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문재인 정권의 치부 드러낸 볼턴 회고록
[심층분석] 문재인 정권의 치부 드러낸 볼턴 회고록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0.07.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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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1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인터넷에 유포된 PDF 파일 하나가 논란이 됐다. 파일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의 해적판이었다. 그 내용이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문재인 정권이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도 곧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원문이 나돌았다. 살펴보니 57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충격적인 부분은 회고록에서 ‘문(Moon)’, 즉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한 대목이 무려 184곳이나 된다는 점이었다.

처음 시작부터 115쪽까지, 289쪽부터 325쪽까지, 그리고 348쪽부터 한 대목이었다. 여기에 나온 볼턴 전 보좌관의 묘사나 설명을 보면 문 대통령은 일국의 지도자라기보다는 국가 사이에서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국내 언론들은 이 가운데 전반부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된 부분을 22일부터 기사화했다. 그 중에는 미북 정상회담은 물론 미북 비핵화 협상 자체가 문 대통령이 주도한 ‘춤판(fandango, 정치인의 쓸데없는 선전용 행사를 가리키는 미국 속어)’이라고 지적한 대목도 있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은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접근전략을 진지하게 살펴보기보다 한국의 ‘통일’ 아젠다와 더 많이 관련돼 있었다”며 미북 비핵화 외교 자체를 ‘판당고’라 불렀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라는 게 한국 정부가 북한의 요구를 채워주기 위해 기획한 사실상의 쇼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이익을 채우기 위해 이를 이용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은 미국으로부터 원했던 것을 얻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원한 것을 가졌다”며 “이는 미국 대통령이 개인적 관심을 국가적 관심보다 더 우선한 사례”라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그 사례로 엘튼 존의 친필서명이 든 ‘로켓맨’ CD를 김정은에게 전달하는 일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이 CD를 선물로 보내 친근감을 보이려 애썼고, 이 선물 전달이 한동안 국무부 정책 최우선 순위에 올랐다”며 “결국 그 선물은 제재면제 조치를 받아 전달됐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폭로했다.

볼턴 전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김정은과 회담하기를 원했다. 정치 홍보용 쇼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것보다 더 화려한 이벤트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에게 “낚였다(hooked)”고 그는 지적했다.

회고록에서 볼턴 전 보좌관은 싱가포르 합의 가운데 “다시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김정은의 사기였다고 지적했다. 핵실험과 ICBM만 쏘지 않을 뿐 단거리미사일 발사 등은 전혀 제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 미북 합의에서 김정은의 약속이 ‘브루클린 다리 판매(사기를 칭하는 미국 속어)’였는데도 트럼프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때문에 김정은이 마음 놓고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 시험 발사를 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었다.

북한이 지난해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한 것에 대해 볼턴 전 보좌관은 “김정은은 (싱가포르 합의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과 약속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북한이 단거리미사일을 쏘았을 때 ‘저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난처했었다”고 덧붙였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볼턴 회고록을 정면 반박하면서 사실과 달리 왜곡되었다고 말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볼턴 회고록을 정면 반박하면서 사실과 달리 왜곡되었다고 말했다.

판문점 남북미 정상 만남의 뒷이야기…‘꼽사리’ 문 대통령

볼턴 전 보좌관은 평소 인권 문제로 북한 세습독재정권을 혐오했다. 그런 그에게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라는 지시는 악몽이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사령관인 김정은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자유로운 회담을 제공함으로써 그를 정당화했다”면서 “김정은을 만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의가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고 밝혔다.

이런 그의 심정에 더 상처를 준 것이 문 대통령이었다. 절정은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있었던 남북미 정상 간의 짧은 만남이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미북 정상의 판문점 만남 때 미국 측이 여러 차례 완곡히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어떻게든 그 사이에 끼어들려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다. 방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김정은이 이 글을 본다면, 나는 ‘안녕’이라고 말하고 악수를 나누기 위해 비무장지대(DMZ)로 가 그와 만나겠다”는 글을 올렸다. 볼턴 전 보좌관은 “참모들 모두 놀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만나는 동안) 문 대통령이 근처에 없기를 바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완강하게 참석하려 했고, 가능하면 3자 회담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이었다. 그에 따르면 6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부터 미국 측은 문 대통령의 ‘판문점 만남’ 참석 요청을 세 차례 거절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한국 땅에 들어올 때 내가 없으면 적절치 않아 보일 것”이라며 “김정은에게 인사만 하고 떠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문 대통령의 생각을 전달했는데 북한 측이 거절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나는 당신(문 대통령)이 참석하기를 바라지만 북한 요청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대통령이 비무장지대를 방문한 적은 많지만 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라고 주장하며 동행을 고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김정은에게 할 말이 있다. 경호실에서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데, 그들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 문 대통령의 동행을 완곡히 거절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비무장지대 내 관측초소(OP 올렛)까지 동행하겠다. 그 뒤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자”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김정은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좀 이해를 하는데,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다”며 “당신은 나를 서울에서 배웅하고, 이후에 오산공군기지에서 다시 만나자”고 제안했다. 재차 문 대통령의 동행을 거절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판문점 자유의 집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 모습을 보며 “김정은도 문 대통령이 근처에 오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고 평했다. 당시 청와대는 “남·북·미 정상의 만남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 장면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사진 촬영을 위한 쇼였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 만남이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는 거의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며 “사진 촬영과 언론 반응에 더 신경을 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이익과 국익을 구분할 줄 몰랐다”고 비판했다.

미북 정상회담·한반도 종전선언, 모두 문재인 정권의 희망 사항

볼턴 전 보좌관은 이런 일들에 앞서 미북 정상회담과 미북 비핵화 협상 자체가 한국, 정확히는 문재인 정권의 기획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북 정상회담의 경우 지금까지는 2018년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대북특사로 북한을 찾은 뒤 김정은의 메시지를 받아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은 달랐다. 그는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를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의 초대(Invitation)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순간 이 제안을 충동적으로 받아들였다”면서 “정의용 실장은 나중에야 (트럼프를 만나) 그런 초대를 하겠다고 자신이 먼저 김정은에게 제안했다는 것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같은 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의제가 됐던 ‘한반도 종전선언’도 문재인 정권의 아이디어였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 종전선언이) 처음에는 북한 아이디어인 줄 알았다”며 “나중에야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 어젠다에서 온 것이라고 의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그것(한반도 종전선언)을 문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런데 왜 미국이 이를 추진해야 하느냐”고 볼턴 전 보좌관은 반문했다. 한반도 종전선언을 원하는 것이 북한이 아닌 문재인 정권인지를 알게 되자 미국이 한반도 종전선언에 무관심해졌다는 지적이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한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한반도 비핵화가 들어가게 된 것도 당시 문 대통령이 “1년 내에 비핵화 해달라”고 요청했고 김정은이 여기에 동의해 관련 내용이 선언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권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편을 드는 것도, 안 드는 것도 아닌 이상한 말을 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당시 회담에서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을 해체할 테니 대북제재를 완화해 달라”면서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하는 만큼 미국도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으라”고 주장했다. 소위 ‘행동 대 행동’으로 알려진 ‘단계적 비핵화’ 조치였다. 그러나 이때 미국은 “불가역적이고 완전한 비핵화 조치가 이뤄진다는 보장과 검증이 없는 한 제재 완화는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이렇게 회담이 결렬되고 얼마 뒤 정의용 실장이 미국을 찾아 문 대통령의 생각을 전했다. “미국이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제안을 거절한 것은 옳았다. 하지만 영변 핵시설을 해체하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는 북한이 불가역적이고 완전한 비핵화 조치의 실행에 접어든 것을 보여주는, 아주 의미 있는 첫 걸음”이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김정은의 영변 핵시설 해체 제안은 사실 명확히 정의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한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의 생각은 내게는 북한의 ‘행동 대 행동’과 비슷하게 들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 대통령의 생각은 정신분열증적이었다”고 폄하했다.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해놓고서 다시 받아들이라고 하는 말은 정신병 같다는 지적이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자신뿐만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또한 이런 식으로 진행된 미북 비핵화 협상과 미북 정상회담에 부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오늘 합의한 내용을 상원에서 비준받겠다”고 말하자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에게 “그는 완전 거짓말쟁이(He is so full of shit)”라고 적힌 쪽지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후 미북 비핵화 협상은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했고, 미국 내에서조차 “북한 비핵화 가능성이 난망하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백악관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이후 “북한 문제를 이런 식으로 끌고 가면 국내 여론이 악화할 것”이라는 참모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판을 깨버린 것이라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과 그 사이 미북 비핵화 협상, 그리고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흥행을 얻었고, 김정은은 전술 미사일 시험에 대한 면죄부를 얻었지만 미국의 국익에는 도움이 된 게 전혀 없었다며 이를 ‘실패한 외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북 비핵화 외교는 이제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대선 이후까지 북한과 어떤 합의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는 미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남북미 정상 간 만남을 두고 “남·북·미의 위대한 승리” “세계사적 사건”이라며 칭송해 왔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사실일 경우 이런 주장 자체를 송두리째 ‘사기’로 몰아버릴 내용들이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내용이 국내에 보도되기 시작한 6월 22일 청와대는 정의용 실장의 입장을 전했다. 당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사실을 크게 왜곡했다.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했다”며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내용은) 한국과 미국, 북한 정상들 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으로,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지 않았다.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어제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에도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며 “미국이 이런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한 정 실장은 그러나 기자들 앞에 나타나 직접 해명하지는 않았다. 청와대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전체를 ‘거짓말’이거나 ‘왜곡’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기밀유출’을 문제 삼고 “그가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비난할 뿐 ‘모두 거짓말’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는 않다.

만약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나온, 문재인 정권 관련 내용이 모두 사실일 경우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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