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라임·신라젠, 총선 후 핵뇌관 되나?
[이슈분석] 라임·신라젠, 총선 후 핵뇌관 되나?
  • 한정석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0.04.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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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 VIK, 신라젠 이 3대 금융 사건은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1조6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의 펀드 투자 사기 사건이 터진 것은 2019년 10월이었다.

속칭 ‘라임사태’라는 것이었다. 당시 라임사태는 라임투자자문의 단순 금융투자 실패 사건으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지난 4월 1일 사기금액 1조1000억 원. 피해자 1만 명이 넘은 ‘벨류인베스트먼트 코리아(VIK)’의 다단계 금융사기 건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친문 인사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보도가 터지면서 라임사태에도 현 정권의 청와대 인사가 개입되었다는 보도들이 흘러 나왔다.

21대 총선을 보름여 앞두고 터진 여권의 악재였지만 코로나 사태와 선거 이슈들과 맞물려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여기에 다시 현 정권 인사들이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는 신라젠 주가조작 사건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신라젠의 대주주가 다름아닌 VIK의 대표이자 오너인 이철이었고, 그는 현 정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노사모 핵심인사 출신이었다. 이 모든 중심에는 윤석열 총장이 있다. 라임사태, VIK, 신라젠 이 3대 금융 사건은 모두 불법행위들이 얽혀 있고 금감원과 청와대 인사들 그리고 친문 정치인들의 이름이 얽혀 있어 문재인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飛火)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총선을 하루 앞둔 14일 “현 정권의 최대 관심은 4·15 총선에서 이기면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를 무력화시켜 울산시장 불법공작선거, 라임, 신라젠, 버닝썬의 4대 권력형 비리를 덮는 데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인 것으로 해석된다.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이 금융사기 사건들은 먼저 하나씩 그 내용을 파악해야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라임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면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시작되어 10월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 있던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펀드런 위기를 맞으면서 결국 환매중단을 선택한 사건이다."
 

1조6000억 라임펀드 사기 사건과 청와대 행정관의 수상한 행적

사모펀드는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 사실상 파산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라임자산운용에 억 단위로 돈을 맡겼던 고객이 많았던 터라 환매중단의 여파는 심각한 수준이다.

라임자산운용은 모(母)펀드 밑에 여러 자(子)펀드들을 만들어 손실을 돌려 막는 수법을 썼다. 단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코스닥 좀비기업의 부실 자산을 대량 매입해 문제를 발생시켰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채권의 보유 한도 규정 등을 피하기 위해 다른 회사 명의로 매입하는 ‘파킹 거래’를 일삼으면서 수익률을 조작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처음에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배당되었으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합수단을 폐지시켜서 현재는 형사6부에서 수사 중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인사와 금감원 등에서 조직적인 비호가 있었다는 의혹이다.지난 3월 9일 SBS는 단독 보도를 통해 1조5000억 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 김모 씨가 이 문제를 막으려 했다고 폭로한 장모 씨의 증언 녹음 파일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처음에는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이후 행정관 김모 씨가 ‘증권사 간부를 만난 적도 없다’고 했던 부분을 정정하면서 의문을 증폭시켰다.

3월 20일 한국경제는 라임 사태에 연루된 인물 중 한 명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여야를 막론한 권력 실세, 조직폭력배와의 친분을 과시해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금감원 출신의 김모 청와대 행정관과는 같은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KBS는 인터불스의 한 전직 직원이 “김봉현 회장이 2019년 5월 청와대 행정관인 김모 씨와 경기도 용인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뒤 강남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김 전 행정관에게 200만 원 한도의 법인카드와 현금 150만 원을 건넸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금감원 감찰을 하는 동시에 김 전 행정관의 비위행위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라임사태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 전 회장의 청와대 전 행정관에 대한 로비 정황을 포착해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3월 25일 미래통합당은 이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간주하고 있으며 제대로 수사하지 않을 경우 특검과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펀드 운용과 연루된 의혹을 받는 상상인 그룹 수사를 윗선으로 확대하고 있다. / 연합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펀드 운용과 연루된 의혹을 받는 상상인 그룹 수사를 윗선으로 확대하고 있다. / 연합

친문 여권 커넥션 의혹의 1조 다단계 금융사기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는 국내 벤처투자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분야의 큰손으로 불리던 업체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사업계획을 인터넷에 공개해 개인 투자자들을 모으는 새로운 금융 기법이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이철 대표 등 모집책들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4년 동안 연 20%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현혹해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회사 설립부터 미인가 상태에서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집해 1조 원대로 추산되는 투자자들의 피해를 야기했다. 이러한 방식은 미국의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 폰지 사기는 고수익을 미끼로 자금을 모은 후, 이후에 투자된 자금으로 앞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형식의 다단계 사기 수법을 말한다.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 수법에서 유래했다.

문제는 이러한 다단계 금융사기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여 인사들이 홍보에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저자 초청 강연회’ ‘명사 초청특강’이란 이름으로 주기적으로 유명 정치인과 전문가들을 불렀다.

이 초청 인사들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회사 모집책들과 직원들을 상대로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강의를 했다. 투자자들은 여권 유명 정치인들이 나서서 특강을 하는 이 회사를 신뢰할 수 밖에 없게 된다. 2012년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당시 대학 교수), 2013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당시 대학 교수)과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2014년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 이사장 등이 강사로 나섰다.
 

조국펀드와 상상인 그리고 신라젠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의 이철 대표는 폭넓은 운동권 인맥을 갖고 있다. 유시민 이사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창당한 국민참여당과 ‘노사모’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현재의 친여 성향 정치인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한때 국민참여당의 의정부지역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18대 총선에서는 경기 의정부을에 출마하려고도 했다. 그런 이철 대표는 노무현정책학교 1기 수료생이며 노무현정책학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었던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설립한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개설했다.

법원은 이철 대표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의 판결문은 “피고인들은 저금리시대가 낳은 서민들의 기대를 악용하여 그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았고, 취업과 새로운 경력의 희망을 품은 보험모집인 등의 직장인들을 우롱하였다”라고 판시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지냈던 김창호 씨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 전 대표에게 6억2900만 원을 받아 1년 6월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 처장은 2017년 5월 만기 출소했다. 출소 후 그는 교도소에서 ‘대통령의 발견’이란 책을 펴냈고, 출판 기념회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와 노사모 출신들이 아지트처럼 찾는 서울 관악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었다.

상상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펀드 운용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2018년 7월 2차 더블유에프엠(WFM)에 CB를 담보로 100억 원을 대출해줬다. WFM은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실질 대표를 지냈던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한 회사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 코링크PE에 20억 원을 대출해줬다가 회수하기도 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계열사인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지난해 8월 WFM에 주식 110만주를 담보로 20억 원을 대출해줬다.

현재 상상인이 투자한 기업은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받는 라임자산운용의 투자 기업과도 겹치기도 한다. 최근 라임자산운용 사건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거론했던 녹취록에 등장한 ‘김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스타모빌리티(옛 인터불스)의 CB를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인수한 바 있다. 라임자산운용도 이 회사의 CB를 사들였다.

신라젠 사건도 맥락은 비슷하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서정식)는 신라젠의 이용한 전 대표, 곽병학 전 감사에 대해 지난 1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항암 후보물질인 펙사벡의 임상 실패를 사전에 알고 보유주식을 팔아 이득을 챙기고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다.

2016년 12월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신라젠은 펙사벡 개발 기대감으로 주식가치는 주당 1만2850원에서 이듬해 11월 주당 13만1000원까지 올랐다. 상장 1년 반 만에 코스닥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서면서 세간의 화려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펙사백의 임상 중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식가치는 지난해 9월 주당 8140원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신라젠 경영진은 보유 중인 주식 292만765주를 미리 매도하는 등 손실을 피했다. 현재 검찰은 신라젠이 기술특례로 상장된 경위와 횡령자금이 여권 인사들에게 흘러갔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 언론에 회자되는 인사는 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신라젠의 최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노사모 출신이고 유시민 이사장이 2010년 국민참여당으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했을 때 같은 당 의정부 지역위원장을 지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유시민 이사장 본인은 “신라젠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2013년부터 신라젠에 450억여 원을 투자하고 매각해 수백억 원대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 다시 칼을 뽑을 것인가

현재 이러한 대형 금융사기 사건들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초기에는 이러한 사건들이 윤석열 총장의 조국 펀드 수사와 맞물려 그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권의 조국 전 장관 비호와 윤 총장에 대한 압력 그리고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개혁 공세에 밀려 여권 정치 실세들의 연관 부분은 수사에 손도 대지 못했고 이후 총선 일정이 맞물리면서 그 폭발력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따라서 총선 이후 검찰이 현 여권 정치인들의 이름이 오르 내리는 라임과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상상인, 신라젠과 같은 권력형 금융비리 의혹을 다시 파고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총선 결과 압도적인 여당의 승리와 야당의 참패로 인해 그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전망이 혼재한다. 무엇보다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7월에 이르면 공수처법이 효력을 얻게 되면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압박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고 윤 총장은 이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이러한 게이트들을 수사할 것이라는 기대들도 있다.

다만 검찰조직 개혁이 윤 총장의 힘을 완전히 빼는 쪽으로 여당이 추진할 경우 당분간 이 사건들은 차기 대권 향방과 맞물려 여권의 분열이 가시화되기 이전에는 수면 위로 떠오르기 어렵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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