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현 국회의원 “정치에도 수명이 있다 ‘상한 국물’ 완전히 갈아야”
[인터뷰] 이정현 국회의원 “정치에도 수명이 있다 ‘상한 국물’ 완전히 갈아야”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11.14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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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정리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인물 자랑은 순천에서는 하지 말라는 말 이 있다. 한때 ‘대통령의 남자’라 불렸던 이정현 국회의원(무소속)은 그곳 전남 순천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당선된 재선 의원이다. 최근 KBS 세월호 보도사건 개입 항소심에서 벌금형이 감형되어 출마 족쇄가 풀렸다. ‘기존의 제도권 보수 정치는 수명이 다했다’고 진단하는 이정현 의원은 젊은 세대의 새 정치 서포터를 자임했다. <미래한국>이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이정현 국회의원

- 지금 민심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저는 현재 무소속입니다. 당 행사에 참석할 일이 없어 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습니다. 호남 사람들도 만나보고 여러 계층의 사람들도 접합니다. 정치인들도 만나고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남녀와 노소, 경영인들과 노동자, 서민들과 중산층 등 다양한 사람들을 두루두루 만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들은 지금의 민심은 현직 정치인들과 일반 국민으로 확연히 갈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0.0001%의 현장 정치인들과 나머지 일반 국민의 민심이 크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보수 성향의 국민이라고 해서 보수정당에 기대를 하거나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도 아니고 또 진보나 호남이라고 해서 민주당에 대해 예전과 같은 일방적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국민과 정치인이 물과 기름처럼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갈라져 있는 상태라고나 할까요? 기름을 떠서 내다 버리면 물만 남는 그런 상태라고 보여요. 정치에 관한 국민적인 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임계점에 이르른 것 같습니다. 정치의 대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가고 있다,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고치거나 물갈이를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정치 혐오 임계점, 대변화 여건 조성

- 최근 법원의 2심 판결이 끝나고 의원직 유지가 확정되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언론 인터뷰 등 2년 반 만에 정치 활동을 재개하고 계십니다. 어떤 정치를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그래도 한국당이 친정이신대요.

현재 이러한 정치 상황에서 기존 정당에 참여해 선수 하나 더 늘리고, 정치생명을 조금 연장하는 것은 제게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정당과 견지해 왔던 정치에 대해 부정하거나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36년의 다양한 정치 경험과 공부를 토대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작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 자신의 정치적 연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지요.

저는 지금 시점에서 정치 대변화와 대변혁은 필연이고 사명이고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수호하고, 확장 발전시키는 일에 몸을 던지고 싶을 뿐입니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제가 받았던 모든 혜택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이 정치를 다 바꿀 수도 없고, 바꾸는 방법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지난 36년 동안 정당에서, 국회에서, 선거현장에서, 지역감정의 중심에서, 청와대에서, 정치권의 중심에서 그리고 거의 나락으로 떨어진 절망의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체득한 우리 정치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그 해결 방안을 온몸으로 제시해보고 싶습니다. 저의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을 만나고 그분들과 모여 우리 정치를 근본부터 바꿔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어느 기존 정당 안으로 들어가 그 정당이 고쳐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현직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훌륭하고 충분히 자격이 있는 분들이지만 지난 72년 동안 우리 정치는 제대로 된 진단을 해본 적이 없고, 그래서 총정리를 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이어져 온 비정상적인 환경과 분위기가 그분들로 하여금 제대로 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현재 우리 국회를 밥상 위의 국이라고 했을 때, 국이 통째로 상한 상태고 국물을 30%, 40%, 50%의 물갈이 한다고 해도 그 국을 접하게 되는 국민들은 배탈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매우 이례적으로 국그릇 자체를 통째로 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국 안의 건더기 자체가 상해 있기 때문입니다. 제 자신부터가 상한 건더기임을 고백합니다.

저는 지금의 현역 정치인들이 가장 뛰어난 정치력을 가진 분들이고 그분들만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현역 정치인 그 누구도 모태 국회의원은 한 분도 없습니다. 각자가 어떤 상황과 처지에 따라 정치에 입문했고 정치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분들은 그 전 정치하던 사람들을 자신이 밀어내고 그 자리에 있게 되었듯이 자신 또한 언제든지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전남 순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선거 유세해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정현 의원
전남 순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선거 유세해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정현 의원

- 최근 향후 총선 후보자들은 20대 20명을 포함 40세 이하 60%가 될 수 있도록 젊은 층으로 물갈이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젊은 세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준비된 젊은 사람이 생각보다 상당히 드물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습니다.

저는 국회 구성원이 전체적으로 40대 이하가 60%, 50, 60, 70대, 심지어 80대까지 합해 40%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40대 이상의 다양한 경륜이 꼭 필요합니다, 어른으로서 지혜를 나눠주고, 질서를 잡아주고, 병풍이 되어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경제계를 보면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업 분야 현장에 근무하면서 박사학위도 갖고 세계를 누비며 글로벌 경제 흐름을 쫙 파악하고 대처해 나가는 인재들이 꽉 찼습니다. 과학 분야, 문화 분야 등 여러 분야에서 그 분야를 대변할 훌륭한 인재들은 많고 많습니다.

실질적인 40대 기수론, 30대 주축론이 대세가 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은 충분합니다. 이들은 과거나 역사적 사실에 함몰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할 능력이 충분합니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의 교포사회에서도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들을 삼고초려해 젊은 정치 리더로 모셔 와야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그 시절에도 세계 각국의 교포 과학자들을 모셔 왔듯이 말입니다.

보수정당에는 2030세대 국회의원들이 거의 없습니다. 인재를 키우지도 발탁하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한 명 한 명을 잘 성장시키면 미래 대통령감, 국회의장감, 최소한 장관감들이라는 평을 받는 이들을 발굴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노동자, 장애인, 탈북자, 다문화인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 사람들에게 국회에 대표를 보내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대의제입니다.
 

“정치는 생물, 수명이 다하고 있다”

- 새 정치의 주체세력은 어떤 사람이 돼야 합니까.

현장 경험이 있는 테크노크라트들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 국회는 운동권 아니면 법조인 아니면 전직 고위관료 아니면 지방자치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대세임에도 첨단 분야 과학자들이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한미, 한일 외교가 벼랑 끝인데도 외교관 출신이나 국제정치학을 제대로 전공한 분들이 한 명도 없습니다. BTS 같은 세계적인 문화, 예술, 체육인들을 지속적으로 뒷바라지할 정책을 수립하고 논할 전문가도 없습니다.

새 정치는 두 가지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는 시대과제를 제대로 도출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대과제를 주도해 갈 주체세력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시대의 시대과제는 대한민국 미래를 설계하고 가꿔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과거청산이 아니고 미래 개척인 것입니다.

주체세력은 현장 경험이 있는 테크노크라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시대과제는 반군주, 반식민, 반공산, 반빈곤, 반독재였다면 지금은 반과거, 반분열입니다. 공화고, 해방이고, 자유민주고, 산업화고, 민주화였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 미래입니다. 주체세력은 독립운동가들, 산업화 세력, 민주화 세력에서 이제는 테크노크라트라고 생각합니다.
 

- 내년 총선은 어떻게 치를 계획입니까.

기존 정당으로 출마할 생각은 없습니다. 현재는 무소속 출마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헌정 72년을 총정리하고 세대 전환과 시대 과제 전환을 통한 새로운 정치를 꽃피우기 위해 꽃밭 가꾸는 공사판 십장 노릇은 꼭 해보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정치의 서포터가 되고 싶습니다.
 

- 기존의 문법과는 전혀 다른 인물을 모아 지금이라도 새로운 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건가요?

새로운 당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정치에도 수명이 있다는 말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구습과 현세대가 국민의 수준을 따르지 못하고 국민을 위한 대의제 역할을 못한다면 당연히 대체 무리. 즉 대체 정당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봅니다.

제1당, 2당이던 민정당과 민한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할 때 선거 한 달 반을 남겨 두고 신민당이 창당되었습니다. 그리고 돌풍을 일으켜 여소야대가 되었습니다. 바로 그 12대 국회 때 국정조사, 국정감사, 청문회 등이 도입되었고 이런 정치 개혁이 수평적 정권교체의 기틀이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보수 진보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전진당이 39세의 마크롱을 내세워 집권했고 다시 총선에서 다수당을 차지했습니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면 창당도 해야 하고 국그릇을 통째로 가는 일도 과감히 해야 한다고 봐요.
 

-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한국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광화문 집회에 나라 걱정으로 나온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혹시 집회에 나가 본 적이 있으십니까? 이러한 애국 운동의 모멘텀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요?

지금 광화문에 나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특정 정파나 정치적 선호에 치우쳐 혹은 동원되어 나온 분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정치를 해 오면서 수없이 정당 동원 행사를 봐왔지만, 과거 보수 대중집회는 기껏해야 수백에서 수천, 수만 명 동원에 불과했었습니다.

지금 나오신 분들은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러나 형편상 그 자리에 나오지는 못했지만, 마음을 함께 하는 남녀노소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아마 3·1운동이나 금 모으기에 참여했던 당시의 애국시민들이 바로 이분들과 같은 뜨거운 애국 심정이었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이어가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정치인과 정치 행태와 정치가 변하고 달라지는 것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오직 대한민국 미래 하나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부합하는 새로운 인물들과 그들이 새로운 형태의 정치를 하는 것입니다. 어려울 것 같지만 가장 쉬운 문제입니다.
 

- 한편으론 박근혜 대통령의 복권을 요구하는 우리공화당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그분들의 충정과 진심을 이해합니다. 그 조직에서 활동하지는 않아도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을 극복했던 방법은 일본을 비난하고 거부하고 과거의 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국민을 예전보다 훨씬 더 잘 살게 하고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 말씀하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나 신당도 결국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문 프레임은 전제로 하는 건가요?

친문 신당을 만들기야 하겠습니까? 21세기에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는 새로운 정치를 주도하게 될 새로운 주체 세력이 형성되었으면 합니다. 우선 새 신당은 영어 닉네임이 catch -all party가 될 것입니다. 진보와 보수의 정신이 한 당안에 다 담기게 될 것입니다. 친북좌파를 제외하고 반공좌파까지 다 참여하는 바다 같은 당, 피아노 건반처럼 다양한 소리가 합쳐서 아름다운 음악이 되는 그런 통 큰 정당이 될 것입니다.

보수정권인 노태우 정권 시절에 남북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채택되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 한미 FTA가 체결되고 세계에서 가장 넓은 미군 부대를 평택에 건설했습니다. 영국의 노동당과 미국의 민주당은 반공좌파였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다 평가하는 당이 대한민국 미래당입니다. 누구와 어느 세력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당으로는 진정한 정치적 승리를 할 수 없습니다.
 

- 보수 정당 내에서의 개혁은 어렵다고 보십니까. 그래도 한국당이 친정이신데, 그렇다면 본인도 판갈이 대상이 아닙니까. 당에서 밀려 나간 사람의 주장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적인 문제는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고 열어가자고 하는데 이정현 개인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처음 정치를 시작한 84년에도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있었습니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정치개혁특위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한번쯤 총정리와 국그릇을 완전히 갈아치우는 것이 진정한 정치쇄신이고 혁신이고 개혁 아닐까요?
 

완전히 갈아치우는 것이 진정한 혁신

- 현재 한국당의 딜레마가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아닌가 합니다. 이 의원님은 한때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도 불리셨지요.

할 말이 태산 같지만, 하늘을 쳐다봅니다. 역사적 일입니다. 그분은 지금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실 것입니다. 아직도 그분에게 지울 짐이 더 남아 있나요?
 

- 마지막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의원님은 어떤 역할을 하시겠습니까.

내년 총선에서 보수정당은 위험한 상태입니다.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면 보수의 승리는 욕심이고, 환상에 가깝습니다. 한국당은 최악의 결과를 가정해야 합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인위적인 전략과 전술을 세우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대신 지금이라도 구성원들이 대한민국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먼저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미래를 이끌어갈 주체가 어떤 사람들이어야 하는지 먼저 답을 찾아야 합니다. 어느 누가 국회의원이 되어도 9명의 보좌진과 국회의원의 발언권과 권위를 주면 훌륭하게 그 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보수정치인이 앞에서 끄는 말이었고 보수세력들은 따라가는 마차였다면 지금은 정치인이 마차고 보수세력이 말입니다. 보수세력에는 지금의 현직 정치인들을 대체할 인재들이 각 분야, 각 세대 각 계층과 각 지역에 넘치고 넘칩니다.

전부를 갈아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아니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국그릇을 통째로 갈아 치워도 정치는 발전했으면 발전했지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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