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분석]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 규제 해제가 우선이다
[경제분석]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 규제 해제가 우선이다
  • 한정석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0.04.1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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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올해 전 세계가 거의 제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이전 S&P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3%로 예상한 바 있다.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이야기다.

세계경제 시그널도 이를 뒷받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셋째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328만 명으로 1982년 기록한 최고치의 4배에 이르렀다. 세계 2위 경제국 중국에서는 고정자산투자가 전년비 45% 급감했고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각각 14%, 21% 줄었다. 신흥시장에서는 자본이 썰물 빠지듯 빠지고 있다. 자본 이탈 속도가 이전 어떤 경제위기 때보다 빠르다고 S&P는 지적했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세계은행은 지난 3월 30일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으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애초 전망치보다 4.9%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나라별로는 미국(-3.40%), 유럽(-3.85%), 중국(-4.31%), 일본(-4.57%), 태국(-6.21%), 캄보디아(-6.57%) 등 순으로 GDP 감소 충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암울한 경제 전망에 각국의 정부는 일단 유동성 공급을 대응으로 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지금은 수십 년간 기다려온 인프라 법안을 처리할 때”라며 2조 달러(2448조 원) 예산법안을 거론하고 “오로지 일자리와 한때 위대했던 인프라를 재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 의회는 별도로 1단계 83억 달러, 2단계 1000억 달러 규모의 긴급예산법안을 처리하고 지난 27일에는 무려 2조2000억 달러의 3단계 법안을 통과 시켰다.

이 법안까지 통과하면 미국은 코로나19에만 4조3000억 달러(5263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는 셈이 된다. 한국 올해 예산 513조 원의 10배가 넘는다. 문재인 정부도 이에 질세라 이미 100조 원에 이르는 경기부양 대책에 이어 ‘한국형 양적완화’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3개월간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의문이 든다. 경기가 불황에 처하면 항상 단골로 등장하는 ‘돈 풀기’는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일까. 이런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왜 우리는 이제까지 불황을 걱정해 온 것일까.

전 세계 글로벌 금융투자를 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과 같은 현상으로 그 평가손이 막대하고 이는 실질적인 유동성 증발을 의미하기에 당연히 정부의 유동성 공급을 요구하게 된다. 한마디로 ‘우리가 망하면 다 망하는 것이다’라는 입장이다.

유동성 확대의 위험 ‘서브프라임사태’를 기억하라

지난 3월 15일 블룸버그가 86개국 증시의 시총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이달 12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이들 국가의 증시 시총은 72조4869억 달러(약 8경8232조 원)로 코로나19 이전 고점인 1월 20일(89조1565억 달러)보다 16조6696억 달러(18.7%) 줄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52일 만에 1경9475조 원이 증발한 셈이다. 1893조 원(2018년 기준)인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0.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런 상황이라면 금융회사들은 비명을 지르고도 남는다.

금융자산의 가격이 폭락하면 여기에 투자한 금융회사들은 막대한 평가손을 보충하기 위해 이익이 발생한 다른 자산들을 매각하거나, 자금을 빌려준 채권들을 회수하게 된다. 이 여파가 실물 경제에서 기업들로 하여금 자금 압박을 초래하게 된다.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금융시장에서 조달하기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생산 코스트가 올라가고 이는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흑자도산과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막자고 각국의 정부는 유동성을 확대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증가된 유동성 만큼 생산-분배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물거래에 결제 수단인 화폐로서 유동성은 결국 자산 버블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데 필요한 화폐수요 이상으로 돈이 시중에 풀리면 남아도는 돈은 화폐가치를 떨어뜨리게 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돈들이 부동산과 같은 곳으로 몰려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자산 버블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동시에 코로나19처럼 거래비용의 증가로 생산성이 하락한 상황에서 급격한 유동성의 증가는 불황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가져올 수도 있다.

결정적인 국면은 코로나19가 진정된 후 넘쳐나는 유동성을 다시 회수하려 할 때 자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또 다른 불황을 불러오게 된다는 것이다. 한번 풀은 막대한 유동성이 기업의 생산 혁신을 불러와 생산 증대의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자산 버블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 확대를 중단하면 이 자산 가격들이 다시 폭락하면서 금융과 부동산 시장 전반에 다시 타격을 주게 된다. 이러한 전형적인 케이스가 바로 2001년 9·11사태로 인한 미 연준(FED)의 ‘제로 금리’정책과 여기에 맞물린 과잉화된 유동성이 불러온 서브프라임 사태였다.

2010년 케이토연구소와 같은 세계적인 경제연구소들과 경제학자들은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해 면밀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 금융위기가 다름 아닌 미 연방준비위원회(연준위. FRB)의 잘못된 이자율 정책과 재무성의 잘못된 주택담보대출 정책 그리고 캘리포니아주 등의 왜곡된 부동산 규제정책이 3박자를 이룬 데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이 알 카에다의 테러로 혼란에 빠졌을 때 우리의 금융통화위원회 역할을 하는 미 연준위는 경기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자율을 거의 ‘제로 상태’로 만들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돈을 빌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게 한 것이다. 동시에 부시 정부는 뉴욕시 재건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재정지출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정책은 과거 1990년대부터 매년 화폐공급량을 10%대로 늘려온 미국의 금융시장에 거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돈이 시중에 많이 풀리자 이번에는 LA 같은 도시의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금융시장의 거품이 자산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 같은 현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미국 내에서 프로그레시브 액티비스트라고 불리는 진보활동가 그룹이 서민대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지역사회와 밀착해 여러 진보적 정책들을 풀뿌리 운동으로 전개하면서 주 의회나 연방정부에 여러 형태로 압력을 넣는 일을 한다.

클린턴 정부 시절 이들 진보그룹은 저소득층에게도 금융에 접근할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다시 ‘내 집 마련’이라는 이른바 ‘주택보유 기회 확대운동’으로 발전했다. 이 CRA를 근거 삼아 진보활동 그룹들은 지역은행들이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대출을 거절할 경우 이를 고발하는 일을 했다. 그 결과 지역은행들이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는 일들이 생겨났다. 이로 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즉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이라 불리는 금융상품이 등장했다. 집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민주당은 프레디맥이나 페니메이 등 정부 보조를 받는 국책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민간은행들이 발행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을 대량으로 인수하도록 했다. 따라서 민간은행들은 더 이상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놓고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미 정부 당국의 이 같은 보증정책은 미 연방은행이 인위적으로 이자율을 제로로 만든 실수와 함께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도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묻지마 대출’ 현상을 일으켰다.

은행들 또한 담보로 잡은 집값이 오르고 있는 만큼 대출자들이 돈을 갚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미 국책 금융기관들이 매입보증을 해주니 민간은행들은 적극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발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이 프레디맥이나 페니메이 같은 국책 금융기관들이 자신들이 인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이를 다시 증권시장에 팔아넘겼다는 사실이다. 시한폭탄의 사이즈가 수류탄급에서 핵폭탄으로 발전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계 경제도 패닉에 빠졌다. 미국은 무제한 달러 공급에 나섰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계 경제도 패닉에 빠졌다. 미국은 무제한 달러 공급에 나섰다.

규제 해제가 근본적인 처방

잘못된 이자율정책은 2010년 유럽연합의 단일화폐인 유로를 국가통화로 도입해 사용하는 이른바 유로존 국가들을 급속한 경제위기로 몰아가기도 했다.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국가들은 위기를 직접적으로 맞지 않았다. 유로존 국가들이 달러가 아닌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통해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로존을 이끌고 있던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미국의 금융위기 앞에서도 자신만만해 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의 유로존 단일통화 시스템의 장점을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의 국가부도 사태로 날벼락을 맞았다. 그리스의 위기는 그리스 하나로 끝나지 않고 스페인, 이탈리아로 번져갔으며 결국 프랑스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으로 확대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유로존의 위기가 사실 10여 년전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에 의해 예견되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다시 상기해 보는 것은 지금의 코로나19와 9·11테러 사태가 같은 ‘불경제’라는 상황에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불경제’라는 것은 시장경제 내의 효율문제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시장 시스템 밖에서 초래되는 문제를 말한다. 가령 제조업 발전에 따른 공해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이 질문에 가능한 대답은 긴급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생산과 관련된 규제를 과감하게 해제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불황의 본질이 무엇보다 거래비용을 높여 생산과 소비의 규모 축소를 불러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문제는 오로지 기업들의 생산 혁신으로만 극복될 수 있다. 이 생산 혁신이 다시 고용을 부르고 소득을 불러온다. 따라서 생산과 관련된 규제를 혁신적으로 철폐하는 방안은 코로나19로 인한 외부불경제 효과를 극복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된다. 그러면 어떤 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폐업 식당의 주방설비가 차에 실려가고 있다. 한시적으로라도 주52시간 근로제나 최저임금제 등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 / 연합
폐업 식당의 주방설비가 차에 실려가고 있다. 한시적으로라도 주52시간 근로제나 최저임금제 등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 / 연합

규제를 푸는 방법

첫째, 최저임금제도를 한시적으로 전면 폐지해야 한다.

현재 자영업과 중소기업에 큰 애로가 되고 있는 최저임금을 동결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전면 폐지해야 한다. 그 이유는 최저임금이 대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치명적인 거래비용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지나치게 급격히 상승한 최저임금을 동결하기보다는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제정한다는 생각으로 전면 폐지할 필요가 있다.

일단 최저임금이 폐지되면 자영업과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시장 임금으로 고용계약을 체결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실업을 줄이고 고용의 증대를 불러온다. 그렇게 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숨통을 틔워야 한다. 동시에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고서라도 근로를 하겠다는 이들의 근로권을 보장해야 저소득층의 복지가 실현된다.

둘째, 주52시간 근로제와 정규직 보호제를 폐지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 제한은 현재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만 적용되고 있고 이하의 사업장에서는 그 실행이 유예되어 있다. 문제는 대한상의 조사 연구에 의하면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약 24%는 주52시간 근로제를 현실적으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근로자들도 3교대의 확대로 소득이 줄어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주52시간 근로 제한을 지키기 위해 추가로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에 놓여 있다.

주 52시간으로 ‘저녁이 있는 풍경’의 낭만은 지금 ‘퇴근 후 투잡’의 현실이 되어 있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아울러 현행 정규직 보호제는 대기업들로 하여금 신규인력 고용을 가로막고 있는 생산의 장애물로 작용한다. 정규직 보호는 파견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소득기회를 상대적으로 박탈한다. 기업의 임금에는 제한적 규모가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에 대한 임금 코스트가 높다면 이 코스트는 비정규직이나 파견직에게 이전되게 된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이 거래비용이 높아진 상태에서 정규직 보호 철폐는 비록 정규직 근로자의 소득 수준은 다소 감소하더라도 실업을 막고 더 많은 고용을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셋째, 유통과 서비스 업종 규제를 과감하게 해제해야 한다.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려면 택배와 같은 운송 유통업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한시적이라도 자가용을 이용한 택배와 운송을 허가하고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 규정을 풀어야 한다. 동시에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같은 규제도 풀어 소비재 생산과 유통에 대기업의 자본이 다시 들어오도록 해야 고용도 함께 증대시킬 수 있다. 통신 서비스에서 규제되는 단말기 보조금 금지도 풀 필요가 있다. 도서가격도 정찰제에서 자유제로 전환하고 특히 빵집, 미용실과 같은 업종에 자격증으로 창업을 제한하는 직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이러한 규제들은 생산의 코스트를 높여 비효율을 초래할 수 밖에 없고,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경우 늘어나는 실업을 창업으로 흡수하기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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