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정치적으로 의협 무시? 그랬다면 상황 호도 심각 ”
[인터뷰]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정치적으로 의협 무시? 그랬다면 상황 호도 심각 ”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3.1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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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 감염자 폭증 등 정부의 우한 코로나 방역대책 실패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한의사협회가 주목받고 있다. 대한의협이 무려 일곱 차례나 강력한 감염원으로 의심되는 중국발 입국인(중국인) 금지 또는 제한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 것을 정부가 듣지 않다가 사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정부여당 측 인사들이나 좌파언론은 최대집 의협 회장이 과거 우파시민단체 활동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라는 이유로 그의 정치 성향을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 <미래한국>은 최대집 회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 우한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여러 발언이 논란을 빚었습니다. 책임을 자국민에게 돌린다거나 감염학회가 중국 입국금지 제안을 하지 않았다 등의 발언이 거짓말로 드러나기도 했었죠. 우한 코로나 사태 주무부가 보건복지부이고 책임자는 박 장관인데요, 질병관리본부를 포함해 정부 대처 능력을 총평하신다면 어떻습니까?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사태 초기부터 이미 수차례에 걸쳐 지금과 같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 않기 위해 선도적 조치로 중국발 입국자들의 입국제한,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수차례 주장했습니다. 정부는 이제야 뒤늦게 심각 단계로 격상했고 아직까지도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입국금지는 이뤄지지 않는 등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렸습니다. 또한 국민은 물론 최일선에서 사투하는 의료진이 사용할 마스크조차 부족한 마스크 대란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미숙한 것뿐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방역 실패입니다.
 

- 정부는 여론의 많은 비판에도 여전히 우한 코로나 확산을 막는 데 있어 중국인 입국 금지조치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또 일각에서도 지역감염이 크게 번지는 초기면 몰라도 지금에 와서 입국 금지조치는 소용없다는 시각이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증상 전파 가능성이 점차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고 위험지역에서 들어오는 무증상 입국자들 가운데 여전히 감염원이 있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폭발적인 국내 환자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여전히 입국 제한이 제한적이지만 효과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국, 타국에 책임전가해서는 안 돼

- 최근 중국의 ‘사스 퇴치 영웅’이라는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 없다”며 마치 타국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중국은 대처를 잘 했는데 한국, 이란, 이탈리아 등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것은 당사국들이 대처를 못했기 때문이라는 뜻 같습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이웃 나라인 한국과 일본은 물론 이란과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가 만연하기 시작하자 코로나19는 중국에서 출현했지만 발원지는 중국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의 경우 정치적인 의도가 클 것으로 생각되고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라는 주장은 의학적으로도 역학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중국이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또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박능후 장관과 관련해 또 하나 질문하고 싶은데요, 2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장관은 대한감염학회가 대한의사협회보다 더 권위 있는 전문가집단이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박 장관 거짓말과 별개로 국민들은 대한감염학회가 의협보다 우한 코로나 사태에 더 전문적이라는 발언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네. 충분히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가 2월 24일 총체적 방역실패에 대한 박 장관의 책임을 물어 경질을 요구한 지 이틀 만에 국회에서 또 이런 설화(舌禍)가 일어났습니다. 이날 박 장관은 “왜 우한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우한 코로나를 국내에 확산시킨 사람이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고 답변해 국민의 마음에 못을 박았습니다.

또 “대한감염학회가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는 핑계도 댔지만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은 “의학적 관점에서 의협보다 감염학회가 더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는 근거 없는 발언도 덧붙여 혼란만 더 부추긴 면이 있습니다.

의협 산하에는 대한민국의 의학과 보건의료 모든 분야의 학회들을 회원으로 하는 대한의학회라는 학술단체가 있습니다. 물론 대한감염학회도 대한의학회의 회원 학회로서 감염병 치료영역에서 국민의 건강을 지켜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의학은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도 매우 중요합니다. 치료, 예방, 역학 등 의료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것이 대한의학회이고, 의협인데 그 구성원의 하나인 감염학회가 더 전문적이라는 발언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번 우한 코로나는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감염병으로, 현재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물론 치료가 중요하지만, 사태의 초기에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원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예방적 의미가 큽니다. 국가 보건의료를 책임지는 장관이 거짓말을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근거도 없는 발언을, 그것도 국회에서 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 현재 대구경북 지역 우한 코로나 의료체계 상황은 어떤가요? 최근 대구에도 다녀오신 걸로 아는데요.

3월 4일 0시 현재 국내 확진환자가 5328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약 75%인 4006명이 발생한 대구는 전쟁터와 다름없습니다. 인근 경북지역까지 합치면 90%에 가까운 실정입니다. 이처럼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치료를 위한 병상이 모자라 치료도 못 받고 자택격리 중에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며 치료를 담당할 의료 인력도, 치료와 방역을 위한 장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을 무릅쓰고 의료지원 봉사를 자처하고 있고 사회 각계의 물품 지원이 줄을 잇고 있으나 이러한 민간 차원의 노력으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당장 3000개 이상의 병상을 확보하고 의료용 마스크를 비롯한 고글, 비접촉 체온계 등 치료와 보호를 위한 장비를 지원해야 합니다.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 조속히 시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 말씀해주셨다시피 대한의협이 초기부터 우한 코로나 감염원인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을 일곱 차례나 했는데도 정부는 듣지 않았습니다. 그 주요 원인이 최대집 회장에 대한 정권의 선입견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의협은 사태 초기부터 우한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감염원, 즉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한시적으로나마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점을 공식적으로만 7차례나 요구했으나 아직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원인의 하나가 현 정권이 저에 대해 갖고 있는 정치적 선입견 때문이라는 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저 개인은 물론 우리나라 의료계 그리고 13만 의사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구에 지원봉사를 자처하는 수많은 의사들에서 보듯이 우리 의사들은 정치적 견해나 이념을 떠나 최우선으로 삼는 것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입니다. 전쟁터에서도 부상당한 병사는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의사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의료전문가 집단의 요구를 끝내 수용하지 않는 그 이유의 하나로 의협 회장에 대한 정치적 선입견이 회자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심각한 정치적 선입견 또는 이를 이용한 상황 호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전면적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해 확진자 치료와 함께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랍니다.
 

의협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의료계와 의사들에 대한 모독

- 많은 국민들은 그 말씀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만 일부에서는 최 회장님의 그동안 활동 등을 통해 정치적 야심이 있다고 보고 편견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직접 정치에 뛰어들 생각이 있으십니까?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국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팬데믹까지 우려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간의 활동 상황과 현재의 위기 상황을 결부 지어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은 대한의사협회를 위시한 범의료계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힘을 모아 국민들이 신종 감염병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입니다.
 

- 한겨레신문이 최근 한 칼럼([박찬수 칼럼] 김사부와 최대집)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회장 최대집)가 2월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대정부 성명 내용(‘정부의 총체적 방역 실패’를 비판하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경질, 정부의 ‘비선 전문가’ 자문그룹 교체, 중국 전역 입국금지,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특정 종교단체에 돌리지 말 것 등을 촉구)을 언급하며, 이런 주장들이 정치적이라고 비판하더군요. 대한의협이 정치적이라 믿을 수 없다는 뉘앙스였습니다. 혹시 읽어보셨습니까?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지난 2월 24일 코로나19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입장을 발표했었습니다. 정부를 비판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정치적인 비판은 아닙니다. 의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의사협회다운 비판이었습니다.

감염병 위기 경보 격상,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입국금지 즉시 시행은 의협에서 코로나 지역사회 확산을 조기에 예방하기 위해 주장한 내용이었으며 비선전문가 자문그룹 교체와 복지부 장관의 경질, 종교단체에 책임 전가하지 말라는 내용은 현재 상황만을 놓고 볼 때 명약관화한 지역사회 방역 실패이기에 쓴 소리를 한 것뿐입니다.
 

- 정부의 방역대책 실패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국민 성금이나 응원, 지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원하는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대한의사협회는 소중하게 마련된 성금으로 열악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나서겠습니다. 마스크와 방호복을 포함한 성금은 의료진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응원과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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