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교육 하향평준화만 초래
[선거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교육 하향평준화만 초래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고문
  • 승인 2019.12.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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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 11월 7일 현재의 고등학교 체제를 개편하여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보도 자료로 내면서 2025년부터 자사고와 특수목적고 가운데 외고와 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그 전환의 이유로는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설립 취지와 다르게 학교 간의 고교 서열화를 만들었고 사교육을 심화시키는 등 불평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는 모두 79개교로 신입생은 매년 약 2만 명에 불과하지만 시행될 경우 우리 고교교육에 일대 지각변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교육부는 이들 학교들을 일반고로 전환하면서 5년 간 약 2조 2000 억 원을 투입해 일반고 중심의 고교 생태계를 복원하고 2025년부터 고교 학점제(학생이 과목을 선택해 공부하는 학점제형 교육 시스템)를 도입해 일반고의 교육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하면 국내 엘리트 교육을 이끌어온 대표 학교들이 사라지고 일반고와 과학고·영재고·예술고·체육고 등 특수목적고만 남게 되는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폐지는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만 하면 돼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정권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원래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은 5년마다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일반고로의 단계적 전환을 유도하고 고교체제 개편 방안은 국가교육회의 등에서 장기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방침은 갑자기 결정된 정책이다. 그러면 우선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자사고, 외고, 국제고란?

자사고(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는 기존의 자립고(자립형 사립 고등학교)보다 학교의 자율성을 더 확대, 발전시킨 고등학교의 한 형태로, 2010년 50개교(현재는 42개교)가 지정되면서 시작된 고등학교이다.

자립형 사립고는 1974년 실시된 고교평준화정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2년부터 지정되어 운영된 학교들(상산고, 민족사관고,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등)로, 정부 지원금 없이 독립된 재정과 독립된 교과과정으로 임시적으로 운영되는 시범 형태의 학교이다. 2010년 자립고가 모두 자사고로 전환되었다. 자사고는 의무적으로 모집 인원의 20%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해야 하며, 재단은 법인전입금을 도 소재 사립고의 경우 3% 이상, 특별시, 광역시, 경기도 소재 사립고는 5% 이상 출원해야 한다. 학생 선발은 광역단위 모집이 원칙이나, 법인 전입금을 20% 이상 출원하면, 전국단위 모집이 가능하다.

외고(외국어 고등학교)와 국제고(국제 고등학교)는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와 마이스터고(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 등과 함께 특목고(특수목적 고등학교)로 분류되며, 이들은 ‘특수 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정의되어 있다. 외고는 외국어 조기 교육을 목적으로 세워졌으며 대부분 사립 고등학교이고, 영어과, 독일어과, 러시아어과, 프랑스어과, 중국어과, 일본어과 등이 설치되어 있다. 국제고는 국제화, 정보화 시대를 선도할 인문·사회 계열의 유능한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되었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를 유형별로 분류하면 올해 4월 1일 기준으로 일반고(1555개), 특성화고(490개), 특목고(157개), 자율형공립고(자공고, 112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42개)로 모두 2356개이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순서대로 <그림 1>의 괄호 속에 표시된 바와 같이 71.0%, 16.3%, 4.6%, 5.3%, 2.8%이다.

여기서 특목고는 <그림 1>의 왼쪽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마이스터고(47개), 외고(30개), 예술고(29개), 과학고(28개), 체육고(16개)와 국제고(7개)로 구성되어 있다. 특성화고는 소질과 적성 및 능력이 유사한 학생을 대상으로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또는 자연현장실습 등 체험 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학교이다. 특성화고는 교과 과정 중 특정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있는 실업계 학교로, 예를 들면 공업, 농업, 수산업, 애니메이션, 조리 등의 학과를 설치한 고등학교를 말한다.

전국에 특성화고는 모두 490곳으로, 서울에는 한양공업고등학교, 서울문화고등학교 등이 대표적이고, 대학 진학보다는 졸업 후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들이다. 과학고에 포함되어 있는 영재학교(8개)는 과학 분야의 영재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로 한국과학영재학교(부산), 서울과학고등학교,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등이 있다.

교육부의 지시에 의해 올해 11개 시·도교육청은 자사고 24개교를 대상으로 운영성과평가를 실시해 자사고 지정 취소와 관련된 평가를 실시했다. 2010년 자사고 제도가 시작되면서 각 자사고는 5년마다 지정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유사하게 내년에는 외고·국제고의 재지정 평가도 있다. 상산고를 제외한 23개교에 대한 평가기준점은 70점이었으나 상산고만은 전북도교육청의 요청에 따라 평가기준점이 80점이었다. 평가기준이 다른 것은 일관성이 결여된 것으로 혼란을 야기한 자사고 평가였다.
 

지난 11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시민들이 정부의 자사고, 외고 폐지 정책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연합
지난 11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시민들이 정부의 자사고, 외고 폐지 정책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연합

혼란을 야기한 자사고 평가와 지정 취소

교육청이 지정유지나 취소 평가 결과를 내면 교육부가 최종으로 동의 혹은 부동의하는 것에에 따라 최종 결정이 난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평가 결과를 8월 초순 교육부에 그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24개교 중 교육청 평가 결과 지정유지가 14개교, 지정취소가 10개교(안산 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서울 지역의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였다.

교육부는 교육청의 평가 결과에 대해 상산고는 평가점수가 79.61점으로 80점 미달이었으나 부동의 처리하고, 나머지 10개교(평가점수 70점 미만)에 대해서는 동의함으로써 이들 10개교는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었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안산 동산고와 부산 해운대고는 경기도교육감과 부산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를 수원지법과 부산지법이 각각 받아들이면서 “자사고 취소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 두 학교는 당장 자사고의 지위를 잃지 않고 2년 정도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혼란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기타 나머지 8개교도 이와 비슷한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이들 학교들의 자사고 지위는 잠정적으로 유지될 것이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교육부의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의혹을 계기로 공정성·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를 잠재우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진보단체들은 이들 학교가 귀족학교로 전락하면서 ‘대입 공정성 논란’, ‘교육 불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결국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가 거론될 것이 예견되었다. 그러나 고교 교육의 일대 지각변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교육체계를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개편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졸속행정이며 교육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듣는 이유이다. 결국 수험생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줄 것은 자명하다.
 

그림 1  우리나라 고등학교 유형별 학교 수 현황
그림 1 우리나라 고등학교 유형별 학교 수 현황

자사고인 상산고의 사례

상산고는 1981년 ‘지성, 덕성, 야성을 겸비한 미래 세계의 주역들을 길러내는 도장’을 목표로 현 홍성대 이사장이 전주에 수백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학교이다. 2002년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되어 365명의 신입생(남 8학급, 여 4학급)을 받았고, 2010년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었고, 그동안 약 17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많은 인재를 양성했다.

홍성대 이사장은 모든 고교생의 필수 참고서인 ‘수학의 정석’ 출판을 통해 모은 돈을 상산고에 대부분 투입하면서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학생회관, 도서관, 생활관, 과학관, 태권도장, 체육관, 기숙사, 멀티미디어 강의동 등을 지었다.

지난 11월 7일 교육부의 자사고 일괄 폐지 발표가 난 직후에 가진 홍 이사장의 한 인터뷰를 보면 자사고 폐지의 부당함을 알 수 있다. 그는 “전국에서 학생을 뽑을 수 있다고 해서 자사고로 전환해 17년 동안 463억 원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알맹이를 다 뺏어가네요”라고 허탈해 했다.

홍 이사장은 평균 매년 약 27억 원을 상산고에 쏟아 부은 것이다. 그는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고 개인 출연금으로 좋은 학교를 운영하겠다는데, 이를 정부가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며, 요즘 일어나는 일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이 없습니다”고 토로했다. 상산고는 법인 전입금을 20% 이상 출원하면서 전국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해 교육해 왔다.

홍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우리 아이들은 서울과 강원, 제주 증 모든 지역 출신이 기숙사에서 함께 삽니다. 꼬막 줍다 온 학생과 도심 빌딩 숲에 살던 학생이 함께 뒹굴며 서로 배우고 성장했는데 그걸 못하게 하면 내가 추구해온 교육가치가 깨집니다. 일반고로 전환하면 정원을 채우지 못 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현재 정원의 20%를 전북 학생으로만 선발하는데, 이것도 미달이거나 간신히 채우는 수준입니다.” 홍 이사장은 또한 말하기를 “정부가 전국의 자사고 42곳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면 지금까지 안 주던 지원금(재정결함보조금)을 1년에 약 2000억 원 줘야 하고, 무상교육 대상 학교로 편입시켜야 합니다. 그 막대한 돈을 다 부담하고 전환된 일반고를 어떻게 살리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고 말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폐지는 상산고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많은 독지가들의 헌신에 의해 질 높게 운영되어 오던 사립학교들을 정부가 강제로 일반고로 전환해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면서도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정취소에서 보는 가장 큰 문제점을 세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정부에서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수월성(엘리트) 교육을 점차적으로 없애고 모든 고교 교육의 평준화를 이루겠다는 교육정책이다.

우수 인재가 절실히 필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하향평준화를 초래하는 평등주의 교육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림 2>에서와 같이 2025년 이후에는 일반고가 전체 고교 학생 수의 약 75%를 차지하게 되며 교육의 하향평준화가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 우수 인재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창의력 있는 인재가 필요하며 외국어에 능통한 인재, 국제적 감각을 가진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시점에서 우수 인재 양성에 헌신하는 독지가들의 뜻을 꺾으면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한다는 방침은 잘못된 방향임에 확실하다.
 

그림 2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후 고교유형 단순화와 현재 유형별 학생
그림 2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후 고교유형 단순화와 현재 유형별 학생

자사고, 외고, 국제고 지정취소와 관련된 교육정책의 문제점

둘째,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해 교육의 다양성을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동안 자사고·외고·국제고는 학교 수에서는 3.4%, 학생 수에서는 4.2%밖에 안 되지만 우리나라 고교 교육에 다양성을 제공하면서 교육의 질을 높여 왔다. 이제 이런 다양성을 없애고 획일화 교육을 추진하는 것은 21세기 다양한 국제문화 환경에 어울리지도 않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양성을 죽이는 획일성 교육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도 잘 어울리지 않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다.

셋째, 자사고·외고·국제고가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는데 이런 진단도 잘못된 것이다. 고교 서열화는 고교 교육의 질에 따라 학부형이나 대학이 평가해 생기는 것이면 입시경쟁이 있는 한 없어질 수 없는 현상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없어지게 되면 없어지지 않는 과학고, 예술고, 영재학교 등의 인기가 틀림없이 높아질 것이고 또한 일반고들 간에 치열한 서열화가 발생될 것이다.

입시경쟁의 근본 원인은 임금차별과 학벌주의가 공고한 우리나라의 사회·노동 구조에 있는 것이지 자사고·외고·국제고에 그 책임을 돌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지난 8월에 중학생 학부모 4573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고등학교를 조사한 결과 영재학교 선호도는 전년도 같은 시기(11.0%)에 비해 올해 (15.3%) 4.3%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단위 자사고의 선호도는 19.7%에서 22.5%로 2.8%p 증가했고, 과학고는 11.5%에서 13.4%로 1.8%p 늘어났다. 또한 서울의 경우에는 자사고·외고·국제고가 강북에 많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없어지게 되면 강남에 있는 일반고들의 인기가 치솟을 것이 자명하다.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고문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고문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얘기도 틀린 얘기이다. 이들 학교의 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원에 거의 다니지 않고 학교에서 대부분의 교육을 받는다. 즉 이들 학교들은 사교육 시장 축소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사교육의 주범은 부실한 일반고의 공교육 교육 역량이다. 사교육을 줄이려면 공교육 역량 강화가 급선무이다.

이번에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는 잘못된 교육정책 방향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 정책은 다음 정권에서 시행령 개정이 가능하므로, 뒤집힐지도 모르는 교육정책이다. 국민에게 혼란만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정책으로, 교육의 하향평준화만 초래하는 우매한 정책이다. 21세기에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정책에 반하는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스스로 잘하려고 노력하는 자사고·외고·국제고는 그대로 열심히 하라고 간섭하지 말고 놓아두고, 교육 역량이 부족한 일반고를 획기적으로 지원해 일반고의 교육 역량을 끌어올려 고등학교 교육의 상향평준화를 도모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이럴 경우 고교 서열화도 어느 정도 완화되고 사교육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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