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온 더 퓨처..... 기후변화 · 생명공학 · 인공지능 · 우주 연구는 인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리뷰] 온 더 퓨처..... 기후변화 · 생명공학 · 인공지능 · 우주 연구는 인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6.2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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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틴 리스는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인 데니스 시아마의 지도를 받았다. 1973년부터 18년 동안 케임브리지대학의 천문학 및 실험철학 분야의 석좌교수를 역임했고, 영국의 상원의원이자 왕립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천문학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부루스 메달(1993)과 피터 그루버 재단에서 수여하는 우주론상(2001)을 받았다. 

《우주: 대폭발에서 블랙홀까지 모든 것을 담은 우주 대백과사전》, 《태초 그 이전: 우리 우주와 다른 우주들》, 《단 여섯 개의 숫자: 우주를 만들어 낸 심오한 힘들》 등을 비롯한 많은 책을 썼다.  1995년에 영국 왕립 천문학자로 임명되었는데, 이 호칭은 찰스 II세가 1675년에 유명 관측천문학자 존 플램스티드를 초대 그리니치 천문대 대장으로 임명하면서 수여했던 것이다. 이는 당대 단 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종신 명예직으로 그는 현재 제15대 영국 왕립 천문학자이다.
 

《온 더 퓨처》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지금 우리가 직면한 최대 이슈들 - 기후와 환경 변화,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의 발전, 나아가 우주 개발의 현주소와 미래까지 ? 전방위 미래 시나리오와 우리에게 끼칠 영향을 한 권에서 모두 짚어본다. 

아울러 저자는 인류 미래에 관한 갖가지 전망이 쏟아지는 지금, 눈앞의 이익만 따지는 단기적 사고, 이분법적 논쟁, 공포를 부추기는 현란한 말 등에 속지 말고, 기술과 과학을 보다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주요하게 다룬다. 

미래 vs. 더 나은 미래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개념의 지평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크게 늘어났다. 게다가 21세기는 인류가 처음으로 지구 너머에, 그러니까 우주에 서식지를 개발할지도 모르는 특이점을 맞았다. 그만큼 이 세계는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는 시간의 규모는 오히려 짧아졌다. 복잡성이 그만큼 커진 탓이고, 그리고 지금 우리가 과학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희망적일 수도 혹은 비극일 수도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마틴 리스가 인류 미래에 관하여 쓴 《온 더 퓨처(On The Future)》.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띠고 있다. 첫 번째는 인류 미래에 관한 다양한 과학지식과 전망을 압축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 식량과 에너지 문제, 생명공학, 로봇과 인공지능, 그리고 우주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류의 미래를 종횡무진 전망한다. 과학자나 전문가만이 아니라 대중들도 과학의 핵심 개념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이 책의 두 번째 특징으로 연결된다. 

인류의 미래는 과학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우리가 디스토피아 위험을 피하면서 지금 산적한 도전 과제들을 잘 해결해나갈 가능성은 과학기술 발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즉, 기술의 발전이 미래에 예상치 못한 괴물을 낳을 것인지, 아니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인지는 우리가 그 기술을 얼마나 이해하고 감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저자는 과학을 대중의 언어로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깨어 있는 시민의 목소리와 정치 및 국제기구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이것이 이 책의 두 번째 특징이기도 하다. 단순히 지식과 교양을 전달하는 책에 그치지 않는다. 예컨대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올 건강이나 직업의 미래를, 환경과 주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에너지 개발에 관한 주요 결정들을 그저 과학자가 내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결정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것인 만큼 더 폭넓은 공개 논의를 통해 답을 찾아가야 한다. 

초연결 시대, 한곳의 위험이 지구 전체의 위기 몰고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가 미래에 접근하는 방식을 보면 단기적 사고, 이분법적 논쟁, 공포를 부추기는 현란한 말, 기술 비관론 일색이다. 미래 세대의 안전을 위해 지금 우리의 만족을 제한할 순 없다고 소리치는 사람도 많다. 눈앞의 단기적 보상을 우선하도록 길들여진 탓이다. 

로봇과 생명공학의 발전에 공포영화 같은 시나리오를 덧씌우며 당장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그 같은 기술 발전이 인간의 수명을 늘리고 고통을 줄이는 데 기여한 점은 애써 무시하면서 말이다. 

또한, 가난한 지역에 사는 이들에 대한 관심을 비난하거나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나게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나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인데, 이는 윤리적 판단은 제쳐두고라도 그리 현명한 태도가 아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과거에는 유럽의 흑사병이 호주에 도달하는 일은 없었지만, 지금 이 ‘연결된 세계’에서는 경제적 붕괴, 범유행병, 세계 식량 공급의 위기가 빚어낼 결과로부터 지구상의 누구도 숨을 곳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과학과 기술 자체는 문제가 없다. 기술의 방향을 현명하게 이끌어야 하는 우리의 과제가 있을 뿐. 기술낙관론자인 저자의 입장이다. “과학과 기술에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발전에 제동을 걸지 말아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기술은 사회과학과 윤리학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근미래부터 우주적 관점의 예측까지 

이 책의 1장은 금세기에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들을 조명한다. 지구 환경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나 속도 면에서 가히 유례없는 변화들이다. 과학이 우리에게 더 많은 힘을 부여하고 있고, 우리 세계가 너무나 치밀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최악의 재앙도 그 규모가 유례없이 커졌다. 여담이지만, 이 책에 엄청난 추천사를 써준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에 대해서서도 저자는 비판적인 언급을 남겼다. 스티븐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저자이니만큼 낙관주의로 가득하지만, 그의 말처럼 폭력이 줄고 평화가 길어지는 ‘추세’와 무관하게 오늘날은 “여러 해에 걸쳐 꾸준히 얻은 이익이 단 한 번의 갑작스러운 손실로 모두 사라질 수도 있”는 시대인 만큼 인간의 지나친 자신감을 경계한다. 

2장에서는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과학의 발전, 즉 정보기술, 로봇공학, 인공지능의 발전들에 초점을 맞춰 그 혜택을 강조하는 한편, 윤리적 난제와 교란, 더 나아가 파국이 일어날 위험까지 살펴본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화제가 되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경제의 명암에 대해서도 다룬다. 잠깐 엿보자면, 디지털 혁명이 세계적인 기업이나 혁신가들에게 커다란 부를 안겨주고 있고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과 편리를 선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건강한 사회를 계속 유지하려면 그 이익을 재분배하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자리나 임금이 위태로워지는 직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얘기한다. 

3장에서는 시간과 공간 양쪽으로 더 폭넓은 지평선을 탐사한다. 우리 행성 바깥의 우주에 관해 다양한 추정을 하고, 인류 이후의 미래를 전망한다. 무려 포스트휴먼 시대를 이야기하는 이 우주적 관점의 기술에 관해서는 이제 국가나 나사 단위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나 ‘블루오리진’의 제프 베이조스 같은 의욕 넘치는 민간 기업이 추진력을 갖게 될 현실을 짚어본다. 

4장에서는 우리 자신과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가능성을 따져본다. 우리가 지식을 쌓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이고, 영구히 우리의 이해 능력을 벗어날 것은 무엇일지 살펴본다. 저자는 신의 영역을 넘보는 ‘호모 데우스’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스러워한다. 마지막으로 5장은 ‘지금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 다시 말해서, 인류 미래를 걱정하는 한 시민으로서 모든 사람들이 지닌 의무 외에 과학자들은 좀더 특별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말을 전한다. 단점은 피하면서 혜택을 널리 얻도록 해야 하는 과학자의 의무에 대해서 말이다. 저자가 과학과 기술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하고 조심스러워하는 이 같은 태도는 그가 기술낙관론자이기에 더욱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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