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中-印 분쟁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전문가진단] 中-印 분쟁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 신범철 미래한국 편집위원·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승인 2020.07.28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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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 인도 북부 라다크 국경지역에서 인도군과 중국군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후 인도는 자국의 통신 네크워크 구축에 중국 장비를 배제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중국-인도간 국경 갈등이 경제전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두 나라이며 핵무기를 보유한 강대국간의 갈등은 코로나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제질서에 또 다른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영향권을 확대하기 위해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를 추진 중이다. 동남아와 서남아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뻗어가려는 중국의 대외전략인데, 그 길목에 있는 지역 강대국인 인도가 이를 달갑게 볼 리 없다.

그렇기에 인도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전개하고 있는 미국과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는 강대국이다. 미국에 의존하기보다는 독립적인 역할을 추구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중국, 인도 등 초강대국의 입장이 엇갈리며 작금의 서남아시아 정세는 그 어느 지역보다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6월 15일의 백병전

21세기에 핵을 가진 두 나라가 무력으로 충돌했다. 하지만 핵무기나 첨단 무기체계를 가지고 싸운 것이 아니다. 1차 세계대전 이전에 볼 수 있었던 백병전이었다. 그것도 총검이 아닌 돌과 몽둥이를 가지고 싸웠다.

중국군과 인도군은 오랜 기간 국경분쟁을 빚고 있는 카슈미르 내 라다크 지역 갈완 계곡에서 지난 6월 15일 충돌했다. 인도측 발표에 따르면 중국이 철거를 하기로 약속한 지역에 새로운 초소를 구축했고 이를 인도군이 철거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복귀 과정과 추후 시신 수습 과정에서 중국군과 돌과 몽둥이로 백병전을 벌였다.

인도측은 중국군이 잔인하게도 철사를 두른 쇠뭉치로 공격했다며 이를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중국군은 피해 상황을 함구한 채 인도군이 두 차례 국경을 넘어 도발했다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일부 총성이 들렸다는 증언도 제기되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라다크 국경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은 40년 전이었던 만큼 중국과 인도 모두 확전에 대해 염려하며 총기 사용을 자제했던 것으로 보인다. 총격전이 벌어지지 않았다 해도 피해 규모는 적지 않다. 총 600여 명이 충돌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며 인도군 20명이 사망하고 중국군도 그에 못지않은 사망자를 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소규모 우발적 충돌로 보기에는 그 피해가 크며, 중·인 양측에 누적된 감정의 골이 그만큼 깊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분쟁이 발생한 라다크 지역은 인도 북부 카슈미르 동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중국이 티베트를 복속한 1950년 이래 중·인간 영토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갈등의 기원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를 식민지로 만든 영국은 인도 주변의 경계선을 획정해 나갔는데, 1914년에는 인도와 티베트 사이의 경계선에 합의한다. 이 경계선이 당시 영국측 대표였던 맥마흔 경의 이름을 딴 맥마흔 라인(McMahon Line)이다.

하지만 중국은 맥마흔 라인은 식민지 시대에 맺어진 불평등조약이라고 부르며 그 법적 정당성을 부인하고 있다. 동시에 청나라 시대 선포한 경계선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는 독립 이후에도 자국에 유리한 맥마흔 라인을 계속해서 주장했고 그 결과 양국은 중국의 티베트 점령 이후 영토분쟁을 겪게 된다.
 

인도의 군사 평론가 아자이 슈클라가 18일(이하 현지시간) 맨처음 트위터에 올려 세상에 알려진 흉기 사진(tweet). 인도군을 습격한 중국 군 병사들이 휘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군사 평론가 아자이 슈클라가 18일(이하 현지시간) 맨처음 트위터에 올려 세상에 알려진 흉기 사진(tweet). 인도군을 습격한 중국 군 병사들이 휘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도 국경분쟁의 역사

물론 중·인간 영토분쟁이 처음부터 군사적 충돌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1950년대 중반까지 중국은 인도와 직접 부딪히기보다는 자신들의 티베트 복속을 인정받는 데 중점을 뒀다. 인도 역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며 1954년에는 중국령 티베트와 인도간의 무역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영토분쟁이 확산되지 않고 해결되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중·인 양국 사이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것은 1959년 티베트의 독립운동이었다. 이 과정에서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피신을 했는데 이후 인도는 중국의 송환 요구를 무시하고 은신처를 제공했다. 이러한 외교적 갈등이 결국 경계선을 둘러싼 중·인간 군사적 갈등으로 이어졌다.

1959년 8월 중국군의 인도측 초소 점령에서 시작된 군사적 충돌은 소규모 국지적 충돌로 이어지다가 1962년 10월 20일 전쟁으로 이어졌다. 전쟁은 중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인도는 전사자만 3000명에 달하는 큰 피해를 입었고 중국은 승리 후 일방적으로 철수를 선언함으로써 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후 1975년 9월과 10월에 일부 총격전이 재개된 적도 있지만 그밖의 기간은 별다른 충돌 없이 지내왔다.

문제는 국경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양국간 갈등 사안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중·인 양측은 국경 합의가 교착에 빠지자 서로의 실질적인 통제선을 설정하며 분쟁을 예방하고자 했다. 하지만 강, 호수, 눈길 등을 기준으로 통제선이 그어진 탓에 자연 상황 변화에 따라 경계가 변했거나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존재했다. 이로 인해 양국 군대는 서로 마주치는 일이 잦았고 이번에도 초소의 위치 문제로 백병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모디 인도 총리는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 직후인 6월 17일 방송 연설에서 인도 군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통해 대중국 강경정책을 시사했다. 지난 7월 3일에는 충돌이 발생한 라다크 지역에 있는 군부대를 방문해 “누군가 팽창주의를 고집한다면 세계 평화에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모디 총리의 방침에 따라 인도 정부 역시 강경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인도 국영통신사 BSNL의 4G 통신망 개선에 중국 제품 사용이 금지되었고, 그밖의 중국산 통신장비 퇴출이 시사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승인 없는 중국산 전력 장비 수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인데, 연간 약 3조 원에 달하는 중국산 전력 장비 수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의 대중 강경정책에 호응하듯 인도 내 반중 정서도 확산되고 있다. 인도 국민들은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며 시진핑 주석의 사진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웠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위는 약화되고 있지만 인도 국민들의 반중정서는 중국산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인도 시장을 73%나 점유하고 있는 중국산 휴대폰에 대한 불매운동이다. 이미 6월 중순 이후 중국산 휴대폰 판매 실적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다. 그밖에도 자동차 전지 사업 등에서 중국과의 합작이 중단될 조짐을 보이는 등 인도 내 반중국 정서 확산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우려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인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인도와의 군사적 충돌은 다루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도와의 외교적 갈등이 지속되고 자국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한다면 중국 역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두 나라간 무역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인도는 중국으로부터 한 해 70조 원이 넘는 상품을 수입하고 있다. 그 규모가 시사하는 것처럼 중.인간 무역 분쟁은 한국을 포함한 다른 수출국들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에 향후 면밀한 관찰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국간 난투극을 벌여 사상자가 난 중국 인도 국경 분쟁지역
양국간 난투극을 벌여 사상자가 난 중국 인도 국경 분쟁지역

인도의 반중 정서와 경제전쟁으로의 확산 가능성

중국과 인도가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5월 21일 미국 백악관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U.S. Strategic Approach to PRC)’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동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정책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기존의 외교나 군사 분야 외에도 정당, 경제정책, 정보, 인권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추진해왔던 인도태평양전략을 더 강도 높게 구체화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은 중국의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보다 직접적으로 견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정책이 미온적이어서 중국 견제에 부족했다는 평가에 기반한 것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백악관에서 발간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와 2018년 국방부에서 발간한 ‘국방전략보고서(National Defense Strategy)’ 등에서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로 부르며 본격적인 대중 압박정책을 전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 체제 하에서 번영을 누리고 있는데도 중국 공산당은 미국 주도의 국제 체제로부터 이익만 취하면서 기본 가치와 원칙은 저해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이 단기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장악하려 하며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적 우위를 점하려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대비태세(preparedness) 강화, 지역 동맹국과의 협력관계(partnerships) 강화, 새로운 지역적 협력 강화(promoting a networked region)를 추구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미국 중심의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 Economic Prosperity Network)’ 구축 시도, 기존의 G7 정상회담에 한국·인도·호주 등을 추가하려는 노력 그리고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중국 화웨이 통신 제품 사용통제 시도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인도태평양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모디 총리 역시 이에 호응해 왔다. 모디 총리는 6월 15일 중국과의 국경지역 충돌 이전에 이미 미국의 G7 초청을 환영했고 충돌 이후인 7월 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를 축하하는 트윗을 보내는 등 양정상간의 밀착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에의 함의

하지만 미국과 인도의 전략적 협력은 여전히 많은 과제를 남기고 있다. 인도는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려 들고 있고 대외정책 역시 미국에만 의존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과정에서도 미국 외에 러시아와의 협력을 병행하고 있는데 중국과의 국경지역 충돌 이후 외교적으로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군사적으로는 러시아의 수호이 30(Su-30) 12대, 미그 29기 21대, S-400 방공미사일을 도입하는 등 대러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를 중심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을 서로 경쟁시킴으로써 지역 내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인도의 행보로 인해 미·인 협력은 그 진전이 더딘 상황이며 그 전망 역시 아직은 불투명하다.

중·인간의 분쟁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은 우리에게 많은 정책적 시사점을 가져다 준다. 먼저 미중관계의 장기적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미 미중관계는 패권경쟁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동북아와 동남아를 거쳐 인도를 포함한 서남아까지 그 대결이 확산되고 있다. 미중관계 악화는 한국의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영역에서도 전례 없는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북한은 중국을 활용하며 비핵화를 거부 또는 지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반중 경제 네트워크 동참 요구와 중국의 보복 압박에서 오는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경제번영네트워크’ 참여나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 사용을 둘러싼 양측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인도 내 반중정서 확산이 중국산 상품에 대한 장기적 거부운동으로 이어질지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현재 인도 시장 내에서는 한국의 휴대폰과 자동차가 중국산과 경쟁 중이다. 초기에는 한국이 우세했지만 이미 역전이 된 상황이다. 만일 인도 내 반중정서가 확산된다면 우리에게 경제적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경제협력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인도 내 방위산업 시장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중·인간 갈등이 커질수록 인도 내 방산시장이 커진다. 인도는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해가고 있지만 자주포나 전차의 영역에서는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다. 따라서 틈새시장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파고들기 위한 국방 당국간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중·인간의 갈등에서 볼 수 있듯이 강대국간의 갈등은 커다란 파급효과를 낳는다. 미중간의 경쟁 영역이 서남아로 더 확대되고 어떤 나라에는 경제적 기회가 찾아온다.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쟁이 아니더라고 글로벌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하며 조용히 경제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무한경쟁이 벌어지면서도 서로 밀접히 연결된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반도 밖의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신범철
미래한국 편집위원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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