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미래는 어떻게 올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우리
[신간] 미래는 어떻게 올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우리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12.02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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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더 빠르게 변하는 세상


대략 45억 년 지구 역사에서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은 불과 20만 년 전 일입니다. 기원전 1만 년 즈음에 농사짓는 법을 알게 되면서 문명이 시작되었지만, 자연환경에 의존하던 생활방식은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다가 500년 전 시작된 과학혁명과 함께 인류의 삶은 본격적인 변화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250년 전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변화 속도는 ‘더하기’에서 ‘곱하기’로 바뀌었습니다(1차 산업혁명).

19세기 후반에 발명된 전기는 대량 생산 시대를 열었고(2차 산업혁명), 20세기 후반의 컴퓨터는 자동화에 이어 온라인 시대를 열었습니다(3차 산업혁명). 이제 21세기 들어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사물과 기술의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실과 가상 세계, 온라인과 오프라인,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해체되고 있습니다. ‘붉은 여왕 효과’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변화하려고 열심히 노력해도, 주변 환경과 경쟁 대상 역시 변하고 있기에 자칫 상대보다 뒤처지거나 기껏해야 제자리에 머물고 마는 현상을 말하지요.

루이스 캐럴의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장면에서 빌린 개념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센 파도에 맞서고 있는 우리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꿈만 꾼다면 시대에 뒤처진 몽상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다섯 기술


인공지능·사물인터넷·3D 프린팅·자율주행차·생명과학. 숱한 혁신 기술이 있지만, 이 다섯 기술을 꼽은 이유가 있습니다. 산업과 사회는 물론 개인의 생활에서 두루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될 핵심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술들은 2010년을 전후하여 크게 도약했습니다. 이 가운데 지금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인공지능(AI)입니다. 최초의 산업혁명이 ‘노동하는 도구’인 기계를 만들어 냈다면, 지금의 산업혁명은 ‘생각하는 도구’인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인간의 몸에 비유하면 인공지능은 두뇌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의 수많은 기기와 장비는 물론 인간-사물-동물까지 이어 주는 사물인터넷은 혈관에 비유할 수 있겠지요. 예전처럼 재료를 깎거나 다듬는 방식이 아니라, 층층으로 쌓아 빠르고 간편하게 원하는 사물을 만드는 3D 프린팅은 개인의 다양한 요구를 실현시키면서 산업 구조 전반의 변화를 불러올 전망입니다. 스스로 알아서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과 3D 프린팅이 한데 모여 상승효과를 내는 종합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을 분자 수준에서 다루는 시대를 연 생명과학의 발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유전자를 자르고 붙여 병들거나 장애가 있는 몸을 고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강력한 유전자 기술과 인공지능과 기계가 융합된 새로운 유형의 인간을 탄생시킬지도 모를 일입니다.

과학기술 발전의 빛과 그림자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을 고리로 하여 모든 것을 연결하고 융합하여 인간의 한계를 넓혀 가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유용한 과학기술이라도 잘못 사용하면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숱한 가짜 뉴스와 이미지를 만들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범죄를 예방하고 질서를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설치된 감시카메라도 독재자나 범죄 집단의 손에 들어가면 감시와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은 사물인터넷에서도 엿보입니다.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확보한 빅데이터가 상업적으로 오용되거나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으니까요. 3D 프린팅은 남의 제품을 불법 복제하거나 위험한 무기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자율주행차 역시 나쁜 용도로 쓰이면 달리는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가장 큰 논란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일고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험되지 않은 GMO(유전자 변형 생물체) 식량의 부작용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유전 정보를 조합하여 합성한 새로운 물질이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게다가 인간을 유전자 조작의 실험 도구로 삼게 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넘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가치관과 윤리를 바로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변화의 방향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다행히도 인간에게는 자신을 성찰하는 능력과 세상과 이웃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정서가 있습니다.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까?


미래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합니다. 이를테면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은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영향으로 가까운 시일에 절반 안팎의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는 연구 결과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혁신 기술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그럼 다양한 미래의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본 생존법은 ‘평생 학습’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지요.

“쉬운 것은 어렵고, 어려운 것은 쉽다.” 로봇 공학자 한스 모라벡의 말입니다. 계산이나 암산 같은 분야에서는 인간이 컴퓨터와 경쟁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호기심, 상상력, 창의력 같은 정신 능력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힘’입니다.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왜(Why)’, ‘어떻게(How)’, ‘다음엔(Next)’, 그리고 ‘만약에(What if)’라는 질문을 던져 보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들을 통해 다진 비판적 사고력은 현실의 문제들을 자기만의 새로운 생각과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결하게 해 줍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미래인

가만히 앉아서 꿈만 꾸는 사람은 공상가에 불과합니다. 인류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실천하고 도전합니다. 상상력, 실천력, 휴머니즘을 고루 갖추었다면 진정한 미래인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3대에 걸쳐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위스의 과학 모험가 피카르 집안입니다. 1931년과 1932년, 할아버지인 오귀스트 피카르(1884~1962)는 자신이 개발한 기구를 타고 두 차례나 인류 최초로 성층권까지 올라갔습니다.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각종 입자와 방사선을 연구하기 위해서였지요. 오귀스트는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의 인기 만화 시리즈 《땡땡의 모험》에 등장하는 해바라기 박사의 모델이랍니다.

1960년, 아들인 자크 피카르(1922~2008)는 아버지인 오귀스트와 함께 개발한 잠수정을 타고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의 바닥까지 내려갔습니다. 자크는 이곳에도 심해어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핵폐기물을 해저에 버리려던 계획을 포기시켰습니다.

이 집안의 3대인 베르트랑 피카르는 1999년 화석연료를 이용하여 열기구로 세계 일주를 했지만, 2016년에는 드디어 태양광 비행기로 지구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재생에너지와 청정 기술로도 탐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지요. 베르트랑은 태양광 비행기 개발에 나선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습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업적은 남극, 북극, 에베레스트, 바다의 심연, 달을 정복한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업적은 정복이 아니라 우리 행성에서 삶의 질을 더 잘 보존할 수 있는 것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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