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지소미아(GSOMIA) 파기는 반미로 가는 전주곡
[심층분석] 지소미아(GSOMIA) 파기는 반미로 가는 전주곡
  •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8.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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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구식의 북한 공군기만 상대하면 되던 한국 공군이었다. 북한 공군에 한국 공군은 거대한 산이다. 전력 차가 너무도 크다. 북한 공군에 대해서만큼은 자신만만한 한국 공군이다. 그런데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야 하는 한국 공군을 생각하면 어딘가 모르게 낯설다. 거대한 벽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현실이 그렇다.

한국공군 혼자서는 러시아와 중국 공군을 상대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일본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이탈하려는 한국을 미국조차 달갑지 않게 보고 있다. 만약 한국 혼자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야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바로 그런 일이 이번에 생긴 것이다.
 

북한은 5월 이후 6차례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항의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북한은 5월 이후 6차례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항의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7월 23일 오전 6시 44분경 중국 군용기 2대가 이어도 북서방에서 KADIZ로 최초 진입해 오전 7시 14분경 이어도 동방으로 이탈했다. 이후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내로 비행하다가 오전 7기 49분경 울릉도 남방 약 76마일(140㎞)에서 KADIZ로 재진입했다.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올라가던 중국 군용기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 오전 8시 20분경 KADIZ를 이탈했다. 중국 군용기는 오전 8시 33분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러시아 군용기 2대와 합류해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오전 8시 40분경 울릉도 북방 약 76마일 근방에서 KADIZ에 재진입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4대가 함께 말이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9시 1분부터 9시 56분까지 독도 상공의 대한민국 영공을 2회에 걸쳐 7분간 침범했다. 이에 우리 공군은 KF-16과 F-15K 등 전투기 18대를 긴급 출격시켜 대응 조치를 취했다.

군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하자 차단기동과 함께 경고사격 360발, 그리고 적의 미사일을 회피하기 위한 플레어 20발까지 터트렸다는 것이다. 이번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은 과거 동해에서의 간첩선을 상대로 하는 대간첩작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만으로도 신경이 곤두서는 판국에 이제 러시아와 중국도 끼어 들었다. 이제 동해는 남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끼어든 격전장으로 변하고 있다.
 

소련 공군기에 피격당해 무스만스크에 비상착륙한 대한항공 902편/ 소련의 대한항공 격추 만행은 유엔 안보리에서 집중 성토되었다.
소련 공군기에 피격당해 무스만스크에 비상착륙한 대한항공 902편, 소련의 대한항공 격추 만행은 유엔 안보리에서 집중 성토되었다.

하필이면 왜 독도 영공 침범일까?

최근 군사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강력해진 미국에 중국 러시아가 각각 맞서는 것은 힘에 부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앙숙이던 그들은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일종의 동맹이다.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그 돌파구가 러시아다. 러시아는 미국의 군사적 압박보다는 셰일가스혁명에 직격탄을 맞았다.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러시아 재정 수입은 격감했다. 러시아 경제는 원유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푸틴이 공을 들이는 사업이 동아시아에 에너지 수출이다. 이를 감지한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도입하면서 경제적으로도 공생관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푸틴은 소련 시절 강력한 군사력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개입과 빈번해지는 극동아시아에서의 장거리 정찰 비행도 이 같은 이유와 맞물려 있다. 러시아 군사력 재건을 추진하는 푸틴의 의도이다. 러시아는 2007년부터 전략폭격기에 의한 전략정찰을 증가시켰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군사적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해상과 공중에서는 중·러 함대와 폭격기가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7월 28일 러시아 해군 창설 기념일과 8월 1일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일에 맞춰 양국의 군사 협력을 과시하는 차원이다. 그 과정에서 7월 23일 러시아 공군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과거 러시아와 중국이 각기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으로 들어온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방공식별구역과 영공은 차원이 다르다. 영공 침범은 영토 침범과 같은 범주다. 게다가 이번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협공이었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울릉도 쪽으로 내려왔고 중국 공군기는 남해를 돌아 동해안으로 거슬러 올라왔다.

하필이면 왜 독도 상공이었을까? 전문가들의 분석은 한ㆍ미ㆍ일 안보태세 또는 결속력을 시험하기에 가장 좋은 전략적 장소가 독도 상공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독도 영공 침범 사실 자체도 부정한다. 우리 군이 명백한 침범 증거를 제출하더라도 러시아는 또 다른 카드를 내놓을 것이다. 러시아의 카드는 독도는 분쟁 지역이기 때문에 한국 영공이라고 볼 수 없다는 노림수다. 게다가 한국이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이탈하려는 것을 잘 아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결국 이번 독도 영공 침범은 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은 러시아에 대해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요청했으나 러시아는 독도 영공 침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 발표 자료에 의하면 A-50 러시아 조기경보기는 독도 영해 12해리 기선(약 22km)을 고려해 25km 이격 거리를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군에 따르면 러시아의 A-50 조기경보기가 1차 3분, 2차 4분간 독도 영공 12해리 안쪽으로 침범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우리 공군은 국제공용 비상주파수인 121.5Mhz와 243.0Mhz로 영어·러시아어·중국어로 수없이 경고를 했음에도 응답이 없자 결국 러시아 공군기 비행경로 상에 미사일회피용 섬광인 flare를 발사하고 약 360발의 경고사격도 했다는 합참의 설명이다.

러시아가 영공 침범을 부인하자 국방부는 7월 25일 한ㆍ러 국장급 실무회의에서 독도 영공 침범 사실을 입증을 위한 증거자료를 러시아에 제공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현재까지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한국 조종사들이 자국 군용기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술 더떠 러시아군 장거리항공사령관은 “하늘의 깡패”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한국을 비판하기까지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러시아의 A-50기 독도 상공 영공을 침범하자 경고사격으로 기총 360여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영공을 침범한 타국의 공군기에 경고사격을 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러시아는 한국이 경고사격을 한 것을 모르고 우리 발표를 보고 그랬었느냐 하는 반응이다. 왜 러시아는 한국 공군의 경고사격 사실을 모른다고 했을까? 이에 대해 TV 종편 채널에 나온 패널 출연자는 공군 전투기의 기총사격에는 예광탄이 있기 때문에 러시아 조종사가 모를 리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전직 공군 조종사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 조종사가 한국 공군의 경고사격을 감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공통된 의견을 피력했다. 일반적으로 공군 전투기에는 예광탄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예광탄을 사용하면 사격시 적에게 우리 공군기의 위치를 노출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공기관총이나 대공 발칸포에는 탄도 확인을 하기 위해 5발당 1발씩 예광탄이 있지만 전투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항로 1km 전방에 기총사격을 한 것이기 때문에 20mm 기총탄을 러시아 조종사는 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독도상공 한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의 A-50 조기경보기. 만약 영공침범 재발시 공군은 격추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독도상공 한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의 A-50 조기경보기. 만약 영공침범 재발시 공군은 격추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공군의 경고사격도 몰랐다는 러시아

한 예비역 공군은 만약 우리가 러시아 공군기에 레이더 락온(lock on)을 했다면 보다 확실한 경고가 되지 않았을까 하면서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번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사이에 화기관제 레이더 조준 시비 사태에서 보듯이 상대방에게 레이더 락온(lock on)은 확실한 경고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또 영공을 침범당하면 그때는 격추시켜야 한다면서 격앙된 댓글을 달았다.

러시아 공군기의 영공 침범에 대해 즉각 격추했어야 했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이런 주장을 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도 있다. 러시아(소련 포함)는 자국의 영공을 침범한 상대방의 항공기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격추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소련)는 상대방의 항공기가 공군기체이든 민간항공기든 가리지를 않는다. 우리는 그 피해자였다.

1978년 4월 20일 대한항공 707 여객기는 항로 착오로 소련 무스만스크 영공으로 들어갔다. 이에 소련방공군은 SU-15 전투기로 대한항공 여객기에 사격을 가했다. 탑승객 2명이 사망하고 대한항공 707 여객기는 무스만스크의 얼어붙은 호수에 불시착했다. 그로부터 5년 후 대한항공 007편은 사할린 상공에서 러시아 공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격추되었다. 269명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민간여객기를 확인하고도 영공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소련 공군기에 격추된 것은 공교롭게도 모두 대한항공 여객기였다.

지금까지 러시아(소련)의 전례를 본다면 우리 공군은 보다 적극적으로 군사적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근접 경고사격과 함께 강제착륙까지도 말이다. 중국은 2001년 4월 1일 중국 영공에 근접 비행하는 미 해군 EP-3전자전 정찰기에 공중 충돌을 강행했다. 결국 미 정찰기는 중국 하이난 섬에 강제착륙 해야만 했다. 이처럼 영공 침범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한다. 게다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의 A-50 조기 경보기는 그 목적이 뻔하다. 한국 공군과 일본 자위대의 전파를 수집해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렇게 수집한 전파 데이터는 차후 전자전 수행에 기본 데이터가 된다. 따라서 추가 도발 시 분명하게 강제착륙까지 고려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도발은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명백한 군사적 도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오히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러시아 무관의 확인되지 않은 말을 언론에 흘렸다. 윤 수석은 7월 24일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해 러시아 공군기의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일종의 실수처럼 말을 흘렸다. 러시아가 유감을 표명한 것처럼 포장까지 했다. 그러나 윤 수석의 이 같은 발언은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 의해 즉각 부인되었다. 러시아 대사관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러시아가 유감을 표명했다고 한 윤도한 대통령 국민소통수석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러시아 국방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한국 영공 침범을 부인했다.

윤도한 수석은 삼척항에 북한 목선이 들어왔을 때도 사실 은폐와 왜곡에 연루된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언론에 새나가면 안 되었다는 투로 말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있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고 무마하려 한 것이다. 희한하게도 문재인 정부는 일본에 대해서만 으르렁거릴 뿐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대해서는 끽 소리 못한다. 만약 독도 상공을 침범한 기체가 일본 자위대 항공기였다면 청와대가 이토록 한가하게 대응했을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적도 친구도 아닌 Frienemy Korea

북한은 8월 6일 새벽에도 미사일을 또 발사했다. 5월부터 모두 6차례나 발사했지만 문재인 정권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평양 중앙방송은 연일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심히 대한다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경두 국방장관은 31일 제61회 KIDA 국방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도발한다면 북한도 한국의 ‘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다. 지금까지 북한군과 정권이 대한민국의 ‘적’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수세적이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일본엔 다시 지지 않겠다’, ‘강력대응, 맞대응, 경제전쟁’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호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운동권 세력에게는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 이념적으로 적이다. 미 제국주의자와 친일파 타도는 그들에게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노선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여권 일부에서는 벌써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인 GSOMIA 파기를 거론하고 있다. 8월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경두 장관은 GSOMIA 관련 질의에 “지소미아와 관련된 부분은 그 자체의 효용성보다도 여러 가지 안보와 관련된 우호 동맹국 간의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우리 정부도 매우 신중하게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한일간 GSOMIA를 통한 정보 교환은 협정체결 수 현재까지 총 26건이 있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정 장관의 ‘신중 검토’ 발언은 당장 폐기 쪽으로 가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GSOMIA 폐기’라는 말 자체가 나온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만약 한국이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폐기한다면 그것은 반일을 넘어 본격적으로 반미로 가는 전주곡이 된다. 일본과 미국이 보는 현재의 한국은 동맹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그 궤를 벗어났다. 우방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적이라고 하기도 그런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친구도 적도 아닌 Frienemy(friend +enemy) KOREA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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