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빵집 주인의 이기심 덕분이다......읽다 보면 푹 빠지는 ‘자본주의 알쓸신잡’
[신간]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빵집 주인의 이기심 덕분이다......읽다 보면 푹 빠지는 ‘자본주의 알쓸신잡’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1.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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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나 갤럭시를 쓰면서 이런 신통한 기계를 만들어 준 스티브 잡스나 이재용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그럴 필요도, 그렇다고 그들을 증오할 필요도 없다. 이미 200년도 더 전에 애덤 스미스(1723~1790)가 한 말이다.

딱딱한 사회과학의 논리가 아닌 인문학적 감성으로 자본주의를 공부하는 신간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빵집 주인의 이기심 덕분이다>가 출간됐다.

조금 긴 책 제목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구절(1776)에서 나왔다. “우리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술도가, 빵집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덕분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류애가 아니라 자기애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이 얻을 이익을 말해 줄 뿐이다.” - 국부론, 제1권에서 인용 -

이 책은 스미스의 자본주의, 에드먼드 버크(1729~1797)의 보수주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899~1992)의 (신)자유주의를 날줄 삼고 토마스 홉스, 존 로크, 장자크 루소 등 근대의 대(大)사상가들을 씨줄 삼아 ‘자유로운 개인’ 탄생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인문학 대중화에 앞장서 온 저자는 여기에 글로벌 자본주의의 문을 연 대항해 시대, 옛 독일·프랑스와 오늘날 아르헨티나의 반면교사, 부(富)에 대한 조선 선비들의 내로남불, 허생(許生)의 통찰과 오해, 미국의 테일러리즘, 스위스와 핀란드의 실패한 ‘기본소득제’, 가장 최근의 인공지능(AI)·기그(gig)·공유경제까지,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자본주의 알쓸신잡’을 깨알같이 쏟아 낸다.

저자는 책머리에 문재인 정부의 각종 사회주의 정책 방향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그리곤 “사회주의는 실패했다. 베네수엘라나 북한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야말로 자본주의를 공부할 때”라고 외친다. 그는 “답은 분명하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려면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여야만 한다. 사적 이기심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열심히 일하여 자기 가족과 사회의 부를 일구는 자본주의 정신이야말로 가장 정의롭고 깨끗한 이념”이라고 지적했다.

책은 ‘소소한 일상사의 자본주의’ ‘디지털 자본주의’ ‘상업 예찬’ ‘자본주의를 준비한 시대’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이제는 자본주의다’ 등 여섯 챕터로 구성돼 있다. 책을 덮을 때쯤 우리는 빵집 주인의 이기심에 진심으로 감사할지 모른다.

저자 박정자 교수는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를 했다. 소비의 문제, 계급 상승의 문제, 권력의 문제, 일상성의 문제 등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일련의 책들을 썼다. 1979년 푸코의 ‘성의 역사 제1권, 앎에의 의지’를 ‘성은 억압되었는가?’라는 제목으로 번역해 한국에 푸코를 가장 먼저 소개했다. 이후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비정상인들’ 등을 번역, 국내에서는 푸코 연구의 1인자로 손꼽힌다. 상명대 사범대학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도서출판 기파랑 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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