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실종자...카프카의 단 세 편의 장편 소설 중 첫 번째 작품
[신간] 실종자...카프카의 단 세 편의 장편 소설 중 첫 번째 작품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3.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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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단 세 편의 장편 소설  중 첫 번째 작품

카프카는 장편 소설을 단 세 편 남겼다. 비교적 대중에게 잘 알려진 ≪소송≫, ≪성≫과 이 책 ≪실종자≫가 그 주인공이다. 세 편은 '인간들 사이의 낯섦, 고립' 이라는 키워드로 묶여 고독 3부작으로도 불린다.

이 책 ≪실종자≫는 세 편의 장편 중 가장 먼저 쓰였지만 대중에게 비교적 덜 알려졌다. '카프카적(kafkaesk)'이라는 말까지 탄생시킨 카프카 특유의 어두운 환상성과 그로테스크한 성격이 비교적 덜해서다. 실제로  ≪실종자≫는 카프카의 작품 가운데 가장 사실적이다. 하지만 카프카 초창기 작품인 이 소설에는 카프카 문학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카프카가 전 생애를 바쳐 천착한 아버지와 아들, 권력과 지배, 기계화되고 관료화되어 가는 세계와 인간 소외에 대한 주제 의식이 이 소설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현대인의 삶에 대한 놀라운 예언

≪실종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소년의 섬뜩한 이야기다. 미국으로 상징되는 착취와 경쟁이 난무하고 비인간화된 세계에 뜻하지 않게 던져져 버린 열일곱 살의 소년 카를. 그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서서히 그러나 철저하게 몰락의 길을 걷다 결국 실종된다.

이 소설에서 펼쳐지는 카를의 이야기는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순응하고 스스로를 순치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놀라운 예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한국카프카학회 회장과 자문위원을 역임한, 카프카 연구의 권위자 편영수 필자가 번역하고, 소설의 창작 과정, 작품 해석, 판본 설명 등을 포함한 해설, 지은이 소개와 연보, 서울대 김태환 교수의 서평 등이 실린 ≪실종자≫의 결정판이다. 미국 화가 에믈렌 에팅의 그림이 함께 실렸다.

"그가 가난한 이민자로 상륙했더라면 어디서 살아야만 했을까? (...)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모른 채 본국으로 송환됐을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동정심을 기대할 수 없다. 이 점과 관련해 카를이 미국에 대해 읽었던 것이 모두 정확했다. 여기서는 행복한 사람들만이 주위의 걱정 없는 사람들 틈에 끼어 자신들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56쪽

지은이 프란츠 카프카는 체코 출신으로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 상인 가문의 아들로 1883년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독일계 초등학교, 김나지움을 거쳐 프라하 대학에서 수학했다. 1906년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17년 걸린 폐결핵이 악화해 1924년 사망했다. 밀레나의 기억에 의하면 카프카는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고, 부드럽고, 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쓴 작품들은 잔인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는 세상이 무방비 상태의 인간들을 찢고 파괴하는 보이지 않는 악령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그는 현대 독일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들을 썼다.

옮긴이 편영수는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카프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해외연구교수로 독일 루트비히스부르크대학에서 수학했다. 한국카프카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주대학교 명예교수다.

주요 저서로는 ≪카프카 문학의 이해≫(1998), ≪프란츠 카프카≫(2004), 주요 역서로는 , ≪프란츠 카프카: 그의 문학의 구성 법칙, 허무주의와 전통을 넘어선 성숙한 인간≫(2011), ≪카프카와의 대화≫(2013) 등이 있다. 2018년에 막스 브로트의 ≪나의 카프카≫로 제18회 ‘한독문학 번역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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