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파로호’이름 바꾸나? 파로호는 중공군 격퇴지…이승만 대통령이 명명한 6·25전쟁 최대 승전지
文정부, ‘파로호’이름 바꾸나? 파로호는 중공군 격퇴지…이승만 대통령이 명명한 6·25전쟁 최대 승전지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9.06.20 10:2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도 양구군과 화천군 사이에는 38.9㎢ 면적의 거대한 호수가 있다. 1944년 5월 일제가 만든 댐으로 인해 생긴, 우리나라 최북단의 호수다. 이름은 ‘파로호(破虜湖)’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이 중공군을 괴멸시켜 더 이상의 남진을 저지하는 전과를 올리자 1955년 11월 이승만 대통령이 ‘오랑캐를 쳐부순 호수’라는 뜻에서 ‘파로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최근 ‘파로호’의 이름을 ‘대붕호’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60년 넘게 쓴 이름을 느닷없이 바꾼다는 데 부정적이다. 그러나 외지에서 들어온 세력들과 일부 지역 주민이 ‘평화’를 앞세워 대붕호로 이름을 바꾸려 시도하고 있다. 대붕호는 일제가 붙인 이름이며, 동시에 중국이 원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 휘호 ‘파로호’는 ‘오랑캐를 깨뜨린 호수’라는 의미로, 국군이 중공군에게 대승한 것을 기념해 이승만 대통령이 붙인 이름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 휘호 ‘파로호’는 ‘오랑캐를 깨뜨린 호수’라는 의미로, 국군이 중공군에게 대승한 것을 기념해 이승만 대통령이 붙인 이름이다.

KBS 베이징 특파원 “중국, ‘파로호’ 이름 바꾸라 한다”

지난 5월 24일 강민수 KBS 베이징 특파원은 칼럼을 통해 지난해 겨울 중국 베이징의 한정식 집에서 노영민 당시 주중대사와의 만남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당시 노영민 대사가 “파로호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노 대사는 중국 외교부가 파로호 명칭을 바꾸라고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파로호에 여행을 다녀온 중국인들이 “부끄럽고 분하다”며 명칭을 바꾸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민수 특파원에게 보도 자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강민수 특파원은 “최근 우리 정부가 강원도와 화천군에 ‘파로호’의 이름을 ‘대붕호’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며 “노영민 대사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일이 빠르게 진행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강 특파원은 이어 “중국은 무역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6·2 5전쟁을 소재로 반미·민족주의 감정을 조장하고 있다”며 “중국은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포위돼 유엔군 1만 7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우리 입장에서는 가장 상처가 컸던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를 승전이라며 지상파 방송에서 홍보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중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강 특파원의 우려와 달리 ‘파로호 개명’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지난 5월 27일 월간조선과 뉴데일리 등이 이 문제를 보도한 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등 중앙 일간지는 물론 경북, 경남, 강원 지역 언론들까지도 파로호 개명에 반대하는 기사와 논설을 내놨지만 소위 진보매체들은 더 적극적으로 지역 주민과 강원도민, 지역 언론들의 강력한 반대 여론을 외면하고 “파로호를 평화의 대붕호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전하고 있다.
 

파로호 전적비문 설명
파로호 전적비문 설명

화천군 “파로호 이름 변경 신청 없었다”

지난 5월 27일 화천군청에 파로호 개명 상황에 대해 물었다. 지명 변경을 담당하는 화천군청 민원 봉사실 측은 “파로호 명칭 변경과 관련해 몇 달 전에 잠깐 말이 나온 적은 있지만 현재는 관련해서 진행 중인 사안은 없다”고 답했다. 다시 강원도청 건설교통국 토지과에 문의했다. 강원도청 지명 담당 사무관은 “파로호 이름은 바뀌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사무관에 따르면, 파로호 명칭을 변경하려면 지역 주민의 여론 수렴과 함께 시군-도 관련 위원회 검토를 거쳐야 한다.

먼저 시군 지명위원회를 구성해 파로호 지명 변경 요청을 심의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 적지 않은 사람이 지명 변경에 동의해야 한다. 이런 여론을 취합한 뒤 지역 전문가, 학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시군 지명위원회가 지명 변경 여부를 검토를 한다. 시군 지명위원회에서 파로호 개명이 결정돼도 도 지명위원회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파로호와 같이 화천군과 양구군에 걸친 지명의 변경은 두 군의 지명위원회에서 의견을 검토한 뒤 도 지명위원회로 안건을 올려 명칭 변경을 확정한다.

강원도청 사무관은 “지역 주민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파로호 지명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60년 넘게 잘 사용해 온 지명을 느닷없이 바꾸자고 하니 반발이 거세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관은 화천군과 양구군 주민들이 파로호 개명에 반대하는 이유가 지역 역사에 있다고 지적했다.

6·25전쟁 이전 파로호는 북한 땅이었다. 파로호 지역은 원래 논밭이었다. 그러다 1944년 5월 일제가 화천댐을 만들면서 수몰됐다. 일제는 이 인공호수에 ‘대명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한국인들에게는 ‘대붕호’라고 설명했다. 38선이 그어진 뒤 북한은 이 호수에 ‘화천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다 6·25전쟁이 발발했다.

남북 양측의 밀고 밀리는 전투 중에 북한에 살던 수많은 사람들이 양구군과 화천군으로 피난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파로호 전투’를 통해 중공군과 북괴군을 몰아내고 확실하게 우리 땅으로 만들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은 북괴와 중공의 만행을 겪었고, 이승만 대통령이 ‘파로호’라는 이름을 붙이고, 다섯 차례나 이곳을 방문해 격려했던 역사를 자랑스러워했다. 지금은 그런 주민들의 자녀들이 살고 있다. 이들이 중국의 요구에 따라 파로호의 이름을 바꾸려는 데 찬성할 리가 없다는 게 이 사무관의 설명이었다.
 

‘제주해군기지’ 때처럼 ‘지역 주민’ 앞세워 ‘파로호 개명’ 나서는 세력들

지역에 근거를 두고 ‘파로호’를 ‘대붕호’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단체도 물론 있었다. 이들은 파로호 일대에서 4년째 ‘평화 문화제’를 열고 있다. 이 사무관은 “최근에도 파로호에서 ‘DMZ 대붕호 평화축제’가 열렸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2019 DMZ 대붕호 평화문화제’를 열었다. 파로호 전투가 벌어진 날에 맞춘 것이다. 문화제를 주도한 이들은 ‘남북강원도협력협회’와 ‘대붕호 사람들’ 등의 소위 시민사회단체들이었다.

춘천 MBC는 지난 5월 20일 보도에서 “이번 대붕호 평화 문화제는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 수만 명이 수장당하면서 붙여진 ‘파로호’의 원래 이름을 되찾고, 비극의 호수를 세계적인 ‘평화와 상생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지자체 관계자에 따르면, ‘대붕호 평화 문화제’를 여는 사람들은 4년 전부터 활동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이 논란이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의 보도 이후부터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3월 6일 “평화시대에 오랑캐라니…파로호 이름 바뀔까”라는 기사를, 오마이뉴스는 지난 3월 29일 “파로호를 원래 이름인 대붕호로 불러야 할 이유”라는 기사를 내놨다.

이들은 기사에서 ‘지역 주민 여론’을 앞세웠지만, 지역 언론의 보도는 달랐다. 강원도민일보는 지난 4월 12일 “정부 ‘파로호→대붕호’ 개명 요청, 도·화천군 부정적”이라는 기사를 내놨다. 신문은 “정부가 한중관계 등을 감안, 6·25전쟁 당시 중공군에 대승을 거둔 것을 기념해 명명한 화천군 파로호 명칭 변경을 강원도에 요청한 것이 알려지면서 지역 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에 대해 강원도와 화천군은 ‘지역 여론을 충분히 듣고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보류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주민들 “왜 일제 때 이름 붙이려 하나”

신문과 인터뷰를 한 익명의 강원도청 관계자는 “지역 참전용사나 실향민들이 (파로호) 명칭 변경에 부정적이고 그동안 수차례 명칭 변경을 추진했다가 모두 실패한 전례도 있다”고 밝혔다. 신문도 “과거 공직선거에서 ‘파로호’ 명칭 변경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후보는 모두 낙선했다”고 덧붙였다.

월간조선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에는 화천문화원 등 지역 사회단체들이 “지역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파로호’를 ‘대붕호’로 바꾸려는 시도를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내놨다. 지역 사회단체들은 “대붕호라는 명칭은 일제가 1944년 댐을 만들면서 지은 것이고, 화천저수지는 광복 후 북한이 이름을 붙인 것이며, 현재 파로호는 6·25전쟁 후 이승만 대통령이 명명했다”며 “역사적으로 보면 ‘대붕호’로는 10개월, 화천저수지는 6년 남짓 불렸으며, ‘파로호’는 67년 사용한 지명으로 주민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친숙하다”며 반발했다.

지난 5월 29일에는 중앙일보가 “화천문화원을 비롯한 화천지역 사회단체는 역사적인 지명인데도 지역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바꾸려는 시도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화영 화천문화원장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군민들의 여론도 듣지 않고 오히려 일제가 붙인 지명을 사용하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파로호 개명 운동에 반발했다. 이 같은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탓일까.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잘 맞는다는 최문순 강원지사는 파로호 개명 문제에서 발을 뺐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최문순 강원지사는 “파로호 명칭 변경과 관련해 정부 측의 요청은 전혀 없었다. 지명 변경은 주민투표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앙정부나 강원도가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고 그럴 권한도 없다”고 밝혔다.

최 지사의 말만 들으면, 문재인 정부가 파로호 개명과 관련해 아무 말도 안 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언론에서는 다른 보도가 나왔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파로호를 개명하라는) 중국의 요구는 주중 한국대사관 등 외교 채널은 물론 강원도와 화천군 등 지자체에도 전달됐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이날 ‘신화통신 등 일부 중국 언론인들도 이런 요구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공문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지자체에 ‘파로호 개명 검토’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감춰진 파로호 전투 실상

그렇다면 중국과 국내 좌파 진영은 왜 이처럼 파로호 개명에 집착하는 걸까. 이유는 파로호 전투가 중국 공산당이 숨기고 싶어 하는, 최악의 패전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육군본부 군사연구소가 지난해 6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중공군 피해는 사망 11만 6000여 명, 행방불명 및 포로 2만 9000여 명이었다. 이 가운데 1951년 5월 파로호 전투에서 사망한 중공군이 2만 4141명, 포로 7905명이었다. 중공군 사망자는 대부분 파로호에 수장(水葬)됐다. 현대판 살수대첩이라 불릴 만했다.

파로호 전투는 1951년 5월 26일부터 29일 사이 한미연합 9군단이 중공군 10군, 25군, 27군을 격파한 전투다. 9군단은 1951년 5월 20일 화천 탈환을 위해 한국군 2사단과 6사단, 미군 7사단과 24사단으로 중공군 퇴로 차단에 나섰다. 9군단은 이어 중공군이 통과할 최종 목표인 파로호 서쪽 도로 교차점을 미리 점령하고 미군과 국군 3개 연대를 투입했다.

1주일 전 강원도 인제군 현리 일대에서 군단급 병력이 증발하는 패전을 겪었던 한국군은 불명예를 씻을 기회를 잡았다. 한국군 지휘부는 2사단과 6사단 병력을 미군이 지정한 지역보다 더 앞쪽에 배치하고, 그 뒤에 예비대를 배치했다. 중부 전선에서 9군단을 격파하기 위해 3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동원한 중공군은 한국군 부대와 조우한 뒤 격렬한 저항을 받자 이들이 조공(助攻)부대가 아니라 주공(主攻)부대라고 판단하고 포위 섬멸하기 위해 우회를 시도한다.

그러나 9군단은 이미 춘천-화천 간 도로, 가평-춘천 지암리 간 도로, 지암리 남쪽의 삼각 지대에 방어선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중공군은 한국군을 피하려다 미군 24사단, 7사단과 맞닥뜨리게 된다. 중공군 지휘부는 완전 포위됐다고 생각하며 허둥대기 시작했다. 결국 중공군은 30만 명의 병력 가운데 10만 명 이상을 잃게 된다. 1주일 동안의 전투로 중공군에서만 2만4000여 명의 사망자, 7900여 명의 포로가 발생했다.

1953년 5월부터 7월 사이 화천댐을 두고 한국군과 북한·중공군이 벌인 전투 또한 중요했다. 만약 이 전투에서 졌다면 휴전선은 춘천까지 내려왔을 것이라고 한다. 이때 화천댐을 지켜낸 한국군 5사단 36연대장이 포스코 설립자인 고(故) 박태준 전 국무총리였다. 이런 파로호 전투는 중국 공산당이 ‘중국몽’을 대내외적으로 선전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된다. 최근 중국은 관영 CCTV를 통해 장진호 전투를 미화한 ‘빙혈 장진호’, 철원 철의 삼각고지 전투를 미화한 ‘상감령’ 등을 방영하며, 중국 공산당의 위대성을 선전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상감령에서의 전투는 중국 공산당이 “6·25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투”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을 돕는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화웨이의 설립자 런정페이도 이 상감령을 직원들에게 누차 강조할 정도로 중국 공산당에게 6·25전쟁 당시 승리는 대단히 중요하다. 때문에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파로호 같은 패전 흔적은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중국몽’ 따른다는 문재인 정부

즉 중국에 파로호와 같은 역사 유적은 어떤 측면에서는 사드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이런 일에 있어 ‘중국몽’을 따라 가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할까.

문재인 정부는 공문을 내려 보내거나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강원도와 화천군에 “파로호 개명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려 보낸 적은 없다. 하지만 2017년 11월 중국 방문 당시 칭화대에서 중국을 ‘동지적 관계’ ‘중국몽에 함께 할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그의 측근들이 중국의 요구를 외면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우파 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를 띨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좌파 성향 매체들의 보도에 이어 지난 한 달 사이 몇몇 관영 매체들이 ‘파로호 개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도와 특집 프로그램을 내놓거나 준비하고 있다. 과거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 때처럼 ‘지역 시민사회단체’에 선봉을 맡겨 전국적인 여론을 조성한 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파로호 개명을 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바꿔 2019-06-20 13:57:55
문재인이 너나 이름 바꿔!
듣기 싫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