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중국 지방은행 ‘뱅크런’..... 지난 5월 지방은행 파산으로 금융구조문제 드러나
[이슈분석] 중국 지방은행 ‘뱅크런’..... 지난 5월 지방은행 파산으로 금융구조문제 드러나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9.12.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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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방 은행 파산 소식에 몰려든 예금주들
중국 지방 은행 파산 소식에 몰려든 예금주들

한국 사회는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이 저질러 놓은 일들, 한미-한일 간의 갈등과긴장 문제로 정신이 없다. 이러는 사이 한국에 ‘제2의 IMF’를 불러올 수 있는 일이 점점 번지고 있지만 국내 정치인과 주류 언론들은 별 관심이 없다. 아니 쉬쉬하고 있다. 바로 중국 은행들의 파산이다.

지난 10월 29일 중국 허난성 루양시 소재 이촨농촌산업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SNS인 위챗에서 이 은행이 파산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자 예금주들이 몰려들면서 순식간에 뱅크런으로 번졌다.

중국 공안은 20대 여성을 포함해 4명을 루머를 퍼뜨린 혐의로 붙잡았다. 중국 공안은 이들을 “사실을 날조하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로 구금했다. 해당 은행은 이튿날 “정상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지방규율당국은 “심각한 규율 및 불법을 저지른 가능성이 있는, 이촨 농촌산업은행의 캉펑리 회장을 조사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1월 6일에는 랴오닝성 소재 잉커우 옌하이 은행에서 뱅크런이 일어났다. 이 또한 SNS를 통해 퍼진 소문 때문이었다. 소문은 “잉커유 옌하이 은행이 신용위기에 빠져 곧 망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문이 나온 뒤 뱅크런이 일어났다.

결국 은행 측은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명의의 공고문을 발표했다. “소문에 절대 동요하지 말라. 당신의 예금은 법률과 제도로 국가의 보장을 받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내용이었다. 은행은 또한 “우리가 보유한 예금 규모는 660억 7000만 위안에 달할 정도로 지불 능력이 막강하다”면서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SNS에 나도는 소문 하나로 뱅크런이 일어날 정도로 중국 사람들은 귀가 얇을까. 아니다. 중국에서 은행 파산의 전례가 있어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낀 것이었다. 2019년 들어 중국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의 파산과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부실금융 때문이다.

지난 5월 중국 금융당국은 내몽골 자치구에 있는 영세 금융기관 ‘바오샹 은행’의 파산을 유도했다. 이어 7월에는 비슷한 영세 은행인 랴오닝성 진저우 은행, 산둥성 헝펑 은행, 랴오닝성 잉커유 옌하이 은행, 허난성 이촨농촌산업은행 등에 보조금을 주고 구조조정을 강요해 겨우 고비를 넘겼다. 이런 은행들을 가리켜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니, 중국 소형은행들이 지역 공산당 간부와 결탁해 불법부정 대출을 해준 사실을 아는 중국 사람들이 예금을 잃을까 위기감을 갖는 것은 당연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바오샹 은행을 파산시킨 뒤 국유화 했다. 중국 언론들은 당국이 이를 통해 소형은행의 부실이 다른 금융기관으로 퍼지지 않게 했다고 칭찬했지만 해외 금융계는 이를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중국 공산당이 기획하고 주도한 금융 상황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중국 내 중소은행의 13.5%가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중국인민은행은 중국 내 중소은행의 13.5%가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中인민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중소은행 중 13.5% 파산 위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C)은 지난 10월 25일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잠재 부채 규모가 크고 회사채와 부동산 시장의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관련 위기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늘 공산당 정책 찬양 일색이던 중국 중앙기관의 보고서 치고는 상당히 살벌한 경고였다.

인민은행은 또한 보고서를 통해 전국 중소은행 4355곳의 금융 리스크 평가 결과도 공개했다. 등급은 1~10등급, 그리고 파산 단계인 D등급으로 구분됐다. 평가 결과 고위험군인 8~10등급은 586곳, D등급은 1곳이었다. 인민은행은 “중소은행의 13.5%가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인민일보는 이런 중소은행들의 위기가 기업과 개인들의 부채 증가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풀이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부채는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65%에 달했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 또한 99.9%로 한 해 동안 6.5%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은행들이 당의 경제성장 정책을 지원한다며 기업과 개인들의 신용상태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마구잡이 대출을 해준 것이다. 이는 당국도 알고 있었다. 지난 9월 이강 인민은행장은 “일부 은행들이 지난 수년 동안 대출을 무분별하게 해줬다”고 지적했다.

중국 은행의 대출이 이처럼 문제가 많은 이유는 소위 ‘그림자 금융’ 탓이다. 정상적인 대출이라면 채무자의 신용과 지불능력, 또는 담보의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그림자 금융은 공산당의 정치적 이해와 목표, 채무자의 지위와 권력에 따라 이뤄진다. 따라서 장부상 담보 및 신용의 가치는 실제와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런 그림자 금융 규모가 2018년 말 기준 GDP 대비 59%에 달한다. 2008년 20%대에서 급증했다.
 

중국 금융기관, 부실대출을 ABS로 만들어 국민들에게 판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샤오캉 시대’를 억지로 만들려다 그림자 금융도 상품이 됐다. 중국 금융기관들은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자산관리상품(WMP)을 팔았다. 문제는 이 WMP가 그림자 금융을 통해 이뤄진 대출을 유동화한 증권(ABS)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즉 실제로는 액면가보다 훨씬 낮은 가치를 가진 대출을 유동화해 국민들에게 WMP로 팔았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은행이 WMP를 청산하려 한다면 이 상품의 근거가 되는 대출을 받은 기업은 실제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에서 팔린 WMP 가운데 그림자 금융으로 이뤄진 대출을 근거로 한 상품이 전체의 42%에 달한다. 대출을 유동화한 기업들도 위험도가 높은 곳이 많다고 한다.

중국 금융기관들은 이런 WMP의 구조적 문제를 숨기기 위해 장기 저리 수익을 보장하기보다는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 WMP를 만들어 팔았다. 만기 6개월 미만인 WMP는 76%, 1년 미만은 90%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나중에 WMP를 판 돈으로 이전에 판 WMP 수익을 보장하는, ‘폰지 사기’ 같은 순환구조가 돼버렸다. 하지만 폰지 사기는 “언젠가는 기존 회원보다 많은 회원을 모집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이 한계가 닥치고 있다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까지 중국 기업 회사채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규모는 1204억 위안이었다. 사상 최고 기록이었던 2018년의 1219억 위안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중국 바깥에서는 WMP이 2008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그림자 금융’은 중국 금융권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그림자 금융’은 중국 금융권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 달러 부족 위기 겪고 있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요소는 실제 가치를 가진 대출과 외환, 재무 건전성을 가진 기업이다. 그리고 이런 요소를 활성화시켜 부실 WMP를 대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산당 족벌들이 대부분의 기업을 소유하고 금융을 지배하는 중국에서 이런 요소를 갖추는 것은 어렵다.

결국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저개발국에 뿌려온 일대일로 투자자금을 회수하거나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번 수익을 달러나 엔, 유로로 바꿔 모조리 본국으로 보내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그림자 금융과 회계조작으로 부풀렸던 외환 보유고를 채워야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외화를 본국으로 보내는 일은 국내에서도 이미 포착됐다. 지난 11월 28일 경제전문매체 이데일리는 “중국은행 한국지점들이 국내에서 달러를 대량 조달해 본국에 대출 형태로 송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은행이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예금취급 기관의 단기외채 잔액이 993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90억 달러가 늘었다. 그런데 이 증가액이 대부분 중국계 은행 한국지점의 차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은행 한국지점들은 역외시장에서 단기로 달러 자금을 빌린 뒤 이를 다시 중국에 있는 본점에 ‘대출’ 형태로 보내고 있다. 한국은행 측은 “중국은행 한국지점들의 달러 단기 차입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내부에서 달러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중국이 왜 달러 부족을 겪고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지난 6월말 외환보유고는 3조 1192억 달러다. 한 달 사이에 182억 달러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중국은행 한국지점들이 달러를 빌려 본국으로 보내는 것은 미스터리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계속되면서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달러가 줄어든 게 원인”이라고 풀이한다.
 

왕이 中외교부장의 갑작스런 방한, 왜 왔을까?

중국 은행들이 달러를 빌려 본국으로 보내는 것 외에도 중국의 경기 불황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 중에는 한국의 영향을 받은 사례도 있다.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의 지시로 만든 국가전략 ‘2025 제조중국’에 따라 한국 대기업을 압박한 적이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중국에서의 철수를 결정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텐진에 있던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폐쇄하는 것을 시작으로 센젠 공장,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을 모두 폐쇄했다. 그 결과 텐진과 센젠, 후이저우 일대의 지역 상권이 초토화됐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과 장사를 접게 된 상인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충격에 빠졌다. 롯데그룹을 내쫓을 때와 달리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제조업체를 내쫓은 결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현대차 또한 곧 떠날 예정이었다. 중국 공산당에 상황은 좋지 않았다. 어떻게든 한국 대기업을 잡아야 했다. 그 때문인지 지난 10월 14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산시성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깜짝 방문해 회사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현재 중국에 남은 삼성전자 공장 가운데 가장 큰 시안 반도체 공장까지 철수하면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주일 뒤에는 철수 준비를 하고 있는 현대차 측에 “쓰촨 법인의 지분 100% 소유를 허용하겠다”며 중국에 남을 것을 제안했다. 중국은 어떤 외국계 기업이든 자국 자본을 무조건 포함시키게 돼 있다. 외국 자본은 법인 지분을 50%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이런 법을 깨고 현대차에만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철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2월 4일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을 찾았다. 당시 주한 중국대사관 공보관, 외교부 등에 “왕이 부장이 무슨 일로 왔는가”하고 물었다. 외교부는 모른다고 답했고, 중국대사관 측은 “갑작스러운 사정 때문에 급히 일정을 잡아 왔다”고만 밝혔다.

한국에 도착한 왕이 외교부장은 이튿날 오찬 때 중국에 우호적인 사람들과 함께 대기업 관계자들을 대거 초청했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한 중국 전문가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주장을 폈다. 이 전문가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밀리는 가운데 외화 획득에 큰 도움이 되는 한국 대기업들이 철수하자 놀라서 왕이 부장을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중국 내 스마트폰 공장을 완전히 폐쇄한 데 이어 현대자동차까지 공장 문을 닫으면 향후 남아 있던 한국 대기업들도 줄줄이 철수할 것이라고 우려해 이를 막기 위해 고위인사를 한국으로 급파했다는 설명이었다.

한국 대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것은 말려야겠는데 그렇다고 외교절차 등을 무시하거나 국가주석이나 총리가 직접 올 수는 없으니 국무위원인 왕이 부장을 보내 한국 기업을 설득하고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현재 상황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이 칼자루를 쥔 상태”라며 “현 정권은 이를 적절히 활용해 사드 문제에서부터 북한 비핵화까지 해결하려 노력해야 하는데 친중파들이 장악한 정권이다보니 그럴 생각조차 않는다”는 것이 이 전문가의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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