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의 창직칼럼 - 애자일 효과
정은상의 창직칼럼 - 애자일 효과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4.14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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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S로부터 필자에게 전화가 왔다.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세상을 향해 할 말이 많고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실은 3년 전부터 필자가 권했었는데 이제야 마음이 움직였나보다. 그런데 유튜브 방송을 하려면 뭘 준비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카메라, 조명, 스튜디오, 편집 기술 등. 어디서 전해 들은 건 많아서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했다. 필자는 스마트폰과 조그만 삼각대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그 후 1년을 다시 지나서야 S는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S는 완벽주의자였다. 아니 우리 모두는 완벽하기를 원한다. 특히 국회의원, 공무원, 교사, 대기업 직원으로 일을 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모두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평생을 살아간다.

애자일(agile)은 민첩하고 날렵하다는 뜻인데 재빠르게 변화를 시도하는 공격적인 업무 방식을 말한다. 애자일은 현장 중심으로 접근해서 일단 시도해 보고 맞지 않으면 즉시 바꾸는 전략이다. 실패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먼저 도전해 본 후 문제가 생기면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파악해서 다시 시도해야 혁신이 일어난다.
 

정은상   맥아더스쿨 대표, 창직코치
정은상 맥아더스쿨 대표, 창직코치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모든 것이 완벽해야 했지만 지금은 낮은 비용으로 빨리 실패하고 빨리 일어서야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공할 수 있다. 조직 문화조차 이렇게 바꾸지 않고서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변화무쌍한 지금 이 시대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다. 완벽주의가 발목을 잡고 있는 동안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가 망설여진다. 자존감도 자신감도 완벽하려는 생각에 발목이 잡힌다.

실패에 관대하지 않으면 큰 일을 도모하기 어렵다. 어차피 인간은 완벽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조직 내에서 착각하며 살아와서 그렇다. 필자는 최근 비대면 코칭과 강연을 위해 줌(zoom)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공부하기 보다 일단 한번 더 줌을 실제로 사용하면서 많은 기능을 익히고 있다.

고맙게도 유튜브에 보면 줌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직접 해보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주중에는 매일 아침 30분 정도 지인 몇 분들과 줌으로 아침 인사를 하면서 서로 줌에 대해 학습하고 있다. 필자도 한 때는 완벽주의자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완벽을 지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반복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S가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려 할 때 필자는 일단 유튜브 방송을 100회 쯤 하고 나서 심도 있게 리뷰해 보자고 권했다. 그는 지금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열심히 방송하고 있다. 방송을 위해 불철주야 진짜 공부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올린 유튜브가 1,200개를 넘었고 구독자도 10만명이나 된다. 그리고 이제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방송을 한다. 길거리나 심지어 외국에 가서도 열심히 방송하고 있다.

얼마 전에 필자를 만나 4년 전에 시작할 걸 하며 아쉬워 했다. 하지만 그건 이미 지난 일이다. 애자일은 우리 국민의 빨리빨리 스타일과 닮았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식도 어느 국가나 국민보다 우리가 민첩했다. 세상은 숨쉬기 벅찰만큼 정신 없이 빨리 돌아간다. 물론 완벽하게 준비하면 좋겠지만 타이밍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십수년 전 토요타에 견학가서 벽에 붙여둔 슬로건이 생각난다. 해보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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