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주한미군, 대만으로 간다면…
[심층분석] 주한미군, 대만으로 간다면…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기자
  • 승인 2020.07.1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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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는 전세계 28개국이다.
100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는 전세계 28개국이다.

전 세계에 100명 이상의 미군이 파견되거나 주둔하는 나라는 몇 개국이나 될까? 미 본토를 제외하면 총 28개국에 100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미군 병력이 파견된 지역은 아시아 태평양지역이다. 특히 동아시아, 즉 일본과 한국이다. 2019년 말 시점에 주일미군은 약 5만2000명, 주한미군은 2만8000명이다.

동아시아지역에만 약 8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유럽이다. 독일에 3만8000여 명, 이탈리아에 1만1000여 명, 영국에 9000여 명 등 유럽 주둔 미군 병력은 6만3000여 명이다. 해외 주둔 미군은 아니지만 사실상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무력투사(Military Force Projection)할 수 있는 알래스카, 하와이, 괌 배치 미군 병력 역시 8만 명 정도다. 중동지역에서는 사실상 미 지상군을 철수한 상태다. 이것만 보더라도 미국의 군사전력의 중심은 유럽이나 중동이 아닌 아시아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도 이 점을 눈여겨보는 듯하다.

지난 6월 23일 중국 남중국해연구원(NISCSS)은 처음으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배치한 군사력 현황을 종합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 중국은 아태 지역에 주둔한 미군 장병이 약 37만5000명으로 이는 육군 전체 병력의 55%, 해군 전체 함정의 60%, 해병대 전체 병력의 33% 수준이라면서 이 중 약 8만5000명을 중국과 가까운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인근에 배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배치된 미군 병력보다 2배 이상 과대평가한 자료다. 어떻든 간에 아시아태평양지역은 세계 군사 동향의 핵심지역이다.
 

독일에서 폴란드로

폴란드는 2018년 5월 공식적으로 미군이 폴란드에 영구 주둔한다면 20억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폴란드 국방부는 미군 측에 ‘미군의 폴란드 영구 주둔을 위한 제안서’를 내밀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미국과 폴란드의 공동 군사시설 건립과 미군의 유연한 이동을 위해 15억~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원비용을 제공하기로 약속할 것을 제안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에 대한 폴란드의 구애는 매우 적극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포트 트럼프’(Fort Trump)라는 이름으로 영구기지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등 미군 영구배치를 거듭 요청하고 있다.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러시아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나라다. 게다가 전후에도 소련의 지배를 받아야 했다.

따라서 미군의 영구 주둔은 폴란드에는 생존전략 차원 그 자체다. 미·소 냉전 시절 바르샤바회원국이던 폴란드는 구소련 해체 후인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다. 이제 폴란드는 군사적으로도 완전한 친미노선을 걸어가고 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폴란드와 라트비아, 라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국가들은 안보 불안을 느끼고 미군 파병을 요청했다. 미국은 즉각 폴란드 등 발트3국에 미군 1기갑보병사단 예하 1여단전투단인 ‘철마’(Ironhorse)부대를 배치했다. 이후 미군은 4000여 명을 발트 3국에 순환배치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군 1000여 명을 폴란드에 추가 배치토록 했다.

폴란드와는 반대로 독일 메르켈 정부는 트럼프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트럼프는 6월 15일 주독 미군 9000여 명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식화 된 것은 6월 24일(워싱턴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독일에서 미군을 줄일 것”이라며 “일부는 본토로 돌아오고, 일부는 폴란드를 포함해 다른 지역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독일 메르켈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각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이중 행보를 하고 있다면서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사는 데 수십억 달러를 내는데, 우리는 독일을 러시아로부터 지키고 있는데 이것은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피아 구별을 정확히 하라는 메시지다.

이를 두고 트럼프의 결정이 너무 즉흥적이라고 비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독일보다는 폴란드에 주둔하는 것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대응책으로는 보다 큰 이점이 있다. 미국의 최전선을 폴란드까지 확장시킨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 비협조적인 독일 메르켈 정부에 대한 경고까지 겸한 일석이조의 정책이다.

과거 미·소 냉전 시절에는 독일이 소련을 막는 최전방이었지만 구소련이 무너진 다음엔 독일의 군사전력적 가치는 예전 같지 않다. 게다가 폴란드는 적극적이기까지 하다. 환영받는 곳에 미군을 주둔시킨다는 미군의 정책과도 부합한다.

이렇게 되자 자연스레 그다음 시선은 한국의 주한미군에 쏠리게 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중 행보를 보이는 문재인 정부는 독일 메르켈 정부와 닮은 점도 있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당시에도 주한미군 주둔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최근 발표된 볼턴 회고록에도 보면 트럼프는 한국에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카드로 제시하라고 한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주둔 미군 9000명 감축 소식이 전해지자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음 차례는 주한미군이 아닌가 하는데 이목이 집중되었다. 한미간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답보 상태다. 한국 측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했다. 한국 언론도 ‘독일 다음은 한국(?)’이라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은 주한미군이 감축될 가능성은 적다. 볼턴 회고록을 통해서도 보듯이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카드’는 협상을 위한 엄포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미 상하원 모두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요지토록 ‘2021 국방수권법’에 명기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VOA)이 6월 27일 보도했다. VOA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독자적인 주한미군 감축 결정을 제한하는 조항을 국방수권법에 포함시켰다. 감축 요건은 전년도 보다 더 강화됐다.

강화된 감축 요건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비례성이다. 쉽게 풀이하면 주한미군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위협이 감소되었다는 것을 명백하게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조항에 따르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주한미군 감축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다.

그러나 미 의회의 주한미군 감축 제한을 마냥 반길 사항만은 아니다. 미 행정부 내지는 워싱턴 정가에서 주한미군감축론이 있기 때문에 의회에서 제동을 거는 것이다. 애당초 한미관계가 굳건하고 미국 내 어디서도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에 대한 생각조차 없다면 미 의회에서 이렇게 ‘주한미군 감축 제한’을 명문화 할 필요가 없다.

이번 2021 국방수권법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한 곳 있다. 지난해 의회의 요구에 따라 회계감사원(GAO)이 현재 한국, 일본과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일본과의 방위비분담금의 세부 내역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6월 24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독일 주둔 미군 중 일부를 폴란드로 재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1 국방수권법, 주한미군 감축 제동

미 의회 회계감사원(GAO)의 감사결과는 그 권위가 매우 높다. 1차적으로는 방위비분담금을 미군이 제대로 사용했는지 그 적합성을 따질 테지만 GAO에서 조차 방위비분담금에 한국(일본)측 부담을 더 늘려야 한다고 판단하면 사실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 미 의회 회계감사원(GAO)은 무엇보다 미국 시민의 세금이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와 그 효용성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6·25 직후 32만5000여 명에 달했던 주한미군은 이후 단계적으로 철수해 1960년대에는 6만 명 수준을 유지했다. 카터 행정부 당시 철수론이 대두되었지만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는 3만8000여 명 수준의 병력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의 여파로 1만2000여 명의 주한미군이 철수했다.

이때 북한 기갑부대를 막는 핵심전력인 주한미군 아파치 부대(춘천, 원주) 철수가 결정되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6월에도 주한미군 지상군의 주력이던 미 2사단 1전투여단(일명 강철대대)이 해체되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예산자동삭감 정책으로 인해 미 육군의 전투여단이 강제 해체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한미군 2사단 1전투여단도 해체하는 것에 포함되면서 한국에서 철수했다.

이로 인해 주한미군 M1A1 에이브럼즈 탱크는 140대에서 55대로 줄어들었다. 붙박이 주한미군 전투여단 대신 미 본토에서 전투여단 병력이 9개월 단위로 한국에 순환 배치하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축소된 지상군 전력을 커버하기 위해 미 공군 1개 대대가 한국에 순환배치되기도 했다.

문제는 순환배치여단이 한국으로 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주한미군 감축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발 우한폐렴 팬데믹 사태로 미군의 이동에 제한이 걸렸다. 미 공군의 순환배치조차 중단된 상태다. 결과적으로 주한미군 지상군 2개의 전투여단이 2005년과 2015년에 각각 1개씩 사라진 셈이 되어 버렸다.

9개월마다 순환배치되는 전투여단 1개를 빼고 한국에 붙박이 미 지상군 전력은 미 2사단 예하에 있는 210화력여단과 2전투항공여단뿐이다. 주한미군 210화력여단은 북한의 방사포 및 장사정포에 맞서 화력전을 수행하는 부대다. 주요 장비는 MLRS(다연장 로켓발사대) 36문과 M109A6 ‘팔라딘’ 자주포 16문이다. 210화력여단은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MLRS와 통합 운영한다. 210화력여단은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한강 이남으로 이동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즉 주한미군 중 유일하게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부대는 210화력여단뿐이다.

주한미군 지상군으로 편성된 2전투항공여단은 아파치 헬기가 주력이다. 2017년 OH-58D Kiowa Warrior 정찰공격헬기가 퇴역한 후 미군은 AH-64E 아파치 공격헬기를 전투항공여단에 집중배치하면서 2018년부터는 重( Heavy) 전투항공여단이 되었다. 편제상으로는 공중기병정찰대대로 아파치 공격헬기 24대, 공격정찰대대로 아파치 24대 등 도합 48대의 아파치공격헬기를 운영한다.

한국에서는 평택 Camp Humphreys에 주둔 중이다. 주목할 점은 전투항공여단에 무인정찰기중대가 편성되었다는 점이다. 무인공격기중대는 12대의 MQ-1C Grey eagle 무인기로 구성되며 군산 공군기지에 배치되어 있다. 정리하자면 더 이상 한국에는 과거처럼 붙박이 미군의 보병부대는 없다는 것이다. 이미 주한미군은 공군 중심으로 재편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에는 오산에 미7공군 사령부와 2개의 전투비행단이 주둔 중이다. 군산에는 8전투비행단이 있다. 병력면에서도 지상군보다 주한 미공군 병력이 더 많다.

주한미군은 더 이상 북한에 대한 억제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 대한 억제력이 더 큰 시점이 되었다. 따라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는 미국의 군사전략, 특히 중국에 대한 군사전략 차원에서 봐야 한다.

미군의 군사전략 축은 아시아 태평양에 있다. 간단하게 중국에 초점이 맞춰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즉흥적 판단에 따라 주한미군이 감축되거나 철수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이춘근 국제전략포럼 연구위원(정치학 박사)도 6월 21일 ‘갈등하는 인간, 충돌하는 세계 (인도·중국 국경 충돌)’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지적했다.

중국 포위 전략에서 한국에 있는 미군의 가치는 예전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당장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현 시점과 현 상태로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만약 대만이 미국과 국교수립을 하고 대만에 미군이 주둔한다면 어떻게 될까? 독일에서 미군을 빼서 폴란드로 가듯이 한국에서 미군을 빼서 대만으로 갈 가능성은 없을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대만과 미국의 관계는 완전한 밀월관계다. 오마바 행정부는 중국 눈치를 봤다. 그래서 대만에 최신형 F16 전투기 판매를 주저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달랐다. 최신형 F16-바이퍼 66대 판매를 승인했다. F16 전투기 중에는 가장 강력한 성능이다.

미 의회는 대만관계법을 더 강화하면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방위의지를 고취시켰다. 또한 미 의회는 환태평양 군사훈련( RIMPAC)에 대만 군을 초청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대만 언론이 26일 보도했다. 환태평양 훈련은 미군의 주도로 짝수년도마다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실시되는 미군 우방국들의 연합 해상훈련이다.

대만 군이 이 훈련에 참가하게 되면 중국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되는 사항이다. 그러나 미 의회가 권고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트럼프는 2018년 RIMPAC 훈련에 중국 참가를 거부한 바 있다.

대만과 미국의 수교 가능성은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부정한다는 데 있다. 미 의회도 최근 신장위구르지역 인권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여기에 하나 더 변수가 있다. 바로 홍콩 문제다.

2020년 환태평양훈련(RIMPAC)에 대만군이 처음으로 참가할 예정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2020년 환태평양훈련(RIMPAC)에 대만군이 처음으로 참가할 예정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만약 대만에 미군이 주둔한다면?

트럼프는 이미 중국이 홍콩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홍콩에 대한 각종 혜택을 철회할 것을 경고했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1국2체제’ 약속이 깨질 경우 미국 역시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공식적으로 파기할 가능성이 있다.

그 시발점은 대만과의 국교 정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대만이 국교를 정상화 할 경우 대만에 대한 미군의 파견도 예상할 수 있다. 대만에 미군이 주둔한다면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는 그보다 더한 것이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도 변화가 예상된다. 독일주둔 미군이 폴란드로 가듯이 주한미군의 일부가 대만으로 가지 말라는 법이 없을 테니 말이다. 주한미군보다 주대만 미군이 중국 압박에 더 효과적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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