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구글 최고의 혁신 전문가가 찾아낸 비즈니스 설계와 검증의 방법론
[서평]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구글 최고의 혁신 전문가가 찾아낸 비즈니스 설계와 검증의 방법론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5.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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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구글 최초의 엔지니어링 디렉터이자 혁신 전문가. 실리콘밸리의 산실(産室)이라 불리는 스탠퍼드 공과대학(디스쿨 및 테크놀로지 벤처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의 설계와 검증, 혁신의 방법론을 강의해왔다. 구글의 명예 혁신 전문가로서 다수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내 혁신 워크숍을 이끌고 있다.

1985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입사해 이후 소프트웨어 리서치 부문의 이사로 일했으며, 자바(Java) 기술 및 도구 개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2001년 구글에 합류해 수많은 아이디어가 인류의 삶을 바꾸어가는 역사적 순간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12년 소프트웨어 개발 및 테스트 분야 신생 기업과 프리토타입랩스(PretotypeLabs)를 공동 창업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술혁신상(2005), 〈인포월드〉 TOP 25 CTO상·올해의 기술상(2005, 2006), 〈올웨이즈온〉 최우수혁신상(2004~2006) 등을 수상했다.

알베르토 사보이아의 첫 저작인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은 실리콘밸리에서 30년 넘게 기술 및 공학에 바쳐온 저자의 열정과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경험과 관심이 집약된 산물이다. 그는 스스로도 3개의 스타트업을 설립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업계의 전설이 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구글이 스타트업에 불과하던 시절에 이들 기업과 함께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동안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될 놈’인 아이디어와 자본, 그리고 유능한 실행력이 결합해 만드는 놀라운 성공과 보상을 몸소 체험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유능하게 실행하더라도 ‘안 될 놈’인 아이디어를 시장 실패에서 구해낼 방법은 없다는 뼈아픈 교훈도 직접 겪어야 했다. 특히나 그를 좌절케 했던 어느 실패를 경험한 후, 그는 더 이상 ‘어떻게 하면 탁월한 성공을 얻을까’가 아니라, 제대로 만들기 전에 ‘될 놈’이 될 아이디어를 사전 검증하는 방법, 데이터에 기반한 설계의 각종 툴과 전략을 찾는 쪽으로 관심의 초점을 옮기게 됐다.

2011년 아이디어 설계와 검증의 방법론 ‘프리토타입’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소책자 《프리토타이핑하라(Pretotype It)》를 소량 제작하여 주변의 개발자들에게 무상 배포했다. 이 소책자가 실리콘밸리 창업자와 개발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자 그는 온라인상에 무료 PDF 버전을 업로드했으며, 이후 이 파일은 10년간 자체 추산 수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결국 미국의 대형 출판사인 하퍼콜린스와 정식 계약을 맺어 2019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2020년 드디어 한국의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다.


 “실패는 준비가 덜된 남들 이야기인 줄 알았다! 계획도 완벽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아무리 참신한 아이템, 자본과 실행력을 모두 갖추었다 해도, 시장에 나오는 90퍼센트의 신제품과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실패한다. 구글 최초의 엔지니어링 디렉터이자 구글의 역사를 함께한 장본인으로서, 또 3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저자 알베르토 사보이아(Alberto Savoia)는 이 잔혹한 진실을 ‘시장 실패의 법칙’이라 부른다. 이 실패의 룰을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처음부터 ‘될 만한 아이디어’를 찾아 제대로 설계하는 것뿐이다.

왜 소설 《마션》은 ‘될 놈(the right it)’이었고 뉴코크(코카콜라가 1985년 론칭한 새로운 콜라 브랜드)는 ‘안 될 놈(the wrong it)’이었을까? 무모해보이던 에어비앤비는 왜 성공했고, 세계가 주목한 ‘구글 글래스’는 왜 처절하게 실패했을까? 그 운명을 가른 비밀은 바로 알베르토 사보이아의 첫 저작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The Right It)》에 숨어있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개발자와 전문가들이 오류와 확증 편향으로 범벅된 허구의 환경인 ‘생각랜드(thoughtland)’에서 허우적대며 아이디어를 키워나갈 때 ‘실패’라는 야수가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댄다. 실패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잔혹하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저자에게도 뼈아픈 실패가 예고 없이 찾아왔다.

구글,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거쳐 창업 후 ‘1억 달러 엑시트’ 신화, 그러나 실패엔 예외 없어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출시만 하면 성공할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수백만 명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제2의 구글, 제2의 백신, 제2의 해리 포터, 제2의 벤츠가 되어 세계를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같은 순간 모두가 똑같이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막상 시장에 출시되면 대부분의 신제품과 신규 사업, 새로운 서비스는 처참하게 실패한다. 이들이 실패한 대부분의 이유는 처음부터 ‘안 될 놈’, 그러니까 유능하게 실행해도 실패할 아이디어였다는 점이다. 그럼 대체 왜 ‘안 될 놈’을 개발한 것일까?

분명 처음엔 신선하고, 획기적이며, 전도유망한 아이디어로 보였을 것이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크고 작은 시장조사도 수행했다. 문제는 이 시장조사가 앞서 언급한 ‘생각랜드’ 속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광범위한 시장조사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던 수많은 제품들의 시체를 해부한 결과, 전문가의 주관적 편향, 즉흥적 판단과 신념, 선호, 예측 등으로 뒤얽힌 시장조사에 의해 처참하게 실패하는 패턴을 발견했다.

구글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전성기를 주도하고 스스로 3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해 1억 달러에 성공적으로 ‘엑시트’했던 저자 알베르토 사보이아도 5년간 몰두했던 사업 실패로 회사를 헐값에 매각했다. 그때의 뼈아픈 경험을 “실패라는 야수에게 물렸다”고 토로한 그는 이 책을 쓰는 것으로 야수에게 반격하기로 했다.

“제발 전문가 의견은 잊고, ‘고객 반응 데이터’를 싸고, 빠르고, 로컬하게 확보하라!”

신간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은 최소한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실패라는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유연하고도 강력한 도구와 활용 전략을 제안한다. 알베르토는 이 전략에 ‘프리토타입’이란 이름을 붙였다. 실제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전 모형으로 만들어보는 시제품을 ‘프로토타입(prototype)’이라 하는데, 이에 앞선(pre-) 것을 의미한다(137-138쪽). 프리토타이핑은 아이디어가 성공할 만한 ‘될 놈’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테스트 단계로, 저자는 이 책에서 총 8가지 기법으로 구체화해 검증 전략을 설명한다. 사람이 뒤에서 제품을 대신하면서 고객들이 서비스를 경험하게 하는 미캐니컬 터크 프리토타입을 비롯하여, 구글 글래스처럼 유튜브 프로모션 영상을 활용한 유튜브 프리토타입, 가짜 웹사이트 상에서 ‘구매하기’ 버튼으로 실제 고객 반응을 체크하는 외관 프리토타입, 1회성 실험으로 고객 반응을 체크하는 하룻밤 프리토타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에어비앤비는 하룻밤 프리토타입을 활용해 잠재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 비즈니스가 ‘될 놈’임을 깨달은 케이스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 작가 앤디 위어의 소설 《마션》도 프리토타이핑의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시장에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려는 모든 기업가와 비즈니스맨들에게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 검증 기법을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 흥미진진하고 실용적으로 제시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장 테스트를 위해 비싼 비용을 들이거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는데 쓸데없는 시간과 공력을 들이지 말고 자체적으로 저렴하고(저자는 100달러 이하를 제안한다), 빠르고, 로컬하게, 숫자로 된 ‘나만의 데이터’를 얻어야한다고 강력하게 조언한다. 이를 얻는 방법론이 바로 ‘프리토타이핑’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책 역시 프리토타이핑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저자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자신의 아이디어 검증 방법론의 주요 내용을 담아 2011년 소책자 〈프리토타이핑하라〉를 몇 부 제작했다. 제대로 된 출판에 앞서 이 책의 효용과 독자 반응을 검증하겠다는 의도였다. 얼마 후 주변 개발자들의 주문이 이어지자 입소문이 퍼지자 아예 온라인상에 PDF 파일을 업로드했다.

이후 10년간,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가와 개발자, 예비창업가들 사이에 이 파일이 수만 회 공유되고(자체 추산) 무려 10여개 언어의 번역본으로 무상 배포되기에 이르렀다. 이를 지켜본 그의 동료이자 스탠퍼드대학 경영과학공학과 교수인 티나 실리그(Tina Seelig)가 “더 이상 핑계대지 말고 그냥 앉아서 그놈의 책을 좀 쓰라”고 일갈한 데에 힘입어, 결국 미국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와 계약을 맺어 2019년 정식 출간, 2020년 한국의 독자들과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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