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유조선·무인정찰기 공격 이란의 독특한 군사력
[심층분석] 유조선·무인정찰기 공격 이란의 독특한 군사력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9.07.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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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3일(이하 현지시간) 오만 앞바다에서 일본으로 가던 유조선 2척이 정체불명의 물체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미국은 당시 무인정찰기가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며 “이란의 소행”이라고 지목했다. 이란은 “미국 CIA와 이스라엘 모사드의 음모”라고 맞받았다.

양측의 실랑이가 계속되던 6월 20일 미 해군 무인정찰기 MQ-4C 트리톤이 격추됐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대공미사일 ‘코다드-3’으로 격추한 것이다. 트리톤이라는 미 해군 무인정찰기는 세간에 잘 알려진 RQ-4 글로벌 호크를 해군용으로 제작한 기종이다.

미군이 유인정찰기 U-2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글로벌호크는 20킬로미터 고도에서 36시간 동안 체공하면서 지상을 샅샅이 훑는다. 레이더에 열영상 장치, 전자광학장치 등을 장비하고 먼 거리에 있는 지상의 30센티미터 크기 물체까지 감지할 수 있다.

글로벌 호크의 속도는 느리지만 구형 대공무기로는 요격이 어려운 고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군사력이 약한 나라에서의 군사작전에 많이 쓰인다. 그런데 이란이 예상치 못하게 글로벌 호크를 격추한 것이다. 미국은 물론 이란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고려하는 나라들은 전술을 변경할 필요가 생겼다.
 

불타는 유조선. 6월 13일 오만만에서 피격되었다. 위기의 호르무즈해협. 전세계 원유 물동량 30%가 통과한다.
불타는 유조선. 6월 13일 오만만에서 피격되었다. 위기의 호르무즈해협. 전세계 원유 물동량 30%가 통과한다.

이슬람 혁명 이후 30년째 퇴보 중인 이란 공군력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민간 안보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이란의 군사력, 특히 공군력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군사원조를 끊으면서 이란 군사력은 갈수록 쇠퇴했다고 믿어왔다. 특히 공군력과 대공방어망은 서방 강대국 수준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이란의 공군력은 그들이 큰 소리 치는 데 비해서는 초라하다. 2011년 기준 이란 공군과 혁명수비대가 보유한 전술기는 500대 안팎이다. MIG-29 전투기 20대, 수호이 Su-22 공격기 10대, Su-24 대지공격기 23대, F-5 전투기 25대, F-4 전폭기 47대, F-14 전투기 25대, 프랑스제 미라지 F-1 전투기 9대, 중국제 청두 F-7 전투기 17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F-4와 F-5, F-14 전투기는 모두 팔레비 왕조 시절에 도입한 것이다. 팔레비 왕조는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엄청난 군사력을 갖췄다. 1960년대 후반 F-4 전투기가 나오자 200대를 도입했고 F-5 전투기도 180대를 도입했다. 미국 이외에는 영국조차 운용하지 못하던 최고급 전투기 F-14도 79대를 도입했고 이들 전투기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도록 공중급유기도 B747 여객기를 개조한 모델로 14대를 도입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런 수치를 바탕으로 이란이 1970년대 초반에는 세계 3위의 공군력을 갖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미국은 그러나 이란에 이슬람 신정일치 체제가 들어선 뒤 미국은 무기 관련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란은 1980년부터 이라크와 8년 동안 전쟁을 벌였다. 이를 통해 적지 않은 전투기를 잃었다. 이후에는 미국과 서방 국가의 부품수출 금지로 쓸 수 없게 된 전투기가 많아졌다. 이라크와의 전쟁이 끝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이란 공군 역량은 오히려 그때보다 퇴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란 이슬람 체제에 우호적인 중국이나 북한이라고 해도 공군력 증강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비대칭 전력 증강에 눈을 뜬 이란

물론 이란의 군사력을 양적으로 비교하면 중동의 강국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비가 30년 전의 것이라는 점, 그마저도 유지 보수를 위한 부품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자체적으로 개발한 장비들도 서방 강대국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질적으로는 낮다고 평가 받는다.

이란 또한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군사전략을 적용한다. 바로 비대칭 전략이다. 21세기 이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비대칭 전략은 비정규전 등에 주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대칭 전략은 적이 갖고 있지 않거나 적의 전력을 능가하는 독특한 전력을 갖추는 것도 포함된다. 이란의 비대칭 전략도 미국이나 이스라엘에는 없는 전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란이 북한, 시리아와 함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온 사실은 15년 전에 이미 드러났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을 우려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독일은 2015년 7월 핵합의(JCPOA)를 맺었다. 그러나 강대국들은 이란이 보유한 재래식 전력의 위협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

이란이 북한과 중국 등으로부터 도입한 기술로 만든 신형 무기는 테헤란에서 여는 방산전시회를 통해 엿볼 수 있다. 2015년 이란 방산전시회에는 지난 6월 13일 일본으로 가던 유조선을 공격한 자기 흡착식 기뢰도 전시됐다.
 

유조선 공격한 기뢰와 무인정찰기 격추한 대공 미사일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의 당시 보도를 보면, 방산전시회에서 세 종류의 기뢰를 소개했다. 하나는 일반적인 부유 기뢰와 같은 구체 형태로 480킬로그램의 무게를 가진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가벼운 42킬로그램의 무게로 강력한 자석이 장착돼 있어 배에 달라붙어 폭발하는 원기둥 형태의 자기 흡착식 기뢰였다. 또 다른 종류는 길이 2미터, 폭 0.5미터, 무게 200킬로그램의 어뢰처럼 생긴 자동 설치식 침저 기뢰였다.

이 가운데 미 해군이 일본행 유조선을 공격한 무기로 지목한 게 자기 흡착식 기뢰다. 자기 흡착식 기뢰 자체는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사용된 무기다. 보통 특수부대가 은밀하게 침투해 적함의 바닥에 붙인 뒤 폭파시키는 기뢰다. 이란은 이를 보다 가벼우면서도 폭발력이 강하게 만든 것이다.

이번 유조선 공격을 보면 배 옆면에 작은 구멍만 생긴 것이니 강력하지 않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유조선은 가장 겉면의 철판 두께만 8밀리미터 이상으로 웬만한 소화기 공격에는 흠집도 나지 않는다. 이를 여러 겹으로 덧대 만든 유조선 옆면에 구멍을 낸 것이다. 소형 전투함이나 초계함, 구형 화물선이었다면 침몰했을 정도의 파괴력이다.

이란은 지난 6월 20일 미군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MQ-4C 트리톤도 미사일로 격추했다. 이란은 이 무기가 자체 개발한 ‘제3호르다드(3rd Khordad)’ 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또한 2015년 방산전시회에 나온 무기다.

이란은 북한 등의 도움으로 다양한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미국의 제재로 강력한 신형무기 도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방어용을 빙자한 공격 무기를 계속 만들고 있다. 제3호르다드 미사일도 이런 차원에서 만들어진 무기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우주항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이 미사일은 고체연료로 추진하며 최대 사거리는 200킬로미터, 최대 요격고도는 25킬로미터에 달한다. 레이더는 동시에 4개의 표적을 추적하며 그 중에서 2개를 공격할 수 있다.

이란은 과거 소련과 중국이 개발했던 ‘초공동 어뢰’도 보유하고 있다. 초공동 어뢰란 어뢰의 앞부분에서 공기를 뿜어내 공간을 만든 뒤 로켓 엔진으로 추진하는 어뢰다. 물의 저항이 거의 없으므로 속도는 로켓탄에 맞먹는다. 구 소련에 개발했던 어뢰는 시속 400킬로미터 정도였다.

이란은 2005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에서 VA-111 쉬크발을 비밀리에 도입했다. 이란은 이듬해인 2006년 4월 “초공동 어뢰 후트를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자체 개발이라고 주장했지만 군사전문가들은 이란이 역설계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 기술은 이후 북한의 ‘가디르’급 잠수정 건조 기술과 맞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공동 어뢰는 빠른 속도에다 대형 폭탄 탑재가 가능해 7킬로미터 이내에서는 명중률이 80%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대양 작전에서는 초공동 어뢰의 효용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하지만, 가장 좁은 곳의 폭이 54킬로미터인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대단히 위협적인 무기가 된다. 특히 석유를 실은 대형 유조선은 이란 영해를 지나가야 하는데 이란이 이곳을 봉쇄하고 민간 선박을 초공동 어뢰로 공격할 경우에는 막거나 피할 방법이 없다.

이란은 또한 북한의 해군전술을 적잖게 받아들였다. 즉 대형 함정과 최신형 무기 개발이 어려운 현실에서 소형 고속정과 잠수정을 만든 뒤 거기에 다양한 미사일과 어뢰를 탑재해 적을 막는다는 전술이다.

앞서 언급한 2015년 방산 전시회에도 이런 형태의 무기들이 대거 전시됐다. 알루미늄 선체에 강력한 엔진을 장착 시속 8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를 낼 수 있으며 방사포를 장착한 고속정, 322밀리미터 구경 어뢰 2발을 장착하고 수상에서는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고 잠수까지 가능한 반잠수정, 2기의 대함미사일을 장착하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운항할 수 있는 고속정 등이 소개됐다. 이밖에 미 해군의 이지스 함을 노리고 만든 사거리 300킬로미터 가량의 지대함 미사일을 장착한 차량들도 배치해 놓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때나 포클랜드 전쟁 때와 같은 전면전 수준의 해상 전투라면 이란의 고속정이나 지대함 미사일 장착 차량은 미 해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게릴라전을 벌이듯 고속정으로 치고 빠지는 식의 전투를 벌인다면 미군이라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연안에서 발사하는 초공동 어뢰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미군에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미 해군의 고고도 무인정찰기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지는 이란의 코다드-3 지대공 미사일
미 해군의 고고도 무인정찰기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지는 이란의 코다드-3 지대공 미사일

북한식 비대칭 해군전략 채택한 이란

미군을 직접 공격하지 않는 전술을 사용할 수도 있다. 미군은 현재 바레인과 오만, 사우디아라비아에 기지를 두고 있고 이라크와 시리아에 소수의 병력을 파견 중이다. 이란이 미군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미군에 편의를 제공해주는 나라들을 공격한다면, 이에 미국이 지금처럼 정면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현지 여론은 미국에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란에는 다른 카드도 있다. 바로 무장세력들이다.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은 단순 반란군 조직이 아니다. 스커드 미사일에 자살공격 무인기까지 갖추고 있다.

지난 12일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의 아브하 공항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2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우디 당국이 확인 결과 후티 반군은 순항미사일로 공항을 공격했다. 19일에는 사우디 남부 홍해 인근에 있는 담수화 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레바논 헤즈볼라는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란과 함께 비밀 지하 미사일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개발·생산하는 것은 대부분 북한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탄도미사일이다.

이란이 미군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후티 반군과 헤즈볼라 등을 시켜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 국가들, 이스라엘을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공격하면 미국은 전쟁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무인정찰기가 추락한 직후 이란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렸다가 작전 실행 몇 분 전에 취소했다. 그는 “150여 명에 달하는 이란 사람이 죽을 것이라는 군의 보고” 때문에 작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란과 그 추종세력이 막대한 비용과 인명 피해를 이유로 전쟁을 피하려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이란은 미국을 지지하는 나라들을 흔드는 방식으로 중동의 패권을 노릴 수 있다. 이는 북한과 중국 공산당이 한국 내에 자신들을 지지하는 세력들을 만들어 반미·반일감정을 고조시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려 시도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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