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IT 허브 놓친 용인시, 아시아 의료 허브 걷어차나
[포커스] IT 허브 놓친 용인시, 아시아 의료 허브 걷어차나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9.08.0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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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개원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메디컬 클로스터 추진 난관…왜?

건설투자 금액만 5400억, 국내 IT허브가 될 수 있었던 용인 네이버 제2데이터센터 구축을 스스로 걷어찬 용인시가 이번에는 총 투자비 4000억, 부가가치로는 조단위가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첨단 의료산업단지인 메디컬클러스터 구축 사업에 손을 놓고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20년 2월말 개원을 앞둔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은 현재 대지면적 7만 2959평방미터, 연면적 9만 9980평방미터 지하 4층, 지상 13층의 의료병상 764개로 개원되고 추후 2000병상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병원뿐 아니라 인접한 의료산단 메디컬클로스터를 통해 아시아 최고의 디지털 의료산업 센터로 발돋움한다는 원래의 계획은 온갖 규제와 용인시의 복지부동식 행정으로 인해 그 전망이 어두워졌다.

결국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은 용인 주민들과 의료산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뒤로하고 산단을 제외한 450병상의 종합병원으로 개원될 예정이어서 주민들의 안타까움과 원성을 사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용인시 동백동에 구축될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은 기존의 국내 종합병원 또는 대학병원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임상 진단과 치료에 AI (인공지능)를 비롯해 IT와 BT 등 4차융복합산업 혁명의 디지털 솔루션들을 본격적으로 의료 현장에 접목한다는 계획과 함께 이를 위해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소프트엔지니어링 회사들이 R&D를 공동으로 하고 임상실험에도 나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조감도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조감도

이러한 용인동백세브란스의 비전을 신임 최동훈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장은 ‘의료산업생태계(Cloud HIS)’라고 설명한다. (본지 인터뷰 참조) 의료 시술과 함께 서로 다른 영역의 기술들이 함께 공동의 의료 목표를 설정해서 신약개발, 의료기기 개발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할 경우 집단지성의 시너지를 통해 한국 의료산업은 과거와는 달리, 글로벌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것으로도 평가된다. 실제로 용인동백세브란스는 이러한 메디컬 산단 R&D를 통해 ‘글로벌 표준병원’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비전은 시간이 지나면서 벽에 부딪히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용인동백세브란스가 확보할 의료산업단지 계획이 환경평가에 의해 절반 이상 부지가 날아가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

용인동백세브란스의 의료산업단지는 2017년 국토부 물량배정 후 산업단지 조성에 관련된 인허가를 진행했다. 국내 최초로 기존 도시계획시설인 병원부지를 신규 산업단지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의료산업단지 인허가가 진행되었던 것.
 

벽에 부딪친 의료산단 사업, 피해는 용인시민들에게

사업시행자인 연세의료원에서 토지매입 및 약정, 단지설계 및 인허가 제반사항 협의 등 본 건 프로젝트의 업무를 모두 진행해 왔지만, 지난 해 2018년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에서 국토부로부터 배정받은 산업단지 물량배정 중 제약사, 의료기기 사들이 들어설 면적의 약 60%가 제척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유는 당시 한강유역환경청의 담당부서가 국정감사 기조에 기인하여 모든 협의사항을 소극적인 태도로만 일관했던 결과인 것으로 관계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다.

또한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용인시 담당부서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 행정지원에 공백이 생겼다는 점이다. 용인 SK반도체 산단 유치에는 두 팔을 걷어붙인 용인시가 정작 네이버 데이터센터 유치를 걷어차고 용인동백세브란스 의료산단 구축에 소극적으로 일관해온 이유에 대해 관계자들과 주민들은 ‘정파적 이해관계’로 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즉 자유한국당 소속인 정찬민 전임 용인시장의 업무치적을 현 민주당 소속의 백군기 시장이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는 해석과 함께 백군기 시장 본인이 선거법위반으로 9차례나 재판에 임해왔고 아직 2,3심을 남겨두고 있어 용인시 행정이 ‘마비’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저간의 사정을 지목하는 의견도 있다.
 

동백동 교통난 해소 기대 물거품, 개원후 ‘교통지옥’ 체험이 해결책?

문제는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의료산단이 실질적으로 물거품이 되고 있다는 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약 10만평 규모의 의료산단에 제약사, 바이오기술센터, 의료기기 연구소들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용인 동백지구의 고질적인 교통난도 도시계획 과정에서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것.

현재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이 들어서는 동백동의 인구는 동읍 단위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규모인 8만 1500여 명, 여기에 분양중인 3000세대들의 입주가 끝나면 용인시 동백동 인구는 9만 명을 넘어서게 돼 속초시 인구보다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단지 조감도
산업단지 조감도

동백동 지역구 유향금 용인시의원의 분석에 의하면 내년 2월 동백세브란스병원 개원과 함께 출퇴근하는 2000여 명의 의료진과 병원 내방객 수를 합치면 이 일대 유동인구는 4만 5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현재까지 용인동백세브란스 병원 앞으로는 왕복 6차선의 동백죽전대로가 지나가는 곳이어서 도로 특성상 병원으로 들어올 입출도로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로 꼽힌다.

여기에 응급환자 수송차량까지 겹치면 동백동을 비롯, 인근 교통난이 심각한 죽전동과 구성동 일대까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통지옥이 될 것이 불 보듯 분명하지만 현재로서는 세브란스 병원과 용인시 모두 100억 원에 달하는 입출도로 건설에 답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메디컬 클러스터, 용인시 발전과 의료서비스 향상에 획기적 역할

결국 용인동백의료산단이 무산되면서 닥친 문제라 볼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세브란스 측은 환자와 주민들에게 약속한 병원개원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고 용인시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 본지가 취재한 용인시 교통정책담당관은 “그런 교통 문제를 이미 협의 초기에 병원 사업자측에 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순수 민간사업자의 사업이므로 입출도로 건설비용은 병원의 자부담이 옳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보험수가가 의료원가의 76% 수준에 달하는 등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의 대학병원은 수익사업이라기보다 지역발전과 주민복지를 위한 공익의료사업을 제공한다는 취지가 강한 만큼 도로건축 사업비를 병원 측이 담당해야 한다는 용인시의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라는 반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만약 용인시의 주장이 옳다면 이를테면 왜 용인시와 기타 지자체는 세금으로 민간 버스사업자 노선 적자를 메워주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낮은 보험수가로 인해 3차의료기관인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은 재단의 지원 없이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한마디로 사회봉사 공익사업과 다를 바가 없다.

결국 환자들은 싼 의료비로 인해 속칭 ‘의료쇼핑’이 발생해 의료자원이 남용되는 문제를 만든다. ‘한 시간 대기, 1분 진료’, ‘3개월 이상 입원금지’ 같은 한국의 대학병원, 종합병원의 의료서비스가 그 증거다. 그렇게 되면 정작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종합병원이든, 대학병원이든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어서 이를 재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은 ‘의료산단’이라는 개념으로 의료기술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이를 다시 환자에게 되돌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동훈 원장은 이에 대해 “환자로부터 이익을 내자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혁신과 투자를 통해 특허와 같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병원과 제약사가 함께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그 특허와 판매수익을 공유하게 되면 이를 환자를 위한 의료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용인동백세브란스는 국내 의약품 R&D기술의 최고라 할 수 있는 종근당사와 그러한 의료협력 업무협약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새로운 혁신적 경영마인드가 없는 종합병원은 결국 경영한계로 인해 환자에게 부실한 의료서비스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범수 용인정(동백) 지역구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은 “용인시 당국은 미래를 바라보고 용인시 발전과 주민복지 향상을 위해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의 의료산단 프로젝트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용인시청 광장에서 동백IC 설치 및 지하철 건설 요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동백 주민들.
용인시청 광장에서 동백IC 설치 및 지하철 건설 요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동백 주민들.

2020년 2월 용인 동백동 교통대란 핵폭탄 예고

내년 2020년 2월 용인 동백동 일대에 걷잡을 수 없는 교통대란이 예상되고 있다.

인구 8만여 명, 여기에 3000여 세대의 아파트 분양으로 속초시 인구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용인 동백동의 교통 인프라는 지난 13년 전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는 반면, 내년 2월에는 경기 남부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진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이 개원하고 의료산단이 구축되면서 신규로 하루 유동인구 4만여 명이 예상되기 때문.

이러한 문제로 동백동 주민들은 이 문제 해결 방안으로 동백IC 설치를 시에 요청해 왔다. 하지만 용역 결과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서 사실상 동백 IC 설치 사업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주민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용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4월 기존 영동고속도로에 신규IC 설치를 위한 타당성 평가를 통해 동백동 주민들의 교통불편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동백IC 설치 타당성 용역에 착수했다. 동백동 주민들은 동백동의 인구가 8만여 명이 넘고 인근에 아직 3000여 세대의 아파트가 분양 중인데다가 동백세브란스병원과 의료산업단지가 들어서면 교통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시에 동백IC 설치를 포함한 일대 교통대책수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 6월 당시 백군기 시장 후보(민주당)로부터 영동고속도로에 새로운 IC를 설치한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가 추진했던 용역에서 IC 설치가 어렵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공약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더구나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도로에 대한 건설이 현재까지 용인시와 연세의료재단간에 합의되지 않고 있고, 약 1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병원 앞 입체 교차로에 대한 건설 부담 역시 시와 의료재단간에 합의가 되어 있지 않아 2020년 2월 개원과 동시에 동백동 일대의 교통 체증으로 인한 혼잡은 심각할 뿐만 아니라, 자칫 응급환자의 수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환자가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주민들은 상당수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출퇴근 하는 것을 감안해 광역급행버스(M-버스) 도입을 추진하고 직통버스를 개설하는 등 대중교통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을 시에 요구해 왔다. 또 신분당선 노선과 연계하는 대중교통 노선 구축과 경전철 동백역~분당선 구성역을 잇는 신교통 수단 도입 등도 민원으로 요청해 놓은 상태다.

우선 오는 2021년 개통 예정인 GTX 구성역에서는 동쪽으로는 경전철 동백역, 서쪽으로는 신분당선 수지·상현·흥덕쪽 중 하나와 연결해 이들 역에서도 GTX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주민들 사이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토부가 GTX 개통과 관련해 잠실~일산 구간의 민자사업 컨소시엄과 사업 타당성에 대해 조정협의가 길어지면서 정부 예산이 확보된 잠실~동탄 구간 사업마저 그 개통 시기가 불투명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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