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코로나 최대 피해국 이탈리아 원인과 교훈
[전문가진단] 코로나 최대 피해국 이탈리아 원인과 교훈
  •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 승인 2020.04.14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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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 감염자 60%가 집중된 북부 롬바르디아주(州)에만 중국인 8만 명이 살고 있다.
우한 코로나 감염자 60%가 집중된 북부 롬바르디아주(州)에만 중국인 8만 명이 살고 있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3월 31일 현재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의 전세계 확진자수는 205개 국에서 80만 명이 넘었다. 이중 4만 명 가까운 3만9027명이 사망해 전체 치사율은 4.86%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코로나19 또는 우한 바이러스)는 중국의 우한에서 발생해서 중국 전역과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3월 31일 현재 가장 큰 피해자는 이탈리아다.

3월 31일 기준 이탈리아의 확진자수는 10만1739명으로 확진자수 기준으로는 16만4435명의 확진자를 낸 미국에 이어 2위의 순위지만 사망자수로는 1만 명이 넘는 1만1591명의 사망자를 내 미국의 사망자 3175명과 중국 본토 사망자 3305명의 세 배가 넘는 사망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계 사망자 3명 중 1명이 이탈리아인으로 사망자 순위로는 이탈리아가 단연 세계 1위다.

사망자 수 뿐 아니라 11.4%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사망률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평균의 2배가 넘고 우리나라의 사망률 1.68%의 거의 7배에 달하고 있어 이탈리아는 신종코로나의 최대 피해국인 상황이다.

이탈리아는 3월 29일 단 하루 동안에도 5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750명이 넘게 신종 코로나로 사망했다. 그야말로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자국 내에서 단 2명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생겼을 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만큼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으로 보였던 이탈리아였는데 대체 무슨 이유로 초기 확진자가 생긴 지 두 달이 채 안 되어 이렇게까지 대재앙을 맞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살펴본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의 재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그 첫째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이고, 또 하나는 ‘사망률이 높은 이유’다.
 

체육관에 긴급 병상을 마련한 이탈리아. 사실상 의료체계가 붕괴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체육관에 긴급 병상을 마련한 이탈리아. 사실상 의료체계가 붕괴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네 가지 이유

1. 중국과의 활발한 인적 교류

중국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가 처음 발생하고 전파된 감염의 최초 진앙지, 즉 감염원 국가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는 감염원의 차단이 매우 중요했는데 이탈리아는 감염원의 조기 차단에 실패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급증했고 중국 본토와 왕래가 많아 중국 정부가 발병 사실을 감추고 있던 감염 초기에 감염원 차단이 불가한 상태였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현재 이탈리아에는 중국인 32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 섬유 산업에 종사하며 산업 중심지인 북부 지역에 몰려 있다. 이번에 우한 코로나 감염자 60%가 집중된 북부 롬바르디아주(州)에만 중국인 8만 명이 살고 있다. 이탈리아 중부 섬유 산업 도시 프라토의 경우 인구가 20만 명 남짓인데 등록된 중국인 3만 명에 불법체류자 2만 명 등 5만 명의 중국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국인들이 지난 1월 춘절을 맞아 대거 중국 본토에 다녀왔다. 그래서 “실크로드가 바이러스 로드가 되었다”는 자조섞인 말이 나왔다. 둘째는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한 해 600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는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에 대해서는 조기에 운항중단조치를 내렸지만 내륙의 오가는 교통과 선박에 대해서는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끝으로 이탈리아는 유럽국가 중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한 나라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활발한 인적 교류는 감염원과의 접촉 기회를 크게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2. 마스크 부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존의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인 사스나 메르스와 달리 전염력이 매우 강하고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는 비말뿐 아니라 공기감염을 통해서도 전파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감염 차단을 위해 마스크의 착용이 매우 중요했는데,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마스크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지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문화도 한몫 했지만 마스크 생산 능력의 부족도 큰 원인이었다.

평상시 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세먼지 때문에 본의 아니게 마스크 생산대국이 된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국가들은 평상시 마스크를 거의 착용하지 않아 마스크 생산 능력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지난 2월 말까지도 이탈리아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었다.

3. 잘못된, 그리고 뒤늦은 정부 대처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발 우한폐렴사태가 일어나고 2명의 환자가 생기자마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항공편을 닫았다. 그런데 그것이 다였다. 육로와 선박, 그리고 경유항공을 통한 입국자를 막지 않았을 뿐더러 의료자원의 확보도 늦었고, 감염사태에 대한 대응도 늦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 21일 ‘새로운 진앙지가 된 이탈리아가 전세계에 주는 교훈’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탈리아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지적했다. 아래 그 기사의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진앙지 중국에서 고위 관리들의 경고가 나오기 시작한 1월 21일 바로 그 날, 이탈리아의 문화관광부 장관은 중국 사절단과 함께 ‘이탈리아-중국 문화 관광의 해’를 경축하는 콘서트를 열었다. 보건부 차관은 그때 모든 것을 막았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이탈리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뒤늦은 조치다. 감염병 초기 단계에서 이탈리아 당국은 많은 혼란을 야기했다. (시민의 생명보다) 경제적 이유와 시민의 자유 보존을 앞세움으로써 감염차단이 가장 절실했던 시기를 놓쳤다.”

“감염 초기의 중요한 시기에 콘테 총리와 몇몇 다른 고위 관리들은 바이러스를 간과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혼란을 초래하고 그것은 결국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들은 이탈리아 북쪽에서 증상이 없는 사람까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검사를 함으로써 감염 숫자가 증가됐고, 이로 인해 이탈리아의 해외 이미지가 손상되었다고 주장했다.”

“감염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밀라노 시장은 ‘밀라노는 멈추지 않는다’는 구호 아래 시민들이 경제활동을 계속할 것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두오모 성당이 다시 개방되었고 사람들은 밖으로 나갔다. 이후 감염자와 사망자는 급증했다.”

“콘테 총리가 이탈리아 경제의 엔진이며 인구의 4분의 1이 살고 있는 북부 지역에 비상조치를 발령한 3월 8일은 이미 확진자가 7375명이 되었고, 36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다. 그런데 일부 지역의 수장들은 주민들에게 자가 격리에서 나와도 좋다는 독자적인 행정명령을 내렸다. 코도뇨의 봉쇄도 해제되었고 간이 검역소도 사라졌다. 하루 뒤 3월 9일 확진자자 9172명이 되고, 사망자가 463명 되었을 때 콘테 총리는 다급하게 강력한 봉쇄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이처럼 이탈리아 정부는 감염병 사태에 대해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뒷북만 치다가 재앙을 맞았다.

4. 사교적이고 낙천적인 문화

어느 나라나 정치인들은 감염의 위험을 애써 축소하려는 경향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그럼에도 유독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가 더 빠르고 큰 규모로 확산되는 이유에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성향과 문화도 한 몫을 차지한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는다. 즉 이탈리아 국민들은 낙천적이고,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이고 활발한 사교와 놀이 문화를 지닌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의 델라 기우스타 교수는 “이탈리아인들은 일반적으로 집 밖에서 사람을 만나 즐기는 것을 좋아하며 촉각을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이탈리아에서의 대인관계 시 물리적 공간은 영국이나 아일랜드의 경우보다 훨씬 좁다. 인사를 할 때 서로 키스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중해 주변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체 접촉이 많다. 이맘때쯤 상대적으로 더 추운 유럽의 다른 지역보다 사람들의 야외 활동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탈리아인들은 좀 더 사교적이고 동양인과 달리 신체 접촉이 많다는 것도 빠른 전파가 이뤄진 이유가 되지만 이들의 낙천성도 또 한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도 쓰지 않는 이유 중에는 마스크 부족도 있지만 낙천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로 숨진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영안실이 아닌 성당에까지 관이 안치되어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로 숨진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영안실이 아닌 성당에까지 관이 안치되어 있다.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네 가지 이유

이탈리아의 신종코로나 사망률은 3월 30일 현재 11%다. 전 세계 평균 4.72%의 두 배가 넘고, 확진자 5만3000명이 넘어선 독일의 사망률 0.8%의 14배에 달한다. 대체 왜 이탈리아에서만 유독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것일까?

1. 단기간의 집중적 발생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병에 걸린 환자들이 산발적으로 발생한다면 환자들은 충분한 의료자원의 투여를 받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의료인력에도 한계가 있고 수용시설과 치료장비 등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의 우한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대구가 그랬고, 미국에서는 뉴욕이 그런 상황을 맞고 있다. 쏟아져 몰려오는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살 수 있는 많은 환자들이 생명을 잃게 된다. 이것이 이탈리아의 사망률이 유독 높은 가장 큰 이유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많은 환자들이 발생한 이탈리아에서는 치료의 우선순위를 나이로 구분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살 날이 많은 젊은 환자를 우선적으로 치료해야 했다는 것이다. 비극이 아닐 수 없다.

2. 취약한 의료재정

이탈리아인들은 다른 유럽인들에 비해 1인당 의료비 지출이 10% 정도 적다. 노인의 비율이 높은데도 의료비 지출이 적은 것은 건강해서 의료비를 적게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서 의료비를 적게 쓰는 것을 의미한다. 포퓰리즘 정책과 방만한 국가예산 운영의 결과 국가 채무가 3230조 원에 달하는 이탈리아는 국민 1인당 5350만 원의 부채에 신음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연금 수령 연령을 낮추고 저소득층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하는 포퓰리즘 정책이 가장 큰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공공부채(정부+공공기관 부채)를 GDP의 60%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해 왔는데 이를 2배나 넘기고 있는 이탈리아는 EU로부터 정부의 재정적자폭을 줄이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그리고 이 예산 감축은 보건의료분야에도 적용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의 국민 1인당 보건 예산은 2008년 3490달러에서 2016년 2739달러로 크게 줄었다. 재정이 줄어들면 의료 장비가 부족하고 인력 수준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이탈리아의 국민 1000명당 병상은 3.2개로 독일(8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인공호흡기 숫자는 2만5000개를 보유한 독일의 1/8에도 못 미친다.

3. 노인이 많은 고령국가

이탈리아는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21.5%로 유럽 최고이고 전 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2위의 고령국가다. 한 마디로 노인이 많은 국가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는 노인이 감염되었을 때 사망률이 높다. 면역력이 낮고 기저질환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 고령인구가 많다는 사실은 높은 사망률을 나타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4. 취약한 의료진

이탈리아는 공공의료 비중이 70%가 넘고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신분이 공무원이다. 공공의료의 비중이 높으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공공의료의 재정지출이 적을 때 부작용은 더 커진다. 동기부여가 부족하고 낮은 대우에 불만을 품은 의료진들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탈출하게 된다.

지난 15년간 이탈리아에서 매년 1000여 명의 의사와 매년 800여 명의 간호사들이 EU의 다른 국가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의사 약 5만6000명, 간호사가 약 5만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탈리아가 신종 코로나 사태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물자도 부족하고 의료진도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이상 이탈리아에서 유독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이유들에 대해 살펴봤다. 이 많은 이유들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이탈리아에 재앙을 가져다줬다. 뒤돌아보면 지금의 비극은 예고된 필연이었을 수도 있다. 평상시에는 운이 좋아 그럭저럭 유지할 수 있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한계가 곧바로 드러나게 된다.

우리는 이 위기의 요소들에 대해 얼마나 대처가 되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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