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자"...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정부와 민간 실천 방안
"북한 주민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자"...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정부와 민간 실천 방안
  •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 승인 2019.06.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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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권 문제는 구조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한다. 인권 분야는 연구, 정책(업무), 그리고 운동과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어느 영역이든 인권 문제는 피해자를 지원하고 가해자를 제약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그런데 인권 문제를 조사하고 가해자의 책임을 묻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면 가해자와 가해기관은 불편함과 불만을 표출하게 된다. 인권 문제의 제기는 불가피하게 불편함과 긴장감, 갈등을 초래한다. 인권 피해자는 대부분 사회적 약자이고 가해자는 사회적 강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가해자와 그 세력에게 불편함을 주고 갈등을 겪게 되기 때문에 회피하고 묵인하거나 차후에 논의하자는 것은 가해자의 입장에 서는 것이다. 다음으로 미루자는 것도, 시간을 갖자는 것도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가해자의 편에 서는 것이다.

정치인은 더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위해서, 기업인은 더 많은 이익을 위해서 그런 주장을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람직하거나 정의롭지는 않다. 특히 인권을 연구하거나 인권정책을 담당하거나 인권활동과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주장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인 약자를 구제하고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이들 밖에 없으며 피해자들의 유일한 희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권 가해자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인권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연구는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인권도 예외일 수는 없다. 북한인권이 예외이고 특수한 경우라고 한다면 북한 주민은 고문 받고 굶주려도 고통을 받지 않는 예외적이고 특수한 인간이어야 한다. 그러한가?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은 새로운 국제 인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은 새로운 국제 인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해자 옹호 북한인권기관은 안 된다

인간은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든 고문 받고 굶주리면 고통을 느낀다. 그것이 인권의 보편성이다. 북한 주민들은 인권 개념을 알지 못하고, 인권 의식이 없거나 약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인권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고, 인권 의식이 약한 인간들은 고문을 당해도 그 고통이 더 낮은 것인가, 굶주려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인가, 인권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다는 것이 세계인권선언 제2조에서 밝히고 있는 인권의 정의이다.

더구나 북한 주민의 고통에 의한 절규와 호소는 우리 언어와 우리 민족의 정서적 방식으로 표출된다. 우리에게 더 큰 울림과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 절규와 호소를 외면하기 위해서는 더 큰 가식의 논리와 정치적 경제적 이익구조에 몸과 이성을 맡겨야 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상식과 양심, 이성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면 우리의 가정과 학교, 교회와 언론,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는 모든 사회 구성체는 재구성되어야 한다.

북한인권 문제의 완전한 해결 방법은 통일 이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는 북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힘으로 해결하거나, 김정은의 정책적 결정으로 해결된다면 환영하겠지만, 현재 북한 내외부의 상황을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북한인권 문제에서 ‘북한 당국은 가해자이면서 해결의 주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당국 스스로의 해결 노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통일을 이뤄야 할 중요한 이유도 북한 주민의 인권 보장에서 찾아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침해와 정치적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보장하여 인간다운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에서 통일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인권과 자유 보장의 논리가 확산되어야 한다.

북한의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처리 문제는 회피하거나 묵과할 수 없는 예고된 현실이다. 북한인권 침해 행위의 청산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합의와 만족도가 낮고 대립과 갈등의 원인이 될 경우 통일 한국의 사회통합과 국가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 처리의 주체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피해자 집단뿐만 아니라 양심적인 지식인 집단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것은 북한인권 문제 처리의 주체세력은 현재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만이 아니라 북한 내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과 인권 피해자들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주민들의 요구와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북한 지역에 대한 인권과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시민 의식이 형성될수록 북한인권 침해 행위의 처리는 합리적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통일한국의 성공적인 운영은 남북한 모든 주민의 소망이다. 그러나 남북한 주민들의 심리적, 내적 통합이 없는 통일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과도한 비용과 시간의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북한 지역에 대한 과거청산은 통일의 시작과 끝을 의미하며, 사회적 정의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이며, 현재 시점에서 생존과 생명의 위협에 처해 있는 주민들에 대한 우선적 보호이다. 따라서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는 그 논리의 타당성, 효과성, 그리고 긴급성이 주요한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인권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북한인권 개선에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며, 민족애와 함께 보편적 인권의 이름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유엔은 서울에 현장 사무소(유엔 서울 사무소로 명명함)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역할을 김정은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추진을 포함해서 북한 지역에 대한 과거청산을 중심 과제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과 EU, 일본 등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과 압력에 의한 북한인권 개선은 차선책은 될 수 있어도 최선이라 할 수는 없다. 최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 중심의 방법론이 부각되고 있으며, 또한 국내 북한인권 운동 단체와 활동가들이 이러한 방안에 지지를 보내는 것은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북한인권에 대한 무관심과 소극적 태도 때문이다.

즉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주도적인 관심과 개선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북한인권 개선은 외부 세력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는 외부의 지원과 관심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북한인권 개선의 뒤안길을 따라가기보다는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관심 표명으로 주도적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분단 민족의 한 당사자에게 주어지는 당위의 의미를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제언

현재 북한인권법은 정부의 관련 조직과 공무원 직제를 확보한 것 이외에 실효적인 성과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 개선을 목적으로 제정되었으며,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국제사회의 협력과 상호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며, 정부는 민간과의 협력보다는 민간에 대한 통제와 억제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적극적인 협력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민간단체의 지원을 담당할 북한인권재단은 여전히 설립될 가능성 조차 언급되기 어려워 보인다. 여야간의 이사 추천에 대한 갈등이 표면적 이유이지만 실제적으로는 한국 정치권의 북한인권과 인권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인권재단 설립과 책임성 있는 운영을 위해서는 정당의 이사추천권을 주무부처 장관에게 이관하는 것이 합리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업무 관계 정리 및 민간활동 보장이다.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북한인권법에 의해서 설립되었으나, 업무의 목적과 역할에 대한 합리적 논의보다는 부처간 이익구조가 반영된 결과로 이원적 운영체계가 되었다. 현재 업무의 효율성과 목적성을 고려할 때 이원적 운영은 문제가 있으며 법무부로의 통합 운영안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두 기관의 업무는 기존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수행되어온 것이지만 법안 제정 이후 오히려 통일부와 북한인권기록센터의 통제로 민간단체의 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

둘째, 거주이전과 자유왕래 남북한 전체 확대 적용이다.

남과 북 헌법은 거주이전과 자유로운 이동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또한 각 헌법은 한반도 전체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선제적으로 헌법상 권리인 거주이전과 자유왕래를 한반도 전체 확대 적용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북송희망 장기수 및 북한이탈주민 문제의 근원적 해법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며, 실제적인 통일 상황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셋째, 비핵화 대가로 제기되는 체제보장시 체제의 의미이다.

북한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 체제 보장이 중요한 기준으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 보위를 위하여 핵을 개발한 것이고,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 체제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북한 체제 보장에서 의미하는 체제가 어떤 체제를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현재 세계 최고수준의 인권침해 체제이면서 세습독재체제를 보장한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 주민 스스로 선택한 정치체제, 인권 침해로부터 벗어난 수준의 정치체제가 아닌 현재의 북한 체제를 보장한다는 것은 유엔에 의하여 지도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 기소가 권고된 상황에 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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