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 “워싱턴 설득할 한국판 유대인 단체 키울 것”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 “워싱턴 설득할 한국판 유대인 단체 키울 것”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8.0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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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KAPAC 재건에 나선 이유는…”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한미가 어느 때보다 불안한 동맹관계를 이어가는 가운데 강제징용 판결로 일본이 한국에 소재 부품 수출 규제를 하고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나라의 비행금지구역과 영공을 침범하는가 하면 북한은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주변 국가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마치 구한말 정세를 연상케 한다. 어느 때보다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이 절실한 이때 한미관계 결속을 위해 KAPAC 재건에 나선 안보전문가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을 <미래한국>이 만났다. 송 소장이 안보불안을 해소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 있어서 왜 KAPAC에 착안하게 됐는지 등 이야기를 들었다.

대수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장군의소리’에 출연한 송대성 전 소장
대수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장군의소리’에 출연한 송대성 전 소장

- 미국에서 오랫동안 체류하신 것으로 압니다. 어떤 일로 미국을 방문하신 건가요?

저는 연구하는 학자이자 안보전문가로서 우리 안보 상황이 워낙 위중한 상태로 안보역량은 자꾸 약화되고 있고, 또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미연합 방위력도 계속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런 상태를 막고 대한민국 안보역량을 유지 강화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미국에 체류하면서 했습니다.
 

- 그래서 어떤 아이디어라도 떠오르셨습니까?

그러한 고민 끝에 KAPAC(한미공공정책위원회)이라는 조직을 재건하기로 하고 이 조직을 강화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스라엘의 AIPAC(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이라는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1947년 미국에 사는 유대인들이 창설한 단체인데요,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를 결속해 이스라엘의 이익을 미국 정책에 대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미국에 사는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좋아하는 미국인들, 이스라엘 본토에 있는 이스라엘인들 이 세 부류가 만든 시스템이지요. 미국 시민권을 가진 유대인 중에는 유명한 학자, 재벌 등 유력 인사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을 좋아하는 미국인들도 많고요.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이 단체를 만들어 미국과 이스라엘 국내 정치가 어떤 상황이 되든 이스라엘의 국익이 미국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한 것입니다.

이스라엘에도 좌파와 우파 세력이 있고 미국도 공화당 민주당 좌우 정파가 있으니까 그런 변화에 흔들리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이스라엘 인구는 아랍 전체의 50분의 1밖에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늘 이스라엘을 편들고 그들의 이익을 반영한 정책을 만들어내는데, 비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방금 얘기한 AIPAC, 즉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가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지요.

우리 한국의 경우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늘 미군 철수가 거론되고 한미동맹이 흔들리곤 합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AIPAC처럼 한국과 미국 사이에 안정된 시스템을 만들 수 없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 벌어졌던 2010년 제가 세종연구소 소장을 지낼 때 안보 문제를 고민하던 중 이스라엘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스라엘 전략가와 안보 전문가들에게 “이스라엘과 미국은 어떻게 그토록 강하게 결속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AIPAC이란 단체가 미국에 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관심을 갖고 집중 연구해보니 구조가 양국을 그렇게 결속하도록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도 그걸 본 따 KAPAC을 만들어보자 싶었지요. Korean-American Public Affairs Committe를 만들어보자는 착안을 한 겁니다. 한국계 미국인이 200만이 넘습니다. 한국을 좋아하는 미국인도 수없이 많습니다. 이스라엘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아요. 한국전 참전용사만 해도 100만이 넘습니다.

나이 90이 넘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아 있고 그들의 2세, 3세도 한국을 좋아합니다. 주한미군으로 왔다 간 사람들이 또 100만이 넘습니다. 또 삼성 현대 등 기업의 미국지사도 있지요.

예를 들어 뉴저지에 있는 삼성전자 지사만 해도 3000여 명의 고용인이 있어요. 이런 점들을 볼 때, 인적 토대는 굉장하지만 누가 엮어주질 않아 조직적인 힘이 안 되는 것이지요. 한국을 좋아하는 미국인, 한국인 중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70~80%는 넘을 겁니다. 이런 사람들을 한번 엮어보자는 생각으로 KAPAC에 관심을 갖고 미국에 머물면서 여러 작업을 했습니다.
 

KAPAC 창설과 재건에 참여한 이철우 회장(우)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좌)
KAPAC 창설과 재건에 참여한 이철우 회장(우)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좌)

한미관계 결속을 위한 해법이 KAPAC

- 구체적으로 한미공공정책위원회가 어떤 조직이며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해주시죠.

한 마디로 AIPAC를 모델로 삼아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들, 재미 한국 동포들의 권익보호 등을 위한 NGO라고 소개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에 접근할 때 개인이 추진합니다. 백악관 누구를 안다는 정도로 일을 하는데요, 그것 가지고는 안 됩니다. 이스라엘은 시스템 어프로치입니다.

예를 들어 하원 결의안 하나 통과시키려고 하면 의원 20명 이상이 참여해 발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맨입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로비가 통하기 때문에 몇 억 이상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개인이 부담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지요. 사정이 이러니 미국에서 한국을 위한 정책이 안 나올 수밖에요. 우리도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진작 만들었어야 하는데, 안 만들었던 겁니다. 금년 말까지 우리는 KAPAC 회원을 한 만 명 정도 모으려고 합니다. 만명이면 10달러만 모금해도 10만 달러 즉, 1억이 됩니다.

이렇게 모아 비용을 충당하는 것으로 개인이 거액의 돈을 쓰는 게 아닙니다. 이런 조직을 만드는 게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늦은 건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 그럼 KAPAC은 이번에 처음 만들어진 겁니까?

제가 처음 만든 건 아닙니다. 이철우 회장이 2006년 이미 미국 뉴욕에서 창설했습니다. 다만 이 때 KAPAC은 미국에 있는 재미동포들 중심으로 운영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회장 개인이 혼자 활약한 셈이지요. 애국심을 갖고 이 회장이 활동했지만 그렇게 몇 년 해오다보니 경비도 많이 들고 지치기도 해서 정체기가 온 겁니다. 제가 이걸 다시 재건하기 위해 나선 셈입니다.
 

- 미국 KAPAC 본부 회장인 이철우 씨는 어떤 분입니까?

제 공군사관학교 9년 후배인 공사 26기 출신으로, 이 회장은 30여 년 전 공사를 졸업하고 소령일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애국심이 강하고 똑똑하며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미국에서 세탁소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큰돈을 벌었습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미국의 정치인, 법조인, 경찰에 도네이션(donation) 해온 겁니다.

그걸 통해 미국 사회 메인 스트림(Main Stream)에 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했어요. 제가 “자네가 가진 네트워크를 동원해봐” 했더니 저명인사만 해도 무려 230여 명이나 되더군요. 이 사람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메인 스트림에 접근할 수 있는 중심으로서 KAPAC을 만들자고 결심했던 것이지요. KAPAC은 이미 이철우 회장이 시작은 했던 것입니다.
 

- 그렇다면 처음 이철우 회장이 KAPAC을 설립한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시작은 미국 정치권에 Korea-American들 이익을 대변하는 것과 한미동맹 결속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 오래된 만큼 KAPAC의 성과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업적들을 이룩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미 연방 차원에서 이룬 가장 큰 성과는 2007년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한미동맹결의안(H. Res.295)입니다. 당초 이 결의안은 2003년 한미동맹 50주년을 맞아 추진됐지만 양국의 소원한 기류로 인해 무산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갓 출범한 KAPAC이 해낸 것이지요.

더구나 이 결의안을 발의해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피터 킹 하원의원은 보수계의 거물로 소수민족에 적대적인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KAPAC의 노력으로 친한파로 탈바꿈해 화제가 됐었습니다. 결의안 통과를 계기로 그간 갈등 조짐을 보인 한미동맹 관계가 원상회복하는 데 중요한 기틀을 마련한 것입니다.

또 2012년에는 뉴욕주 최초로 ‘위안부 기림비’를 건립했고, 2015년에는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으로부터 “독도는 한국의 영토”라는 공식선언을 받아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행사를 위해 마련한 팸플릿에 연도별로 KAPAC이 해온 많은 활동을 정리해놓았습니다.
 

KAPAC으로 미국 내 한국 국익 관철해야

- 송 박사님이 미국에서 재건 중인 KAPAC은 이철우 회장이 이미 창설해 놓은 KAPAC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요?

이철우 회장이 창설한 KAPAC은 Korea-American들 중심으로 구성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재건되는 KAPAC는 말씀드렸다시피 미국 내 Korea-American(한국계 미국인)들과 한국을 좋아하는 미국인들, 한국 내 한미동맹을 필요성을 느끼는 한국인들이 참여한다는 사실입니다.

2006년 창설된 KAPAC은 구성 멤버가 이철우 회장을 비롯한 미국 내 소수 동포들 중심으로 활동해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는데, 재건 중인 KAPAC은 각 주별로 한국계 미국인 참여를 확대하고, 또 각 주별로 한국을 좋아하는 미국인 다수를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한국에도 지부를 설치하는 것이지요. 내일(7월 17일) 국방컨벤션에서 발대식을 합니다.

한국 지부장은 최광 장관님이 맡았습니다. 지난 12일에는 부산에 가서 발대식을 했지요. 이렇게 한국 총지부에서 앞으로 각 지역별로 발대식을 할 겁니다. 그렇게 하여 금년 내로 만 명 이상 회원을 확보하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 지금까지 들려주신 것만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겠습니다. 한미관계에서 KAPAC이 왜 필요한가요?

한미 결속은 개인 차원이 아닌 조직(System) 차원에서 어프로치해야 결속력이 있고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한미 결속에 있어서 비정치화·비이념화가 필요합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섰다고 한미관계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것이지요.

한미는 숙명적으로 같이 가야 합니다. 아울러 한미관계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가치적 결속(Liberal Democracy)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Main Stream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이스라엘 AIPAC과 같은 것이 없어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만, KAPAC이 그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지금이야말로 KAPAC을 결성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돼 있어 누군가가 엮어만 주면 되기 때문에 그 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미국내 200여만 한국계 미국인과 한국을 사랑하는 수많은 미국인, 한미동맹을 중요시하는 절대다수 한국인들을 묶어 System approach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됩니다.
 

- 향후 KAPAC이 추구하는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 이게 제일 큰 가치입니다. 공산주의에 절대 반대하는 것이지요. 한미동맹 결속 강화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의 이익 증대를 위해 강한 공동체를 형성할 것입니다. 또 재미한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한민국 국익을 위한 국제적 협력도 강화해나갈 생각입니다.
 

- KAPAC의 조직과 임무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시죠.

본부는 뉴욕에 위치합니다. 회장, 부회장이 있고 자문위원회, 그리고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운영위원회와 전략개발위원회가 있습니다. 분야별로 정치 안보위원회, 경제 문화위원회, 한미관계위원회, 국제교류위원회, 조직·법사위원회, 재정위원회, 홍보·대외섭외위원회가 있습니다.

사무국과 사무총장이 있고요. 사실 종전에는 한국 동포들만 몇 명이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미국인을 포함해 각 분야별로 운영진을 새로 짰습니다. 다 짜인 것은 아니고 조직의 일부만 임명했습니다. 앞으로 계속 채워나갈 겁니다.
 

- 한국의 KAPAC 지부는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요?

한국에도 7월 17일 제헌절에 지부가 생겼고, 그에 앞서 부산은 이미 12일에 지부를 형성했습니다. 지부는 대한민국 내 회원을 확보하고, 대한민국 내 시스템 형성 즉, 한국지부를 운영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한미관계의 비정치화·비이념화 속에 한미 결속을 위한 일들을 하게 되지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이익 차원에서 어떤 정책적 요구(Demand)가 있으면 공급(Supply)할 수 있는 활동도 하게 될 것입니다. KAPAC 한국지부는 KAPAC 3대 핵심 기둥 중 핵심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KAPAC이 활성화되면 이스라엘의 AIPAC과도 상호 교류 결속할 예정이에요. 이것은 이스라엘 측이 원하고 적극적입니다.
 

- KAPAC 앞으로 활동이 기대됩니다.

한국과 미국은 좋다고 어울리고 싫다고 헤어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닌 숙명적인 관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어려움과 미래 통일한국의 비전도 미국과 결속해서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한국과 미국 관계는 정부 대 정부 관계도 있고 국민 대 국민 관계도 있는데요, 정부 대 정부 관계가 좋지 않는다거나 정부의 질이 다르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이런 문제들을 KAPAC이 막겠다는 것이지요. 후세대를 위해 KAPAC 시스템은 필요하고, 한미관계가 영원히 결속되도록 국민들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협조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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