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또 다른 10년이 온다.... 2020 - 2030 경제의 미래
[리뷰] 또 다른 10년이 온다.... 2020 - 2030 경제의 미래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11.26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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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흐름 읽으면, 한국 경제 앞날 보인다

―장면 #1: 제2차 대전 이후

통상적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설명할 때 그 시작은 제2차 대전 이후부터다. 두 차례에 걸친 큰 전쟁으로 각국이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경제 메커니즘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등 대부분의 국가가 그랬다. 독자 생존은 끝나고 바야흐로 경제는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세계 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재구축됐다.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 질서상에 대변화를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이끌었다. 각국의 운명은 미래에 대한 준비가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설정하느냐에 따라 좌우됐다.

―장면 #2: 1960년대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재구축 작업은 1960년대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에서 린든 존슨(Lyndon Johnson)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집권 시기에 꽃을 피웠다. 세계 경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경제도 경제 개발 초기에 커다란 힘이 됐다.

―장면 #3: 1970년대

1970년대를 맞이하는 세계인들의 가슴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뛰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린 1970년대의 하늘은 초반부터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워터게이트(Watergate) 사건으로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의 탄핵이 불거지고, 금태환 중지 선언으로 제2차 대전 이후 굳건히 유지돼왔던 달러 중심의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처음 당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선택도 잘못했다. 금태환 중지 선언 이후 잠시 스미스소니언 협정(Smithsonian Agreements)의 과도기 체제를 거친 후 1976년 킹스턴 체제(Kingston System)를 계기로 각국의 통화 가치는 자국의 외환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자유변동환율제로 넘어갔다. 너무 빠른 자유변동환율제 이행은 각국 간 무역 불균형을 낳았고 시장에 맡기면 더 심화되는 악순환 현상이 나타났다. 당황한 각국이 자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평가절하시켜 해결하는 과정에서 환율 전쟁이 수시로 불거졌다. 두 차례 오일 쇼크도 발생했다.
 

―장면 #4: 1980년대

잘못된 선택은 그 대가도 혹독했다. 오일 쇼크의 파장이 먼저 왔다. 1970년대 말 제2차 오일 쇼크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1980년대에 들면서 각국 경기는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물가는 올라가는 사상 초유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현상이 발생했다. 당시까지 만병통치약이라 불릴 정도로 효과가 좋았던 경기 처방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의 총수요 대책으로도 풀리지 않는 난제였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총수요를 진작시키면 물가가 더 올라가고, 물가를 잡기 위해 총수요를 줄이면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졌다.

발상의 전환이 절실할 때 의외의 곳에서 대안이 제시됐다.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정부의 경제 정책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의 이론적 근거이자 ‘공급 중시 경제학’을 태동시킨 ‘래퍼 곡선(Laffer Curve)’이었다. 래퍼 곡선의 처방이란 다름 아닌 ‘감세’를 통해 경제 주체의 의욕을 고취시켜주면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잡으면서 세수까지 증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1980년대 초반까지 일본 경제는 멈출 줄 모르고 성장했다. 제2차 대전 패전 이후 미국의 원조와 한국전쟁 특수와 같은 부흥 과정을 통해 역사상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만끽해왔던 일본이었다. 연평균 성장률 10퍼센트라는 경이로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오래도록 360엔대 수준을 유지한 덕분에 높은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무역 불균형 문제로 불거졌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서방 선진 5개국(G5) 재무장관은 1985년 엔화 강세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플라자 합의(Plaza Agreement)’에 서명했다. 효과는 컸다. 플라자 합의가 유지됐던 10년 동안 엔달러 환율은 260엔대에서 79엔대로 급락했다. 그러자 일본은 급작스런 엔고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1990년대에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장면 #5: 1990년대

1990년대는 격변의 10년이었다. 냉전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사회주의 국가가 마치 입을 맞춘 듯 빗장을 열었다.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 서기장은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 개방)’ 정책을 천명했다. 맹주의 지침에 따라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도 속속 개방화 정책에 동승했다. 개방화가 더딘 민주주의 국가는 속도를 더 냈다. ‘지구’라는 하나의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점차 승자와 패자가 나타났다.

훈련이 되지 않은 국가가 무작정 빗장을 열면 고도의 금융 기법으로 무장한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된다. 1990년대 초 조지 소로스(George Soros)의 영국 파운드화 공격으로 시작된 유럽의 통화 위기는 1994년 중남미 외채 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Moratorium, 국가 채무 불이행)으로 이어졌다. 개방론자의 주장에 밀려 1996년 12월 성급하게 OECD에 가입한 한국도 이듬해 외환 위기가 발생해 IMF의 경제 신탁통치 시대를 겪었다.

반면 미국 경제는 축복의 10년이었다. 실물경기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IT 산업이 주도하면서 ‘신경제(New Economy)’ 신화를 썼다. 높은 성장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아 이보다 좋을 수 없는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이었다. 금융 시장도 미국과 다른 국가들 사이에 금리 차이가 벌어지는 ‘대분열(Great Divergence)’과 강한 달러를 지향하는 ‘루빈 독트린(Rubin Doctrine)’ 덕분에 유럽, 중남미, 아시아, 러시아 등 위기 발생국으로부터 자금이 유입되면서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호황을 맞았다.

―장면 #6: 2000년대

대재앙이 될 것이라던 밀레니엄 버그(Millennium Bug) ‘Y2K’ 문제를 무사히 넘긴 새로운 천 년의 첫 10년은 미국의 위기로 점철된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 시기였다.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 사태를 계기로 언제 터질지 모르던 IT 거품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남아 있는 거품은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칭송받고 있던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당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사태, 2009년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 사태가 잇따라 터지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Global Financial Crisis)’라는 낙인(烙印)을 남기며 2000년대가 마무리됐다.

―장면 #7: 2010년대

2010년대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뒤처리로 숨 가쁘게 지나갔다. 제2차 대전 이후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 시장을 주도해온 미국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후유증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으며, 그 뒤처리도 전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이 과정에서 유럽 재정 위기 등 크고 작은 위기가 뒤따르기도 했다.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 완화 등으로 과다 부채, 자산 거품 등의 출구 전략 과제도 남겼다. 또한 2020년대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경제 패권 다툼’이라는 또 다른 냉전 분위기가 형성되는 시기였다. 미국이라는 중심국과 기축통화국의 위상이 얼마나 큰지 깨닫는 계기도 됐다.

―장면 #8: 2020년대 그리고 ‘또 다른 10년’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세계 경제는 이제 2020년대라는 ‘또 다른 10년’을 맞이하게 됐다. 2020년대 세계 경제는 2010년대와 비교해 환경 측면에서는 ‘뉴 노멀(New Normal)’에서 ‘뉴 앱노멀(New Abnormal)’, 위험관리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에서 ‘초불확실성’으로 한 단계 더 심화되리라고 전망된다. 뉴 앱노멀·초불확실성 시대가 긴장되는 이유는 어느 날 부지불식간에 갑자기 빅 체인지(Big Change), 즉 ‘대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종전의 이론과 규범과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까지 어려워짐에 따라, 오직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개혁과 혁신 그리고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아울러 2020년대 세계 경제의 질서는 외형상으로 제2차 대전 이후 세계 경제를 주도해온 미국 중심의 국제기구와 규범이 남아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역할과 구속력은 더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속을 채워줄 새로운 국제기구와 규범이 나오기도 어려울 듯 보인다. 최악의 경우 무정부.무규범의 혼돈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 “짐의 말이 곧 법”인 ‘스트롱맨(Strong Man)’들의 경제 절대군주 시대에서는 새로운 국제기구와 규범을 만들기 위해 각국이 머리를 맞대는 일조차 어렵다. 설령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구속력과 이행력이 따르지 않는 느슨한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

국제 통화 질서는 ‘시스템 없는(non system)’ 현재의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탈(脫)달러화 움직임은 빠르게 진전될 것이다. 그러나 유로화, 위안화, 엔화 등의 통화가 달러화를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 가상화폐가 달러화의 위상을 위협할 정도로 부상할 수 있다. 법화 무용론과 함께 디지털 기축통화 자리를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또 한 차례 패권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0년대에 들어서기 전부터 주도권을 확보한 4차 산업은 융복합 추세가 더 심화된 6차 산업으로까지 격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1~3차 산업 분야를 흡수하고 통합한 6차 산업으로 인해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산업 분류 개념이 무의미해진다. 알파라이징, BOP, 뉴 프런티어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제3섹터’가 부상하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뉴 앱노멀·초불확실성 시대가 가져올 빅 체인지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그에 따르는 어마어마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전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세계 10대 부국에 드는 데 과거 노멀?확실성 시대에서는 최소 30년이 걸렸지만, 뉴 노멀.불확실성 시대에는 10년 이내에도 가능했다. 뉴 앱노멀.초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더 단축될 수 있다.

2020년대 진입을 앞둔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성장 미래를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우려되는 사항은 성장 둔화 요인을 중국의 추격 등과 같은 외부 요인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은 도피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10년을 맞이한다. 2020년대는 기존의 이론, 규범,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될 것이다. 새로운 이론과 규범 등도 정립되지 않았다. 이전보다 더 영향력이 커진 심리적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모든 것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도 우리는 내다봐야 한다. 준비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행동해야 한다. 2020~2030년, 또 다른 10년,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 시장 그리고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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