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분석] 100만 홍콩 시위 ‘민주화 운동’으로 번지나?
[글로벌분석] 100만 홍콩 시위 ‘민주화 운동’으로 번지나?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6.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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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引渡) 법안’이 시위 발단 … 중국에 대한 민주화 운동으로 확산하며 세계도 지지 동참

지난 6월 9일부터 시작된 시위 참가자가 100만 명 이상 이르는 등 홍콩 시위 규모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홍콩 인구가 대략 74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시민 7명 가운데 1명이 참여한 엄청난 규모다. 이는 홍콩이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뒤 일어난 최대 규모의 시위이기도 하다.

시위의 발단은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引渡) 법안’이다. 이 법안은 홍콩 청년이 대만에서 임신 중인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달아났는데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대만으로 송환할 수 없다는 게 발단이 됐다. 그런데 자칫 법을 개정했다가는 중국이 반체제 인사를 송환하는 탄압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높다는 불안이 눈덩이처럼 커져 100만 명 시위로까지 확산됐던 것.

대다수 홍콩 시민과 야당, 시민단체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반중 인사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다 중국이 홍콩 반환 때 약속했던 ‘일국양제(한나라 두체제)’를 지키지 있지 않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무력진압에 시위 더 늘어나

중국과의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홍콩 시민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포기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한다”며 경찰과의 무력 충돌마저 발생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이번 시위를 평화시위가 아닌 폭동으로 간주했다.

6월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이 격렬해진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물대포, 최루탄 등을 동원했고 경찰과 시위대의 정면 충돌로 70여 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2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중에는 경찰과 시위대 뿐 아니라 현장 취재를 나섰던 언론인도 포함돼 있다. 경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곤봉을 사용했다는 증언도 나왔으며, 살상력은 낮지만 맞으면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고무탄을 장착한 공기총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5000명이 넘는 경찰이 지난 11일 밤부터 12시간 교대로 시위 현장에 배치됐으며 시위 당일 분위기가 격렬해지자 수백 명이 추가 투입돼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람 행정장관은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사용하고 경찰을 향해 벽돌을 던지는 시위 현장 동영상을 공개하며 폭력시위를 비판했다. 홍콩 경찰 책임자는 이번 시위가 폭동이라며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시민들의 저항으로 입법의원들의 회의장 입장이 불가능해지면서 12일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안 심의는 연기됐다. 하지만 시위대는 정부가 법안을 철회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갈등은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이전만 해도 외신들은 홍콩 반환 이후 ‘일국양제’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놨고, 영국과 캐나다 등으로 이민 갔던 홍콩인들이 홍콩으로 복귀하는 등 중국과 홍콩간 관계는 순탄해 보였다. 하지만 시 주석이 홍콩 통제를 강화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본격적인 갈등이 불거진 건 2014년 50여만 명이 79일간 벌인 이른바 ‘우산혁명’ 시위다. 당시 중국이 홍콩 행정장관 선거 출마 자격을 후보 선출위원회가 지명하는 2~3명으로 제한하겠다고 하자, 홍콩 시민들은 행정장관 직선제 도입 등 정치 개혁을 요구하며 79일간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중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당시 홍콩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등으로 강경 진압했고, 결국 시위대는 강제 해산됐다.

중국의 일국양제가 만든 갈등

우산혁명 강제 해산에 큰 공을 세운 캐리람은 중국 당국 눈에 들어 2017년 행정 수반에 등극했다. 홍콩 첫 여성 행정장관이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강경 친중파인 그는 홍콩 시민들로부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는 우산혁명 당시 100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을 체포하는 등 강경 진압 작전을 진두지휘했다. 이후에는 중국 당국과 발맞춰 홍콩 독립운동파 단속을 강화했고, 지난해 9월엔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홍콩민족당을 홍콩 정당 역사상 최초로 해산시키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의 홍콩 시위가 단순한 범죄인 중국 송환 반대를 넘어 중국의 내정 간섭 중단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홍콩의 학생들과 민간 운동가들을 인용해 “시진핑 주석이 홍콩을 베이징 같은 중국 도시처럼 만들려는 시도를 포기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가 홍콩 시민들의 저항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지지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1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위의 이유를 이해한다”며 중국과 홍콩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홍콩 시위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거대한 시위가 열렸다”며 “100만 명의 사람이 나섰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큰 시위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중국, 그리고 홍콩을 위해 모든 일이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시위의 이유를 이해한다. 이들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중국과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홍콩의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은 “지난 며칠 동안 홍콩 시민들은 자신의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바탕해 평화로운 시위를 벌였다”며 “이들의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항권은 모든 이들이 행사할 수 있다. 폭력과 과도한 진압은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메이 영국 총리는 중국 정부에 ‘1984년 영중 협정(Sino-British Joint Declaration)’에 규정된 홍콩 시민에 대한 권리와 자유 존중을 촉구했다.

한국의 정치인도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13일 SNS를 통해 “‘범인인도법안’ 반대 홍콩 시위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중국공산당의 이념에는 ‘자유’가 없다. 홍콩 주민들이 누렸던 인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저항”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는 “100년간 홍콩을 지배했던 영국 정부의 아시아 태평양 담당 장관은 ‘홍콩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그들이 벌이고 있는 인도법 반대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중국은 법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불법적인 구금, 고문 등이 자행되고 있다. 중국으로 범인을 인도하는 법률이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했다”며 “미국 국무부도 홍콩의 시위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변호사를 자처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의 대변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아울러 “자유한국당과 한국의 민주화세력은 홍콩인들의 자유수호운동을 적극 지지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이언주 무소속 국회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용기 있는 홍콩 시민들을 응원한다”며 “저는 홍콩의 저 장면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가 저 모습이 돼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중국 눈치 볼 일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지적 관점에서 마땅히 (홍콩과) 연대해야 하는 한편, 동아시아에서의 파시즘 심화의 흐름이 종국에는 우리에게까지 번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계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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