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재난기본소득 허와 실
[전문가진단] 재난기본소득 허와 실
  • 오정근 미래한국 편집위원·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 승인 2020.04.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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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등장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재난기본소득 논란이다. 기본소득이란 일반 국민 모두에게 소득기준 등의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으로 정의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을 기본소득 요소로 이해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기본소득이 주장되게 된 배경으로는 수많은 종류의 복지제도가 도입되면서 중복 지원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복지사각지대가 존재해 일가족 동반자살 같은 비극이 발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드는 행정비용이 막대해 차라리 모든 복지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모든 국민에게 일정의 현금을 무조건 지급하지는 주장이 기본소득 주장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본소득은 기업이 투자를 하고 사람을 고용하고 일을 하는 과정에서 소득이 창출되고 그 소득으로 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소비하는 경제순환의 기본적인 원리를 완전히 외면한 주장이라는 점에서 비경제적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일정 수준의 소득을 일을 하는 여부와 상관없이 보장해 줌으로써 일하고자 하는 동기와 의욕을 저하시켜 경제를 추락시키게 될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근로의욕 저하와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으로 경제가 추락하게 되면 지급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대두된다. "

결국 세금을 인상하게 되고 그 결과 기업하려는 의욕도 떨어뜨려 재정위기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근로의욕과 기업의욕이 낮아지는 국가경제가 온전할 수 없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이치라고 하겠다.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실패

이로 인해 아직 기본소득을 도입한 국가는 없다. 핀란드가 2017~2018년  실업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험해 본 결과 근로의욕이 개선되지 않는 등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판단 하에  실험을 중단한 바 있고  스위스에서는 2016년 기본소득 도입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77%가 반대해 부결되는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도입한 사례는 없다.
 
국내에서는 서울에서 19~29세 3000명을 대상으로 매월 50만 원을 6개월간 지급하고 성남에서는 만24세 청년들에게 분기별 25만 원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일부 지자체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기본소득과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으나 이는 기본적으로 모든 복지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모든 국민에게 일정의 현금을 무조건 지급하지는 기본소득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러한 기본소득 논란이 이번 코로나 감염병 사태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실업자가 급증하자 어려워진 가계를 지원하고 급락하고 있는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명분으로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결국 이처럼 특정 계층에 대한 한시적인 지원은 기본소득의 정의와 개념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정부는 3월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하고 9조1000억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 약 1400만 가구에 대해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이번에 지원하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은 1회성 지원으로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총 소요 재원은 10.3조 원 규모인데 1.2조 원은 저소득층 소비쿠폰(1.0조 원), 긴급복지(0.2조 원)으로 국고에서 100% 이미 지원되고 있고 9.1조 원은 추가로 2차 추경을 편성해 지급하기로 했다. 9.1조 원은 중앙정부에서 7.1조 원, 지방정부에서 2.0조 원을 부담하기로 결정했으나 즉각적인 지방정부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중앙정부 분담금은 기본적으로 예산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충당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국방, 의료급여, 환경, 공적개발원조(ODA), 농어촌, 사회간접자본(SOC) 등 여건 변화로 집행 부진이 예상되는 사업 및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절감 가능한 사업 중심으로 최대한 감액하고 국고채 이자상환, 사업비 등 삭감해서 충당한다는 계획이라고 기획재정부는 밝혔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2차 추가경정예산을 국회에 제출해 통과되면 5월 중순 전후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이 발표되자 수많은 논란이 제기되었다. 소득도 근로소득, 부동산소득, 금융소득 등 다양한데 지급기준이 되는 소득 70%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가장 큰 논란으로는 4·15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추경이 통과되면 5월 중순에 지급한다는 방안으로 지급기준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발표해 총선용 포퓰리즘이 아니냐 하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4월 5일 5200만 모든 국민에게 50만 원을 즉시 지급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소요재원 약 26조 원은 전액 각 부처 예산을 삭감해서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자 다음 날인 4월 6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50만 가구 전 가구에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씩을 지급하자는 주장을 했다. 소요 재원은 약 13조 원이 추산되는데 지급은 역시 총선 직후 지급한다는 주장이다.

점입가경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역대 최대의 돈선거, 그것도 가불선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심지어 자유당 시절 고무신선거를 방불케 하는 타락한 선거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자유민주주의의 출발은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임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한국은 공명정대하고 깨끗한 선거를 위해 수많은 노력과 엄청난 재원을 투입하는 등 노력해 온 결과 후발개도국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깨끗한 선거가 정착되는가 싶더니 코로나를 빙자한 역대 최대의 돈선거로 그간 쌓아온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재정 문제다. 1차 추경까지 포함한 2020년도 국가채무는 815.4조 원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1.2%로 추정되어 위험수위로 간주되고 있는 40%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여러 논란

2016년 말에 36%였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2차 3차 추경이 예고되고 있다. 설상가상 하반기 들어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어 금융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공적자금 투입도 예상되고 대대적인 기업구조조정 결과 공황수준으로 악화될 전망인 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투입되어야 할 재정까지 고려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리재정수지도 1차 추경까지만 포함한 경우에도 82조 원에 이르러 GDP 대비 -4.1%에 이르러 위험수위로 간주되고 있는 -3%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2차 3차 추경도 예상되고 있고 설상가상 하반기 들어 본격화될 기업구조조정과 실업 문제 해소를 위한 재정투입을 고려하면 재정수지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재정이 위험수위를 넘어서면 재정위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2011년 재정위기가 발생했던 남유럽의 경우 2011년 재정수지의 GDP에 대한 비율이 이탈리아 -3.9%, 포르투갈 -4.2%, 스페인 -8.5%, 그리스 -9.1%, 아일랜드 -13.1%였다. 이들 대부분 국가들이 2007년까지만 해도 재정수지가 건전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재정이 급격히 악화되어 마침내 2011년 일제히 재정위기로 추락했다. 유럽 재정위기는 한국도 재정 상황이 이처럼 급속히 악화되면 수년 내 재정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금 다분히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전 국민에게 여유도 없는 재정을 마구 뿌리는 포퓰리즘을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제한된 재원을 위기의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기업의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되지 않고 고용을 최대한 유지해 갈 수 있도록 반드시 필요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정책이다. 여유도 없는 재정을 마구 뿌리며 포퓰리즘을 즐기고 있다가는 얼마 안가서 한국은 남유럽이나 심지어 남미의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처럼 돌아오기 힘든 질곡으로 추락하게 될 우려가 크다.

세 번째 문제점은 재원도 여유가 없는데 너무 많은 중복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4인 가족 기준 중위소득은 475만 원이다. 중위소득 40%(190만 원) 이하 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차상위 10%(237.5만 원)에 대해서는 주거급여, 교육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생계급여는 월 142만 원, 의료급여는 190만 원, 주거급여는 214만 원, 교육급여는 237만 원이다.

여기에 추가해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수급대상자인 중위소득 40% 이하 138만 가구에 대해서는 재난지원금으로 소비쿠폰 140만 원, 차상위 주거급여 교육급여 수급대상자 30만 가구에 대해서는 재난지원금으로 소비쿠폰 108만 원이 지급되고 있다. 소득 하위 70%에 대해서는 건보료 감면 8.8만~9.4만 원, 특별돌봄쿠폰 80만 원도 지급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해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100만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 홍보 / 고양시 홈페이지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 홍보 / 고양시 홈페이지


이를 모두 합하면 중위소득 40% 이하 138만 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생계비 외에 320만 원이 지급되고, 차상위 10% 30만 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생계비 외에 297만 원이 지급되고, 중위소득 50% 이상~소득 하위 70% 1082만 가구에 대해서는 180만~189만 원이 지급되고 있다.

이 밖에도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노인일자리쿠폰 54.3만 명에게 23.6만 원이 지급되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으로 30만 명에게 6개월 간 월 126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긴급복지로 134.4만 명에게 123만 원도 지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중복해서 지원하고 있을 정도로 재정 사정이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하반기에 엄청난 기업구조조정과 폭증할 대량실업문제가 예상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정위기, 금융위기, 외환위기가 한꺼번에 올 수도 있는 복합위기도 예상되는 실정이다. 위기의 마지막 보루는 재정의 방파제다.

지금 이처럼 중복해서 마구 뿌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현금 살포로 위기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의 방파제가 무너지고 나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 경제는 완전히 붕괴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가정이나 국가나 마찬가지다. 경제란 언제나 흥청망청 써도 괜찮은 화수분이 아니다. 견디다 못한 500여만 명이 조국을 떠나는 베네수엘라가 남의 얘기가 안 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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