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신년기획 분야별 전망 ] 북한, 자력갱생과 전략무기개발로 체제 위기 돌파 시도
[ 2020 신년기획 분야별 전망 ] 북한, 자력갱생과 전략무기개발로 체제 위기 돌파 시도
  • 유동열 미래한국 편집위원·자유민주연구원 원장
  • 승인 2020.01.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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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대북 관련 부서와 전문가들이 북한의 대내외 정책노선을 전망할 때 기본적으로 참고하는 것이 1월 1일 발표되는 신년사이다. 그런데 올해는 김정은의 신년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이는 전적으로 북한의 이른바 최고존엄이라는 김정은이 신년사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작년말 무려 4일간 진행했던 ‘조선노동당 7기 8차 전원회의’의 결정 내용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1월 1일 자에 장문의 당 전원회의 보도문을 내보냈다.

대북제재 지속으로 인한 체제 위기

동 보도문에는 북한을 둘러싼 대내외 정세에 대한 위기 인식과 이에 대한 토의 내용 및 대응방안이 ‘조성된 대내외 형세 하에서 우리의 당면한 투쟁방향에 대하여’라는 제1의제 결정문에 상세하게 담겨 있다.

북한은 작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지속에 따른 체제위기를 감지하고 7기 4차 전원회의(2019.4.10)와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2019.4.11)를 연이어 개최하고 당노선과 조직을 대폭 정비하며 ‘자력갱생’의 기치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7기 4차 중앙군사위원회(2019.12.21)와 당 7기 8차 전원회의(2019.12.28.-31)를 개최한 것은 북한의 대내외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정은이 첫날 전원회의에서 “전진 도상에 직면한 주객관적인 장애와 난관들을 전면적으로 심도있게 분석평가하고 사회주의건설을 더욱 촉진시키기 위한 결정적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음을 밝혔다. 김정은이 언급한 ‘주객관적인 장애와 난관’에 대해 북한은 ▲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 ▲ 합동군사훈련과 첨단 전쟁무기의 남조선 반입 등으로 인한 자주권과 안전위협을 들고 있다. 그러나 명분일 뿐 실제는 작년 미국과의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강화되는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 등 체제위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1월 1일 북한은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7기 5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 연합
1월 1일 북한은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7기 5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 연합

남북관계는 교착 국면 계속될 것

김정은이 이른바 자주권과 안보위협이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장애요소라고 규정하며 올해 투쟁구호로 ‘우리의 전진을 저애(저해)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로 정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현 위기 극복의 돌파구로 ‘자력갱생’과 ‘전략무기개발’을 내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위기를 ‘자력갱생’으로 돌파하고, 군사외교적 위협은 무적의 군사력 강화로 대응하겠다며 ‘전략무기개발’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의 전략무기란 핵무기의 경량화와 고도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 방사포, 인간총폭탄 등을 의미한다고 판단된다. 북한은 전략무기의 실전 배치와 적위협에 대한 타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현상 타파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서방세계의 지속적 대북제재 국면에서 단기적으로는 자력갱생노선이 경제위기와 주민 불만을 얼마간 무마할 수 있겠지만 자력갱생노선만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전략무기개발을 내세워 미국을 위협하지만 군사적 대응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촉발한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고뇌가 깊을 것이다. 핵심 사안에 대한 2020년 북한 전망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사상적으로 체제위기에 직면한 김정은은 권력 장악도를 높이기 위해 철권폭압정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누적되는 권력핵심부와 주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당 조직지도부, 국가보위성, 인민보안성, 군 총정치국, 보위사령부 등 정권보위기관을 통한 공포정치를 강화할 것이다. 또한 선전선동부서를 통한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겉으로는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내세우지만 결국 김정일 애국주의 등에 대한 수령 결사옹위사상으로 무장할 것을 강조할 것이다.

둘째, 경제분야에서는 자력부강, 자력번영을 내세우며 자력갱생의 기치를 대대적으로 상징조작할 것이다. 그러나 자력갱생 노선은 결국 북한 주민의 고통과 희생을 전제한 것이기에 향후 3차 고난의 행군 시기가 도래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이며 만성적 경제의 위기는 곧 정권위기로 직결되기 때문에 최근 ‘인민대중 제일주의’와 ‘우리국가 제일주의’ 구호를 내세우고 있으나 약발이 언제까지 갈지는 의문이다.

유동열 미래한국 편집위원·자유민주연구원 원장
유동열 미래한국 편집위원·자유민주연구원 원장

셋째, 북한의 비핵화는 요원할 것이다. 2018년 판문점선언, 싱가포르선언(미북),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북한 비핵화에 많은 국민들과 세계 언론들은 환호했지만, 필자는 이들 선언 직후에 개최된 국회정책 세미나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북핵폐기는 절대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김정은이 ‘만능의 보검’이라는 명명한 핵을 폐기할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도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가 이를 믿은 것이 오판이었다. 이는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도 앞에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이는 면죄부용이고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 단언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넷째, 군사적으로 북한은 이른바 ‘전략무기 5종 세트’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미국을 위협하고 탄도미사일 발사 등 제한적 군사도발을 지속할 것이다. 또한 제3국을 우회한 대남간첩공작도 지속할 것이며, 4월 총선에 대응한 온오프라인상에서의 선전선동도 강화할 것이다. 특히 우리와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상 금전탈취를 지속하며 대북제재로 묶인 외화벌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남북관계는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계속 교착 국면으로 갈 것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을 파탄내고 민족공조를 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를 개선하지 않을 것이다. 작년 말 당 전원회의에서 북한이 대남관계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의도적이다. 북한은 이 판이 미국과 북한과의 판이지, 미국의 하수인에 불과한 문재인 정권과 상종해서 해결될 일 아니라는 전통적인 ‘남조선의 미제 예속식민지론’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문 정권이 김정은에게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도 무용지물임을 빨리 깨닫고 ‘북한우호적 대북정책’에서 ‘헌법적 가치에 입각한 대북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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