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지식 노동의 생산성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리뷰]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지식 노동의 생산성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3.20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식 노동의 생산성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빠르게 실행하고, 실패하며 배운 것을 민첩하게 적용하라

항공모함 마이크로소프트가 쾌속정처럼 움직이기 위해 선택한 혁신 전략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구글, 에릭슨…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승자들이 선택한 애자일 전략의 모든 것

저자  스티븐 데닝은 스토리텔링 리더십부터 애자일 혁신까지 오랜 기간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연구해온 경영 사상가이다. 드러커 포럼의 자문 위원이기도 하다. 세계은행(World Bank) 지식경영 책임자를 지냈고 2000년 텔레오스(Teleos)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식경영 리더’에 뽑혔다. 50만 명이 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로 구성된 비영리단체 스크럼 얼라이언스 이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2017 애자일 얼라이언스에서는 그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애자일 일꾼’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현재는 비영리단체 SD학습컨소시엄(SDLC)의 상임이사로 마이크로소프트, 바클레이, CH 로빈슨 등 글로벌 기업과 함께 조직을 애자일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포브스》에 기고한 리더십과 애자일 경영에 관한 통찰력 넘치는 기사들은 여러 경영자와 조직 혁신 담당자에게 호평을 받았다.

《스틱》의 저자 칩 히스는 그를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워런 버핏”이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보고, 모두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일찍이 애자일 패러다임을 일반 경영자에게 소개한 그의 저서 《리더를 위한 급진적 경영 안내서》(The Leader’s Guide to Radical Management)는 800-CEO-READ가 선정한 최고의 경영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개발부는 3주 단위로 4천 명이 넘는 직원들이 수백 개의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마감한다. 스포티파이는 4개월 만에 수천만 사용자의 개별 취향을 고려해 음악을 선곡하는 플레이리스트 ‘디스커버 위클리’를 개발했다. 최고의 스텔스 전투기 그리펜을 개발한 사브는 6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운영체제를 출시한다.

이렇게 짧은 주기로 일하면 보통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업무에 필요한 권한을 부여받은 직원들이 복잡한 일을 잘게 쪼개 빠른 속도로 실행하면, 재빠르게 혁신하고 학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리스크가 적고 문제를 찾아 수정하는 능력이 훨씬 좋아진다.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이 고객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잘 알게 되기 때문에 일에 몰입하는 정도도 높아진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고객은 그보다 더 변덕스럽다. 이에 발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면 무엇보다 민첩하게 변화를 감지하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애자일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당면한 현실 역시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 HDC현대산업개발, 신한금융투자 등 혁신에 목마른 많은 기업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애자일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예측하기 어렵고 급변하는 시장에서 한발 앞서 기회를 찾고 고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조직의 비밀은 무엇일까? 애자일 경영의 최전선에서 15년간 이를 연구해온 저자 스티븐 데닝은 작은 팀의 법칙, 고객의 법칙, 네트워크의 법칙을 통해 애자일을 체화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전략적 기민함으로 멈추지 않는 혁신을 실행하는 현장을 낱낱이 공개한다.

애자일(agile)은 민첩하고 기민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로 이 책에서는 민첩하게 변화를 감지하고 유연하게 혁신하는 조직을 목표로 하는 경영 패러다임을 가리킨다. 2000년대 초반 보다 나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들이 발표한 선언에서 시작된 애자일 패러다임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기술, 제조, 제약, 통신, 항공기 등 업종과 분야에 상관없이 모든 조직에 급격하게 퍼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애자일한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꿈쩍도 하지 않는 직원들을 움직여 민첩하고 자율적인 팀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결과를 낼 수밖에 없는 조직을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 이 책은 스포티파이, 엣시와 같은 스타트업부터 바클레이, C.H. 에릭슨,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까지 애자일을 수용하는 데 성공한 조직들의 세 가지 핵심적인 특징을 생생한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애자일을 체화한 조직은 고객의 법칙에 따라 상사나 회사가 아닌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일을 한다. 이를 위해 소규모의 자율적인 기능혼합팀이 크고 어려운 문제를 가능한 한 작은 단위로 세분화해 짧은 주기로 피드백을 신속하게 반영하면서 업무를 처리한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가 모든 정보를 알게 하는 네트워크의 법칙을 따라 유동적이고 투명하며 수평적인 의사소통 시스템 안에서 진행된다.

이 책에는 이러한 애자일 경영을 바탕으로 각자의 조직에 적합한 프로세스를 찾고 나아가 수십 억 달러의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을 이뤄내는 데 성공한 기업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300년이 넘는 역사의 은행 바클레이는 21세기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위해 무엇을 혁신했을까? 이라크에 파병된 매크리스털 부대는 어떻게 권위 중심의 피라미드 구조를 역량 중심의 네트워크 구조로 전환했을까? 애자일 조직은 그 규모와 역사, 분야를 넘나들며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애자일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스크럼이라면 이 모든 과정이 길어도 15분 이내로 끝나야 했다. 하지만 우리 대표는 스크럼을 아침 조회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심히 문제였다. 직원들이 10분 이내로 스크럼을 마쳐도 마지막에 대표가 20분 이상 떠들어대는 바람에 매일 30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중에서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는 국내 100대 기업,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직 건강도와 일하는 방식 진단’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국내 기업의 77%가 글로벌 평균 대비 조직 건강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잦은 야근, 비효율적인 회의와 보고, 구시대적 업무 행태가 주된 요인이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애자일 경영은 하향식 관료주의와의 작별을 뜻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상사가 일일이 명령하는 구조에서 창의성과 협력을 장려할 수 있을까? 결정을 실행으로 옮기려면 여러 단계의 수직적 명령 체계를 거슬러 올라가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조직이 어떻게 민첩해질 수 있겠는가? 저자는 애자일로 조직을 전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경영진의 관료주의를 무너뜨리려는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실행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회사들이 초반에 큰 좌절을 겪었다. SRI 인터내셔널은 18개월 동안 격주로 월요일마다 핵심 팀원이 모여 혁신, 시장, 잠재 고객에 대해 깨달은 바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처음 1년 동안은 혁신이 뭔지, 가치 창조가 뭔지 헤맬 때가 많았고, 프레젠테이션 역시 끔찍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SRI 인터내셔널에 적합한 가치 창조 전략 NABC(욕구, 접근법, 비용 대비 이익, 경쟁력)을 찾아냈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폰의 시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흔히 애자일 기업에는 위계질서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애자일 조직에서도 최고경영진은 사업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전 조직에 고객을 기쁘게 하겠다는 열정을 주입하는 것은 최고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핵심적인 임무다.

다만 애자일 조직의 계층은 권위의 계층이 아니라 역량의 계층이다. 관리자가 시키는 대로 해서 관리자를 기쁘게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상사인 고객에게 가치를 더하는 일이다.

이 책은 애자일은 대규모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애자일로는 리스크가 큰 일은 해낼 수 없다는 잘못된 통념과 편견을 바로잡는 풍부한 사례를 제공한다. 라이엇게임스, 스포티파이, C.H. 에릭슨의 네트워크 경영부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 부서들은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피라미드식 위계질서가 아닌 애자일 팀들의 네트워크 체계에서 서로 협력하며 거대하고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또한 제품의 실패가 고객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규제가 깐깐할 수밖에 없는 메디컬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서너코퍼레이션이 채용, 훈련, 경력 개발 정책에 애자일 경영을 어떻게 조화롭게 적용시켰는지 보여준다.

변덕스럽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조직에게 애자일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저자 스티븐 데닝은 스토리텔링 리더십의 대가답게 애자일 조직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혁신의 현장을 누구보다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오랜 기간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연구해온 경영사상가로서 그는 애자일이 일의 공정과 도구보다는 개인과 상호작용을, 계획을 따르기보다 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며 일의 세계를 바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애자일은 비즈니스 세계의 현실적이고 핵심적인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다. 이 책은 전통적인 경영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조직에게 애자일의 목표, 원칙, 관행에 관한 가장 풍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