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도와 결말..."연동비례, 노조세력 키운다"
[긴급점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도와 결말..."연동비례, 노조세력 키운다"
  •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9.12.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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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되면 21대 국회는 전혀 다른 모습의 국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의당의 약진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되면 21대 국회는 전혀 다른 모습의 국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의당의 약진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을 타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당이 가장 적극적이고 더불어민주당도 적극적이지만 강도는 떨어진다. 중도를 표방하거나 지역을 기반으로 군소정당도 국회 의석수를 늘린다는 전제하에 도입에 찬성한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다른 우파 정치세력들도 반대한다. 그러나 현재의 국회의원 의석 분포와 대통령의 강행 의지를 고려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검증되지 않은 생소한 제도다. 독일에서 한다고 하지만 다른 나라도 따라가는 보편적인 제도가 아니다. 어떤 나라든 선거제도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정치 권력의 변화뿐 아니라 국민과 나라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독일은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환경이 크게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일은 위험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일으킬 변화에 관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치나 국회 개혁으로 포장해 밀어붙이면 경제위기와 민주주의 위기를 자초하게 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국회에 제출된 선거법 개정안은 정당 득표에 따라 국회의원 의석수가 결정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해 지역구 의원은 225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은 75명으로 늘린다. 유권자의 권한은 줄어들고 정당의 권력은 강화되나, 정당이 내거는 공약은 구호에 가깝고 제시한 정책도 추상적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만들어질 신생정당일수록 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정당이 추천한 후보도 누구인지 몰라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유권자가 선택하는 ‘캄캄한 선거’가 된다. 게다가 정당은 불리하다 싶으면 정당명을 바꾸고, 자질이 떨어지는 후보를 정반대로 포장해도 책임지지 않는 일이 커진다. 선거제도를 혁명적으로 바꾸고 4개월도 안 되어 시행하는 정치실험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패한 제도라고 해도 기득권을 만들어 나중에 바꾸는 일은 더 어렵기에 지금이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왜 도입하는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한국이 처한 상황에 맞는지 이해하고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가장 적극적인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 개정과 정의당의 강령, 문 정권의 탄생에 지대하게 공헌하고 정의당과 밀접하게 협력하는 민주노총의 강령도 분석하면서 외국의 경험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입 시기도 매우 위험하다.

지난 2년 반 사이에 경제가 급속히 추락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성장률이 3%대에서 1%대로 반 토막 나고 실제 실업률은 3%대에서 6%대로 두 배 올라갈 지경인데 문 대통령의 개헌안과 정의당의 강령대로 사회주의 정책으로 변하면 경제위기의 가능성은 급증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위험을 미리 점검하는 일은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무다. 이뿐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이후에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우왕좌왕하고 시간을 낭비하기 쉽게 때문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관한 대책을 만드는 일도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책무다.
 

지난 12월 5일 선거법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즉각 통과시키라면서 국회앞에서 농성을 하는 정의당 의원들 (가운데는심상정 대표).
지난 12월 5일 선거법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즉각 통과시키라면서 국회앞에서 농성을 하는 정의당 의원들  (가운데는 심상정 대표).

연동비례, 정의당 약진으로 노조세력 커질 것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좌파 연정 및 노정 연합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2016년 총선 기준으로 정의당은 지역구에서는 2석이지만 비례대표가 19석이 되어 6석에서 21석으로 3배 이상 늘어나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석수가 줄어도 지역 기반이 겹치는 일부 의원을 끌어와 정의당과 연합해 원내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반 동안 문 정권은 창원성산 선거의 후보 단일화, 조국 사태 등에서 정의당과 긴밀했는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계기로 내각 구성에 정의당이 참여하고 정의당의 정책이 대폭 받아들여져 중도 좌파와 좌파의 연합이 나타날 것이다.

문 정권의 대외경제정책의 핵심은 남북협력에 있다. 남북협력으로 평화경제가 되면 일본과의 갈등 극복은 물론 악화하고 있는 경제도 반전시킨다고 공언한다. 정의당의 강령도 비슷해 남북경제협력을 발전시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만든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출이 주도하는 개방경제이고 규모도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큰데 북한과 경제협력으로 번영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폐쇄적 좌파 민족주의는, 지난 2년 반 사이에 수출이 격감하고 자본이 해외로 대거 떠난데서 알 수 있듯이, 외국과 불필요한 마찰을 불러 일으키고 세계 경제 질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연합하게 되면 지금보다 경제사회정책도 좌파적 색채를 더 강화한다. 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을 보면 권력 구조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지방자치 강화, 직접민주주의 강화에다 “국회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해야 한다”라고 명시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뒷받침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군소정당이 난립하면 조직과 선전이 강한 좌파가 선거에서 유리해 남미식 대통령제-다당제 나라의 정치 혼란이나 남부 유럽의 내각제-군소정당 연정의 정책 혼란이 발생해 경제위기 가능성은 올라가고 반면, 위기 해결 능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과 함께 경제민주화가 핵심적인 정치이념이 되면서 좌파적 정책이 강화되어왔다. 헌법 개정안은 토지공개념 명시, 재산권 행사의 한계 등으로 경제민주화를 강화한다. 정의당의 강령은 더 나아가 ‘보편적 복지에 머무르지 않고 시장과 자본의 탐욕을 감시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주장한다. 또 금융 등에서도 공공성의 강화를 강조하면서 사회주의로 더 기울어진다.
 

노-정 세력간 야합으로 소득주도 성장 폐해 늘어날 것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나누는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은 더 큰 변화를 예고한다. 헌법 개정안의 노동에 관한 조항은 더 구체적이고 내용은 정의당을 뛰어넘어 민주노총의 강령과 맥을 같이할 정도로 노동계에 치우쳐 있다. 헌법 개정안은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고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의 통제도 강화한다.

지금까지 없었던 동일노동 동일임금, 노사대등결정원칙, 정치파업 허용 및 정리해고 반대 등 권리분쟁 파업 허용, 해고자와 퇴직자 노조 가입 등 공무원과 교원의 노동기본권 강화 등을 헌법 개정안에 새로 삽입했다. 기회 평등보다 결과 평등이, 노동과 자본의 협력보다 대립이,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연합하고 여기에 민주노총이 합세해 좌파 연정과 노정 연합의 나라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은 더불어민주당의 강령보다 정의당의 강령을 더 많이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강령보다 더 좌파적이고 민주노총의 강령과 맥을 같이 한다. 정의당과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노사공동결정제도는 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에 담긴 노사대등결정원칙과 같다.

더불어민주당의 강령은 헌법 정신을 수용하면서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중도 좌파적인 색채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강령 전문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소득주도성장이 빠지고 포용적 복지국가, 혁신 성장과 포용 성장이 들어간다. 정치 강령에서 ‘다양성, 비례성, 통합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정치제도’라는 일반적인 원칙이, 경제 강령에 소득주도성장을 일자리 중심의 소득주도성장으로 명시한다.

정의당은 중산층이나 서민이라는 단어 대신 일하는 사람이라는 단어로 비정규직 등 소외 계층을 내세운다. 정의당의 강령은 시장과 기업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통제, 노동과 자본 대립성 등 더불어민주당보다 좌파적 이념으로의 정체성을 선명히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보면 정의당은 독일식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를 강령에 명시하고, 대통령 결선제의 도입과 지방정부 자치권의 대폭 강화뿐 아니라 소득주도성장도 강령에 포함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모두를 위한 경제성장’을 한다고 강령에 명시함으로써 더불어민주당보다 훨씬 더 문 대통령에게 가까운 태도를 보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생길 가장 큰 변화는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는 노동법이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한다. 또 한국 기업이 해외로 떠나고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줄어든 이유도 마찬가지다. 세계경제포럼(2019)은 한국을 조사 대상 141개국 중에서 노사 협력 130위, 정리해고비용 102위, 고용 및 해고 비용 102위, 임금 결정 유연성 84위로 평가한다.

헤리티지재단(2019)도 한국의 노동 자유 순위를 조사 대상 181개국 중에서 108위로 평가한다. 이런 순위는 모두 2018년도에 비해 순위가 떨어진 것이다. 문 정권과 정의당 모두 소득주도성장을 추구하고 노동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경직화 정책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뿐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정부의 노동시장 통제 강화는 노동법 개정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개정 건수가 2016년 8건이었는데, 2017년 9건에서 2018년에는 21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2019년에도 현재까지 9건이다. 문 정권 집권 전반기에는 법 개정이 근로기준법 등 개별 근로관계에 대한 것이 많았고, 내용을 보면 2016년에는 미미한 수준의 개정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노동시장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수준의 개정이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좌파연합이 이뤄지면 노동 분야에서는 문 대통령 집권 전반기보다 더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헌법 개정안에 담긴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정리해고 반대나 정치파업의 허용, 공무원의 단체행동권 허용, 노사공동결정과 노동이사제 도입 등은 정의당의 강령뿐 아니라 민주노총의 강령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강령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실현’을 목표에 두고 정의당과 밀접하게 협력해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좌파 연정과 노정 연합이 제도화되면 집권 후반기에는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제도를 사회주의로 바꾸는 일이 본격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정의당은 문 대통령에게 인사는 물론 정책과 예산 등에 대해 공식적인 협력관계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헌법 개정안대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제도를 바꾸라는 민주노총의 목소리는 커지고, ILO 협약 비준, 이에 따른 노동조합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의 개정은 물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완전한 정규직화 요구, 특수고용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요구 등으로 노동운동이 폭발하게 될 것이다.

노사관계가 불안해지며 시위와 총파업 등으로 무질서와 사회 혼란이 커지나, 정부는 수수방관해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생산 중단 등으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도 급격히 커지게 될 것이다. 파업이나 시위 등의 문제가 일시적이라고 하더라도 노동시장을 망가뜨리는 더 심각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 강화는 임금·고용 관행을 경직화시키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악화시킨다. 다른 나라의 좌파정책 경험이 그랬듯이, 노동시장에서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 문제가 커지고 근로 빈곤 계층이 증가하게 된다. 남부 유럽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남미는 더 심각해 법의 보호를 받고 근로 소득 신고도 하는 공식부문과 그렇지 않은 비공식 부문으로 노동시장이 단절되었다. 정규직이나 공식부문 근로자의 보호 강화는 비정규직이나 비공식 근로자의 증가를 가져와 소득 불평등도 키웠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현실과 괴리된 법·제도의 모순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는 모순이 큰 나라인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임금수준과 고용 안정의 차이에 노동조합 변수가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다.

공공부문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70% 이상으로 민간보다 7배 정도 높고, 민간부문도 1000인 이상 사업체는 70% 이상이지만 30인 미만 사업체는 0%에 가깝다. 공공부문과 대기업 노동조합은 대부분 민주노총에 가입되어 있고, 선진국을 상회할 정도로 임금수준이 높으나, 중소기업이나 비조합원을 배려하지 않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소득 불평등을 키웠다. 민주노총은 단위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가 평균 1862명으로 한국노총보다 5배 많다. 여기에다 문 정권 등장 이후 조직이 급성장해 조합원 수도 한국노총보다 많아졌을 것이라 보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하는 한국노총은 더 위축되는 반면, 민주노총은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서비스업 등을 조직화하면서 확장될 것이라 보인다. 민주노총은 대립적이고 파업 성향이 크고 기술혁신에 대해 비협조적이다. 또 노동시장의 법·제도와 관행의 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도 비협조적이라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딜레마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 노동운동 노선을 바꿀 것 같지 않다.
 

지난 11월 20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좌파 연정과 노정 연합이 제도화되면 민노총의 입김은 더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민주노총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파업 출정식 모습/. 연합
지난 11월 20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좌파 연정과 노정 연합이 제도화되면 민노총의 입김은 더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민주노총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파업 출정식 모습/. 연합

연동비례가 실업률을 높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지난 2년 반 동안 봤듯이 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노총과 대립하지 않으려고 하기에 경직적인 노동시장 관행이 유지될 것이다. 오히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노사관계 불안이 커지고, 혁신이 지연되면서 저성장의 고착과 고실업 국가로 변화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고임금과 고용 보호 혜택을 누리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청년의 일자리는 씨가 말라 청년 실업률은 남부 유럽처럼 40% 안팎으로 올라갈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기술혁신과 고령화에 의한 노동시장 양극화 위험이 가중될 것이다. 기술혁신을 근로자의 스킬(skill)이 따라가지 못하면 고용이 불안해지고 조직이 경직적이면 실업이 발생한다. 또 고령화에 따른 정년연장은 노동시장 양극화 위험을 더 키운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고령화가 당면한 과제인데도 불구하고 스킬 개발에 관심이 없고 변화에 대한 조직의 대응능력을 떨어뜨린다. 반면, 정년연장으로 고용 관계 유지에 매달리기에 청년 실업은 악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기술혁신과 고령화에 대해 민주노총과 비슷한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양극화에 따른 문제를 공공부문 고용 확대, 무상복지 전면 확대 등으로 해결하려고 해왔다. 기득권을 가진 인사이드 근로자에게는 고용 보호로 반면, 제도에서 소외된 아웃사이드 근로자에게는 재정지원으로 달래는 이원적 정책을 추구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동안의 결과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양극화가 커지고 반면, 세금부담이 늘면서 재정은 악화했다. 공공부문 고용 확대는 제조업 등 민간 기업의 일자리 감소로, 무상복지 전면 확대는 저임금 계층의 근로 소득 감소로 나타났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좌파 연정 및 노정 연합은 이런 모순을 키우게 될 것이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정의당이 매달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좌파연합과 민주노총이 합세한 노정 연합의 제도화로 볼 수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위치상 지속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유권자의 다수인 서민과 중산층을 포기하고 좌파로 바꾸지 않는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치 불안만 키우고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신생정당이 난립해 남미나 남부 유럽처럼 정당이 30개 이상 되고 더불어민주당 득표율은 20-30%대로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책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경제의 성과가 저하되어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을 고스란히 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버넌스의 실패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성공 사례로 들고 있으나 우리나라와 독일의 차이를 간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정부가 시장을 통제해 이해관계를 조정하려 하지만 독일은 좌파 정당도 그렇지 않다.

정부의 개입은 작고 노사단체가 이해관계를 조정하는데 이마저도 바꿔 미국처럼 시장이 이해관계를 조율하도록 바꿨다. 사회민주당 슈뢰더 총리는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을 통해 10% 넘은 고실업을 3%대로 낮추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도 극복했다. 우리와 비슷한 스페인도 시장 중심 거버넌스로 바꿔 25%의 실업률을 절반으로 떨어뜨렸다.
 

연동비례, 군소정당 난립으로 이익집단 발호 우려

기술혁신 및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 그리고 고령화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져올 군소정당이 난립한 정치제도로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대한 변화다. 좌파 연정과 노정 연합으로는 대응하기 더 어렵다. 기존의 제도와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변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좌파정책은 제도를 경직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들도 변화에 신속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바꾸면서 좌파 색채를 지워가고 있다. 좌파 정당은 제3의 길을 내세우고 노동계와 거리를 둔다. 이런 점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리로 한 문 정권과 정의당 그리고 민주노총의 연대는 시대와 역행한다.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정치가 미래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으로 인식되지 못할수록, 이익집단에 좌우될수록 성장은 후퇴했다. 정부의 지원이 불특정할수록 소득재분배와 복지정책은 왜곡되고, 보편적 복지는 비효율적인 자원 재분배를 통해 이익 보는 집단과 정치세력의 연합에 의한 산물이 되었다.

선진국이라도 어떤 나라는 고성장-저실업에, 다른 어떤 나라는 저성장-고실업에 균형을 유지하는 이유는 전자는 좋은 제도가 후자는 나쁜 제도가 경제를 규율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자체로 경제의 성과를 높이지 못하고, 정치의 책무성을 높인 민주주의만이 성장을 지속하게 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구하는 좌파 정치세력의 시도는 경제는 물론 민주주의도 위기에 빠뜨리는 위험한 일이다.

우리나라 정치가 해야 할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정책, 고성장-저실업을 위한 제도 개선, 정치의 책무성을 높이는 민주주의 확립이다. 그래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집한다면 헌법 정신에 충실하기라도 해야 한다.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만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무엇이 바뀌는지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고 불과 몇 개월 만에 선거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국민이 확신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부터 시행하는 것이 맞다.

※ 이 기사는 11월 28일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연동형비례제의 정치경제적 효과’ 세미나의 발제문 원문입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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