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홍콩 민주화 시위, ‘평양의 봄’으로 이어져야
[논단] 홍콩 민주화 시위, ‘평양의 봄’으로 이어져야
  • 김주일 국제탈북민연대 사무총장
  • 승인 2019.12.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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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우산혁명은 보편적 인권문제다. 홍콩의 인권을 말하면서 북한인권에는 눈감는 것이 한국 좌파세력이다.
홍콩의 우산혁명은 보편적 인권문제다. 홍콩의 인권을 말하면서 북한인권에는 눈감는 것이 한국 좌파세력이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려 했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를 계기로 시작되었던 홍콩 시민 ‘민주화’ 시위가 7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지난 24일에 치러졌던 18개 구의회의 의원 지방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전체 의석의 85.8%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지만 홍콩시위는 현재 진행형이다. 홍콩 정부가 왜 송환법을 추진하게 된 것인지를 잠깐 짚어보고자 한다.

작년 2월 대만에서 홍콩인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한 홍콩인 남성은 여자 친구와 대만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그를 살해하고 시신을 대만에 유기한 뒤 홍콩으로 귀국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홍콩 경찰은 그를 수사했지만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대만으로 송환할 수 없었다. 홍콩은 국가의 입법, 사법, 집행관할권을 자국 내에서만 행사하는 속지주의를 선택하고 있어 홍콩 외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을 처벌할 방법도 없었다.

이에 홍콩 당국은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인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을 추진키로 했으며 여기에 중국 본토, 마카오 등도 포함했다.

홍콩 시위대를 진압하는 홍콩 경찰 모습. 이 사진을 가지고 좌파 단체는 5·18 광주의 모습과 연결 짓고 있다.
홍콩 시위대를 진압하는 홍콩 경찰 모습. 이 사진을 가지고 좌파 단체는 5·18 광주의 모습과 연결 짓고 있다.

‘홍콩시위’ 관련 소식을 북한 주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범죄자 송환보다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것을 우려해 거리로 뛰쳐 나왔다. 이렇게 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시위는 반중시위로 확대되고 있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계기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지만 어쩌면 오랜 기간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불만을 가졌던 민심의 폭발이라는 해석도 많다. 시위도 시위이지만 이번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대승을 거둔 쾌거는 홍콩의 민심을 잘 보여주는 정치적인 첫 사례이다. 게다가 71.2%라는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번 홍콩선거의 의미는 더 남다르다.

외부세계와 차단되어 있는 북한이지만 1997년 고난의 행군 이후 국가배급 경제가 완전히 붕괴되면서 낮은 단계의 시장경제 형태인 ‘장마당 경제’가 태동했다. 개인 유통망이 생명인 장마당 경제는 국가통제시스템으로부터 개인 통제권 이탈 전환의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 북한에도 블랙마켓이 형성되었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국제사회 소식이나 뉴스, 한류문화 등 당국이 통제하는 외부 소식을 블랙마켓을 통해 듣고 있다.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인권단체나 지구촌 여러 국가가 보내는 중·단파 라디오, USB, 삐라, 신문의 외부정보 투입사업도 폐쇄된 사회의 눈과 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루트를 통해 홍콩 ‘민주화’ 시위 소식은 북한 주민들에게 바로 바로 전달되고 있다.

홍콩시위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시각은 어떠하며 그들은 ‘지금 지하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를 생각해 봤다.

한국 좌파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북한의‘ 수령독재’정권이다. 사진은 일본에 표착한 북한 목선.
한국 좌파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북한의‘ 수령독재’정권이다. 사진은 일본에 표착한 북한 목선.


2000년을 기준으로 북한은 ‘세뇌교육세대’와 ‘장마당세대’로 나뉜다.

과거 통제와 교육 속에 인격과 사회가치관이 형성되던 세뇌교육세대와 달리 ‘배고픔’과 ‘살아남기’로 인생과 사회를 터득해 온 장마당세대는 저돌적이고 당돌하며 개방적이며 저항적이다. 그렇다고 세뇌교육세대에게 그런 저항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보다 통제시스템이 약화된 환경에서 성장한 장마당 세대는 좀 더 저돌적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장마당세대는 아마도 홍콩시위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필자는 나름 짐작한다.

실제로 아직 수면 위에 공식화는 되지 않았지만 수령독재에 저항해 탈북한 북한인권운동가 출신들과 북한 내 조직들이 학연·지연·혈연의 밀접한 연계를 유지하며 북한 주민 의식화, 조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블랙채널을 통해 간간이 들려오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계 민주화의 열풍을 들여다 보면 북한의 민주화도 낙관하게 된다.

지난 2010년 튀니지의 26세 청년 모아메드 부아지지가 부패한 경찰의 노점상 단속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자 24년 독재자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에 분신자살로 항거했다. 이를 촉매로 튀니지 재스민 혁명이 터졌다. 동양의 반대쪽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이 재스민 혁명은 중동 ‘아랍의 봄’을 불러왔으며 지금은 아시아까지 그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방증이 오늘날 ‘우산혁명’으로 일컫는 홍콩시위이다.

홍콩 시민들은 지금 전 세계 민주화 열풍, 그 역사적 흐름에서 중국 공산당 독재에 항거하며 목숨을 걸고 항쟁하고 있다.

한국 좌파, ‘북한 민주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국내 한 언론은 지난달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홍콩 ‘민간인권진선’ 지미 샴 대표(대규모 시위 주도 인물)가 홍콩시위는 한국의 ‘5·18정신’과 ‘광화문 촛불정신’을 이어 받은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인터뷰 기사로 다뤘다. 지미 샴 대표가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니 기자의 의도된 질문에 유도 당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언론과 달리 해외언론에서는 홍콩 민주화 시위가 한국의 5·18이나 광화문 촛불정신을 계승한 시위라는 평가는 찾아볼 수 없다.

지금도 한국의 포털 사이트들을 뒤져보면 홍콩시위를 5·18이나 광화문 촛불정신에 억지로 맞추려는 좌파성향 단체들과 언론사들의 몸부림이 가열차게 보인다. 필자는 왜 좌파성향의 시민단체나 언론사가 홍콩시위를 자신들 정체성의 단골메뉴로 하지 못해 안달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한국 좌파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북한의 수령독재 정권이다. 3대세습의 북한 수령독재 정권은 국제사회가 지목한 인권 유린의 반인도적 범죄 집단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캐치프레이즈로든 한국의 좌파진영은 팬들에게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며 그 보여주기식 성과물 생산을 위해서는 북한의 수령독재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그것이 ‘평화’라는 비현실주의 논리로 세뇌되어 있다.

북한 수령 독재자의 비유를 맞춰야 하니 자연히 북한 주민의 인권은 침묵해야 하는 이중성, 즉 연기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진보의 민낯이다. 그러다 보니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 북한 사회의 민주화, 북한 주민의 자유화 이런 필연적 정의에는 눈을 감고 귀를 닫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이중적 제스처 때문에 한국의 좌파진영은 국제사회로부터 진보의 진정성을 의심받아 왔으며 그 피해의식을 홍콩시위에서 보상받으려는 지나친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는 듯 보인다. 그것이 오늘날 홍콩시위를 5·18과 광화문 촛불과 억지로 연계하려는 그들만의 착시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홍콩시위는 인류보편적인 인권 문제이고 인류지향적인 자유와 민주의 문제이며 독재권력의 철쇄를 끊어 내기 위한 ‘인간해방’의 문제로 본다. 세계 민주화의 흐름도 재스민 혁명으로부터 아랍의 봄을 거쳐 홍콩의 우산혁명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사고이지 생뚱맞게 한국의 5·18이나 촛불정신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한국의 좌파진영은 집단의 아킬레스건을 홍콩시위에 억지로 맞추려는 쇼맨십 자세에서 물러나 한반도의 당면 문제인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독재자로부터의 주민 해방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궁극적 통일도 북한 주민의 인권이 개선되는 것부터 출발되어야 한다는 보편적 사고관을 가져야 세계 인권과 민주화에도 목소리 낼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짐을 깨달았으면 한다.

탈북을 통해 수령독재에 저항한 1세대로서, 북에 혈육과 고향을 둔 북한 주민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인권 문제로 출발한 홍콩의 ‘우산혁명’이 ‘평양의 봄’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확신한다. 그것이 순리이고 역사적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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