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크리스퍼 베이비.... 유전자 변형 인간의 탄생
[서평] 크리스퍼 베이비.... 유전자 변형 인간의 탄생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7.17 0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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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베이비, 신인류의 탄생인가 프랑켄슈타인의 꿈인가? 

2018년 11월 8일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안토니오 레갈라도는 중국 과학자 허 젠쿠이가 인간 배아 편집을 통한 출산 시험을 중국의 임상시험등록부에 등록했다고 특종 보도했다. 기사가 공개된 후 허 젠쿠이는 서둘러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세계 최초로 루루와 나나라는 가명의 두 소녀가 유전자 변형 아기로 태어났다고 밝혔다. 

루루와 나나라는 두 명의 아름다운 중국 소녀가 몇 주 전 다른 아기들처럼 건강하게 울면서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소녀들은 지금 그들의 엄마 그레이스, 아빠 마크와 함께 집에 있습니다. 그레이스는 정상적인 시험관 수정으로 임신했는데,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남편의 정자를 난자에 주입한 직후, 우리는 유전자 수술을 위해 약간의 단백질과 지시도 함께 들여보냈습니다. 루루와 나나가 단 하나의 세포였을 때, 이 수술을 통해 HIV가 들어가 사람을 감염시키는 출입구를 제거했습니다. (본문 18쪽) 

유전자의 특정 부분을 정교하게 잘라내는 기술을 유전자가위라 한다. 유전자가위는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유전자 조작에 사용되는데, 그중에서도 2012년에 개발된 것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2015년 12월에 발표한 ‘10대 획기적 과학 연구 성과’ 중 1위로 꼽혔다. 그리고 그후 3년간 60건이 넘게 인간 유전자 편집에 관한 회의가 개최되고,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DNA에 대해 원하지 않는 변화까지 포함할 수 있는 안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배아 편집의 임상 사용을 진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결론 내렸다. 허 젠쿠이의 실험은 이런 실험을 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유전학자들의 합의를 어기며 진행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예정대로 허 젠쿠이는 2018년 11월 28일 ‘제2차 인간 유전체 편집 국제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실험에 대해 발표했다. 59장의 슬라이드를 사용해 가며 그는 비교적 상세하게 실험의 목표,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조건, 특별한 실험에 대한 동의, 미래에 가능한 일들, 신생아의 건강 모니터링 정책 등 자신의 실험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시했다.

이 책은 이날 허 젠쿠이의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한 것이다. 토론의 내용이 질서정연하지는 않지만, 원래의 순서 그대로 수록하고 이에 따른 윤리적·법적·사회적 문제를 최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기술윤리 및 신경윤리 등에 관심을 쏟고 연구하는 학자 전방욱이 정리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의한 유전자 편집 아기가 만들어진 전후 사정을 꼼꼼히 기록함으로써, 인간의 생식세포 편집에 대해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세계 최초 유전자 편집 아기 탄생의 과정 쟁점, 그리고 미래 

허 젠쿠이는 사상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만들려고 했지만 역설적으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만들 과학적·윤리적 역량이 아직 우리에게 부족하다는 점만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쌍둥이 소녀 루루와 나나)은 이제껏 인간의 유전자 풀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돌연변이를 가지고 태어났다. 이에 관한 의학적 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라 앞으로 아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러시아의 유전학자 데니스 레브리코프가 허 젠쿠이에 이어 유전자 편집 아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밝혀 물의를 빚었다. 허 젠쿠이나 레브리코프처럼 생식세포의 유전자 편집을 시도하는 이들이 계속 등장한다면 과학계와 국제 사회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사태가 확산되기 전에 국제적 차원의 명확하고도 합의된 입장 정리와 약속이 필요하다. 

2018년 11월, 유전자 편집 아기들이 태어났다는 뉴스를 접하자마자 이 책의 저자 전방욱은 서둘러 관련 기사와 학술 논문을 모아 정리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담은 책의 출간을 준비했다. 아직 최초의 유전자 변형 아기의 출생에 대한 주장이 동료 심사 논문을 통해 출판되지도 않았고 상세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 이를 비판하는 학술적 내용을 제대로 구성하기는 어려웠지만, 학자로서 쌍둥이의 유전자가 절단된 과정과 그로 인한 잠재적 결과를 이해하거나 평가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제2차 인간 유전체 편집 국제 정상회담’에서 허 젠쿠이가 발표하고 토론한 내용을 각 장 서두에 수록하고, 이에 따른 여러 문제를 저자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정리했다. 1장은 ‘크리스퍼 베이비’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서술했고, 2장부터 18장은 허 젠쿠이의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엮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고갱이는 허 젠쿠이 사건의 후속 조치와 생식세포 편집 임상 적용의 모라토리엄 문제를 다룬 19장과 생식세포 편집의 임상 적용을 둘러싼 논의가 바람직하게 이루어지기 위한 대중 참여와 이슈 프레이밍 전략에 대해 다룬 20장이다. 당장 현실로 다가온 ‘유전자 변형 인간’의 탄생 앞에서 윤리에 대해 숙고할 시간이 더 필요한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모라토리엄에서 본질적으로 요구하는 바는 위험과 이익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그리고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느린 과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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