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세상을 위협하는 멍청함을 연구하다
[리뷰]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세상을 위협하는 멍청함을 연구하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3.22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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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마주치는 하찮은 멍청이에서
세상의 종말을 불러올 만큼 절망적인 멍청이까지…
우리 주변의 모든 멍청함에 대하여

사실 멍청함의 종류는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무수히 많다. 사람마다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기도 하다. 정말 순진해서 세상물정 모르는 멍청이도 있지만 단순히 상식이나 지식이 없는 멍청이도 있고, 지능은 높은데 센스는 부족한 멍청이가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말만 뻔지르르하게 늘어놓는 멍청이도 있다. 다채롭고 화려한 멍청이들의 면면을 보고 있자면, 학자들마다 과연 어떤 사람을 멍청이라고 생각했는지 궁금해진다.

이 책에서 멍청함을 탐구한 29인의 학자 중,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베스트셀러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다루었던 직관적인 판단과 이성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우리가 멍청한 판단을 하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비슷하게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이자 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우리가 경제학적으로 멍청한 선택, 멍청한 소비를 하게 되는 이유를 알아본다. 또한 《스피노자의 뇌》를 쓴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멍청이인가?”라는 주제로 저자와 인터뷰를 했다. 세 학자에게 멍청이란 직관이나 감정 또는 어떤 오류에 휩쓸려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인 것이다.

과거와 달리 현대에 등장한 멍청이를 다룬 학자들도 있다. 다중지능 이론으로 유명한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 때문에 우리가 전반적으로 멍청해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에고라는 적》의 저자이자 마케팅 전략가인 라이언 홀리데이Ryan Holiday는 미디어가 어떻게 거짓 정보로 사람들을 속여 멍청하게 만드는지 이야기한다. 또 SNS에서 생각 없이 말하는 멍청이나 익명성에 기대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멍청이를 다룬 학자도 있다. 29인의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멍청함이 가지각색으로 다르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이 책의 저자는 머리말에서 “멍청함을 연구하는 일은 엄청난 작업”이며 “멍청함이라는 방대한 주제를 이 책 한 권으로 탐구해보겠다고 나서는 일은 한층 더 멍청한 짓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누군가가 멍청함을 이렇게 깊고 넓게 연구한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누구도 멍청이가 연구 대상이 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바로 이러한 생각 때문에 우리는 멍청이들을 세상에 자유롭게 풀어놓고,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을 파괴하도록 내버려두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앞으로도 우리 주위에는 멍청이가 쉴 새 없이 등장할 것이고, 우리는 끊임없이 그들을 상대해야 하며, 그들의 화려한 멍청함에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이를 헤쳐 나가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자, 주위를 둘러보자. 지금 내 옆에는 어떤 멍청이가 있는가? 없다고? 그렇다면 혹시 본인인 것은 아닌지 한번 되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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