상황에서 존엄성을 훼손당한 채 생활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런데 신탁이라는 공신력 있는 제도를 활용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후에 자신이 원하는 대상에게, 원하는 방식으로 이전할 수 있다. 즉, 죽은 후에도 자기 재산에 대한 통제권을 완벽하게 발휘할 수 있다. 

한편, 1인 가구 및 무자녀 가정의 증가, 이혼과 재혼으로 인한 가족구조의 다변화, 해외 거주자의 증가 등 사회 구조적인 변화도 신탁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펫신탁이나 일본의 고독사보험, 유산정리업무 등이 이런 경향을 대변한다. 

우리나라의 금융 및 법률전문가들도 신탁의 유연한 구조와 앞으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성년후견제도와 신탁의 결합이 주목받고 있다(소순무, 한국후견협회 협회장)”, “신탁제도가 존엄한 삶과 ‘웰다잉’을 실현하는 가치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신영호, 고려대 법학전문대 명예교수)”, “금융 마케팅 패러다임이 관계 마케팅으로 진화하면서 신탁이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강신기 호서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 등의 의견이 있다. 특히 하나금융지주의 김정태 회장은 “이제 한국 금융은 신탁이 주도해나갈 것이다”라며 신탁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 역설했다. 

《신탁의 시대가 온다》는 2010년 금융권 최초로 리빙트러스트(유언대용신탁)를 출시했고 현재 국내 최다 계약 및 상속집행 건수를 보유하고 있는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의 신탁컨설턴트들이 중심이 되어 펴냈다.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 PB 출신 신탁컨설턴트로 구성된 신탁 전문 부서로, 우리나라 신탁업계의 산증인이자 독보적인 1위 조직이다.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2016년 국내 최초로 성년후견지원신탁, 치매안심신탁 등을 선보였으며, 리빙트러스트 부동산관리신탁 시스템을 도입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 등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미성년자, 사회적 지원이 절실한 장애인, 그룹홈 입소자, 범죄 피해자 등을 위한 신탁상품을 런칭하면서 신탁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 책에는 국내 최고의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필자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진행한 신탁 상담 및 집행 사례, 신탁의 맞춤형 활용법과 사회적 기능까지 포함된 신탁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이들의 목표는 개인의 자산관리 및 노후대비, 가업승계, 고령자들을 위한 성년후견 및 증여와 상속,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신탁까지 전 세대와 계층의 라이프 사이클 전반을 신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한 개인의 라이프 사이클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문제뿐만 아니라 부모, 자녀, 손자들로 이어지는 세대 간의 문제에도 신탁을 통해 종합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필자들은 일본 금융기관 중 신탁재산 잔고 1위인 미쓰이 스미토모(三井 住友) 트러스트그룹 내의 미쓰이 스미토모 신탁은행과 제휴를 맺고 연수 및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배운 일본의 신탁이 발전해온 과정과 시행착오, 생생한 노하우도 책에서 소개한다. 

일본은 65세 이상의 전체 노인 인구에서 75세 이상이 절반을 넘는 ‘중(重)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할아버지부터 증손주 세대까지 ‘4세대가 동시에 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들 각각의 다양한 요구와 라이프 이벤트에 맞춰 ‘4세대 마케팅 플랜’을 실현해가고 있는데, 그 사례도 소개되어 있다. 이는 우리 사회와 금융이 곧 맞이하게 될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는 무척 귀중한 자료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반드시 자동차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처럼, 100세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신탁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은행원 같지 않은 은행원’인 신탁컨설턴트의 일과를 소개하면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신탁의 역할과 금융의 미래에 대해 살펴본다. 2부에는 신탁의 역사와 정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신탁 활용사례들을 정리했다. 3부에는 초고령사회의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의 미래 모습이 될 일본의 고령화 현황과 그에 대응해온 일본 금융기관들의 변화상 그리고 신탁현황을 소개했다. 4부에는 필자들이 실제 상담하고 집행한 사례, 함께 고민한 내용들을 유형별로 정리해 실었다. 신탁의 다양한 활용 방법과 복지금융 분야에서 의미 있게 활용될 내용들을 소개했다. 또 왜 신탁이 100세 시대의 메가트렌드가 될 수밖에 없는지를 제시했다. 마지막 5부에는 최근 사회구조적 변화에 따라 주목받고 있는 고령세대, 은퇴세대, 1인 가구 등의 생활 트렌드를 살펴보고 금융과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가족 간 상속 분쟁과 세금 관련 고민, 은퇴 전후 복합적인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 상속인이 너무 많아서 고민, 직계 상속인이 없어서 고민, 치매에 걸릴까 봐 고민, 시한부 통보를 받았는데 미성년 자녀가 상속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지 고민, 장애가 있는 아이의 장래를 어떻게 지켜줘야 할지 고민…….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렇게 다양하고 개별적인 고민들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 바로 신탁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런 점에서 하나금융지주의 김정태 회장은 “신탁은 금융의 만물상자와 같다. 우리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모든 금융은 신탁으로 통할 것이다. 금융 전문가, 시니어 비즈니스 종사자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고 시장의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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