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갈수록 건강 나빠지는 김정은 후계자는 누가 선정하나?
[이슈분석] 갈수록 건강 나빠지는 김정은 후계자는 누가 선정하나?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0.05.20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 1일 순천 인 비료공장 준공식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살이 더 쪄 보인다 / .연합
5월 1일 순천 인 비료공장 준공식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살이 더 쪄 보인다 /연합

김정은이 5월 1일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지난 4월 11일 평양 노동당 1호 청사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지 3주 만이다. 그동안 세계는 김정은의 건강을 두고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그가 죽거나 식물인간이 될 경우 누가 후계자가 될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정은의 키는 170cm, 몸무게는 130kg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의 건강이 나쁘다는 분석은 계속 나왔기에 세계는 그의 사망설과 식물인간설에 주목했다. 그가 우한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생명이 위독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5월 1일 함경남도 순천의 인 비료공장 준공식에 건강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공식적인 표정과 달리 김정은 본인은 지난해부터 자신의 건강 문제와 유고(有故) 사태에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그동안 선전선동부를 맡아왔던 김여정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 앉혔다. 이 자리는 세간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알려져 있다. 선전선동부는 현송월이 물려받았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김정은의 비서실격인 서기실을 보좌해 북한의 모든 인사를 관리하는 곳이다. 김정일과 김정은도 권력을 승계하기 전 조직지도부를 책임졌다.

김정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4월 11일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서는 김여정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앉혔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책임을 물어 후보위원에서 탈락시킨 김여정을 1년 만에 다시 임명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보위원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당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은 김정은을 포함해 3명, 정치국 위원은 14명, 후보위원은 13명이다. 후보위원은 주로 도당 위원장이나 내각 부총리, 즉 장관급 이상이다. 김정은이 김여정을 아무 이유 없이 이 ‘급’으로 올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최근 김여정을 둘러싼 북한 선전매체의 활동도 수상쩍은 점이 많다. 북한은 지난 3월 3일과 25일 청와대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놨다. 그런데 김여정 명의였다. 그는 3일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담화에서 청와대를 저능아, 강도라 부르며 맹비난했다. 22일 성명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우한 코로나 협력에 관한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북한 선전매체들은 김여정을 지칭할 때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북한에서 ‘존경하는~’이라는 칭호는 최고지도자에게만 사용해 왔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도 비슷하게 부르지만 ‘존경하는~여사’라고 지칭, 최고지도자의 부인이라는 점을 부각한다.

김정일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전 주체코 북한 대사),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은 김여정보다 김평일을 후계자로 꼽았다.
김정일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전 주체코 북한 대사),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은 김여정보다 김평일을 후계자로 꼽았다.

국내외 정치권 “김여정이 권력 승계할 가능성 커”

이처럼 김여정의 당내 위상이 올들어 급격히 올라가는 가운데 김정은이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를 하지 않고 3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김여정 후계자론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김정은이 잠적했을 당시 세간에서는 그 후계자로 김평일과 김여정을 꼽았다. 김여정을 김정은의 후계자로 보는 시각 가운데는 한미 입법부가 4월 29일 내놓은 분석을 눈여겨 볼 만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북한 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김정은이 4월 11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서 김여정을 후보위원으로 뽑은 사실에 주목했다. “2019년 4월 물러났던 김여정이 1년 만에 다시 정치국 후보위원이 된 것은 2019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에 선임되는 등 역할이 확대된 것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또한 지난 3월 김여정이 자신의 명의로 대남·대미 담화를 발표하는 등 독립적으로 대외 활동을 벌였다며 “김여정이 독립적인 정치 주체로서 활동하는 것은 수령 유일영도체계라는 북한 특성상 당의 유일지도체제를 책임지는 ‘당 중앙’의 역할에 가까우며, 이는 노동당 최고 권력기구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역할뿐만 아니라 백두혈통의 후계자로서의 지위와 역할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입법조사처는 “김정은이 집권 후 처음으로 김일성 생일에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를 하지 않아 신변 이상설이 제기된 지금, 김여정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면서 “물론 정치국 후보위원에 불과한 김여정이 당장 (김정은의) 후계자 지위와 역할을 물려받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당 내부적으로 지위가 좀 더 높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미 의회조사국(CRS)도 29일(현지시간) 새로 내놓은 미북관계보고서에서 “김정은 유고 시 김여정이 후계자로 가장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CRS는 “36세의 김정은은 지난 수년 동안 다양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자녀 3명은 아직 10세 미만으로 명백한 후계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상 외교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한 김여정이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지적한 CRS는 “다만 김정은이 김여정을 후계자로 지목하지 않는다면 여성인 그가 최고지도자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덧붙였다.

태영호 “김여정보다는 김평일 승계 가능성”

태영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김평일을 후계자로 꼽았다. 그는 “만약 김여정이 김정은의 후계자가 된다고 해도 어린 나이와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북한의 권력이동(승계)은 선대(先代)의 교통정리에 따른 ‘하향식 수직이동’이었는데 만약 김정은에서 김여정에게로 권력이 이양된다면 북한 사상 첫 ‘수평이동’이 된다”고 태 당선인은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 노동당의 정책이나 체제는 ‘권력 수평이동’에 이론적으로 준비되지 않았고 김여정은 30대인 반면 북한 지도부는 60~70대로 3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김여정 체제가 오래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때문에 김평일 전 체코 주재 대사가 권력을 물려받아야 체제가 안정될 것이라고 태 당선인은 지적했다.

“김평일은 현재 북한 지도부의 핵심인사들과 남산중학교·김일성종합대학교 동문으로, 어릴 때부터 형·동생 하며 자란 ‘북한판 태자당 일원’”이라고 태 당선인은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론 김정은의 후계자가 김여정이냐 김평일이냐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김평일도 권력승계구도의 변수가 될 수 있는 인물 중 하나이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과거 주사파였고 박근혜 정부 때 국가정보원 북한담당기획관을 지낸 구해우 씨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죽어도 북한 체제는 서기실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서기실의 실세는 김혜경”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언론이 주목해야 할 ‘그늘 속 백두혈통’

사람들에게는 낯설지만 김혜경은 김정일이 대학 동기였던 홍일천과 동거를 하면서 낳은 딸이다. 1968년생인 김혜경의 존재는 2000년 전후 영국 MI6에 의해 처음 파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혜경은 이후 거의 10년 이상 그 행적이 드러나지 않았다. 때문에 그가 북한 체제를 떠받치는 서기실의 실세라는 주장은 아직 힘을 못 받고 있다.

하지만 김여정이든 김평일이든 김혜경이든 간에 김정은의 후계자가 ‘백두혈통’ 가운데 정해질 것이라는 전제에는 대부분 북한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특히 탈북자들과 북한 소식을 전하는 매체·전문가들은 “북한 권력의 시작과 끝은 백두혈통”이라고 강조했다. 즉 김정은의 남매인 김정철, 김여정, 이복 누나인 김설송 등이 그 대상이 된다. 김평일은 1979년 김정일에 의해 권력구도에서 밀려난 ‘곁가지(김씨 일가의 서자 취급을 받는 혈통)’이기 때문에 평양에 지지 세력도 없어 후계자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평양을 포함해 북한 곳곳에 정보원을 두고 있는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 식물인간설이 한창이던 지난 4월 말 “북한 당 고위간부들 사이에서 김설송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1972년 12월생 또는 1974년 12월생으로 알려진 김설송은 김정일과 본처 김영숙이 낳은 딸이다. 김일성과 함께 공식적으로 사진을 찍은 손주는 김설송밖에 없다. 김일성은 김설송에게는 뭐든지 다 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김설송 만이 백두혈통”이라는 말까지 측근들에게 했다고 한다.

김정일 또한 자신의 부인은 번번이 갈아치우면서도 김설송만은 주변에 계속 뒀다. 서방 정보기관들에 따르면 김정일이 사망한 곳도 김설송의 집이었다. 전날 김정은과 의견 차이로 다툰 뒤 김설송 집에 와서 술을 먹고 자다 죽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김정일의 유훈에도 김설송이 등장한다. 김정일은 “큰 누나인 김설송은 정은이가 나라를 이끌 수 있게 많이 도우라”고 당부했다. 김설송은 김정일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병수발을 들었다. 당시 김정은의 나이는 24살. 북한을 이끌기에는 너무 어렸다. 이때 김정일을 옆에서 간호하면서 노동당과 인민군 조직을 관리하고 김정은 남매를 돌본 것이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와 김정은의 이복 누나 김설송이었다.
 

김정은을 떠받치는 백두혈통 기둥들 김설송, 김정철, 김여정

김설송은 이복 남매들과 우애가 좋은 편으로 알려졌다. 그 배경에는 김정은의 권력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그 체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권력욕을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설송은 고모부 장성택과 그를 따르는 친중파 숙청을 기획한 뒤에도 권력욕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김설송은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김정일을 보좌해 러시아와 중국 등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러시아와 일본 대북전문가들은 김설송이 국제적인 감각을 지난 외교관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또한 김일성이 살아 있던 1990년 조선컴퓨터센터 설립을 제안하고 주도했다. 이것이 현재 북한 사이버전 부대의 근간이다. 북한이 암호화폐 거래소 등을 해킹해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것도 김설송 덕분이나 마찬가지다. 이밖에 김정일이 뇌졸중 수술을 받은 뒤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할 때까지 당 통일전선부와 외화벌이 조직 일부도 관리한 것이 김설송이다.

북한 권력 구도에서의 비중이 작다고 국내외에서 판단하는 백두혈통 가운데 또 한 사람이 김정은의 형 김정철이다. 김정철은 그러나 김여정과 함께 김정은을 보좌하는 일에는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음악 등 예술에 관심이 많은 김정철은 북한 예술이 수령체제 선전선동의 수단인 만큼 현송월과 함께 선전선동부 활동을 배후에서 기획하고 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대북소식통들은 전한다. 또한 김정일 측근의 2세들이 모인 ‘봉화조’를 김정철이 사실상 이끌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북한에서 ‘백두혈통’ 체제를 떠받치는 출신 성분이 바로 ‘항일 빨치산 혈통’이다. 그중에서도 김정은의 숙청 칼날을 피해 장수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이다.

최룡해는 중공군의 전신 ‘동북항일연군’에서 김일성과 함께 했던 동료 최현, 김철호의 아들이다. 최현은 북한에서 수령중심체제가 확립되기 전인 1950년대 말까지 사석에서 김일성에게 말을 놓았던 절친이었고 김철호는 김정일의 모친 김정숙과 가장 친한 친구였다. 이런 출신 성분을 가진 최룡해는 북한의 ‘항일 빨치산 혈통’ 중에서도 진골에 속한다.

하지만 항일 빨치산 혈통이라고 해서 최룡해처럼 모두 살아남은 것은 아니다. 항일 빨치산 2세대 권력자 가운데 다수가 김정일의 건강이 매우 나빠지자 장성택에게 붙었다. 어린 김정은의 집권을 탐탁지 않게 본 것이다. 그러다 김정은이 집권한 뒤 장성택에게 붙었던 이들은 대부분 숙청됐다. 항일 빨치산 출신 양부모 밑에서 자라 인민군 총참모장을 지낸 리영호, 고사포로 총살당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인민군 총정치국장이었던 황병서 등이 그 사례다.

반면 이렇게 숙청당할 뻔했다가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짐해 살아남은 이들이 바로 최룡해와 오일정 등이다. 2020년 현재 생존해 있는 항일 빨치산 혈통은 사실 관료들에 가깝다. 이들이 노동당과 인민군, 무역조직, 내각 등을 관리하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갑자기 사라질 경우 이들의 협조가 있어야 체제 안정과 권력 승계가 별탈 없이 이뤄질 수 있다.

점들을 고려할 때 김정은 유고 시 후계자 결정은 백두혈통 가족과 항일 빨치산 혈통의 대표 주자들의 논의를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