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절제의 기술... 유혹의 시대를 이기는 5가지 삶의 원칙
[리뷰] 절제의 기술... 유혹의 시대를 이기는 5가지 삶의 원칙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5.14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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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데 달렸다

“나는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 단 하나, 유혹만 빼고.”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선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길거리와 TV는 물론 포털사이트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쉽게 이겨내기 힘든 무수한 ‘행복’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으니까. 사회 곳곳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얻거나, 더 많은 성과를 해내는 것이 곧 행복의 비결인 것처럼 말하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절제의 기술』의 저자이자 ‘철학하는 심리학자’ 스벤 브링크만은 그렇게 유혹만 좇아서는 누구도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플라톤의 대화편 『고르기아스』에 나온 소크라테스의 표현을 빌려, 헛된 욕망으로 가득한 이들의 마음을 ‘구멍 난 항아리’에 빗댄다. 거기엔 아무리 많은 물을 부어도 결코 안을 채울 수 없다. 세상의 수많은 유혹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우리 욕망을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브링크만은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더 새롭고 더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내려놓는 절제라고 말한다. 사회는 우리에게 뒤처지지 말라고, 계속 더 많은 것을 성취하라고 말하지만, 행복의 비결은 오히려 잘 포기하고 기꺼이 뒤처지는 데 있다. 『절제의 기술』은 이러한 통찰을 통해 우리가 헛된 욕망에서 자유로워지고, 진정한 행복을 되찾는 5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절제의 기술』은 심리적, 실존적, 윤리적, 정치적, 미학적 관점에서 절제를 다룬다. 마시멜로 심리실험에서부터 스토아철학과 실존주의철학,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타이타닉」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다방면에서 절제의 가치를 살핀다. 그 핵심 메시지라 할 수 있는 5가지 원칙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원칙1. 선택지 줄이기.

심리적 관점에서 절제를 다룬다. 우리는 뭐든 많을수록 좋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선택지가 많으면 결정만 더 어려워진다. 쓸데없이 선택지만 늘리기보다는 지금 가진 것에서 적당히 선택하고 만족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원칙2. 진짜 원하는 것 하나만 바라기.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마음의 순결함은 단 한 가지만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여러 가지를 바라면, 마음은 ‘구멍 난 항아리’처럼 변하고 만다. 보다 의미 있고 만족스런 삶을 살고 싶다면, 진짜 원하는 것 하나에 마음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원칙3. 기뻐하고 감사하기

윤리적 관점에서 타인과 맺는 관계를 다룬다. 우리는 흔히 행복을 ‘얻어내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가끔은 타인을 위해 가진 것을 내놓고 포기할 때 행복은 생겨난다. 우리는 관계적 존재로서 타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감사를 배워야 한다.

원칙4. 단순하게 살기

절제의 사회적, 정치적 측면을 다룬다. 사회학자 벤바민 바버에 따르면, 오늘날 소비사회는 우리를 만족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만든다.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떼를 쓰듯 바라는 대신 정말 중요하고 단순한 것, 꼭 필요한 것만 원하는 태도가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요하다.

원칙5. 기쁜 마음으로 뒤처지기
미학적 관점에서 절제는 단순하며, 그렇기에 아름답다. 가족과 친구, 연인과 희로애락을 나누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의례들은 새롭고 자극적인 유행이나 이벤트에 비해 지루하고 뒤처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반복함으로써 얻게 되는 가치가 있다. 일상에 질서를 부여하고 그 과정에서 삶의 기쁨을 주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 원칙은 행복이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고 나누는 데서,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만족하는 데서 생긴다는 진실을 알려준다. 우리는 절제의 기술을 통해 적당히 만족함으로써 정말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쓰는 법,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덴마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힌다. 브링크만은 그 비결이 ‘얀테의 법칙’에 있다고 말한다. 얀테의 법칙은 인생에 대한 기대를 적게 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정할 수 있는 선택지도 많지 않다고 여기는 태도를 말한다. 얼핏 비관적으로 보이는 이 태도는 오히려 불안과 불만을 줄이고 우리에게 행복을 안겨준다. 종종 ‘포기하면 편해’지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덜어내고 내려놓고 뒤처지며 절제할 때 슬그머니 곁에 찾아오는 법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러한 절제의 미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들은 ‘소프로시네’, 즉 절제와 중용을 시민 모두가 익혀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이라 여겼다. 헛된 유혹과 욕망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대신, 이 책을 통해 절제의 기술을 익히고 삶의 군더더기를 덜어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그것에 집중할 때, 우리 삶은 훨씬 가벼워지고 또 즐거워진다. 행복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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