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한국의 제조업..."제조업 르네상스 위해 소득주도성장 폐기해야"
무너지는 한국의 제조업..."제조업 르네상스 위해 소득주도성장 폐기해야"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 승인 2019.07.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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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산업은 정녕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지고 있는가? 통계청이 6월 29일 발표한 ‘2019년 5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5% 감소했으나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1.7% 감소해 제조업의 하락이 심각하다.

특별히 제조업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지표는 전월 대비 8.2% 감소한 설비투자로,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가 6.5% 감소하고, 자동차 등 운송장비가 13.0%나 감소했다. 설비투자 없이는 제조업의 활력을 찾을 수 없으므로 우리의 제조업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난 50여 년간 수출주도로 경제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불행히도 수출총액이 지난 6월에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고, 지난 5월에 비해서도 3.7% 감소하면서 작년 12월부터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수출이 6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져 전년 대비 6.4% 감소한 5660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기 상황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이다. 이 지표는 생산·출하·도소매 판매액 등으로 구성되는 동행지표에서 추세치를 제거해 경기의 순환만을 보는 지표로 현재의 경기가 어느 국면에 있는가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 지표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호황, 미만일 때는 불황으로 분류한다.

<그림 1>을 보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강국면으로 장기화된 것은 2009년 외환위기 이후 2012∼2013년의 19개월 동안이고, 그 후 50개월간 완만히 상승기간을 거치다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중반부터 현재까지 23개월 하강국면을 맞고 있으며, 여러 가지 경제 지표로 판단할 때 이 하강국면은 경제정책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멈춰선 조선소 크레인

경기하강 암울한 경제, 원인은?

경기 하강의 원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외부 요인으로 장기화되는 미중 무역분쟁, 중국경제의 침체, 그리고 세계 교역 위축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경기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데,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중국이 경제 침체를 겪으면 우리에게도 타격을 준다.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1% 감소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내부 요인으로 국내의 잘못된 경제정책 방향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이 지나면서 중요 경제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공정경제 정책으로 나타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법인세 인상, 반(反)기업 정서 확산, 통화정책의 과도한 경직성, 각종 규제와 강성 노조로 인한 기업하기 힘든 환경 조성 등으로 기업인들이 국내에 투자할 생각을 안 하고, 기업 활동의 규모도 축소하려는 경향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많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노동비용 상승으로 폐업하거나 영업 규모를 줄여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초래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6월 28일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35만 명의 직원을 새로 고용해야 하고, 이로 인한 추가 인건비는 2021년 말까지 연간 9조 원에 달할 수 있다. 엄격한 근무시간 단축 시행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3% 포인트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를 담은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최근 불행하게도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금 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7월 4일부터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시작했다. 한국의 세계 1위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정면으로 겨냥해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 3종의 수출 규제를 시작한 것이다. 이 소재들은 일본이 세계 시장 70∼90%를 독점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필수 소재이고 우리나라도 대일 수입 의존도가 포토리지스트는 93.7%,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91.9%, 에칭가스는 43.9%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공급을 중단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한·일 경제가 정면충돌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우리나라의 경기 하강에 부채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정부가 한일관계의 외교통상 정책에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르네상스’는 진정 가능한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경기 안산의 스마트제조혁신센터에서 열린 ‘제조업 르네상스 선포식’에 참석해 “2030년 제조업 세계 4강을 목표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제조업 4강과 함께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를 간단히 ‘제조업 344 비전(2030년 제조업 세계 4강, 국민소득 4만 달러)’이라고도 말한다. 이런 수치를 제시한 것은 제조업 약화와 수출 급감에 따른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력 제조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은 작년 동기에 비해 45% 줄었다.

문 대통령은 제조업 344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세계 일류 기업을 현재의 573개에서 1200개로 2배 이상 늘리고,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공장을 2000개 신설하겠다”고도 언급했다. 그리고 “신산업 분야에 정부가 8조 4000억 원, 민간이 108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제조업 344 비전은 사실 믿는 사람이 별로 없고 공허하게 들린다. 우선 일류 기업 수를 2배 이상 늘리겠다고 했는데 그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마음대로 일류 기업을 늘릴 수 있는가? AI 기반 스마트공장도 2000개 신설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그리고 신산업 분야에 민간이 108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정부가 투자하라고 하면 민간은 투자 하는가? 정부는 민간이 AI 기반 스마트공장을 하고 싶도록, 그리고 신산업 분야에 투자할 마음이 생기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면 된다. 지금 기업에서는 강성노조가 반대하면 AI는 물론 스마트공장도 신산업분야 투자도 시도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설령 노조의 동의를 받아도 AI, 스마트공장, 신산업 개발 등은 고급 인력을 필요로 한다. 현 정부는 자사고, 특목고 등의 수월성 교육을 없애고 우수한 인력을 키우지 못하는 소위 ‘평준화 교육’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대학의 개혁에도 별로 관심이 없고 우리 정부는 대학을 벌주는 감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친노동정책, 반기업정서 등으로 기업들은 국내보다는 외국에 투자하려는 ‘탈한국’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제조업 르네상스가 허황하게 들리는 것은 이를 위한 중요한 인프라인 교육·노동 개혁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기업에 생산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경직된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으로 “제조업은 밖으로 나가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비용·저효율을 대표하는 소득주도성장을 계속 밀어붙이면서 이와 상극인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루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그칠 공산이 크다.

소득주도성장은 분배를 통해 성장을 이뤄보자는 정책이고, ‘제조업 르네상스’는 생산과 투자를 통해 성장을 이뤄보자는 정책이다. 제조업 르네상스의 물꼬를 트려면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소득주도성장을 폐기처분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가 변경되지 않는 한 제조업 르네상스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잡풀만 무성한 군산 GM공장
잡풀만 무성한 군산 GM공장

산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대책은?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기업인들이 기꺼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국내에서 기업에 투자하고 산업을 다시 일으켜 보겠다는 의지를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유명한 경영학자 드러커 교수는 70∼80년대에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 정신이 뛰어난 나라는 한국이라고 했고, 이런 기업가 정신이 ‘한강의 기적’을 탄생시켰다고 언급했다. 그 후 기업가 정신은 퇴색되어 왔고,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투자는 커녕 생존을 위한 현상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룰 것인가. 제조업 344 비전은 불가능한 그림에 불과하다. 그러면 산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길은 없는가?

근본적인 대책은 정부가 그 동안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접고 이와 다른 개념인 ‘생산주도성장’ 혹은 ‘투자혁신성장’ 혹은 ‘시장주도성장’ 등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친기업정책으로 돌아서야 한다. 기업이 국가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을 인식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 최저임금의 하향조정, 유연하고 탄력적인 주52시간 근무, 획기적인 상속세 인하 등이 필요하며, 이런 조치가 이뤄질 때 기업들은 신바람나게 기업을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길 것이며, 제조업 르네상스는 물론 ‘제2의 한강의 기적’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측면에서 볼 때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탈원전 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 한국은 프랑스와의 망(網) 연계로 전력 수출입이 가능한 독일과 다르다. 탈원전이 에너지 공급 불안정성, 급격한 가격 변동성으로 이어지면 우리 산업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우리의 원전 생태계가 붕괴되어 가고 있고, 수없이 많은 고급인력이 일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 어디에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 계획이 나와 있지 않다. 제조업 르네상스의 실현을 위해서도 탈원전 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

산업을 다시 일으키려면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인 빅데이터, AI,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등의 신산업 분야 기술들이 마음껏 연구되고 투자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적응 상태에 대한 2016년 글로벌 평가(UBS; 스위스연방은행)는 한국이 조사 대상 국가 139개국 중에서 25위라고 진단했다. 이 평가에서 상위에 있는 나라들은 스위스(1위), 싱가포르(2위), 미국(5위), 영국(6위), 일본(12위), 독일(13위) 등이고 중국이 28위로 우리보다 조금 뒤처져 있다.
 

<표 1>의 5개 부문별 평가에서 한국은 노동시장 유연성과 법적 보호에서 가장 취약점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않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법적 보호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 개발들이 각종 규제 법안에 묶여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빅데이터 활용에 제약을 주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으로 개인의 가명정보도 제대로 빅데이터용으로 사용이 어렵다.

원격진료를 막는 의료법,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허용하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이 제정되지 못하는 것, 폭넓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드론 연구개발이 어려운 것 등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의 개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빅데이터 산업이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병원의 의료정보만 하더라도 환자 정보의 입력 표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국가적 차원에서의 의료 빅데이터가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는 우선적으로 노동시장 유연성과 법적 보호를 키워야 한다.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에서도 민간 부문에서 108조 원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적응 환경이 이렇게 열악하고 미래가 불확실한데, 어떻게 민간 부문에서 과감하게 투자할 것인가? 불가능한 기대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과거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발전되어 왔다. 현재 국내외로 우리나라는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여기에서 그대로 주저 안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지혜를 우리 국민들은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 산업이 다시 일어나고 진정한 제조업 르네상스 시대가 다시 도래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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