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신년특집 분야별 전망 ] 북한인권 무시하면 북한 비핵화 어렵다
[ 2020 신년특집 분야별 전망 ] 북한인권 무시하면 북한 비핵화 어렵다
  • 김태훈 미래한국 편집위원· 한반도 인권·통일 변호사모임(한변) 회장
  • 승인 2020.01.13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2005년부터 시작해 15년 연속 표결 없이 채택되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북한인권에 눈을 감고 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2005년부터 시작해 15년 연속 표결 없이 채택되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북한인권에 눈을 감고 있다.

작년 11월 7일 초유의 북한 선원 북송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 11월 2일 동해 NLL 인근 해상을 통해 귀순한 북한 선원 2명의 눈을 가리고 포박한 채 닷새만인 7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몰래 추방함으로써 세계를 경악시켰다.

정부가 이들을 북측으로 추방한 사실은 JSA 현역 중령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7일 국회 취재 카메라에 우연히 잡히면서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정부는 그들이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선장 등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므로 북한이탈주민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고 또 이들로부터 남한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댔다.

그러나 청와대 수뇌부가 직접 관여해 대한민국 국민을 이틀간의 졸속 조사 끝에 적법절차 없이 전격적으로 고문, 처형 위험이 높은 북한으로 강제 북송한 것은 헌법과 법률 및 우리나라도 가입한 유엔고문방지협약 제3조를 심각하게 위반한 대한민국 초유의 중대 인권침해 사건이다.

정부는 나아가 구랍 18일 74차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도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빠져 명백한 대북 굴종외교를 보였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2005년부터 시작해 15년 연속이고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 합의)로 채택된 이번 북한인권결의안에는 북한 인권 상황에 특별한 진전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의 결의안 내용이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정치범수용소 운영, 비사법적·자의적 구금·처형 등 각종의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오랜 기간, 그리고 현재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또 2014년부터 6년 연속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인권 유린에 ‘가장 책임 있는 자’, 즉 김정은에 대한 제재·처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은 북한인권을 철저히 외면해 왔다. 북핵 문제 해결을 내세운 평화 무드 조성은 사정을 더 악화시켰다. 북한인권법은 거의 사문화(死文化) 되어 시행 3년이 넘도록 아직 필수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은 구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고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도 파행 운영되고 있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 조사·연구에 관한 사항 등을 수행하고 각종 자료 및 정보의 수집·연구·보존·발간 등을 담당하고 있으나 아직 그 보고서가 발간된 바 없고,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운영에서는 검사가 배제되고 있다. 공석인 북한인권대사도 임명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 및 9월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했고, 작년 6월에는 트럼프·김정은과 사상 최초로 3자 회동까지 가졌으나 북한인권법에 따른 인권 대화는 없었다. 작년 7월 8일은 하나원 개소 20주년이 되는 날이었지만 통일부 장·차관 누구도 이날 열린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7월 31일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굶어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 모자가 두 달 만에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의 기아를 피해 내려온 탈북민의 아사를 정부가 방치했다는 것은 북한인권을 외면하고 탈북민을 국정의 짐으로 여긴 문재인 정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불참

문 정부의 굴종적인 대북 평화외교는 작년 2월 ‘하노이 노딜’로 직격탄을 맞았다. 김정은은 4월 미국에 ‘연말’ 시한을 제시하며 5월부터 총 13차례 미사일·방사포를 발사했고 10월에는 금강산 시설 철거를 압박했다. 미국과의 실무협상 결렬 이후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화염과 분노’ 시절 거론했던 “김정은은 로켓맨”을 언급했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1년 6개월간의 대화 국면이 사실상 ‘비핵화 쇼’였다는 가면이 벗겨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한국 대통령을 아예 제쳐놓고 양자 간에 한반도 운명을 결정짓겠다는 태세이다. 무모한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고 눈가림 합의로 북을 핵보유국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30년 동안 실패한 북한 비핵화 외교의 교훈은 북한인권을 무시하고는 결코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인식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적대적 외부환경으로 인해 인권 유린을 하기 때문에 우선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것이다. 세계인권선언도 전문 첫머리에서 모든 인류 구성원의 천부의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및 평화의 기초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화 경험은 독재 정권이 자발적으로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바깥의 관심이 해결 열쇠가 됐음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북한인권에 지속적이고 일관된 관심을 기울이고 문제를 제기해야 하며 2020년 새해에는 다음 사항에 노력해야 한다.

첫째, 대한민국은 사문화(死文化) 된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소생시켜 북한인권재단을 출범하고 북한인권기록센터 및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정상화하며 북한인권대사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 초중등 교과서에 북한인권 내용을 포함·강조해 북한인권에 관한 국민적 관심을 모으도록 해야 한다. 한편 북한 위정자들에게 인권존중 의식을 심고, 일반 주민들이 권리의식을 갖도록 정부 및 민간차원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은 자국민들에 대한 외부 정보를 철저하게 차단해 진실에 대한 왜곡이 북한에서는 극명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차단의 벽을 무너뜨려 북한 주민들이 자신의 인권 상황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 긴요하다.

미국은 북한인권법을 2022년까지 5년 연장하면서(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 H.R.2061), 기존 북한인권법에서 더 나아가 대북 정보유입 수단과 내용을 다양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휴대용 저장장치 USB와 오디오, 영상 재생기, 휴대전화, 무선인터넷, 웹페이지 등 다양한 전자매체들을 활용해 정보 유입 노력을 확대하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의 해상 탈북자 강제 북송 사건은 인권차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사진은 2019년 11월 일본 홋카이도 마쓰마에 앞바다에 표류해온 북한목선.
문재인 정부의 해상 탈북자 강제 북송 사건은 인권차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사진은 2019년 11월 일본 홋카이도 마쓰마에 앞바다에 표류해온 북한목선.

사문화 된 북한인권법 정상화해야

둘째, 북한에서 인권 탄압을 주도하거나 자행하는 개인에 대하여는 언젠가 반인도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로 처벌받을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보여 줘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가 미뤄지고 있으나 이들 국가를 설득하고 유엔 안보리에서 지속적으로 북한인권 문제가 다뤄지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의 반인도범죄에 대한 증거 수집과 국제사회의 공론화 작업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서울의 유엔 인권사무소(FBS)와 긴밀한 공조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동의 자유는 인간의 생존에 직결되는 자유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수령절대주의 체제 옹호를 위해 고도의 탈북자 억제정책을 펴서 북·중 국경 감시를 강화하고 중국도 강제북송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물론 중국에 대해서도 탈북자 강제 송환 정책을 중단하도록 끊임없이 유엔 등 국제사회에 주의를 환기해야 한다.

넷째, 특히 북한 주민의 해상탈북 보호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 주민은 끊임없이 동해와 서해 NLL을 넘어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오고 있다. 이번 북한 선원 2명 강제북송의 비극은 작년 6월 15일 삼척 목선 귀순사건에 비춰 볼 때 문재인 정부의 그동안의 반인권적인 북송정책의 일각이 드러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김태훈 미래한국 편집위원·  한반도 인권·통일 변호사모임(한변) 회장
김태훈 미래한국 편집위원· 한반도 인권·통일 변호사모임(한변) 회장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제7조 인도에 반한 죄 제1항은, 이 규정의 목적상 “인도에 반한 죄”라 함은 민간인 주민에 대한 광범위하거나 체계적인 공격의 일부로서 그 공격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범하여진 행위의 하나로 (d) 주민의 추방(Deportation)을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의 목적상 (a) “민간인 주민에 대한 공격”이라 함은 그러한 공격을 행하려는 국가나 조직의 정책(policy)에 따르거나 이를 조장하기 위하여 민간인 주민에 대하여 제1항에 규정된 행위를 다수 범하는 것(multiple commission of acts)에 관련된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해상(동, 서해)에서 발견된 어민들은 귀순의사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북송하려 해온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문재인 정부 하의 북한주민 북송사건 여부에 대한 전수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섯째, 남북관계의 발전과 개선을 위한 정부나 민간단체의 북한과의 협력과 상호교류 또는 대북지원이 필요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틀 속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과거 동부유럽 공산주의 체제 아래에서 인권 신장이 가능했던 것은 1975년 서방국가들이 헬싱키협정에 공산국가들을 가입시켜 인권조항 준수를 계속 요구하고 내부의 저항세력들이 이를 인권운동의 공간으로 활용했던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