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젊은 보수’의 기수 벤 샤피로 최신작 ‘역사의 오른편 옳은편’ 기파랑에서 출간
미 ‘젊은 보수’의 기수 벤 샤피로 최신작 ‘역사의 오른편 옳은편’ 기파랑에서 출간
  • 김신정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3.30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구의 번영, 전체주의 몰락에서 배운다 −‘옳은 편’에 서는 자만이 흥성함을 역사는 증명한다

반미와 테러, 성적·도덕적 방종과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가 판치는 미국 대학가 실체를 고발한 책 <세뇌>로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미국의 대표적인 젊은 보수논객 벤 샤피로(Ben Shapiro)의 최신작 <역사의 오른편 옳은편>(원제 The Right Side of History)이 번역 출간됐다.

국내 번역으로 소개되기는 <벤 샤피로의 세뇌(Brain Washed)>(이남규 옮김, 기파랑, 2018)에 이어 두 번째.

팬데믹(pandemic)으로 번진 2020년 벽두의 우한코로나 사태에서 보듯, 한껏 작아지고 국경도 무의미해진 지구촌에서 ‘서구(the West)’란 더 이상 지리나 인종상의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질병 앞에 인체는 평등하다고 해서 사람집단들이 공유하는 생각과 가치까지 동등할 수는 없다. 서구란 바로 ‘특정 종류의 생각과 가치의 총합’, 서구문명(the Western Civilization)이다.

‘왜 오늘날은 이처럼 살기 좋아졌는가? 왜 이렇게 살기 좋은 세상이 망가지고 있는가?’

<역사의 오른편 옳은편>(원제 The Right Side of History)을 시작하는 두 가지 미스터리다(‘들어가며’, 15쪽). 제목에 답이 들어 있다. ‘역사의 옳은 편(오른편)에 섰기 때문에 세상은 오늘처럼 살기 좋아졌고, 옳은 편을 저버리는 집단들 때문에 세상은 망가지고 있다.’ 그 옳은 편은 3천 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서구문명이고, 옳은 편을 저버렸기에 멸망한 집단은 지난 세기의 경우 사회주의였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논객으로서 저술, 기고, 팟캐스트 등 전방위적으로 나이(1984년생, 36세)가 무색할 정도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샤피로는 이 책에서 ‘예루살렘과 아테네’, 즉 ‘유대기독교와 이성(理性)’이 서구문명을 떠받치는 양대 기둥임을 재확인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고 개인과 공동체의 존속과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목적’과 ‘수단’은 이로부터 나온다.

서구 문명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 필수적인 다음 네 가지 요소를 사람들에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첫째는 개인의 목적(individual purpose)으로, 이 개인의 목적을 통해 우리는 인생이 소중하며 우주 가운데 우리는 각자 고유의 임무를 타고났다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둘째는 개인의 능력(individual capacity)으로, 우리 각자는 그 임무를 수행할 역량을 갖고 있음을 뜻합니다. 세 번째는 공동체의 목적(communal purpose)인데, 이것은 우리가 필요할 때 함께 행동하며 의미 있는 방향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 리고 마지막 개념인 공동체의 능력(communal capacity)은 우리의 시스템이 개인을 보호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 우리는 하나로 연대할 수 있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어판 서문, 10쪽)

저자는 두 기둥 중 어느 한쪽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인간사회를 꾸려 나갈 수 없다는 경고 또한 잊지 않는다.

종교적 가치에만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우리는 신정국가(theocracy)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반면에 이성만을 신봉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유물론에 기반한 독재국가materialism-based tyranny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책을 여는 첫 번째 미스터리는 해결되었다. ‘오늘날 이처럼 살기 좋아진 것은, 목적과 수단이 균형을 이루는 서구문명 덕분이다.’ 그렇다면 서구문명의 ‘서구’는 군더더기다. 인류의 전 역사를 통틀어 명멸했던 수많은 문명들 가운데 ‘목적과 수단’이라는 두 기둥의 균형을 가장 인간다운 방식으로 유지하는 것은 서구문명뿐이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옳은 이 ‘문명’만이 지켜 낼(보수保守) 가치가 있고 또 그래야 하기에. 옳은 편은 오른편일 수밖에 없다. 한국어판 제목이 ‘오른편, 옳은편’으로 된 이유다.

21세기의 反문명 세력들

−좌파, 과학만능주의, 그리고 ‘한반도의 반쪽’

두 번째 미스터리가 남았다. 왜 살기 좋은 세상이 망가지는가?

지난 세기 문명 대 반(反) 문명의 전쟁에서, 문명을 거스르는 대표적인 세력은 스탈린‧히틀러‧마오쩌둥으로 대표되는 전체주의 세력이었다. 역사의 왼편/그른편에 선 이들 세력이 멸망한 것은 자업자득이라 해도, 줄잡아 수억 명의 사람이 그로 인해 아직도 받고 있는 고통은 어찌할 것인지?

몰락한 전체주의의 맥을 잇는 21세기 현대의 반문명 세력으로 저자는 사회주의의 옛 꿈을 떨치지 못한 좌파와, 인간을 한갓 짐승의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과학만능주의를 꼽는다. 아, 우파의 탈을 쓴 극우 전체주의(예컨대 인종주의나 대안우파alt-right)에도 속지 말 것!

저자는 본문에서, 그리고 한국어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쓴 서문에서 ‘한반도의 반문명 집단’ 북한의 존재에 대한 경계도 잊지 않는다.

오늘날은 북한이 국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수용소다. 사실 이건 별로 놀랍지 않은데 왜냐하면 북한은 그저 과거 존재한 공산주의 국가들의 찬란한 유산을 그저 성실히 계승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7장 ‘다시 만들어지는 세계’, 269쪽)

대한민국의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는 서구 문명의 근본 전제 자체를 거부하는 한 나라를 발견하게 됩니다. 지옥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 주민들은 최악의 독재 체제 가운데서 신음해 왔습니다. 세계관의 비교에서 대한민국과 북한처럼 극명한 대조를 드러내 주는 사례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한국어판 서문, 8쪽)

전체주의‧폐쇄사회의 에피데믹(epidemic)에서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우한코로나 팬데믹은 경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한편 서구문명을 일궈 온(그리고 망가뜨릴 뻔했거나 망가뜨리려 하고 있는) 3천 년 종교‧지성사의 굵직한 이름들을 차례로 만나는 것은 책의 뜻밖의 매력이다.

모세, 솔로몬,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바울, 아우구스티누스, 마이모니데스, 토마스 아퀴나스, 로저 베이컨, 프랜시스 베이컨, 데카르트, 마키아벨리, 스피노자, 흄, 볼테르, 홉스, 로크, 루소, 제퍼슨과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에드먼드 버크, 토마스 페인, 애덤 스미스, 칸트, 키르케고르, 벤담, 헤겔, 다윈, 마르크스, 도스토옙스키, 니체, 막스 베버, 존 듀이, 프로이트, 레닌, 그람시, 하이데거, 사르트르, 호르크하이머, 마르쿠제, 에리히 프롬, 킨제이, 에드워드 윌슨, 스티븐 핑커, 리처드 도킨스, 유발 하라리

본문 1쪽 이상을 할애한 인물만 45명이다. ‘좀 안다’ 이상 3점, ‘들어 봤다’ 2점, ‘누구지?’ 1점 − 당신의 문명사 경험치는 135점 만점에 몇 점?

글쓴이 벤 샤피로(Ben Shapiro)는 1984년 미국 LA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6세에 UCLA 정치학과에 입학하고, 2학년 때부터 대학신문에 부정기적으로 칼럼을 써 왔다.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하여 변호사가 되었다. 로펌에 근무하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치평론 활동에 나서, 팟캐스트 ‘데일리와이어(The Daily Wire)’를 설립하고 <벤 샤피로 쇼(The Ben Shapiro Show)>를 진행하고 있다. 최신작 『역사의 오른편 옳은편』(원제 The Right Side of History, 2019)은 그의 열일곱 번째 저서이다.

옮긴이 노태정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