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연속기획] 보수 통합의 조건...승리의 해법을 찾아서
[미래한국 연속기획] 보수 통합의 조건...승리의 해법을 찾아서
  •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 승인 2019.10.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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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총선이 다가오면서 보수 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통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올바른 처방을 위해서 정확한 진단이 요구된다면, 한국당의 지난 선거 참패의 원인에서 그 해법의 열쇠가 있을 것이다. 지난 호에 이어 김형준 명지대 교수의 진단과 해법 하편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내년 총선은 1987년 이후 30년 이상 지속됐던 ‘87년 체제’가 무너지면서 ‘정당 재편성’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 선거’의 성격을 갖고 있다. 정당 재편성이란 “유권자와 정당 사이의 관계가 구조적으로 변화되고 지속되는 과정”이다.

미국의 키 교수는 “정당 간의 입장을 뚜렷하게 달리하는 중요한 쟁점으로 인해 이념적 분극화가 초래되고, 주요 정당의 지지 기반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면 정당 재편성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중대 선거를 통해 등장한 다수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면 자신들의 국정 의제를 더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장기 집권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정당 재편성을 가져온 대표적인 사례는 민주당 루스벨트 후보가 ‘뉴딜 연합’을 토대로 승리했던 1932년 미국 대선이다. 이전까지 민주당 지지층과는 전혀 다른 대도시 노동자, 소수 인종, 지식인, 남부 백인 등을 아우르면서 1980년까지 장기간 민주당 우위 체제가 1960년대까지 지속됐다.
 

보수 통합의 필요성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나 보수 분열은 이런 정당 재편성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친박 4선 홍문종 의원이 “태극기 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정통 지지층 결집과 선명한 우파 정책으로 보수 정권 창출에 나설 것”이라면서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더불어 “(가칭) 우리공화당 이름으로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후광 효과에 기대어 ‘친박 신당’을 만들어 ‘어게인 친박연대’를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만약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관철될 경우 친박 신당의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어느 정도 득표력을 보인다면 정의당과 같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수혜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 전에 청와대가 전략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 보수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친박 신당으로 분열될 수밖에 없다. 이는 보수 몰락과 정당 재편성으로 가는 길이다. ‘민주당 집권 20년’의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 유권자 지형 변화도 핵심이다.
 

2012년 대선에서 50대의 경우 진보 10.8%, 중도는 36.5%, 보수 52.7%였다. 그런데 50대 투표율은 82.0%였고, 박근혜 후보는 이 연령층에서 60.7%의 득표로 문재인 후보(39.3%)를 압도하면서 승리했다. 2040대 5060의 구도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2017년 대선에서는 50대에서 진보(+8.1%p)와 중도층(+11.6%p)은 급격하게 상승하고 보수층은 급감(-20.6%p)했다. 이런 현상은 50대에서 86세대(80학번, 60년생)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하튼 2050 대 6070 구도가 만들어지면 ‘진보 우위의 정당 재편성’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최대 관심은 2016년부터 탄핵과 촛불, 남북 화해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형성된 유권자 연합이 내년 총선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 여부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13대(1988년)부터 20대(2016년)까지 총 여덟 차례 총선에서 집권당이 단독 과반 승리를 한 것은 단 세 차례(2004년, 2008년, 2012년)에 불과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반 토막이 났고,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탈원전 등 현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 후보자의 각종 의혹으로 진보의 도덕성이 무너졌다.

조국 논란 속에서 실시된 최근 중앙일보 여론조사(8월 22-23일)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41.5%로 급락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얻은 41.1%로 회귀한 것이다. 내년 총선을 전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흐름은 파악할 수 있다. 총선은 크게 세 가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구도, 이슈, 인물이라는 승리의 조건

첫째, 구도다.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중 어느 세력이 분열되는가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가령, 1995년에 야권은 정계 복귀를 하면서 김대중 총재가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와 기존 제1야당이었던 통합민주당으로 분열되었다. 야권 분열로 1996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수도권(96석)에서 54석(56.3%)을 차지해서 집권 여당이 사상 처음으로 이 지역에서 승리했다. 서울 27석(57.4%), 인천 9석(81.8%), 경기 18석((47.4%)을 차지했다.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극심한 공천 파동을 겪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 여파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근혜 인사들로 구성된 ‘친박연대’가 창당됐다. 총선 결과, 친박연대는 예상을 깨고 13.2%의 정당 지지를 얻어 자유선진당(6.8%)을 제치고 지지율 3위를 기록했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6석을 비롯해 총 14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총 25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는데 그 중 상당수는 영남 지역에서 출마한 친박 성향의 무소속(13명)이었다.

만약 한나라당이 분열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18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2016년 총선에서 당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분열되었다. 안철수 의원이 2015년 12월 문재인 대표에게 ‘혁신전당대회’를 요구했고 그것이 관철되지 않자 탈당했다. 그리고 2016년 총선을 석 달 남긴 2016년 1월에 안철수, 천정배 등이 주축이 되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기존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과는 다른 ‘합리적 개혁 정당’과 ‘3당 체제’를 표방했다. 총선 결과, 국민의당 돌풍이 일어났다. 비례대표 투표에서 26.7%를 기록해 민주당(25.5%)을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호남권(28석)에서 압승(23석)을 했다. 다만, 기대했던 수도권에서는 부진해 서울에서 2석(안철수 노원 병, 김성식 관악 갑)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국민의 당은 총 38석을 얻어 민주당(123석), 새누리당(122석)에 이어 제3정당의 지위를 확보했다. 야당이 분열되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서울 49석 중 35석, 경기 60석 중 40석, 인천 13석 중 7석을 석권해 123석으로 새누리당(122석)을 제치고 제1당으로 올라섰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보수가 분열되어 다자 구도로 치러지면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전망이다. 수도권에서 보수 표가 분열되면 민주당이 쉽게 승리해 1996년 총선의 재판이 될 수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17일 원외지역위원장 총회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압승을 거뒀기 때문에 지역 기반이 굉장히 좋아져서 충분히 우리가 꿈 꿔볼 수 있다”면서 “원외위원장 115석에 125석을 합치면 240석이다. 240석을 목표로 해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보수가 분열되면 이런 기대가 실현될지도 모른다.

둘째, 이슈다. 대선이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라면 총선은 정부를 심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응징 투표가 대세를 이룬다.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의 약속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일자리 정부에서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고, 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문재인 정부 분야별 정책 평가 추이 분석에 따르면, 경제정책은 집권 초기 2017년 8월 “잘하고 있다“가 54%였지만 2년이 지난 올 8월 그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한국갤럽의 8월 2주(6~8일) 조사 결과, 향후 1년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나빠질 것’(62%)이라는 비관 전망이 ‘좋아질 것’(13%)이라는 낙관 전망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살림살이에 대해서는 14%가 ‘좋아질 것’, 35%가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여당의 정치적 판단이 변수

실업자가 향후 1년간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55%며 ‘감소할 것’, ‘비슷할 것’이 각각 14%, 23%로 비관이 크게 앞섰다. 총선까지 남은 8개월 동안 경제가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경우 내년 총선에선 경제 심판론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경제다”라는 통설이 먹혀 들 것이다.

그런데 여당은 경제 심판론 이슈를 ‘평화가 경제’ ‘친일 대 반일 프레임’으로 극복하려고 할 것이다. 집권당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효과를 봤던 ‘전쟁이냐 평화냐’의 프레임으로 지지 세력을 모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여당의 의도대로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경제 앞에 장사 없기 때문이다.

셋째, 인물이다. 어느 세력이 인물을 통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통상, 차기 유력 대권 후보가 전면에 나서서 총선을 진두지휘할 경우 파괴력이 있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문재인, 국민의당은 안철수 등 대권 후보가 버팀목이 되었다. 하지만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유력 대권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공천 파동 등 내부 계파 갈등에 휩싸이면서 완패했다. 내년 총선에서 과연 민주당이 유력 대권 후보를 전면에 내세워 총선을 진두지휘할지가 관건이다.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은 낮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을 총괄할 것이다. 그럴 경우 바람을 일으키는 인물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당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할지도 모른다. 총선 직전 차기 대권 후보로 하여금 비상대책위를 끌고 가게 할지도 모른다. 반면, 한국당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교인 대표가 차기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홍준표 전 대표,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도 여전히 잠재적 대권 후보다. 그런 면에서 야당이 여당보다 인물 경쟁력이 있다. 여하튼 내년 총선은 차기 대선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될 것이다.

정당의 변화는 사람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더구나 작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후 형성된 남·북·미 협력체제에서 균열이 생기고 특히 현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교류협정(지소미아) 포기 이후 한·미·일 안보 협력체제가 흔들리면서 안보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대북정책 긍정률은 올해 2월 59% → 5월 45% → 8월 38%, 같은 기간 외교는 52% → 45% → 39%로 하락해 두 분야 긍·부정률이 역전했다. 최근 북한이 무차별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북미간에 직거래가 이뤄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중재자론’과 ‘평화 경제’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가 대부분의 정책 영역에서 휘청거리고 있지만 보수가 분열되면 내년 총선에서 반문 세력의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분노만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반대로 보수대통합이 이뤄지면 내년 총선은 물론 차기 대선에서도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48(패자) 대 52(승자)의 구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보수 통합은 희망이 될 수 있다.
 

특정 정당 중심의 통합에서 벗어나야

한국 정치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치 실험을 한 세력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3당 합당, DJP 연대,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분열된 보수를 하나로 통합하는 새로운 정치 실험이 성공할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중도 보수 대통합의 방향은 정당 중심이 아니라 일단 인물 중심이 돼야 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2017년 대선 2위(홍준표), 3위(안철수), 4위(유승민)가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참여하는 이른바 ‘중도 보수 빅텐트’가 새로운 정치 실험이다. 대선 과정에서 형성된 후보들간 감정의 골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이 중도 보수 빅텐트에는 이회창 전 대표, 정의화 전 의장, 김형오 전 의장, 김종인 전 대표, 윤여준 전 장관 등 한국 중도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중책을 맡아 역할을 맡아주면 폭발력을 갖는다.

또한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에게 대권 주자로 인식되는 인사들과 다선 중진들이 정치 생명을 걸고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는 자기희생과 선당후사의 자세를 보일 때 통합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당 중심의 보수 통합은 정답이 아니다.

대표는 24일 “합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자유우파의 통합을 위해 저를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을 위해 저를 내려놓겠다’는 발언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당이 자기희생 없이 자신의 입장을 100% 관철하겠다고 하면 보수 대통합은 어렵다. 손학규 대표가 말하는 바른미래당 중심의 보수 빅텐트는 더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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